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TV에서 해주는 <어깨동무>를 졸음을 참아가며 봤다. 잠을 쫓으며 본 이유는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었기 때문.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포스터가 붙었을 때 “저딴 걸 누가 보냐”고 넘겨 버렸는데, 아따 그 영화 재밌더만. <가문의 영광> 이후 코믹에도 재주가 있음을 만방에 알린 유동근은 이 영화에서도 물오른 코믹을 선보이고, 연기의 화신 이문식이 영화의 재미를 두배, 아니 세배 쯤 높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난 <마파도>를 생각했다. 지금쯤은 400만을 돌파했을 그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어깨동무>보다 나은 것이 뭐가 있을까.
1) 줄거리: ‘마파도’는 160억짜리 로또 영수증을 둘러싼 해프닝을 다루고, ‘어깨동무’는 범죄 현장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둘 다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마파도; 로또 영수증을 돈으로 안바꾸고 버티다 잃어버린다.
-어깨동무; 중요한 비디오테이프를 왜 그리 허술하게 보관하냐? 그리고 찾으려면 집을 뒤져야지 왜 사람만 쫓냐? 나중에 장회장 일당을 소탕할 때 보니까 비디오가 없어도 붙잡아 들이더만.
2) 이문식; 마파도에서 비리 경찰로 나오는 이문식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어깨동무’처럼 꼴통으로 나오는 게 딱이다. ‘어깨동무’에서 인질을 상대로 가짜 경찰 노릇을 하는 조폭들의 대화
조폭1: 우린 말야..비밀 형사야.
인질: 그렇다면 에이치디?(정확히 못들었다)
조폭1: 그래, 바로 그거야.
이문식:(괜히 끼어들어서)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FBI야!
인질: 그건 미국 아니어요?
이문식: (당황하더니) 우린 ....싸스야!
조폭 1은 결국 두목에게 가서 이런다. “나 쟤랑 일 못하겠어요. 꼴통도 정도가 있지...”
3) 결말
-마파도: 대마밭이 나오고 그러더니 갑자기 해피엔드 풍으로 끝난다. 담배 연기와 함께.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어깨동무: 품삯을 못받아 열받은 유동근 일당과 장회장 일당이 대판 싸운다. 숫적으로 밀리는 유동근은 경찰들을 데려와 장회장을 소탕한다. 그렇다면 유동근이 좋은 편일까? 하여간 하여간 말이 안된다.
4) 개인기: 그럼에도 <어깨동무>가 더 웃겼던 것은 배우들의 개인기가 뛰어났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줄거리에 녹아들어가는 유머를 보고 싶지만, 이 정도 개인기가 어디냐며 봐야 했다.
영화를 무슨 심오한 목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긴 하다. 영화에서 혁명에의 가능성을 발견한 옛날 좌파들처럼. 나? 난 큰 욕심 없다. 아무리 모든 게 다 후지다해도, 날 웃게만 할 수 있다면 난 만족하련다. 학벌주의를 선동하는 <가문의 영광>도 내가 웃었으니 좋은 영화다. 줄거리가 말이 안되는 <어깨동무>도 내겐 좋은 영화다. 그런데도 그 안웃긴 <마파도>가 흥행을 하고 <어깨동무>는 참패를 했으니, 사람들의 기준은 나랑 많이 다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