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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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게 된 작가 대니 샤피로는 유대교 율법을 엄격하게 따르는 코셔(kosher)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고, 아버지의 죽음 등 여러 부침을 겪다가 글쓰기로 돌아가 1990가족사』『흑백등 다섯 권의 소설과 다섯 권의 회고록을 썼다. 컬럼비아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뉴요커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한다는 저자의 이력만 봐도 글쓰기의 대가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계속 쓰기라는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작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살아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중압감이나 글쓰기를 통해서 삶을 배우고 글쓰기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쓰며 글쓰기가 오랜 취미가 되었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더 나은 글쓰기를 향한 갈증을 채우려고 글쓰기 관련 책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알게 되고 5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읽은 지 한참 지난 앞부분을 다시 들추어 보면서 가물거리는 기억을 아로새겼다. 최근 나의 첫 책 탈고를 한 후 다시 붙잡고 무척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읽었다.

 



30년 넘게 작가로 살고 있으면서도 작가에게 있어 글쓰기는 언제나 부담인가보다. 여기서 묘하게도 위안을 얻었다. 서평이든 어떤 글이든 막상 글쓰기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화면을 마주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쓰고 싶은 말은 저 멀리 사라져버린다. 내면의 검열관이 톡 튀어나와 글쓰기로 몰입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 하는 장면을 언급한다. 하지만 작가는 내면의 검열관과 공생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나는 명상에 심취해 있는데 자꾸만 딴지를 거는 에고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모퉁이><짧고 나쁜 책>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해 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쓸 때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서다 보면 더더욱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세계 전체를 떠올리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한 단계씩 접근하라고 한다. 퍼즐을 잘 맞추는 사람이 모퉁이부터 맞추듯이 모든 책과 이야기도 하나의 단어로 시작된다는 걸 알고 그렇게 하나의 세부에 전진하라고 말한다. 책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역작을 쓰겠다고 덤비다가는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친구가 짧고 나쁜 책을 쓰겠다는 전략으로 소설을 써서 상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작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고 나날을 소모한다고 했다. 과연 그렇다. <허가>는 다른 보통의 직업보다는 작가로 살아가는 이상한삶을 얘기하고 있다. 아무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앉아 있으라고 허가하지않았는데, 반려동물에게 말을 붙이면서 종일 혼자 목욕가운 차림으로 바깥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는 정말로 웃기고 이상한 사람이 작가라고.

 



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이상하고, 어렵고, 영광이고, 파괴적이다. 날마다 치욕은 새롭고 거절은 끝이 없다.’(P51)

 



글쓰기를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빈 종이 또는 빈 화면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해 보자.

 



스스로 작가인 것처럼 행동하자.(중략) 누가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리지 말자. 어슴푸레한 빛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우리의 인간성을 보여주자. 그게 당신이 할 일이다.’(P53)

 



스스로 좋아서 글쓰기를 한다. 자신이 허가한 글쓰기를 즐기다 보면 언젠가 작가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냥 하는 힘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하다.

 



어떤 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는 습관의 힘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운동과 다이어트 성공의 과정도 습관의 힘은 빠질 수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서 쓴 작가가 있을까. 마라토너도 교사도 누구나 마찬가지다. 많은 할 일이 눈에 보이지만 우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기에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 거다. 글쓰기도 다른 일처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천과 예술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실천이 곧 예술이라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대니 샤피로가 작가로서 글쓰는 삶에 대한 습관, 생각, 통찰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고 계속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란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요하는 직업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인내심>도 좋았다. 창작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날마다 잠에서 깨어 새로 시작해야 하고, 모욕과 거절, 불확실함을 떨쳐내야 한다는 것, 작가의 일에 횡재수란 없다고 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배신>은 한 시인이 첫 회고록을 쓴 후 분노하는 가족들, 주변의 논쟁이 되어 곤혹을 당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작가로서 명예와 사랑을 잃을망정 불편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작가의 길임을 말한다. 존 디디언도 글쓰기를 은밀한 괴롭힘 전략이라고 하며 재료는 우리 인생이라고 했으니 소설가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관리자>는 글쓰는 삶을 살면서 지켜야 하는 규칙 이야기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유혹되고 스마트폰에, 쏟아지는 이메일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사라지고 만다. 저자는 자신의 재능을 잘 다루는 훌륭한 관리자가 되자.’(P290)고 말한다. 글쓰는 공간에, 자동차 안에, 아무도 없는 집 주방 테이블 위에 고독을 가꾸도록 하자, 피가 돌게 하자.’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삶에서 견디어야 할 불안함을 언급하는 부분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냉정하고 고독한 삶에서, 모욕과 수모를 견디고 끝날 줄 모르는 고통스러운 거절을 겪으며 오래 인내하는 능력이다. 견디는 능력이 없다면 재능이나 갈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P291)라고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연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책 한 권을 완성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 작가의 삶이라고 할 때 견디는 능력은 중요하고, 그러한 막연한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작가들의 삶이다. 또 글 쓰는 삶에는 위험이 가득하다고 했다. 은퇴를 위한 어떤 계획도 없으며 위험에 있어 어중간한 건 없다고 했다. 친구와 점심시간을 보내는 등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보내기도 하지만 역시 작가에게 유일한 치유법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글쓰기가 직업이 된다는 것은 또 다른 강박관념이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내는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멋진 일이 아닌가.

 



진심을 다해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면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를 배울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멋지게 다가왔다. 책이 좋아서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쓰기가 조금 더 성장하기를 바랄 것이다. 특별한 글쓰기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하고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는 이들에게 큰 응원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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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com글쓰기 2022-10-09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쓰고 싶어 준비중이에요~ 꼭 한번 읽어볼께요~ 탈고중이라시니 응원합니다!!

모나리자 2022-10-09 23:5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책읽기님의 책쓰기도 응원합니다.
1주일 정도 있으면 나올 것 같아요.
편안한 밤 되세요.^^

책읽기.com글쓰기 2022-10-09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리 축하드려요~~!!책제목 알려주세요~ 읽고 블로그에 서평올리게요^^

모나리자 2022-10-10 22: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책읽기님~!!
<책만 읽어도 된다>입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청아 2022-10-10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 책 저도 읽고 있어요^^* 아껴 읽는 중이요ㅋ
(문제는 아껴 읽는 중인 책이 너무 많은ㅋㅋ)작가란 내면의 검열관과 공생하는것이군요?
모나리자님 책도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모나리자 2022-10-10 22:35   좋아요 1 | URL
그쵸.ㅎ 저도 아껴 읽는 책이 좀 쌓였어요.ㅋ 얼른 읽어야 할 텐데요.
네, 내면의 검열관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달래야 한다는군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날씨가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2-10-10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심을 다해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면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를 배울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네요. 글 쓰는걸 누가 강요하는것도 아닌데 쓸때마다 너무 어려워하면서 낑낑거리며 글쓰는 절 보며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지 할때가 많아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한 글은 용두사미가 돼기도 하고요. 그런데 글을 씀으로서 내 인생을 알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진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계속 써야겟구나라고 결심합니다. ^^

모나리자 2022-10-10 22:38   좋아요 1 | URL
그렇죠. 오, 저만 그런 생각 한 건 아니군요.ㅎ 정말 블로그 활동에 한참 열을 올리며
중독되었을 때 저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요. 글쓰기 책읽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든 건 사실이거든요. 그럴 땐 좀 느슨하게 쉬면서 충전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 인생을 알아가고 나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아가는 과정이 글쓰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편안한 밤 되세요.^^

새파랑 2022-10-10 15: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같이 글 잘쓰시는분도 글쓰기의 갈증이 있다니 신기합니다~!! 갈증 안느끼셔도 될거 같은데 ㅋ 북플에 리뷰 쓰는것도 힘든데 작가로 살아가는건 더 쉽지 않을거 같아요. 작가가 겪어야할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일듯 합니다 ㅋ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다는게 부럽기는 하네요~~!

모나리자 2022-10-10 22:46   좋아요 2 | URL
아이고~ 알라딘에 잘 쓰시는 분들 넘치시는데요~!ㅎ
글쓰기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가면 그 순간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소설을 쓰는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야기 샘이 마르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그분들도 책을 읽고 사물을 관찰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소재를 얻겠지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감기조심하시고 새 한주도 화이팅 하세요.^^

HAKUNAMATATA 2023-02-17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만 읽어도 된다!
미리축하드립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뭐라도 쓰고 있어야 한다!

모나리자 2023-02-22 15: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제가 답글을 깜빡했네요 ^^:;
<책만 읽어도 된다>는 이미 출간했습니다.^^

정말 그렇지요. 무언가를 매일 규칙적으로 쓰고 있다면 이미 작가이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