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 - 사십대 가장과 세 여자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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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까지 읽었으니 순서 상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박균호 님이 내신 책은 다 읽은 셈이다.

뿌듯하다, 전작주의 목록에 1인을 추가할 수 있겠다.

새로운 책이 나오면 구입해 읽을 의사는 있지만,

혹여 빼놓고 못 읽은 책이 남아있다해도 일부러 사서 읽는 수고는 안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글쓰는 스타일은 이 책'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를 경계로 바뀐 것 같은데,

내가 '독서만담'을 읽고 완전 재밌다고 설레발을 쳤던 그 스타일이 이 책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재미를 위해 지나친 과장을 한 것 같지만,

그 과장을 걷어내고 내면으로 파고 들어보자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말 그대로 일상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이다.

 

이 책의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이렇게 책으로까지 일상을 엮은 이유는 우리 가족의 역사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내가 기록함으로써 특별한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상의 힘을, 기록의 힘을 그렇게 믿는다.(5쪽)

 

나는 글 뿐만 아니라 삶도 그런 것 같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님의 시'꽃'처럼,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내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특별한 역사'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아내, 딸, 어머니 세 여자 중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하였다.

나도 몇 년전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모셨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것 같은데,

그런 아픔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것도 좋았다.

일상을 무덤덤히 얘기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큰 울림을 준다.

위트와 농담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어제 넷상에서 논란이 됐던 '최영미 시인'도 '네티즌들이 위트가 없다'와 '농담이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물론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라며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신 황현산 님의 의중은 알겠다.)

 

최영미 시인이 욕을 먹는 이유는,

아니 적어도 내가 욕을 하는 이유는,

그녀가 갑질을 해서 욕을 하는게 아니라 철딱서니가 없어서 이다.

그녀는 '위트와 농담'이라고 하는데, 그 호텔에 보낸 메일을 보게 되면 진지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월세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을때,

호텔에 스폰서를 알아보는게 아니라,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법을 궁리한다.

그 중 하나의 방법으로 호텔을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수영장'이 있는 '특급호텔'을 조건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암튼 삶의 간난신고를 시든, 소설이든, 글로 표현해내는 게 살아있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박균호 님의 그것이 다소 투박하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박균호 님의 이 책이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글이 뒤로 갈수록 짧고 힘이 없어진다.

그러니 힘 빠진 짬뽕공처럼 '통통~' 튀는 맛이 없다.

뒷 부분을 좀 보완해서 힘을 실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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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12 19:51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이 인용한 책 5쪽의 문장을 보면서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생겼어요. 언제부터인가 글 쓰는 일에 매너리즘을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동안 기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책 읽고 글을 쓰는 일이 평범해보여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9-14 08:57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그래서 좀 뜸하셨군요~^^
님 편하신 대로 하면 되는거죠.
하지만,
But,
님의 것처럼 훌륭하고 좋은 글은 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