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아비로서 자식을 편히 못 기르고 지아비로서 지어미를 보호해주지 못하며, 죽어서 간과 골이 땅에 흩어지고, 죽어서도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모두 다 나의 허물이다. 올해도 결국 또 저물어 바람이 차가운데 나는 객지로 떠돌며 병들어, 저 <시경>에 이른바 ‘눈비 내릴 때 떠나왔으되 어느덧 버들꽃 흩날린다’는 노래 그대로 세월의 덧없음을 견디지 못할지니라
내가 따스운 옷을 입을 적이면 너희들은 옷이 없을 것이요, 수북이 담은 밥을 먹을 때 너희들은 밥이 없을 것이니 내 너희들의 배고픔을 생각했으며, 내 침소에 누워 잠을 청할 적에 한데서 떨며 잠 못 드는 너희들의 밤을 생각하였다. 나라가 가난하고 백성의 힘이 다하여 너희들의 옷, 밥을 살피지 못하니 내 쓰리고 아픈 마음이 어찌 몸뚱이에 병이 든다 한들 이보다 더하랴.
너희들이 갑옷을 오래 입어 서캐가 생겼으리니 어찌 창을 베고 자는 괴로움을 견디어내느냐. 찬바람 속에서 잠들며 외로이 떠도는 길에 쓰라린 정회가 깊을 것이며 습기 찬 안개 속에서 병들어 죽는 근심도 크리라. 이제 가을바람이 불어 너희들의 그 남쪽 바다는 한결 더 추우리니, 어허, 너희들은 옷이 없으리니 나의 부끄러움이요, 너희들은 배고프고 목마를 것이니 내 기름진 음식을 넘긴들 무엇이 편안하겠느냐.
바람 불고 서리 찬 국경으로 임금의 가마는 파천하고 갑옷 번쩍이고 말발굽 요란하던 옛 도성의 선왕 무덤은 천 리나 떨어졌으며 돌아가려는 한줄기 생각이 물이 동으로 흐르듯 하더니 적의 형세가 기울어짐에 과연 하늘이 화를 푸는 줄을 알겠도다.
김훈의 <칼의 노래(문학동네)> p186-187에 나오는 ‘임금의 교서’다. 마음에 들어서 옮겨본다. 소생은 <칼의 노래>를 세 번째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며 가만 생각해보니 두 번째가 맞는 것 같다. 항상 ‘읽어야지’, ‘읽자...읽자...’ 생각은 떠나지 않아서 셈도 앞서 나아간 모양이다. 처음 읽는 것 같은 대목이 많다. 세 번째라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2003년판 <칼의 노래>를 이미 가지고 있으나, 다시 읽기 위해 2015년판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14번 <칼의 노래>를 일부러 또 샀다. 무엇을 하자는 수작인지 모르겠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니 누구라서 나를 알 것인가?
주접은 그만 떨고, 앞부분의 ‘일러두기’를 보니 ‘이순신의 장계, 임금의 교서, 유시를 인용한 대목들은 대체로 이은상의 <이충무공전서>의 문장을 따랐다. 그러나 글쓴이가 지어낸 대목도 있다. 그 구분을 분명히 하지 못한다’고 나와있다. 문득 이은상이니 양주동이니 최남선이니 이광수니 하는 사람들의 글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구석기시대 유물같은 느낌이긴 하나 모두 당대의 기인재사들이었느니 영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것이다.
며칠 전에 소생 몸이 알라딘 굿즈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징징거린 적이 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알라딘 굿즈는 아니지만, 어제밤에 인터넷에서 도라에몽 바틀을 보고 그만 홀딱 반해서 오늘 퇴근길에 30분 걸어 드롭탑에 들러 도라에몽 바틀을 구입했다. 내 평생 드롭탑이라는 곳에 처음 가봤다. 도라에몽 보틀 너무 귀엽다. 소생은 일전의 알라딘굿즈 유리 보틀을 생각하고는 이것도 당연히 유리 재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함정이었다. 아아아아아 플라스틱이었다. 역시 굿즈는 알라딘. 그래도 도라에몽 보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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