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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그옛날, 집집마다 수도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샘터에서 필요한 용수와 식수를 길어야했다.
동이터오는 아침이면 머리에 찰랑이는 물동이를 이거나,
양어깨에 물지게를 지며 오며가며 만난 이웃들과
하루밤사이 안부인사를 나누는것은 물론,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자식 자랑꺼리를 풀어놓는
샘터는 그야말로 사랑방같은 공간이였다.
현대에이르러 집안 구석구석 완비된 수도시설
덕분에 사람들은 더이상 물동이를 이거나, 무거운
물지게를 나르느라 어깨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생겼지만, 이웃끼리 모여
하루밤 사이의 안부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던
공간은 소멸되어버렸다. 그렇게 편리함으로
무장된 현대는 왠지모를 쓸쓸함과 삭막함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샘터 9월호를 읽으며
우리의 추억속으로 사라져버린 '샘터'라는
공간이 지면을 통해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프로에서 부터 아마추어까지 지구촌 곳곳의
정보와 소식을 나누고 소중한 물품을 함께
나눠쓰는 교류의 장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특히나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경험하고
현재의 앰뷸런스를 만들게 되었다는 임요한
총재의 사연이나, 4만점의 축구물품을 수집한
축구광 이재형씨 혹은 맥주가 좋아서
세계여러나라의 맥주를 하루에 한잔씩
꼭 맛을 본다는 권경민씨의 별난 취미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특집으로
실린 '힐링 레시피'편이였다.
힐링레시피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공간이였다. 수박, 통닭, 도토리묵,
부대찌개. 소풍도시락, 꿀토스트등 다양한
음식만큼 뭉클한 사연들이 담겼는데,
개중에 어릴적 할아버지댁에서 사연을 담았던
'꿀토스트'와 엄마의 아픔 마음이 담겼던
'소풍 도시락'이 인상적이였다.
어린시절 잠시 구례의 외가댁에 맡겨진 유현호씨는
빵이 너무 먹고 싶어 시름시름 앓자 할아버지는
하루에 3번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먼 장터까지가서
식빵을 사다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먹고 싶던 빵이
아니였던지라 울며불며 투정을 부리자, 곁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후라이팬에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위로
꿀을 얹어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사연.
손자를 위해 먼길 마다않고 다녀오신 할아버지의
마음과 투정부리는 손자를 혼내지 않으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주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뭉클함을 느꼈다.
또는 돈이 없지만 자식들 기죽이지 않기 위해
일이 끝난 저녁 뒷산에 올라 꽃을 뜯어 화전을 만들고
개망초를 데쳐 시금치 대신 김밥에 넣어 소풍 도시락을
싸셨다는 박성현씨의 사연에 어린시절 항상 자식들
먹는것만 지켜보시던 부모님의 눈길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거 같다.
마지막으로 아나바다에서는 함께 나눠쓰고 싶은
물품을 기증하고 필요한 분께 전달하는 코너가 인상적이며,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기꺼이 내놓은 문자연씨
사연에 훈훈함을 느낀다. 샘터는 서로 복닥거리며
현대인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구석구석 데워주는
온기와도 같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서민교수님,
이해인 수녀님, 성석제 작가님은 덤이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