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멜라_저녁놀

미니멀 라이프 제1계명: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여행지의 기념품으로 사랑받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에좋은 반영구적인 소품. 종이와 종이 사이에 끼워져 읽은 부분과 읽어야 할 부분을 가름해주는 지성인의 상징. - P15

어디에도 쓰일 수 없어야 진정으로 아름답다. 쓸모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의 표현이라 추하며, 인간의 욕망은 그 비루하고 나약한 본성처럼 비열하고 역겹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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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태양은 혼자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태양이 두 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는 가짜 태양인 것이다.]


대체로 내가 사는 곳은 대초원만큼이나 적적하다. 여기는 뉴잉글랜드이면서도 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기분이 든다. 말하자면 나는 혼자만의 해와 달과 별들을 가지고 있으며 혼자만의 작은 세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밤에는 길손이 내 집 옆을 지나거나 문을 두드리는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마치 내가 이 세상 최초의 인간이거나 마지막 인간이기라도 한 것 같았다.  - P200

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고독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축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꼭 한 번, 내가 숲에 온 지 몇 주일 되지 않아서였는데, 그때 나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 명랑하고 건전한 생활의 필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 속에 약 한 시간쯤 빠져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이 언짢게 느껴졌다. 
(...)
조용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나는 갑자기 대자연 속에,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에, 또 집 주위의 모든 소리와 모든 경치 속에 진실로 감미롭고 자애로운 우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공기 그 자체처럼 무한하고도 설명할 수없는 우호友好의 감정이었다. 이웃에 사람이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던 여러 가지 이점이 대단치 않은 것임을 느꼈고 그 후로는 두번 다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202

나의 경험이 아무리 강렬하더라도 나는 나의 일부분이면서 나의 일부분이 아닌 것처럼 나의 경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단지 방관자로서 메모를 하고 있는 어떤 부분이 존재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 P207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좋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는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인 거리로 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207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희석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 한 모금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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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소리들

나는 어떤 사람의 참된 성품을 알게 되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성품을 더 좋게든 혹은 더 나쁘게든 바꿀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전혀 갖지 않는다. 동양 사람들이 말하듯이 "개의 꼬리를 뜨겁게 한 다음 눌러서 노끈으로 묶는 일을 12년간이나 되풀이하더라도 그것은 원래 형태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 P186

부엉이들은 정령精靈이다. 한때는 사람의 모습으로 밤마다 이 세상을 걸으면서 어둠의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제는 죄의 현장에서 탄식의 노래와 비가悲歌를 부르면서 속죄하고 있는 추락한 영혼들의 의기소침한 정령이며 우울한 전조前兆인 것이다. - P192

올빼미 우는 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면 자연의 소리 가운데 가장 우울한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자연의 여신이 죽어가는 인간의 신음 소리를 울빼미 소리로 형식화시켜서 자신의 합창단 가운데 영구히 집어넣은 것 같다. 그것은 모든 희망을 버린 한 가련한 인간의 혼이 지옥의 어두운 골짜기를 들었으면서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인데 거기에 인간의 흐느낌이 가미된 소리인 것이다. - P192

제일 연장자 격인 개구리가 북쪽 물가에서 냅킨 대신 부초 위에 축 늘어진 턱을 꾄채 한때는 경멸했던 물을 한 모금 쭉 들이켜고 나서 "개구울 개구울 개구울" 크게 울면서 잔을 돌린다. 그러자 곧 어느 먼 물가로부터 똑같은 암호 소리가 수면을 타고 들려오는데 이것은 나이에서나 허리 굵기에서나 두 번째 가는 개구리가 자기 몫만큼의 물을 따라 마셨다는 신호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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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선행에서 풍기는 악취처럼 고약한 냄새는 없다. - P117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벗고 여기저기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모든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슬마저도, 산허리에서 그러듯이 여느 곳보다 더 늦게까지 나뭇잎에 맺혀있는 것 같았다.
이 작은 호수는 8월의 잔잔한 비바람이 불다 멈추다 하는 사이사이에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이 되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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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생활의 경제학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운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자가 되는 것은 인생의 문제들을 그 일부분이나마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 P35

화가들이 잘 알듯이 우리 나라의 주택 중 가장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꾸밈새가 전혀 없고 소박하기 짝이 없는 통나무집들과 오두막집들이다. 그런 집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드는 것은 그 집들을 껍질 삼아 사는 거주자의 생활이지 밖에 나타난 의견상의 어떤 특이성이 아닌 것이다.  - P79

피라미드에 대해서 말할 것 같으면,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떤 야심만만한 멍청이의 무덤을 만드느라고 자신들의 전 인생을 허비하도록 강요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차라리 그 작자를 나일강물에 처박아 죽인 후, 그 시체를 개들에게 내주는 것이 더 현명하고 당당했으리라. 
(...)
 건물의 뼈대는 허영심이며, 이 허영심은 마늘과 버터 바른빵을 애호하는 심리에 의하여 부추김을 받고 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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