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일, 병신년 삼월 초 열흘. 달빛은 교교하니 밤도 야심한 삼경(三更) 즈음에 소생은 드디어 로마제국쇠망사를 다 읽고야 말았다. 연이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하’ 하는 도터지고 박터지는 깨우침은 차마 없더라도 ‘탁’하며 무릎치는 경쾌한 소리 정도는 있어야 마땅할 것이관대, 소생은 역시 축생이라 무슨 허기가 지는지 다만 ‘쭙쭙...쩝쩝...’거리는 입맛 다시는 소리밖에 나오질 않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 깊은 밤에.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과도 같은 이 책을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롱롱롱타임어고는 확실하다. 뒤져보니 2015년 3월 25일자 페이퍼에 4권 520쪽을 읽고 있다는 기록이 최초의 기록이다. 좋게 말하자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읽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읽었고, 여름날의 호숫가에서도 읽었고, 가을의 공원 벤취 위에서도 읽었으니,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의 사랑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적으로 읽었다.(무슨 소린지...) 그렇다 세월가는대로 읽었다. 우공이산이라니 우습다. 이산(移山)은 커녕 부질없는 삽질만 헛되이 분주했다. 아이고 허리야...

 

1권 694쪽, 2권 561쪽, 3권 554쪽, 4권 581쪽, 5권 635쪽, 6권 664쪽. 어쨌든 대단하다 3689쪽을 읽었다니 말이다. 스고이데쓰. 하도 오랫동안 읽어서 그동안 뭘 읽었는지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무슨 특별한 느낌이나 감상도 없다. 한심하다면 한심하다. 뭐 소생의 독서가 대충 다 이 모양이다. 다만 축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작을 읽어내었다는 데에 깊은 의미를 두기로 했다. 왜 이런 거 있지 않은가 “어머머머머, 이거 왜 이러세요. 제가 이래봐도 <로마제국 쇠망사>를 다 읽은 사람이에요....아니....돼지예요...음....”

 

민음사는 이 쇠망사 6권이 ‘국내 최초 영한대역 완역본’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기번의 저작 원본에는 각주가 원래 8300여개가 있었고(이른바 ‘기번의 잡담’ 혹은 ‘기번의 수다’라는 것이다.) 민음사가 번역 대본으로 삼은 버리(J.B.Bury)판에는 4700여개로 줄었는데 민음사는 이중에서도 본문 이해에 큰 필요가 없는 350여개는 번역을 생략했다고 ‘일러두기’ 및 ‘후기’에서 실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어판을 제외한 어느 판보다 각주를 많이 번역했기 때문에 ‘감히 완역판이라고 자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생도 사실을 토설하자면 완독이라 할 수 없다. 각주를 다 읽지는 못했다. 각주는 거의 반 밖에 읽지 않은 것 같다. 350여개나 생략했다고 하는데도 각주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읽으려고 하면 본문 흐름이 번번이 끊어지고 해서 읽다 말다 했던 것이다.

 

읽을 때마다 잊어버리고 마는데 이 책이 사실은 쓰여진지 꽤 오래된 책이다. 1776년에서 1788년에 걸쳐서 간행되었으니 230년도 훨씬 넘은 책이다. 아시겠지만 내용은 서기 2세기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에서 시작하여 서로마 제국의 멸망, 동로마 제국의 창건, 신성로마제국의 건국, 투르크에 의한 동로마제국의 멸망까지 약 1400년간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역사를 최초로 개관한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다.

 

기번은 대장정의 마지막에 와서 자신이 이 오랜 여정을 처음 구상했던 그때를 회상하고 있다. “거의 20년동안 내 삶의 즐거움이자 활력이었던 이 작품을 집필할 생각을 처음 품은 것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폐허에 서 있을 때였다.” (6권 664쪽) 그렇다. 온전하게 보존된 유적이나 화려하게 복원된 유물보다 우리의 감흥과 영감을 더욱 자극하고 충동하는 것은 어쩌면 ‘폐허’인지도 모른다. 그 폐허가 품고있는 어딘지 안타깝고 쓸쓸한 몰락과 쇠망의 정취인지도 모른다. 눈 밝은 이들은 이끼 낀 초석들, 부러져 뒹구는 신전 기둥들 사이의 그 쓸쓸한 폐허 속에서도 지난날의 찬란했던 번영과 영광의 흔적을 찾아 낼 수 있을지니, ‘맥수지탄(麥秀之嘆)’의 고사가 옛 시인의 허사는 아닐 것이다.

 

끝으로 각 권 뒷 표지에 인쇄된 각계 각층의 어마무시한 헌사를 옮겨본다. 다만 한가지 첨부하자면, 기번은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에 대한 평가에서는 야박해서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쓴 스티븐 런치만 경 같은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기번에게는 비잔티움은 추잡한 미신의 막간극에 불과한 무시되어 마땅한 존재였다’

 

<제1권 뒷표지>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읽는 동안 에드워드 기번은 언제나 나에게 북극성 같은 길잡이였다. 기번의 정신은 모든 저명한 서구 역사가들 중에서 일찍이 유례가 없을 만큼 강력하고 눈부시다. 기번은 역사를 탐구하고 서술하면서 역사 분야뿐 아니라 그 어느 문학 장르의 작품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걸작을 만들었다. - 아놀드 토인비

 

<제2권 뒷표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서술된 독특한 역사서다. 1400년에 걸쳐 서서히 멸망해 가는 대제국의 역사를 치밀한 묘사와 탁월한 해석으로 하나하나 짚어 간 이 웅편거작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악덕들이 장강의 물결처럼 펼쳐진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권력욕과 성욕, 뒤틀린 심성과 모자라는 지성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제위 찬탈, 골육상잔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기번은 이토록 불완전한 인간이 자신의 불완전선을 무릅쓰고 쌓아올린 인류사 최대의 영광으로 로마사를 조망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역사서이면서도 단순한 역사 서술을 뛰어넘는 문학 작품으로서 독자적인 인간관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불후의 고전이다. - 이인화

 

<제3권 뒷표지>

기번은 역사의 바다를 항해하는 항해사다. 아마도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인물일 것이다. 그의 글은 마치 잘 건조된 배를 보듯 웅장하고 정교하고 듬직하다. 200년 전에 출간되었음에도 <로마제국 쇠망사>는 지금도 여전히 우뚝 서 있다......그는 인간 성취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으며, 그가 서술한 로마 제국의 쇠망은 작금의 세상을 뒤흔들 격렬한 변화를 암시하고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는 표지판이기도 하다. - E.M. 포스터

 

<제4권 뒷표지>

기번은 고대와 근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는 이 야만의 세기들이 보여 주는 음울함과 무질서함의 깊고 넓은 수렁을 눈부시게 오간다. - 토마스 칼라일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읽기 시작한 순간 나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문장에 즉시 압도당했다. 나는 게걸스럽게 기번의 책을 탐독했다. 한 장을 다 읽으면 뿌듯한 마음에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아주 즐겁게 읽었다. 심지어는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주석에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 윈스턴 처칠

 

<제5권 뒷표지>

기번과 함께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를 잘 보호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기번은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들을 균형감각을 잘 갖추어 가며 볼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는 압축하고 저기서는 확장한다. 그는 순서와 사건을 바꾸어 놓고, 강조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그는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엔터테이너이다...... 우리는 부드럽게 위아래로 흔들리는 목마에 올라타 몇 시간이고 로마 제국 쇠망사를 읽다가 어는 순간 목마가 땅을 떠났음을, 날개 달린 준마를 타고 있음을 알고 퍼뜩 놀란다. 큰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나니 아래로 유럽이 펼쳐진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간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 버지니아 울프

 

<제6권의 뒷표지>

기번에 대해서는 그가 자평했듯이, 근면과 엄밀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게 그가 지닌 것이었다...... 하지마나 역사를 쓰려면 무언가 더 필요하다. 글이 읽을 만해야 하며, 스타일과 의도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기번은 그 기념비적인 책의 품위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균형, 양감, 대조를 갖추고 있다. 기번은 이런 종류의 스타일을 전복적이고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구사한다. 그건 어디서 배운 걸까?...... 여기서는 우리는 타키투스에 이르게 된다. - 로널드 사임

 

 

 

 

 

 

 

 

 

 

 

 

 

 

 

 

 

 

 

 

 

 

 

 

 

 

 

 

 

 

 

 

 

 

 

 

 

 

 

 

 

로마제국쇠망사 완주를 축하하며 황송하옵게도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이 소생에게 황금월계관을 보내왔다.

소생은 그동안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 수호에 불철주야 헌신한 간담에게 영광과 기쁨을 돌렸다.

 

 

아래 사진은 로마의 폐허, 포룸 로마눔 지역이다. 카피톨리누스 언덕과 필타누스 언덕 사이에 위치한 이 지역은 제국의 정치, 경제, 행정, 종교의 중심지였다. 각종 신전, 회당, 원로원 의사당, 최고신관 관저, 각종 집무소 등이 즐비하던 곳이다. 세계를 지배하던 제국은 사라졌고 그 수도는 폐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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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4-0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완주~ 저도 읽어야할텐데 모셔두기만 한 ㅜㅜ

붉은돼지 2016-04-09 22: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비연님 ^^
사실 뭐 굳이 완주하지 않더라도 모셔두기만 해도 든든하죠.ㅎ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04-0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감축 드립니다. ^^

붉은돼지 2016-04-09 22:50   좋아요 0 | URL
감사하옵나이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6-04-09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져요! 저도 집에 모셔둔 [태백산맥](10권)이랑 [천일야화](6권)를 다 읽어야 될텐데... 전 3권짜리 [안나 카레리나]읽는데 거의 일년이 걸렸어요ㅠㅠ
알라딘에서 이런 전집을 읽으면 떡 스탬프(?)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붉은돼지 2016-04-09 22: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도요~~
떡 스탬프 좋은데요 ㅎㅎㅎ

북깨비 2016-04-10 00:17   좋아요 0 | URL
저도 집에 모셔둔 태백산맥 아직이요 ㅠㅠㅠ

붉은돼지 2016-04-10 21:13   좋아요 0 | URL
그래도 태백산맥은 재미있지 않나요?
저는 옛날에 참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

물루 2016-04-09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책읽는 품이 얼마나 드는지 알기에, 본인은 얼마나 뿌듯하고 충만할까 그려지네요.

붉은돼지 2016-04-09 23:07   좋아요 0 | URL
사실 뭐 대단한 거는 없습니다^^
그냥 세월대로 읽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별로 그렇게 뿌듯한 것도 없어요ㅜㅜ

서니데이 2016-04-10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다니 경축할 일이네요.^^
축하드립니다.^^

붉은돼지 2016-04-10 09:55   좋아요 1 | URL
감사하옵나이다. 서니데이님 ^^

고양이라디오 2016-04-1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주 축하합니다^^ 건담과 월계관 멋지네요^^ 로마광장에서 승선식이라도 한 번 하셔야 할 것 같네요ㅎㅎ

붉은돼지 2016-04-10 09: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님~
로마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제 쇠망사도 읽었으니 읽기 전의 로마와 읽은 후의 로마가 같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왠지 같을 거 같은 느낌입니다. ㅜㅜ ㅎㅎㅎㅎㅎ

cyrus 2016-04-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 글도 민음사 이벤트에 응모했으면 분명히 당첨되었을 겁니다. ^^

붉은돼지 2016-04-10 19: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cyrus 님 ^^
지난번 열린책들 이벤트에는 떨어졌지만 금번 민음사 이벤트에는 꼭 당첨되었으면 좋겠어요^^
뭐 이 글이 이벤트 응모 글은 아니지만요...

붉은돼지 2016-04-12 10:11   좋아요 0 | URL
cyrus 님...
제가 지금 pc로 보고 있는데요 님 서재에 댓글달기가 안됩니다.ㅜㅜ 닫아놓으신 건가요???
제 pc가 문제인가???

2016-04-12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4-12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저는 예전의 11권짜리 판본을 5-6권까지 읽다가 말았는데, 이 책은 구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ㅎㅎ 이런 책을 한번 읽는 다는 건 단순히 책을 읽거나 로마사를 읽었다는 의미이상 무엇인가 하나의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ㅎㅎ

붉은돼지 2016-04-12 09: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업적` 이라시니 ㅎㅎㅎㅎ 뭐, 소생 개인의 독서사적으로 볼진대는 업적은 업적이긴 합니다. ㅎㅎㅎㅎ
소설이야 도쿠가와 이에야스 32권 등 대하소설은 꽤 읽었지만 비소설로, 또 명색이 고전으로 이만한 분량을
읽어낸 건 처음이니깐요 ㅎㅎㅎ.....하지만 읽어내었다는 것 외에 다른 게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ㅜㅜ

가을벚꽃 2016-05-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서 이달의 마이페이퍼를 보고 들어왔습니다.
로마제국쇠망사를 다 읽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오래 전에 대광서림이란 곳에서 출간한 로마제국쇠망사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서...
항상 이 책이 숙제처럼 느껴지네요.
언제가는 읽을 날이 기대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붉은돼지 2016-05-12 10:5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가을남자님~
로마제국쇠망사 같은 책은 정말 무슨 5개년 계획 같은 거를 세워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ㅎㅎㅎㅎ
가을남자님께서도 한 1~2년 계획잡아서 천천히 세월가는대로 함 읽어보세요~^^
제 경우는 정말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

saint236 2016-05-2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생도 사놓고 그저 입맛만 다시고 있사오만...조만간...

붉은돼지 2016-05-26 14:44   좋아요 0 | URL
천천히 한번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시작해 보심이 어떨지요 ^^

전경숙 2016-06-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럽습니다 저는 읽다가 모셔 뒀읍니다
책꽂이를 볼때마다 머리 한쪽이 무겁습니다

붉은돼지 2016-06-13 16:59   좋아요 0 | URL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세월가는대로 한번 읽어보셔요 ㅎㅎㅎㅎ
우공이산의 정신으로다가 말입니다. 가늘게 길게...ㅎㅎㅎ
우공이산.... 이게 참 끈기가 중요하죠 네.....

기번 2018-06-0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홍돈님의 블로그에 온 사람인데~~ 저는 대광서림에서 나온 11권을 모두 독파한 사람입니다. 님께서도 독파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시오노 할멈은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번은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됨으로써 로마 가톨릭 제국 2000년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했죠.

로마의 멸망이 다가오자 로마인들은 기독교 국가로 변신했고, 현재 서구문명이 탄생했다는 거죠. 로마의 정통 후계자는 로마 가톨릭이라는 건데~~ 시오노 할멈은 다신교 로마야 말로 진정한 로마라는 망언을 하는게 웃겼죠.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스다 신타로 사진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일전에 본 transient-guest 님의 페이퍼는 소생에게 상기시키고야 말았다. 무엇을? 뭐, 6.25는 아니다. 한동안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책이고 약속이다. 소생이 언젠가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를 꼭 구해서 읽어볼 것이라는 헛된 다짐 말이다. t님의 페이퍼를 읽은 소생이 사슴이었다면 아마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다만 슬픈 모가지만 끄덕이며 먼산이나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나 연이나 소생은 역시 돼지로 비록 멧돼지과는 아니나 어쨌든 욕심 꿀꿀한 축생답게 상기의 그 순간에 바로 주문을 날렸다. 이 책이 절판된 역사는 유구하나 그래도 중고는 있었다. 정가는 15,000원, 중고가는 25,000원. 금요일날 주문을 넣었는데 책이 토요일 도착했다. 햐~ 요즘은 중고도 로켓 배송이구나 겁나 빠르다.

 

소생이 다카시의 이 책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성산(聖山) 아토스’ 때문이다. 소생이 아토스를 처음 알게된 것은 아마도 하루키의 <우천염천>을 통해서 일 것이다. 속세간에 생로병사로 지지고 뽁으며 부대끼는 중생들 중에는 혹 ‘구도’나 ‘구원’ 따위에 관심이 많은 종자들이 있어 절간이나 수도원에 관한 책들도 꽤 괜찮이 팔리고 있는 바, 축생이라고 뭐 다를쏜가. 소생도 차생에는 다시 아귀도, 축생도에 떨어지지 말고 부디 아미타불 계시는 극락에 왕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니 역시 수도원 같은 곳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듣기로 발바닥 피땀나게 갈라지고 고름터지게 찢어지는 고행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인종은 그럭저럭 수다하다고 하더라만은 아국 인사 중에 아토스를 다녀왔다는 사람은 아직 듣도 보도 못했으니 이는 물론 소생 견문이 일천한 소이임에 틀림없으나 이에 연하여 소생 아토스에 대한 관심이 꾸역꾸역 올라오는 것도 어쩌면 당근지사라 할것이라. 지금 뒤적여 보니 하루키가 <우천염천>에서 아토스를 방문한 것은 1988년 9월이고, 다카시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1982년이다.

 

‘성산 아토스’는 그리스 북부 아토스 반도에 있는 수도원공화국을 말한다. 전성기에는 20개 수도원에 4만여명의 수도사들이 있엇지만 지금은 1,000여명 정도 있다고 한다. 숫적으로는 쇠퇴하고 있지만 신기하지 아니한가. 요즘같은 세상에 이 위대한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정욕과 애욕을 버리고 딱딱한 잠자리와 거친 음식을 감내하며 기도와 묵상과 노동으로 일생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곳은 형식적으로는 그리스 국내이지만 그리스인들에게도 사실상 외국이다. 수도원 공화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국 대사관의 추천장을 먼저 받아야 한다. 그 추천장을 들고 그리스 외무국에 출두하여 아토스 공화국 입국허가장을 받아야 한다. 아토스에 들어가면 다시 아토스 당국의 입국체재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체재는 원칙적으로 3박 4일. 여성은 입국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동물도 암컷은 안된다. 수도원에는 나귀가 매우 많은데 전부 숫컷이다. 한가지 예외는 암코양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수도사들이 많아 고양이에 대해서 만큼은 금기가 느슨해졌다고 한다.

 

이곳은 흔히 수도원 공화국이라고 불린다. 반도에는 20개의 수도원이 있는데 그 수도원 공동체가 반도 전체를 보유하고 관리한다. 그리스의 국가권력이 미치지 않는 완전 자치구다. 1천여 년 전 동로마제국의 황제가 칙령을 내려 이 반도를 수도원에 준 이래 이곳은 그리스 정교의 성지로서 역대 세속 권력에게 그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중략) 천 년 남짓 동안 세속권력이 미치지 않은 덕분에 이 지역은 비잔티시대의 종교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 되었다. 세계 어디에도 비잔티 양식의 이콘이나 벽화가 여기처럼 풍부하게 남아 있는 곳이 없다.(p104-105)

 

이 책은 1982년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진가 스다 신타로가 40일간 에게해 연안의 그리스의 섬들과 터키의 고도들을 취재여행 했던 것을 바탕으로 하여 여행이 종료된 후 거의 20년이 지나서 만들어진 책이다. 원래는 월간 <플레이보이> 연재를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연재가 끝나면 단행본 발간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연재가 중간에 끝나버려서 단행본 작업도 중단되었다. 다카시와 신타로는 아테네에서 출발하여 코린토스, 미코노스, 델로스, 산토리니, 크레타, 로도스 등의 알알이 별같고 옥같은 섬들과 터키 해안의 밀레투스, 디디마, 안탈리아, 히에라폴리스, 에페소스, 페르가몬, 트로이, 이스탄불 같은 빛나는 고도를 거쳐 다시 그리스 쪽으로 넘어와서 테살로니케 그리고 아토스 반도에 이르는 에게해를 종횡으로 일주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책은 날짜별로 시간별로 장소에 따라 그때그때 유적을 소개하고 감상을 서술하는 편년체 서술 형태의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는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우선 서장(序章)이 거의 100여 페이지(8~103p)로 무척 길다. 서장의 제목이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다. 이 서장은 짧은 텍스트와 많은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에게해 일주 여행에 동참했던 보도사진가 스다 신타로가 1986년에 개최한 개인사진전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에서 공개된 사진과 다카시의 글을 재구성한 것으로 한편의 완결된 사진에세이 형태를 띠고 있다. 서장 다음에 서문과 본문, 후기가 나온다. 본문은 제1장~제4장,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4장은 1983년 당시 연재했던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월간 플레이보이 1983년 5월~8월) 마지막 종장은 다카시가 단행본 출간을 위해 새로 쓴 것이다. 후기에는 저간의 사정이 설명되어 있다.

 

제1장 ‘성산 아토스를 찾아서’는 정작 다카시가 아토스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끝나버린다. 제2장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는 니체의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 기독교와 희랍 신화에 대한 이야기. 제3장 ‘성(聖)스러운 신과 성(性)스러운 신’에서는 지모신(地母神) 아르테미스 여신에 대한 이야기. 아르테미스 신앙이 어떻게 마리아 숭배에 흡수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 제4장 ‘네크로폴리스와 묵시록’에서는 고대도시의 성벽 바깥 쪽에 두었던 네크로폴리스에 대한 이야기. 네크로폴리스는 ‘죽은자들의 도시’라는 뜻으로 묘지를 말한다. 사르코파구스(석관묘)와 요한계시록에 대한 이야기. 종장 ‘종말 이후의 세계’는 최초의 철학자인 탈레스와 그가 태어난 도시 밀레투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끝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본다. 다카시의 ‘역사 허무주의’는 소생도 동감하는 바이나, 니체의 ‘영원회귀’는 무슨 말인지 축생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기록된 역사를 기록되지 못한 현실의 총체에 비한다면, 우주 속의 바늘끝만큼이나 미소한 것이리라. 우주의 대부분이 허무 속으로 삼켜지는 것처럼, 역사의 대부분도 허무 속으로 삼켜지고 있다.(p47)

영혼불멸을 말하는 종교에 대하여 니체는, ‘영혼불멸 따위는 없다. 육체가 죽으면 영혼도 함께 죽는다. 그리하여 인간의 생명은 무로 돌아간다. 그러나 끝내는 모든 것이 영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p87)

 

 

 

 

 

 

다카시와 신타로의 에게해 일주 40일간의 여정도다.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삼지창처럼 생긴 곳의 세 반도 중 제일 오른쪽이 아토스 반도다. 29번이다.

 

 

 

 

 

 

지중해와 그리스 관련 책들도 꽤 모았었는데 역시나 정작 읽은 것은 별로 없다. 우천염천은 두 권이다.

개정판은 사진이 들어있다. 시골의사의 그리스 여행기는 시리즈로 기획되었는데 2권은 언제 나올지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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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토스에 대하여...
    from Value Investing 2016-03-31 14:20 
    붉은돼지 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저 또한 불현듯 바로 저기로, 말하자면 '에게'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저도 그동안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가끔씩 '아토스'라는 지명을 만나왔던 터라 그 지명이 그리 낯설지는 않은데, 이토록 자세하게 '아토스'를 담은 책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혹시라도 누가 제게 '아토스'에 대해서 말해 보라고 하면, 저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가장 먼저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
 
 
cyrus 2016-03-2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에게> 판형이 크군요. <문명의 배꼽 그리스>도 조금 두꺼운 책인데, 이거 포함한 10권의 책탑 길이와 비슷하네요.

붉은돼지 2016-03-28 11:32   좋아요 0 | URL
사진은 좀 크게 나왔는데, 큰 판형은 아닙니다. 22*15 크기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3-28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큼직하네요. 미리 구경합니다.ㅎㅎ 저는 내년 초에나 친구가 들고 올 것 같습니다. 유럽이 좋다고들 하는데, 저는 거기서 더 동쪽으로 들어가면 그냥 좋습니다.ㅎㅎㅎ 가보지는 못했어도, 신화의 땅이고, 우리 시대 서구문명의 발상지라서 그런지 님의 페이퍼를 읽은 지금 그냥 맘이 들뜨고 설레입니다.ㅎㅎㅎㅎ 근처에 계셨으면 술 한잔 고기 한 점 나눌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붉은돼지 2016-03-28 11:43   좋아요 0 | URL
책은 그리 큰 판형은 아닙니다. 사진이 많고해서 한 두어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토일 양일간 저 책을 두번 읽었는데요...뭐 감동적이고 그래서 그런건 아니구요 그냥 읽다보니 두번읽게 되었습니다. 양이 많지를 않아서 말이죠...그런데 문제는 다카시의 에게해 일주 40일여정 지도를 따라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꾸역꾸역 솟아오른다는 것이죠ㅎㅎㅎㅎㅎ 사실 책에는 소개된 내용은 여정지도의 29개소 중에 3~4개 정도일 겁니다만... 에게해를 품고 그 주변의 섬들과 고도를 둘러보는 여정은 너무나 매혹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혹시 언젠가 어쩌면 유럽여행 중에 에게해 어느 섬에서 우연히 만나는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서로 모르고 스쳐 지나가고 말이죠...ㅎㅎㅎㅎㅎ

서니데이 2016-04-0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붉은돼지 2016-04-08 09:34   좋아요 1 | URL
어머 서니데이님~~ 덕분에 어제도 그제도 즐거운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ㅎ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04-2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산 아토스에 가보고 싶네요. 무라마키하루키, 다치바나 다카시씨 제가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이 다녀왔군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성산 아토스에 다녀오지 않았던가요? 아무튼 먼가 신비롭고 매력적인 곳 일것 같습니다.

붉은돼지 2016-04-27 10:2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아마 아토스에 다녀왔을 겁니다. 차키스의 <지중해 기행>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에는, 안개가 짙고 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에는, 인적이 없고 어두운 호숫가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눈을 뜨고 "아빠"라고 속삭여 올 때에는, 자기를 찾는 전화벨이 심장을 두들기는 순간에는, 흔히들 무의식이라 부르는 '혼돈'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좀 보여줄까? (p122)   

그 유명한 정유정의(앞으로도 정유정, 뒤로도 정유정, 이건 별 쓸데도 없는 이야기지만 소생 지인 중에 정미정이라고 있다. 앞으로도 정미정 뒤로도 정미정, 혹시 정유정의 동생은 아닐 것이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7년의 밤>을 읽고 있다. 운명이 나에게도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지면 어떻하나 생각하니 무섭다.........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그 무슨 일이 무슨 일인 줄 읽으신 분들은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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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03-2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읽지 않았지만, 궁금합니다. 정투 이름이 의외로 종종 발견되네요.ㅎ

붉은돼지 2016-03-23 17:18   좋아요 0 | URL
강추합니다. 제가 아직 다 못읽어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사실 이게 몹시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간만에 읽는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여자와 아이를 폭행하는 부분 등....어쨋든 시간나시면 함 읽어보심이....^^

아~ 후배 중에 정다정도 있군요. ^^
 

열린책들 이벤트에는 떨어졌다. 

민음사, 황금가지 물론 더더더 있다. 찾기도 귀찮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당첨되는 건 아니더라.

역시 이벤트는 복불복!!  인생도 복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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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3-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아니 어떻게 이렇게 서재 정리를 잘하시나요 ? 존경합니다..

기억의집 2016-03-23 06: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생각하면서 서재구경했네요. 근데 곰발님 지난 번 페이퍼보니 곰발님 서재도 깨끗하던데요!

붉은돼지 2016-03-23 09: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전에 보니 곰발님 서재 깔끔하니 깨끗하던데요..
제 서재는 보기에는 저렇게 보여도 사진 찍는다고 이중으로 쌓은 책들 치우고 잡동사니도 좀 덜어내고 연출좀 한 것입니다...먼지가 소복하게 쌓였어요..책을 꺼내 보지를 않아서요..ㅎㅎㅎㅎ

원더북 2016-03-22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정리 멋지십니다. 많은 책 중에서도 제게 없는 책들에게 더 눈길이 가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사기열전] 쎄뚜!^^

붉은돼지 2016-03-23 09:58   좋아요 0 | URL
관상용이죠..뭐...ㅎㅎㅎㅎ 잃은 책은 거의 없어요 ㅎㅎ
사기 세트 뽀대나죠. 물론 값도 좀 나가죠 ㅎㅎㅎㅎ

nomadology 2016-03-2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집 서재가 아니라 어디 작은 서점 진열대 같아보입니다.

붉은돼지 2016-03-23 09:59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소박한 꿈은 온전히 저 자신을 위한 개인 도서관을 갖는 거입니다.
물론 로또가 당첨되었을 때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죠 ㅎㅎㅎ

sb 2016-03-2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완전 부럽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붉은돼지 2016-03-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b님 감사합니다.~ 제 반평생 피땀의 소산입니다. ㅎㅎㅎㅎ

cyrus 2016-03-2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 꽂은 책장을 보면 희열감 같은 마음이 느껴져요. 저는 책이 쉽게 뺄 수 있을 정도로 책을 빽빽하게 꽂아야 안도감이 생겨요. 책장에 책 한 두 권이 들어갈 수 있는 빈 자리가 생기면 허전해요. 그래서 책을 자꾸 사는 것 같습니다. ^^;;

붉은돼지 2016-03-23 11:24   좋아요 0 | URL
역시 책성애자다운 발언이십니다. ㅎㅎㅎ
열린책들 이벤트 당첨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혹시 이름이 좋아서 멋져서 첨된 것은 아닐까요 ㅎㅎㅎㅎ

cyrus 2016-03-23 15:14   좋아요 0 | URL
이름이라면 실명을 말하는 건가요? ㅎㅎㅎ 출판사 직원들은 제 이름을 잘 몰라요. 책 많이 사고, 정성 있게 글을 써서 뽑아준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3-2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정리입니다. 전 마구 쌓여있어서 당분간 정리를 포기했습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16-03-23 17:19   좋아요 0 | URL
이벤트 참여를 위한 잠시잠깐의 연출입니다. 사진촬영 후 원상복구(?)되었습니다.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3-3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돼지님~~
완전 꿈의 서재입니다. 너무 너무 근사해요.
이번에는 꼭 당첨되셔서 기쁨의 페이퍼 쓰시기를요...
저도.... ^^

붉은돼지 2016-03-30 09:38   좋아요 0 | URL
읽은 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 함정이죠 ㅜㅜ ㅎㅎㅎㅎ
단발머리님 이번 이벤트는 우리 모두 함께 꼭 똭 당첨되어 보아요 호호호호
 

너희들이 아비로서 자식을 편히 못 기르고 지아비로서 지어미를 보호해주지 못하며, 죽어서 간과 골이 땅에 흩어지고, 죽어서도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모두 다 나의 허물이다. 올해도 결국 또 저물어 바람이 차가운데 나는 객지로 떠돌며 병들어, 저 <시경>에 이른바 ‘눈비 내릴 때 떠나왔으되 어느덧 버들꽃 흩날린다’는 노래 그대로 세월의 덧없음을 견디지 못할지니라

 

내가 따스운 옷을 입을 적이면 너희들은 옷이 없을 것이요, 수북이 담은 밥을 먹을 때 너희들은 밥이 없을 것이니 내 너희들의 배고픔을 생각했으며, 내 침소에 누워 잠을 청할 적에 한데서 떨며 잠 못 드는 너희들의 밤을 생각하였다. 나라가 가난하고 백성의 힘이 다하여 너희들의 옷, 밥을 살피지 못하니 내 쓰리고 아픈 마음이 어찌 몸뚱이에 병이 든다 한들 이보다 더하랴.

 

너희들이 갑옷을 오래 입어 서캐가 생겼으리니 어찌 창을 베고 자는 괴로움을 견디어내느냐. 찬바람 속에서 잠들며 외로이 떠도는 길에 쓰라린 정회가 깊을 것이며 습기 찬 안개 속에서 병들어 죽는 근심도 크리라. 이제 가을바람이 불어 너희들의 그 남쪽 바다는 한결 더 추우리니, 어허, 너희들은 옷이 없으리니 나의 부끄러움이요, 너희들은 배고프고 목마를 것이니 내 기름진 음식을 넘긴들 무엇이 편안하겠느냐.

 

바람 불고 서리 찬 국경으로 임금의 가마는 파천하고 갑옷 번쩍이고 말발굽 요란하던 옛 도성의 선왕 무덤은 천 리나 떨어졌으며 돌아가려는 한줄기 생각이 물이 동으로 흐르듯 하더니 적의 형세가 기울어짐에 과연 하늘이 화를 푸는 줄을 알겠도다.

 

김훈의 <칼의 노래(문학동네)> p186-187에 나오는 ‘임금의 교서’다. 마음에 들어서 옮겨본다. 소생은 <칼의 노래>를 세 번째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며 가만 생각해보니 두 번째가 맞는 것 같다. 항상 ‘읽어야지’,  ‘읽자...읽자...’ 생각은 떠나지 않아서 셈도 앞서 나아간 모양이다. 처음 읽는 것 같은 대목이 많다. 세 번째라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2003년판 <칼의 노래>를 이미 가지고 있으나, 다시 읽기 위해 2015년판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14번 <칼의 노래>를 일부러 또 샀다. 무엇을 하자는 수작인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니 누구라서 나를 알 것인가?

 

주접은 그만 떨고, 앞부분의 ‘일러두기’를 보니 ‘이순신의 장계, 임금의 교서, 유시를 인용한 대목들은 대체로 이은상의 <이충무공전서>의 문장을 따랐다. 그러나 글쓴이가 지어낸 대목도 있다. 그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한다’고 나와있다. 문득 이은상이니 양주동이니 최남선이니 이광수니 하는 사람들의 글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구석기시대 유물같은 느낌이긴 하나 모두 당대의 기인재사들이었느니 영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에 소생 몸이 알라딘 굿즈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징징거린 적이 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알라딘 굿즈는 아니지만, 어제밤에 인터넷에서 도라에몽 바틀을 보고 그만 홀딱 반해서 오늘 퇴근길에 30분 걸어 드롭탑에 들러 도라에몽 바틀을 구입했다. 내 평생 드롭탑이라는 곳에 처음 가봤다. 도라에몽 보틀 너무 귀엽다. 소생은 일전의 알라딘굿즈 유리 보틀을 생각하고는 이것도 당연히 유리 재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함정이었다. 아아아아아 플라스틱이었다. 역시 굿즈는 알라딘. 그래도 도라에몽 보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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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세린 2016-03-15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저도 칼의 노래를 읽은지 꽤 지났네요ㅜ
분명 본 책인데 낯선 문장을 만날때면 기쁘기도하고 한편으론 작가분께 미안하기도합니다 ㅜㅜㅋ 시간내서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ㅎㅎ
새로운 부분을 잔뜩 찾을것 같아요ㅋㅋ!!

그리고 굿즈는 역시 알라딘이 최고예요😸

붉은돼지 2016-03-15 08:48   좋아요 1 | URL
제가 어디선가 읽으니 어떤 분은(누군지 기억이 안남..ㅜㅜ) 칼의 노래를 여덟번을 읽었다고 하더라구요..
도라에몽 뭐, 플라스틱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요 ^^

세실 2016-03-15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악.....이걸 드롭탑에 판단 말이죠. 청주에 드롭탑이 있나? 음.......

붉은돼지 2016-03-15 15:28   좋아요 0 | URL
음료(5200~5800원정도)마시면 8000원에 구매할 수 있구요.
단품으로는 13,000원하더군요..
세실님....청주에 드롭탑 없으면 제가 사서 보내드릴깝쇼??? ㅎㅎㅎ

세실 2016-03-16 11:08   좋아요 0 | URL
호호호 청주에도 세군데나 있어요.
마음 듬뿍 받겠습니다.
주말에 나들이 삼아 가보겠습니다^^

오후즈음 2016-03-1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드롭탑 가서 커피 한잔 안 마셔봤는데. 플라스틱이라도 괜찮아요. 이뻐요. 이뻐. 아 저 귀여운 도라에몽 ㅠㅠ

붉은돼지 2016-03-16 11:44   좋아요 0 | URL
이쁘긴 이뻐요 ^^
저는 딸래미 줬습니다. 좋아하더군요, 초등학생에게는 유리보다는 차라리 플라스틱이 더 나은 것도 같구요..유리는 장난치다가 파손될 위험이 있어서 말이죠~~

transient-guest 2016-03-1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문장에서 윗 대의 흔적을 찾으신 듯. 말씀을 읽고 보니, 저도 그렇게 옛 글이 읽고 싶어집니다. 칼의 노래를 읽고 불멸의 이순신을 봤어요. 제가 가진 판본은 부록(?)으로 나온 합본인데 당시에는 두 권으로 나온 것을 그렇게 출판한 카피에요. 문학동네의 판본은 좀 다른 점이 있는지요? 그러니까, 제가 사 읽어야 할지 알고 싶네요.

붉은돼지 2016-03-16 11:46   좋아요 0 | URL
구성이나 내용은 거의 똑 같은 거 같습니다. 저는 사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모을려고 하는 생각에 또 구입을 했습니다. 현재 1차분 20권이 나와있는데.....이런 시리즈나 전집류를 보면 자꾸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일종의 수집벽이죠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