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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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려운 책을 읽는것보다도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감동으로 책을 덮어도, 한 꼭지씩 꾹꾹 눌러 읽느라 느린 독서를 해도 마무리 단계의 글쓰기 시간이면 내 입에선 짜증섞인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야 만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절절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원대한 꿈 보다도 그저 내가 읽었던 책을 '내 느낌'과 '내 생각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을뿐이건만, 엉클어져버린 실타래처럼 두서없고 느낌도 없고 생각도 없이 써지는데다 알맹이마져 없음을 체감하는 날이면 '이걸 꼭 써야하나' 하는 포기심 마져 생겨버리고 만다. 이런 답답한 마음으로 찾게 된 책이 <서평 글쓰기 특강>이였고 그중 김미영씨의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였다.

 

 

'직장인 김미영 씨의 예를 볼까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읽어주는 남자>(시공사,2013)를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멘붕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잘못 읽었다는 자책 때문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문제, 독일 전후세대의 고백,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 저는 로맨스로만 봤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 눈에는 전차 장면에서 여자가 남자를 외면해서 상처주고 상처받는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고 와 닿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봤던건 왜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p21~22

 

 

김미영씨의 사례처럼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줄거리 위주로 정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색깔과 의도, 가치관, 문제의식까지 줄줄이 꿰뚫어 놓는것일까 하는 의문을 나역시 갖곤 했다. 왜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며, 전자에 해당하는 나는 무엇이 부족하기에 허무함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출력 독서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출력독서법이란, 독후 활동(글쓰기)을 생각하며 독서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밑줄과 발췌, 메모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1차 독서와. 1차 독서가 끝나면 발췌해 놓은 문장, 메모와 밑줄등을 토대로 책의 목차를 살펴 작가의 의도가 빠짐없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어 2차 독서를 하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을 의미했다.

 

 

'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쓸때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면 출력 독서법에 공감할 수 밖에요. 바로 생각, 문제의식, 남다른 관점 부족이 결정적 한계잖아요? 더 이상 쓸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못할 때, 내용이 빈약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생각의 한계를 느낍니다"p45

 

 

'책은 최소 두 번은 정성 들여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서 후엔 밑줄과 표시를 따로 빼서 정리합니다. 필사나 발췌 연습이 되겠지요. 1차 독서 후에는 '조사' 단계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조사할까요? 그렇쵸. 이 작품의 배경, 작가 연구, 작품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는데 관련 자료와 리뷰에 휘둘린다면 조사 결과를 생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고 오히려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야 겠지요.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내 생각을 단단히 곧추세우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표시한 부분을 다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 집필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인지,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표시하지 않는 부분을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어려워서 넘어가게 되니까요. 내가 알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2차 독서를 하면서, 빠른 독자는 서평의 얼개를 짜기도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분들은 2차 독서에서 발견한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혹은 내 서평에 담고자 하는 주제 키워드를 찾으시면 됩니다' p47

 

 

2차 독서가 마무리된 후에는 글을 쓸 '키워드'와 '개요'를 짜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글의 특성을 구분하는 일이다. 감동, 재미, 유익, 의문에 초점을둔  주관적 발췌는 독후감(독후 에세이)에 가깝고, 작품의 주체나 작가의 메세지, 작가의 주장과 근거등에 초점을 둔 객관적인 발췌가 이루워진다면  '서평과 비평'에 가깝기에 책을 읽기전 어떤 특성으로 글을 쓸것인지 미리 생각하는게 좋다.

 

 

 

이렇게 정리해봤을때 내 글은 '독서 에세이' 쪽에 가깝다는 것과 그동안 짚어내지 못했던 내 문제들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는데, 독서를 하며 열심히 발췌했던 문장들과 메모들을 다시 확인하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록했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출력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호흡 멈춰 기록들을 되돌아보고, 살펴보며 책을 더 꼼꼼히 점검하는 습관임을 느낀다. 더불어 글은 몇번씩 묵히고 봐야 좋다는 말처럼 p134 조급한 성질을 누르며 차분히 들여다 보는 습관으로 구부진 내 삶에 든든한 이정표 역할이 되어주길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김민영 저자가 낯익다 했더니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에서 이미 만나본 작가였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낀다.

 

 

글쓰는게 너무 좋아 잘다니던 증권회사도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기까지 고난의 시간을 거쳤다는 저자는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책을 통해 글쓰기의 온전한 즐거움과 글쓰는 방법을 정말 알차게 전하고 있어 추천할만한 책이다. 특히나 4년전쯤 읽은 이 책이 아직까지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6하 원칙'에 입각한 글쓰기를 시도해보라는 부분이였다.

 

 

' 여기서 팁을 하나 들이자면, 줄거리 역시 6하 원칙에 따라 요약하면 쉽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설명하죠. 어디서? 서울역에서. 누가? 엄마가 . 무엇을? 실종되는 이야기. 왜? 자식들이 배웅을 나오지 못해서. 6하 원칙 중 네 가지 요소만 활용해도 이처럼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왜'에 해당하는 항목을 찾을 차례입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 즉 집필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지요. 실제로 신경숙 작가는 며칠간 어머니와 동거를 해보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내용을 덧붙여 < 엄마를 부탁해>의 탄생 경위를 설명하면 됩니다. 다른 요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채워넣으면 친절한 독후감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죠."p140~141

 

 

이 책에는 글을 구성하는 개요부터 퇴고하기까지의 글쓰는 전과정을 살펴보고 각 단락마다 실전연습을 통해 독자들이 실제 참여해볼 수 있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였다. 또  부록편에 실린 서평, 독후감, 에세이까지의 7편의 글을 실제 첨삭해보는 과정을 통해 글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첨삭되어진 글이 다 내 입맛에 맞는것은 아니지만, 단어의 미세한 변화의 차이에 따라 글에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필 수 있었던게 인상적이였다. 또 <서평 글쓰기 특강>에 담겨있는 서평과 독후감, 비평을 구분할 수 있는 내용은 물론, 여행에세이, 리뷰, 영화평등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길잡이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두 권을 놓고 살펴본다면 나는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를 더 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 글쓰기 특강>에는 전편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담이 담겨있지만, 실천편에서는 좀 약하다는 생각, 그러니까 집을 짓는다고 봤을때 <서평 글쓰기 특강>은 설계도에 해당한다면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집의 설계도와 사용해야하는 공구와 마감재, 벽지, 가구 배치도 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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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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