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TV에서 해주는 <어깨동무>를 졸음을 참아가며 봤다. 잠을 쫓으며 본 이유는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포스터가 붙었을 때 “저딴 걸 누가 보냐”고 넘겨 버렸는데, 아따 그 영화 재밌더만. <가문의 영광> 이후 코믹에도 재주가 있음을 만방에 알린 유동근은 이 영화에서도 물오른 코믹을 선보이고, 연기의 화신 이문식이 영화의 재미를 두배, 아니 세배 쯤 높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난 <마파도>를 생각했다. 지금쯤은 400만을 돌파했을 그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어깨동무>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을까.

1) 줄거리: ‘마파도’는 160억짜리 로또 영수증을 둘러싼 해프닝을 다루고, ‘어깨동무’는 범죄 현장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둘 다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마파도; 로또 영수증을 돈으로 안바꾸고 버티다 잃어버린다.

-어깨동무; 중요한 비디오테이프를 왜 그리 허술하게 보관하냐? 그리고 찾으려면 집을 뒤져야지 왜 사람만 쫓냐? 나중에 장회장 일당을 소탕할 때 보니까 비디오가 없어도 붙잡아 들이더만.


2) 이문식; 마파도에서 비리 경찰로 나오는 이문식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어깨동무’처럼 꼴통으로 나오는 게 딱이다. ‘어깨동무’에서 인질을 상대로 가짜 경찰 노릇을 하는 조폭들의 대화

조폭1: 우린 말야..비밀 형사야.

인질: 그렇다면 에이치디?(정확히 못들었다)

조폭1: 그래, 바로 그거야.

이문식:(괜히 끼어들어서)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FBI야!

인질: 그건 미국 아니어요?

이문식: (당황하더니) 우린 ....싸스야!

조폭 1은 결국 두목에게 가서 이런다. “나 쟤랑 일 못하겠어요. 꼴통도 정도가 있지...”


3) 결말

-마파도: 대마밭이 나오고 그러더니 갑자기 해피엔드 풍으로 끝난다. 담배 연기와 함께.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어깨동무: 품삯을 못받아 열받은 유동근 일당과 장회장 일당이 대판 싸운다. 숫적으로 밀리는 유동근은 경찰들을 데려와 장회장을 소탕한다. 그렇다면 유동근이 좋은 편일까? 하여간 하여간 말이 안된다.


4) 개인기: 그럼에도 <어깨동무>가 더 웃겼던 것은 배우들의 개인기가 뛰어났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줄거리에 녹아들어가는 유머를 보고 싶지만, 이 정도 개인기가 어디냐며 봐야 했다.


영화를 무슨 심오한 목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긴 하다. 영화에서 혁명에의 가능성을 발견한 옛날 좌파들처럼. 나? 난 큰 욕심 없다. 아무리 모든 게 다 후지다해도, 날 웃게만 할 수 있다면 난 만족하련다. 학벌주의를 선동하는 <가문의 영광>도 내가 웃었으니 좋은 영화다. 줄거리가 말이 안되는 <어깨동무>도 내겐 좋은 영화다. 그런데도 그 안웃긴 <마파도>가 흥행을 하고 <어깨동무>는 참패를 했으니, 사람들의 기준은 나랑 많이 다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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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561114

숫자 좋고...

어떤 영화와 붙었느냐, 비슷한 거 또 볼 필요있냐, 시간적 간격에 좌우되는 거 아닐까요??


세실 2005-04-1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식 꼴통형사도 어울리던데요~ 전 마파도 참 재미있게 봤는데.....히히.
마대님..주소랑 전화번호도 남기셔야 제가 보내드리죠..그냥..그 책 선정해서..물만두님 보내드릴까나~~~~~~

moonnight 2005-04-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둘 다 못 봤어요. ㅠㅠ 그렇게 재미있나요? 한 번 봐볼까나.

marine 2005-04-1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홍보의 힘은 아닐까요? 마파도는 네이버 같은 포털 싸이트에서 무지막지 하게 광고 때리는데, 어깨동무는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간 것 같거든요 유동근의 팬으로서 "어깨 동무" 가 재밌다니, 기쁩니다 ^^

플라시보 2005-04-1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파도 영화관에서 봤는데^^ 어깨동무도 비슷하단 말이죠? 전 가수가 나온다길래 영 아니구나 하고 제껴놨는데 나중에 비디오가게 가서 시일 한번 빌려봐야겠어요.^^

인터라겐 2005-04-2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행은 요지경? 세상은 요지경...사람마음도 요지경~

부리 2005-04-2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제 말이 그말이죠^^
플라시보님/뭐 그리 큰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님과 제가 성향이 비슷하단 전제하에서요^^
나나님/아아 그런 면도 있겠지요. 유동근의 팬이시라니 반갑네요. 전 유니의 팬이어요!
문나이트님/뭐 그렇게 일부러 보실 건 없습니다. 우연히 케이블에서 하면 잠깐 봐 보세요. 코드가 맞으심 계속 보구요^^
세실님/죄송합니다. 제가 안하고 마태를 시켰더니 얘가 그모양입니다
물만두님/예리하신 지적입니다. 어깨동무는 뭐랑 붙었더라... 마파도는 뭐랑 붙었지비? 생각이 안나요..

세실 2005-04-2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아직도 헷깔려요....부리와 마태우스님......에궁....
장난하시나????? 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찍어 찬사를 받은 류승완이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들었을 때, 그의 팬들은 대중과 타협했다는 이유로-정확한 기억은 아니다-그를 비난했다. 소위 매니아를 거느린 감독은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영합하면 감독으로서의 성공은 어렵다. 영화라는 건 대중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고, 그 대중 안에는 나처럼 우매한 사람도 포함된다 (아니 절대 다수가 나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매니아들은 좋아하는 감독이 나같은 사람에게 친절한 영화를 만들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우르르 몰려가 비난을 한다.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떴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눈높이는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맞춰져 있지만, 난 난해하기 짝이 없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매니아들은 예술 영화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잣대를 대중영화 감독에게 적용시키고, 그 잣대에 따라 감독을, 그리고 영화를 비난한다. 그런 사람들이 비난하건 말건, 난 내가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주먹이 운다>처럼. 내게 있어서 류승완은 정말 좋은 감독이다.

류승범과 최민식, 두 연기파 배우가 나오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했다. 예전에 <히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첩혈쌍웅> 비슷한 뻔한 줄거리지만,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난 숨이 막혔었다. 그 느낌을 <주먹이 운다>의 두 배우로부터도 받을 수 있었다. 둘의 연기는 그만큼 훌륭했고,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화면이 꽉 차 보였다. 화면이 둘로 분할되어 둘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을 때, <히트>를 볼 때보다 훨씬 더 심하게 숨이 막혔었다. 최민식도 최민식이지만,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도 없는 류승범의 명연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달콤한 인생>의 폭력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진 데 반해, 이 영화에 나오는 폭력은 이야기의 맥락상 필요한 것으로 느껴졌기에 귀를 물어뜯는 엽기적인 장면에서도 난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영화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두 사람의 인생이 교대로 나오면서 진행된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마다-특히 그게 한국 영화일 때는 더더욱-난 걱정이 된다. 끝이 안좋아서 지금까지의 재미가 다 날아갈까 봐.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런 용두사미식의 영화와 차원이 틀리다. 서로 다른 길에서 헤매던 둘은 결국 한 무대에서 만나는데, 그게 워낙 자연스러워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그 만남이 너무도 짠하고 안타깝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권투 영화다. 민족주의적인 정서까지 더해져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각광을 받던 권투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훨씬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등장해서 일게다. TV나 영화 속의 폭력은 권투에 댈 게 아니며, 박진감 면에서 권투와 비교할 수 없는 K-1도 성행 중이다. 그러니 웬만한 폭력에는 사람들이 둔감해져 권투 같은 걸 볼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물론이고 <달콤한 인생>에서도 권투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권투를 부활시키려는 음모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음모에 편승했건 안했건간에,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느낌이다. 영화 자체도 워낙 재미있지만, 류승범을 포함해서 남자들의 누드를 원없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여자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류승완, 류승범, 최민식 만세다.

 

 

* <친구> <실미도> <태극기> ... 순 남성 중심의 영화만 만들어지는 느낌..... 이 영화를 보고 울었던 나도 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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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04-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잇. 류승범 얼굴이 너무 퍼지게 나왔어요...^^ 저도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하루(春) 2005-04-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드? ㅋㅋ~ 이건 아직 안 봤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죠. 그 때의 그 액션은 정말... 놀라워요. ^^;

2005-04-16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4-1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량유전자님 표현에 따르면, '실한 뒷 누드'가 나온다더군요.. 지금 사진 애타게 구하고 있습니다..ㅋㅋ

미완성 2005-04-1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를 너무 재미나게 잘 보았었어요. 그런데 그 뒤로는 잘 찾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상하게..;; 아참, 님이 생각하신 그 음모, 저도 좀 수상하게 여기고 있어요! 생뚱맞게 왜 이리도 권투영화가 자주 만들어진담? 생각이 자꾸 들었더랬지요. 극적인 순간을 만들기에 권투라는 스포츠가 1:1식으로 치뤄진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이긴 하겠지만..그래도 요새 소재꺼리로 다뤄지는 게 좀 과하다 싶기도 해요. 문제는 이 권투영화들을 저 자신은 하나도 보질 않았다는 거지만 험험;;
아니 그리고...누드라굽쇼?!?!?! 우어~~~

비연 2005-04-1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저도 보았는데...아주 좋았죠^^ 누드도...나오죠..ㅋㅋ
전 류승완 감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 영화 보고 생각이 바뀌었슴다. 뭔가 인생을 아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터라겐 2005-04-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에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음 고려해봐야겠습니다..

moonnight 2005-04-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아팠던 영화였어요. ㅠㅠ 근데 누, 누드라니요. 전 기억이 잘.. 후다닥. ;;
 

 

사실 난 이 영화를 진작에 보려고 했다. 하루에 세편의 영화를 봤던 지지난 일요일, 맨 처음으로 보려던 게 바로 이거였다. 하지만 그날 오전, 나와 함께 테니스를 치던 친구가 “별로 재미 없던데?”라고 무심코 한마디 던진 것이 나로 하여금 갈등을 하게 했고, 결국 <잠복근무>라는 유치한 영화를 보고야 말았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지인들의 질책을 받고서야 이틀 후인 식목일 아침, 잽싸게 달려가 <윔블던>을 봤다. 아주 재미있게. 그렇다고 <윔블던>이 대단히 뛰어난 영화다,라는 것은 아니다. 은퇴를 앞둔 한물간 테니스 선수가 사랑의 힘으로 정상에 선다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줄거리에 유머가 많은 것도, 여배우가 미녀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야 깨달았다. 난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굳이 따지자면 테니스광 과에 속하는지라 남들이 테니스 치는 것만 봐도 발걸음을 멈추고, 윔블던 테니스 시즌만 되면 테니스를 보느라 밤과 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곤 했던 내게 스크린 속의 테니스가 왜 재미가 없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소회들을 장황하게 적어본다.

1. 코트

전에도 말했지만 중지도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 바람에 서른면 정도의 드넓은 테니스 코트가 없어져 버렸다. 효창 테니스 코트도 없어졌고, 동네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설 테니스장은 없어지거나 골프연습장으로 바뀌었다. 안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판이라, 학교 코트도 남아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테니스장을 운영.관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테니스 레슨비는 대략 12-15만원이다. 개인으로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코치로 봐서는 하루 열다섯명을 가르친다 해도 월 200여만원이 고작이다. 그 돈으로 공값 등 유지비를 내고나면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 미국같이 땅이 드넓은 나라야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같이 3면이 바다고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사람들의 관심마저 없으니 테니스의 운명은 그리 밝지 않을 것 같다. 이형택이 꾸준히 성적을 올리며 그랜드슬램 대회에 출전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 나이

난 서른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6개월의 레슨으로 최강의 포핸드를 갖추긴 했지만, 좀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하니 아쉬워 죽겠다. 고교 때 테니스 레슨을 다닐 때도,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테니스를 가르칠 때도 난 전혀 테니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테니스를 그때부터 쳤다면 살도 지금처럼 안쪘을테고, 실력도 훨씬 좋았을텐데. 물론 지금도 동물적인 빠른 발과 무시무시한 포핸드로 상대를 위협하지만, 결정적으로 백핸드가 약하다보니 포핸드로 오는 것도 마구 뛰어가 백핸드로 받아야 하니 약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십년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윔블던>을 영화로 보는 대신 선수로 출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 때문에 젊은 애들을 보면 “테니스도 좋은 운동이다”라고 권해 보지만, 내 얘기를 듣고 테니스를 시작했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영화의 주인공 피트는 31세의 나이로 윔블던에서 우승한다. 비외른 보리가 활약하던 때만 해도 그런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10대와 20대 초반이 전성기고, 서른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 기술보다는 강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힘이 테니스를 지배하게 된 탓. 레이튼 휴잇이나 앤디 로딕 등도 이미 10대 때 세계 정상에 올랐고, 현재 1위인 로저 페더러가 윔블던 정상에 오른 것도 22세 때다. 현재 24세인 그도 10대의 패기와 싸우는 게 힘이 드는지, 얼마 전 끝난 나스닥 오픈에서 19세의 라파엘 나달에게 고전 끝에 이겼다. 그렇게 본다면 30세까지 버틴 샘프라스나 그 이후에도 테니스계에 남아있는 안드레 애거시는 정말 대단한 선수가 아닐 수 없다.


3. 랭킹

영화 주인공 피트는 전성기 때 세계 랭킹이 11위였단다. 십년 정도 뛰었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300만달러 이상은 벌었을 것이다. 은퇴 후에는 피트처럼 일류 클럽의 레슨코치가 될 수도 있고, 해설자가 될 수도 있으니, 랭킹 100위 안에 들 정도면 먹고 사는 데는 크게 걱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테니스 인구 200만 중 내 랭킹이 112만7천등에 머물고 있는 걸로 보아 100위 안에 든다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4. 집시

일년간 세계 여러 곳에서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선수들은 그래서 각 나라를 돌면서 대회에 참가하는데, 정말이지 생활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이번주는 이 나라, 다음주는 저 나라. 열 살 이전에 테니스를 시작한 그들은 테니스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테니스 머신으로 자라난다. 우승 기념으로 선물받은 차를 “운전을 할 줄 모른다”며 거절한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스테피 그라프처럼. 내게 테니스는 ‘재미’지만, 그들에게는 ‘생계수단’이며 모든 것이다. 한창 꿈많은 10대, 20대를 집시처럼 보내야 하는 선수들에게 일탈의 욕구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15세의 나이로 US오픈 4강에 올랐던 제니퍼 카프리아티가 마약에 빠진 것도 그런 이유일 터인데, 그런 유혹들과 싸워가며 정상권을 지킨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5. 커스틴 던스트

<스파이더맨>에서 이 여자를 봤을 때 “뭐 저렇게 안예쁜 배우를 썼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순전 내 생각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은퇴한 테니스 선수인 모니카 셀레스를 닮았다.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던 그라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을 무렵, 셀레스는 경기 도중 그라프의 팬을 자처하는 이에게 목을 칼로 찔리고 마는데, 그로 인해 오래 코트를 떠나야 했던 셀레스는 복귀 이후에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쓸쓸히 은퇴하고 만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그라프가 22개나 되는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현재 사라포바가 공을 칠 때마다 비명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원조는 바로 셀레스였다. 사라포바와 달리 셀레스의 비명이 각광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녀의 미모가 그리 뛰어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전에 사라포바가 왔을 때, 그녀가 내지르는 특유의 비명 소리에 옆에 있던 아저씨들이 킬킬거리며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은 뭘 생각한 걸까.


6. 테니스와 사랑

한물간 선수가 여자 테니스 선수를 사귀게 되고, 사랑의 힘으로 우승한다는 영화 스토리는 안드레 애거시를 연상케 한다. 한때 100위 밖으로 밀려난 애거시는 세계 1위 스테피 그라프와 결혼하면서 다시금 전성기를 맞는다. 힘이 절대적인 것이 되어버린 테니스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기술을 이용한 재미있는 테니스를 구사하는 애거시는 2년 전의 호주오픈에서도 우승을 하는 등 현재 35세의 나이에도 랭킹 13위를 지키고 있다.


그라프와 결혼하기 전 애거시는 한때 세계 제일의 미녀였던 브룩 쉴즈와 결혼했었고, 그 이후 성적이 부진했었는데, 결국 둘은 결별의 길을 걸었다. 아가시에 의하면 결별의 이유가 “그녀가 테니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테니스 선수가 힘든 것처럼 선수의 애인도 힘이 든다. 아니, 어쩌면 더 힘들 것이다. 자기 생활을 포기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일년 내내 해외로만 떠도는 선수를 어떻게 다 따라다니겠는가. 브룩 쉴즈와 사귈 당시 애거시의 경기 때마다 관중석에 있는 브룩 쉴즈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곤 했었다. 윔블던에서 애거시가 지고 나서 울던 장면은 지금도 뇌리에 선하다. 궁금해진다. 지금 뛰는 선수들의 애인들은 다 테니스를 이해하는 사람들일까. 결혼 이후 성적이 부진하다면, 그게 아내 탓일까? 애거시의 부진을 브룩 쉴즈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에 그때나 지금이나 동의할 수가 없다.


7. 영국인의 윔블던 우승

영국 선수가 영국 땅에서 열리는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건 50년도 지난 일이다. 영국은 그저 장소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윔블던 효과’라는 말도 생겼는데, 영화 <윔블던>에서 영국 선수인 피트가 우승하는 것은 그러니까 50년도 넘은 영국인들의 숙원을 담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영국 선수 중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로는 팀 헨만이 있었다. 우승권에 근접했다 뿐이지 우승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그를 위해 영국 측에서는 대진표를 유리하게 조작하는 등 별의별 쇼를 다했다. 98년인가는 그게 워낙 심해서 우승후보들이 초반에 격돌하느라 다 떨어졌고, 헨만만 유유히 4강에 올라 선수들의 불만을 산 적이 있다. 물론 준결승전에서 다른 선수에게 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게 꼭 영국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프랑스 오픈에서 프랑스 선수가 우승한 것도 까마득한 일이고,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가 결승에 올랐을 때, 29년만에 호주선수가 우승을 하느니 하면서 난리가 났었다 (사핀에게 지면서 그 꿈은 좌절되었다). 우리 선수들끼리만 출전해서 그런 거겠지만, 코리아오픈에서는 번번히 한국 선수가 우승을 하니 우린 다행이다^^


8. 결론

테니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 참고로 말하면 이 영화의 촬영은 작년도 윔블던 기간 중에 이루어졌는데, 폴 베터니는 영화를 찍으면서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세계 정상의 선수들이 테니스를 치고 난 뒤 끝에 허섭하기 짝이 없는, 그것도 마임 수준의 테니스를 선보여야 했기 때문. 자기 딴에는 영화를 찍느라 열심히 배웠다지만, 테니스가 어디 몇 달 가지고 될 운동인가. 선수로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윔블던 무대를 직접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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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5-04-1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

sweetmagic 2005-04-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주인공의 궁시렁 털털 거림이 꽤 웃겼다는 ㅠ.ㅠ;;

아 저는 테니스 한 삼년 첬는뎅, 그때 코치 선생님 왈..

넌 왜 테니스 라켓으로 야구를 하냐 ????? ㅠ.,ㅠ

플레져 2005-04-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들은 만능인이어야 할 것 같아요. 흉내만 냈다가는 어림없으니 말에요...

짱구아빠 2005-04-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중학생 정도일 때만 해도 주변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울 아부지,사촌 형(이 형은 학교 대표선수도 했구요)등등) 그런데 요즈음은 테니스를 친다는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있던 테니스 코트도 다른 용도 전용되는 경우가 많구요..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스쿼시도 배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 코치라든지 운영하시는 분들이 전업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라켓 운동 수요자들이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한 것 같아 안타깝더라구요..
대신 골프를 배우는 사람들은 셀 수도없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꼭두새벽부터 골프장으로 향하는 이들도 많구요.. 그런데 운동의 효과라는 측면(짧은 시간에 많은 땀을 내고 칼로리 소모를 극대화하는..)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골프장 하나 세울 면적이면 테니스 코트나 스쿼시 코트는 수도 없이 많이 만들수 있다는)을 생각하면 골프에 경도되는 경향들이 반갑지 만은 않네요.. 요새는 스쿼시 치러가도 같이 칠 사람이 없어 벽만 치다 오는 경우도 종종 있고,주변에서 하도 골프 타령들을 해대서 배워볼까 생각도 들긴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을 홍건히 흘리고 숨을 헐떡일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골프에 얼마나 흥미를 붙일지는....

드팀전 2005-04-1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테니스 좋아해서 29살에 6개월 레슨을 받았습니다.초반에 코치가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며 얼마나 똥개 훈련을 시키던지...아시죠.네트 쪽으로 몰아놓고 또 로브..
" 잡아...." 그러면 진짜 뭐빠지게 뛰어가서 간신히 넘깁니다.그럼 발리로 또 앞에다 툭떨어뜨리고..."뛰어..." 그럽니다.간신히 넘기면 '나이스'...진짜 개거품물었지요.^^서브도 좀 들어가기 시작하고 백핸드도 좀 되나 싶었는데....갑자기 일이 바뀐겁니다.(그전에는 밤근무를해서 오전에 시간이 좀 났는데)퇴근하면 8시넘어버리니....그이후 수년이 흘렀는데 제대로 한번도 치지 못했습니다.지금도 다시하고픈 맘은 있는데 다시 배워야될것 같아요.작년인가 한번 후배랑 가서 했는데 하여간 대충은 알겟는데 그 미세한 밸런스가 맞지 않고 타이밍도 영....다 꽝된거죠.
요즘도 우연히 동네 테니스장에서 사람들보면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테니스가 안좋은게 누가 같이 쳐야된다는 거 같아요.농구같은건 공들고 혼자가서도 할 수 있는데.벽치기는 몇십분하면 지겹고...

하루(春) 2005-04-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시(중학교 이후) 테니스를 할까 생각중인데... 이거 보니까 더 배우고 싶어지네요.

인터라겐 2005-04-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남편하고 테니스를 배워볼까하는 얘길 했어요..
두사람의 공통된 취미가 없어서 뭘할까 고민하던중 자전거를 사서 한강까지 타고 가고 거기서 테니스를 치고 오자 뭐 이런 얘기들.... 그런데 둘러보니 테니스장이 많이 없더라구요..제가 아는곳은 딱 2곳이예요...구반포에서 현충원방향으로 꺽어지는곳에 있는 테니스코트장하고 한강대교 넘다 보면 있는 코트장... 학교소운동장에서 테니스를 즐기던 선생님들 모습이 생각났는데 아침에 보니 테니스코트장이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더라구요... 스쿼시는 배워봤지만 늘지를 않아서 관뒀답니다. ㅎㅎ
그런데요...골프치는 마태님은 상상이 안가는데 테니스치는 마태님은 상상이 ....헉헉거리면서 코트를 가로지르는....

하루(春) 2005-04-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드팀전님 말씀 듣고 보니, 다시 고려해봐야 겠네요. 파트너 그냥 아무나 구해서 치면 안 되나요? --;;

paviana 2005-04-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바니세비치를 좋아했어요..
왜냐고요? 잘생겼잖아요..
단순한 저에게 뭘 더 바라시는건 아니겠지요..
테니스 코트가 사라진건 세금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테니스장에 세금을 별로 안 먹여서 노는땅을 코트로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군요...흙만 잘 고르고 별다른 장치없이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랬는데 테니스장에도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건물을 짓기 시작했대요..

moonnight 2005-04-1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서울엔 개봉했군요. ^^;(문화격차를 실감 -_-;)
저도 보고 싶은 영화인데, 재미있겠어요. 저도 테니스를 좋아하거든요. 보는 것만이지만. ^^;
근데, 정말 리뷰가 상세하시네요 +_+ 메모를 하며 영화를 보신다는 말씀. 실감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05-04-14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안 2005-04-1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서울 올림픽때 슈테피 그라프를 보고 테니스를 배우기로 결심 했었죠. 그리곤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지....볼 주고 받을 정도 되었을땐 주위에서 " 사바티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죠. 그때가 생각 나는 군요.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꼭 봐야 겠어요~

마태우스 2005-04-1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은님/그라프 그때 대단했죠. 그런데 사바티니란 선수, 미녀스타로 알려진 분인데 님의 별명이 사바티니군요!!
문나이트님/개봉했었구 지금쯤은 종영했을 겁니다. 영화 보면서 내내 적기만 했어요^^
파비아나님/서비스가 세기로 유명한 그 선수, 반항적으로 생긴 남자를 좋아하는군요.... 아아 세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니. 테니스코트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하루님/용기를 내십시오. 님처럼 파트너에 목마른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저도 십년째 꾸려나가는데, 가장 어려운 게 누구랑 치는가예요. 구해놓으면 부상으로 이탈하고 그래서 고생이 많았죠. 잘치게 되면 저희 팀에 합류하심 어떨까요?^^
인터라겐님/제가 보기보단 몸이날렵하다니깐요!! 글구 부부끼리 테니스 치면 안됩니다. 둘다 잘치면 좋지만, 안그러면 사이가 더 나빠질 수도.... 다른 여자는 참아도 자기 부인은 못참는 게 남자들 아닙니까. 글구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테니스장이 바로 중지도 코트고, 이번에 없어진 곳이랍니다.
드팀전님/파트너 만드는 거 참 어렵죠. 동네 테니스장에서 다른 사람 치는 거 바라보는 건 저랑 똑같네요^^
짱구아빠님/저도 같은 이유로 골프는 싫어요. 게다가 왔다갔다까지 합하면 하루종일 걸리잖아요. 운동은 역시 숨이 가쁘고 힘들어야 한다는..... 그나저나 테니스 칠 곳이 점점 없어져 가는 건 슬픈 일이어요
플레져님/이 영화 주연들의 경우 실제로 배우기도 했고, CG도 많이 썼답니다
매직님/거친 테니스를 치기엔 님이 지나치게 우아하죠^^
마녀님/제가 좋아하는 주제라서요^^
 

 

친구가 <아무도 모른다>를 보자고 바득바득 우길 때, 난 <마파도>나 보지 뭐 저런 영화를 보겠다고 그럴까 싶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그 친구에게 감사했다.


난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본다. 미리 알면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반전에 놀라지 않게 되니까. 하지만 그런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야기라 유아가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제치고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최민식이 “저런 배우에게 상을 줄 수 있는 칸이 위대하다”고 했던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내가 먼저 저 영화를 보자고 졸랐을 테니까 말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런저런 정보들에 귀를 꼭 막고 육감만으로 영화를 고르는 건 오히려 위험하며, 계속 그딴 식으로 살다간 좋은 영화를 번번히 놓친다.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영화거니 생각했었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공포로 치닫는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는 자막을 봐서인지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훨씬 더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다. 눈이 붉게 충혈되는 우리와 달리, 배우들은 아무도 울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사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었다. 그게 더 슬펐다.(여기서부터 강력 스포일러)

2남2녀, 우리집과 똑같다....

 

애들 엄마는 이 남자와 사귀다 애 하나 낳고, 저 남자와 사귀다 또 하나 낳고, 이런 식의 생활을 하다가 애 네명을 얻었다. 애들을 학교도 안보내고 장남에게 살림을 맡긴 엄마는 또다른 남자와 연애를 한다. 집에 안들어오는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더니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해버리는 엄마, 애들은 돈이 없어 굶주리는 상황에서 “엄마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몸이 떨려왔다. 공포영화란 게 꼭 귀신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주인공이 엄마를 버린 남자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걷는 장면, 전기가 끊겼음에도 냉장고에다 마실 물을 넣는 장면, 이것저것 냄새를 맡아 보지만 하나같이 땀내가 나는 티셔츠, 마음이 아픈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그날 난 집에 가서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두달간 깁스를 한 탓에 어깨가 굳어버린 탓. 2분쯤 지나자 어머니는 “이제 됐다. 그만해라”면서 “니가 해주니 시원하다”고 하신다. 엄마의 사랑을 난 당연하게만 여겨왔었지만, 부모에 따라서는 안그럴 수도 있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막내가 의자에서 떨어져 죽어갈 때, 주인공은 엄마의 편지를 받는다.

“잘 지내고 있지? 난 너를 믿는다”

믿기는 개뿔! 사귀는 여자를 꼬셔서 한번 자보려고 하는 남자들, 그리고 부모님이 자기에게 해준 게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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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4-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마태우스님의 '영화의 날'이로군요.. 이렇게 몰아쳐서 주르륵 올리시다니.. 얼마전에 영화리뷰특강을 한 덕입니까? ^^

stella.K 2005-04-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원 없이 보셨나 봅니다.^^

비연 2005-04-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정말 이렇게 다 보신 거에요? ^^ 부럽슴다.
저 이영화 보고 싶었는데...

서연사랑 2005-04-0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엄마'가 된 여자들에게 의미있는행복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저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엄마'는 이 영화를 보면 한없이 슬프고 우울하고 심지어 그 아이들을 버리고 간 누구인지도 모를 '엄마'에게 분노를 느낄 것 같군요.

그래도 보고싶은 건.....마태우스님의 리뷰때문인가요?^^

저번에 '팝콘 심리학' 로또에 당첨되었던 서연엄마였습니다.

sweetmagic 2005-04-0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넘 잔인했어요 진짜 다시 생각도 하기싫어요.
근데...소년이 너무 섹시했어요. 저 미쳤나봐요 ㅠ.ㅠ;;;;

줄리 2005-04-0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때문에 볼 영화가 너무 많아져서 원.. 시간을 두배를 부풀려주는 마술을 부리던지 해야 할거 같아요. 하지만 님의 리뷰를 보고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구 굳게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마태우스 2005-04-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sx님/아 이거 정말...............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매직님/님이 연하 스타일인 거 저는 압니다. 하하핫.
서연사랑님/엄마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행복이 님처럼 애와 더불어 있으면서 느끼는 게 아닐 수 있단 것도 동의할 수 있죠. 근데 그건 애한테 책임을 다한 뒤에야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가 돌보기 싫으면 파출부한테라도 맡기고, 그게 옳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먹고살고 배우게는 해놓고 나서 행복 운운해야지 않겠냐는 거죠. 그 엄마, 정말 잔인하고 무서웠어요
비연님/저도 맘잡고 보면 무섭다는 걸 나타내려고...호호
스텔라님/전 비디오를 못봐서 그래요.... 극장에서가 아니면 케이블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날개님/아 그것도 좀 관계가 있죠. 예리하신 날개님...

울보 2005-04-0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늘 마태우스님 집이신가보군요,,
전 비디오나 나오면 님이 소개한 영화 다볼거예요.
아직 류를 데리고 가기는 그렇거든요,,
류를 맡기고 갈마음은 전혀 없고ㅡㅡㅡㅡ
잘 들었습니다,
이다음에 영화를 볼때 다시한번 참조를 하지요,,,,,

아영엄마 2005-04-0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대신 다양한 영화를 보고 이리 글로 알려주시는 님께 감사의 의미로 추천을~ ^^*

마태우스 2005-04-04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저만 날날날 놀러다녀서 죄송해요
울보님/류는 행복하겠어요. 멋진 엄마를 두셔서요. 알라딘 하는 엄마가 그리 흔하겠습니까^^

마냐 2005-04-06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방금 보고왔어요. 지난번에 님의 '여기서부터 강력 스포일러'까지 읽고 안 읽었었는데...암튼, 엄청 찜찜해요. 찜찜해요. 찜찜해요......아, 너무하잖아요.
 

 

상 받은 작품은 안보는 게 내 관행이었다. 평론가만 만족시키는 아주 어렵고 난해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영화들이 주로 상을 받지 않는가. 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카데미상 타이틀이 붙은 건 그래서 외면했다. 하지만 <밀리온달러 베이비-이하 밀베>는 희한하게 보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권투 경기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로키>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건 권투영화라기보다 냉전 영화였고, 스텔론이 자기 근육질을 자랑하는 무대였다. <밀베>는 오래 전에 한물간 권투를 소재로 삼아서도 이렇게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75세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멋졌다. 누구는 75세에도 멋진데, 나는 20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멋과는 거리가 멀다. 신의 불공평에 항의하려고 석달째 머리를 안깎고 있는 중인데, 무성한 머리 때문에 목에 부담이 가는 듯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옆에 앉은 놈이 영화 내내 문자질을 했다. 그 인간을 째려보느라 영화의 감동이 2%쯤 줄었다. 그렇게 문자질 할거면 극장에는 왜 왔단 말인가.

-난 영화를 보기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가 매기를 안락사시킨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있던 토론수업의 주제가 안락사였는데, 토론을 준비한 애들이 동영상으로 그 장면을 방영했기 때문. 안락사 얘기를 들은 게 스포일러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영화의 감동이 줄어든 것은 절대 아니다. 희한한 것은 눈물은 꼭 콧물과 같이 난다는 사실. 나 역시 내가 쓴 휴지의 절반은 콧물을 닦느라 썼다 (손수건으로 닦는 애들은 콧물 닦던 수건으로 눈물을 닦았겠지? 으, 드러).

-이 영화를 보고나니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 된다. 프랭키는 신부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데, 신부는 이런다. “그건 안됩니다” “당신은 빠지세요. 하느님께 맡기세요”

종교의 완고함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촌철살인의 대사들

영화 속의 대사들은 웃음을 던져준다. <잠복근무>보다 훨씬 더 많이 웃었다. 하지만 슬픈 상황에서 발휘되는 유머는 사람을 더 슬프게 한다.

1) 매기와 프랭키의 대화 중

매기: 개 키워 봤어요?

프랭키: 개같은 새끼는 키워본 적 있지.

2) 물병만 들여다보는 권투선수 지망생이 있다. 그가 한 말, “저 엉뚱한 질문 하나만 할께요. 이 구멍으로-생수병-어떻게 얼음을 넣었죠?”


재미와 감동을 내게 선사해 준 멋진 영화였다. 안봤으면 오래 후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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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4-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데미에서 한껀 크게 올리더니 제값을 하는가 보군요. 보고 싶어라...ㅜ.ㅜ

줄리 2005-04-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다고 그리고 감동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매기로 나온 배우 인터뷰를 보니 아주 괜찮은 여자같더군요. 그래서 꼭 봐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하이드 2005-04-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랄까,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기분 몹시 드러워지는, 에잇, 젠장 퉤퉤퉤 하고 나오는 그런 영화였어요. ( -> 그러니깐, 좋았다는 뜻입니다. )

비연 2005-04-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괜챦은 영화였습니다..저도 보고..리뷰 올렸었는데..감동 그 자체입니다^^

sweetmagic 2005-04-0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 봤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05-04-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한자리에서 두번 보셨죠??? 다 알아요!
비연님/님 리뷰 저도 읽었었죠 영화를 통한 교감이란 게 바로 이런 것?^^
하이드님/제말이.......그말이죠
dsx님/서른두살이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근데 전...흑흑
스텔라님/요즘 아카데미가 대중의 눈높이로 내려온 듯하더이다. 아메리칸 뷰티도 그렇구, 타이타닉도.....

비로그인 2005-04-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보고 며칠 앓았어요.
너무 힘들고 슬프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더군요.

마태우스 2005-04-0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그러셨군요..... 저도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요. 매기의 눈이 지금도 생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