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와기의 거친 일련의 동작은, 사실은 아까 꽃꽂이를 하며 잎사귀와 줄기를 가위로 자르고 있었을 때의 조용한 잔인함과 조금도 다름없는, 그대로의 연장(延長)인 듯이 여겨졌다. - P215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려고."

"무엇에서 벗어나려는 거야?"

"내 주위의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내 주위의 것들이 뿜어내는 무력한 냄새로부터..... - P257

출발해야 한다.
이 말은 거의 날개 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내 주변으로부터, 나를 속박하고 있는 미의 관념으로부터, 내 감가불우로부터, 나의 말더듬 증세로부터, 나의 존재 조건으로부터, 하여간에 출발해야 한다. - P262

역의 어떠한 보잘것없는 단편이라도 이별과 출발의 통일적인 감정을 향해 최대한으로 집결되어 있었다. 내 눈 아래에서 뒤로 물러나는 플랫폼은 아주 의젓하고 예의 바르게 멀어져 갔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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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고 나발이고 없어. 우아함, 문화, 인간이 생각하는 미적인 것, 그러한 모든 것들의 실상은 삭막하고 무기적인 거야. - P172

돌멩이에 불과하지. 철학, 이것도 돌멩이, 예술, 이것도 돌멩이야. 그리고 인간의 유기적인 관심이래야, 한심하게도 정치뿐이지. 인간은 모름지기 자기 모독적인 생물이니까."
"성욕은 어느 쪽인가?"
"성욕 말인가? 음, 그 중간이겠지. 인간과 돌멩이 사이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격이지." - P172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다. 쓰루카와의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보다도 훨씬 나의 중대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를 잃고 나서 지금 새삼스레 느끼는 것은, 나와 밝은 대낮의 세계를 잇는 한가닥의 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끊어지고 말았다는 점이다.
나는 잃어버린 낮, 잃어버린 빛, 잃어버린 여름 때문에 울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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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가 첫마디를 소리 내기 위해서 몹시 안달하는 동안은 마치 내부 세계의 농밀한 농밀한 끈끈이로부터 몸을 떼어내려고 버둥거리는 새와 흡사하다 - P11

고독은 자꾸만 살쪄갔다. 마치 돼지처럼. - P17

내 얼굴을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얼굴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이코의 얼굴은 세상을 거부하고 있었다. - P24

본다는 것, 아무런 의식도 없이 평소 하고 있는 대로 본다는 것이 이토록 살아 있는 자의 권리의 증명이며 잔혹함의 표시일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참신한 체험이었다.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일도 없고 소리치며 뛰어다니지도 않는 소년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생을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 P50

쓰루카와는 인간의 감정을 자기 방에 잘 정돈된 서랍에 가지런히 분류해 놓고는 때때로 그것을 꺼내어 그 자리에서 살펴보는 따위의 취미가 있는 듯 했다 - P59

그에게는 조금 도 걱정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젓가락통에 꼭 맞게 넣어져 있는 젓가락처럼. - P100

"너는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불안도 희망도 없냐?"

"없어, 아무것도. 그까짓 것, 지니고 있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 - P102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불구라는 사실은 언제나 눈앞에 놓여 있는 거울이야. - P146

지옥의 특색은 구석구석까지 명료하게 보인다는 점이지. 그것도 암흑 속에서!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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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p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그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향기가 날아간 병 속에 담긴 향수‘는 어디에 쓸 수있을까?

만약 내가 53분이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나는 천천히 샘을 향해 나아가겠어...... - P198

"아,열정이 내게 다시 돌아와 준다면!" - P202

농부의 집안에서는 사람이 완전히 죽지 않는다. 각각의 존재가 꼬투리처럼 터져 씨앗을 내놓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은 세 농부가 침대 머리맡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분명 그 일은 고통스러웠다. 탯줄을 두 번 끊는 일,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듭이 두 번째로 풀리는 일이었으니까. - P205

"있잖아.....내 꽃 말이야..... 나는 그 꽃에 대한 책임이 있어! 그런데 그 꽃은 너무나 연약하거든, 또 너무 순진하고, 그 꽃은 겨우 가시 네 개로 세상에 맞서 자기를 지켜야 해....."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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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하나하나 뜯어서 분석하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안다는 것은 보이는 대로 다가가는 것이다. - P50

전쟁은 우리를 속인다. 증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열기에 아무것도 보태주지 않는다. - P53

인간은 장애물과 맞설 때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 P79

인간이 된다는 것은 정확히 책임을 지는 것이다. - P80

하루 동안에도 식욕에 따라 더 당기는 음식과 먹고 싶은 음식 그저 그런 음식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에도 여러 계절이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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