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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3
바버러 쿠니 그림, 루스 소여 글,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방학이고, 보충수업도 안하고 정말 온전하게 하루종일 집에 붙어 있는지 열흘째.
그동안은 아침에 일어나 딸내미 등원 준비를 해주고 유치원 버스에 태워보내면 다시 9시부터는 겨울잠 모드. 12시쯤 겨우 일어나서 집청소 좀 하고 빨래 돌리고 그리고 나서 커피 한 잔. 3시 30분에 아이가 도착할 때까지 알라딘 서재에서 탱자탱자 놀다가 아이 돌아오면 간식 좀 먹이고 다시 알라딘 놀이. 그리고 저녁 해 먹고 치우고 자고...
어미가 이러고 있으니 3월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우리딸 방학동안 공부해 놓은 것도 없고 영어학원 알아보러 간다는 것도 물건너 간지 오래고. 오늘 문득 내가 너무 한심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런 생각은 아주 자주 든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떤 엄마들은 하루에 동화책을 백 권 읽어주고(정말?), 영어동화 한 편에, 10개의 영단어에. 수학 연산연습까지 시킨다지만,
나는 그냥 소박하게 하루에 책 2권씩 같이 읽어주기로. 이 결심만 지켜도 나는 정말 훈늉한 엄마!라고.
이 대단한 결심의 첫날,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이 바로 '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다.
가난한 신기료 장수는 농부의 신발, 빵집 주인의 신발을 고쳐주고 얻은 먹을거리들로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전쟁때문에 살림이 어려워지자 신기료 장수의 형편도 더욱 딱해지기는 마찬가지. 크리스마스날이 되자 군인들의 신발을 고쳐주고 돈을 벌어오겠노라며 착하고 어린 세 아들을 두고 집을 떠나는 신기료 장수.
어린 세 아들은 '절대 아무도 집에 들이지 말라'는 아버지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너무나 얇은 이불 한장을 나누어덮고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길 수 밖에 없다.
그 밤에 오두막을 찾아온 괴짜 노인. 바람 속에 노인을 버려둘 수 없어 아버지와의 약속을 져버리고 오두막에 들어오게 한 착한 아이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지 침대를 차지하고 먹을 걸 내놓지 않는다고 고래고래 고함까지 치는데...과연 이 노인은 누구였을까?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 전해내려오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라고 하는데 책 뒷부분에 실린 해석과 좀 다르게서 내멋대로 해석을 덧붙이자면 -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헐벗고 굶주린 네 이웃에게 잘 해 주는 것이 곧 나에게 대접하는 것' 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다. 그럼 사람이 복받을거라고. 당연히 옳은 말씀이지만 내 형편도 어려운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 정말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나 어렵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그 어려운 일이 아주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은 아니라는 걸, 우리가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사실적이면서도 충분히 환상적인 세밀한 그림도 참 좋다.
참! 신기료 장수는 헌 신을 고치는 사람이란다. 책 들고 오면서 아이가 '신기료 장수'가 뭐냐고 묻길래 아무 생각없이 향료(후추나 뭐 그런 것)파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딸에게 망신당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