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착한 책과 커피. 단촐하죠?
커피 500g 샀더니 책 사이즈네.

알라딘커피 온라인에서는 처음 구매.
예전에 오프라인 카페에서는 가끔 샀는데.
아직 맛보진 못함. 오후에 마셔봐야지.

<워드 슬럿> 형광 초록 표지도 예쁘고,
본문 글꼴도 책 읽고 싶게 만드는 글꼴이다.
하얀색 제목은 약간 때 탄 듯한 느낌인데
의도한 디자인인지. 그냥 손 때 탄 건지.
* 사진이 실물보다 더 때 타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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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03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9월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09-04 09:09   좋아요 0 | URL
바쁜 다락방님도 화이팅!!

독서괭 2023-09-03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때 탄 느낌 ㅋㅋㅋㅋ
햇살님 팟팅^^

햇살과함께 2023-09-04 09:10   좋아요 1 | URL
조명 어두운데서 찍어서 더 때 탄 느낌? ㅋㅋㅋ
괭님은 이미 읽어 여유로운 자!

미미 2023-09-03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두 커피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네요? ^^
<워드 슬럿> 분노 게이지를 상승하게 하는데 재밌네요.

햇살과함께 2023-09-04 09:12   좋아요 1 | URL
500g이 생각보다 크고 묵직하더라고요?
<워드 슬럿> 그럴 것 같아요. 재밌지만 또 욕 백 바가지!! 나올 것 같아요.
 

7장 인형 옷 입히기

1987년에 주름 장식이 폭증한 것은 그저 오해가 아니었다. 이는 현대 여성 쇼핑객들의 습관이 점점 독립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묵은 좌절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었다. - P280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여성해방운동때문에 여성들의 패션 감각이 떨어졌"고 워낙 많은 부유층 여성 고객들이 고급 여성복을 저버리는 바람에 "아랍 공주들과 고풍스러운 노부인들만 고객으로 남았다." 고결한 여성성은 해방된 여성들의 관심을 뒤엎으려는 역공이었다. 고결한 여성성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데 참여한 패션 디자이너 아널드 스카시 Arnold Scaasi의 설명에 따르면이 새로운 패션 칙령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대응이고, 일종의 전쟁이었다." - P281

패션업계는 반격의 나팔을 울릴 때마다 가혹하게 몸을 구속하는 옷을 토해 냈고 패션계 언론은 여성들에게 이런 걸 입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기 빅토리아시대 언론에 실린 코르셋에 대한 많은 남성들의 추천사 중 하나는 "소녀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자태와 감정으로 성숙하기를 원한다면 그녀를 꽉 묶어 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 P282

패션계 상인들은 현대 여성은 여성성을 고갈시킨 과잉 평등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패션의 측면에서 반격의 주장은 여성해방은 여성들이 여성적인 옷을 차려입을 ‘권리’를 부정했고 1970년대의 출근복은 여성의 정신에 족쇄를 채웠다. - P283

그 위기란 여성의 전문성과 독립이 여성들에서 여성성을 앗아 가고 있다는 걱정이 아니라 그것이 남성들의 남성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공포였다. 퇴색된 남성성에 대한 우려는 특히 패션계에서 심했다. 패션계 내 광범위한 게이 문화에 대한 인식이 1980년대에 증가하고 있던 동성애 혐오와 에이즈에 대한 우려와 충돌했던 것이다. - P293

의류 제작자들은 여성들이 푸프 스커트를 입으려 하지 않으면또 다른 비하성 패션을 강요하곤 했다. 중요한 건 스타일의 내용이아니라 그걸 강제로 입힌다는 사실이었다. 여성 소비자층의 고령화에 대한 시장 보고서가 넘쳐나는데도 이들의 디자인이 여성의 영아성嬰兒性으로 자꾸 퇴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성의 형태를 최소화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디자이너의 권위를 극대화하는 방법일 수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1980년대 말 런웨이에서 많은 이들이 그랬듯 테디베어를 안고서 아장아장 걷는 여성은 지시를 따르는 어린애였다. (1988년에 가장 인기 있는 런웨이 배경음악이었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파더 피겨Father Figure"에 맞춰 통로를 걸어다니는여성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딸이다.121) 어떤 여성복 디자이너는 몰로이에게 현대 미국 여성들은 "이제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쩌면 이들이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이라고 생각하도록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이들은 다시 고분고분해질지 몰랐다. - P302

첫 매키에게 이런 인상을 준 건 여성 소비자들이 아니라 ‘속옷의 폭증’이 한창이라고 주장하는 1980년대 말 란제리 산업이었다. 항상 그렇듯 이건 사회적 트렌드가 아니라 마케팅 슬로건이었다. 판매 부진에 좌절한 속옷협회(남성 일색의 란제리 제조업체 위원회)는 1987년특별홍보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의 사명은 ‘흥분‘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 P303

패션지들은 속옷의 판매 폭증을 현대 여성이 누리게 된 새로운성적 자유의 상징으로 선전했다. 《보디패션》은 1987년 10월 호 커버스토리에서 "섹시한‘ 혁명이 속옷에 불을 붙이다"라고 선언했다.134)하지만 이 잡지가 "섹시한"에 인용 부호를 넣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표지 모델이 전신 거들을 입고 있었고, 안에 실린 란제리는 대체로 빅토리아시대의 산물들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의 란제리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만개가 아니라 억압을 예찬했다. 디자인에서 원래대상으로 삼았던 이상적인 빅토리아시대의 숙녀는 그 어떤 성욕도가져서는 안 되었다. - P305

어쩌면 빅토리아시대가 여성들에게 최고의 시대는 아니었을지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았다. 여성들은 이제 남자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코르셋을 선택할 정도로 충분히 해방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린 여성들이 이 대단히 로맨틱하고 섹시한 란제리를 구매하는 건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고, 그게 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차적이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어요. 덕분에 우린 성차별주의자로 보이지 않고도 이런 옷들을 팔 수 있었죠." 하지만 그게 진실이었을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우리가 사용했던 철학이 그랬다는 거죠. 미디어가 그걸 선택했고 ‘트렌드‘라고 불렀지만모르겠어요. 통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 P307

그러면 레이스 장식이 달린 빅토리아풍의 속옷은 누가 사는 걸까? 존슨이 말했다. "남자들이요." - P309

1980년대 말 패션 광고에서는 구타당하고 묶여 있거나 시체 운반용 가방에 들어간 여성이 주 메뉴였다. 주요 백화점 창문에 서 있는 여성 마네킹들은 난데없이 가죽옷을 입은 남성에게 구타당한 피정복자로, 쓰레기통에 쑤셔 박힌 시체로 연출되고 있었다. 《보그》에 실린 "숨은 기쁨"이라는 제목의 패션 지면에는 코르셋 끈으로 눈가리개를 질끈 동여맨 모델과, 다리가 묶인 또 한 명의 여성, 그리고 옷을 입지 않은 몸통과 팔을 끈으로 결박시킨 또 다른 여성이 크게 실렸다. 다른 주류 패션 잡지들도 목에 개 목걸이를 한 채 구속복을 입은 여성이나 벌거벗은 채 비닐 쓰레기 봉지에 담긴 여성들로 패션 기사란을 채웠다. 동일한 맥락의 패션 광고들도 확산되었다. 한 여성이 다리미판에 누워 있는데 어떤 남자가 이 여성의 가랑이에다리미를 대고 있거나(에스프리 Esprit), 여성이 구속복을 입고 있거나(세루치Seruchi), 어떤 여성이 닭처럼 어떤 남자의 주먹에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코틀러 Cotler‘s, 이 광고의 제목은 "올바른 태도를 위하여"다), 한 여성이 셔츠가 찢어진 채 바닥에 때려눕혀져 있거나(폭시레이디 Foxy Lady), 아니면 어떤 여성이 아예 관에 들어가 있는 식이다(마이클 Michael Mann). - P312

1980년대 말에도 엉덩이 광고가 얼마나 넘쳐났던지 사설에서 별도로 논평을 할 정도였다. 한 칼럼니스트는 심지어 1987년을 "뒤태의 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에 빠졌을 정도였다. - P312

8장 미용 산업과 생명을 얻른 마네킹

1980년대에 미의 트렌드를 결정하는 건 마네킹들이었고, 실제 여성들은 거기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인체 모형이 ‘생명을 얻은’ 반면 숙녀들은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 미용 산업은 마치 그것이 자연스러운 여성성의 부활이기라도 한듯 ‘여성성으로의복귀‘를 홍보했다. 페미니즘이 득세하던 1970년대에 억눌렸던 모든선천적인 여성적 속성들을 다시 꽃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용 산업이 가장 예찬한 여성적 특성들은 지독하게 부자연스러웠다. 갈수록 무자비하고 건강에 좋지 않은 가혹한 수단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323

1982년 돌연 레블론은 오래된 찰리 광고를 내리고 그 대신 결혼과 가정을 추구하는 여성을 내세웠다. 판매고 하락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었다. 레블론의 경영자들은 그저 찰리의 시대가 지나갔다고‘감지’했다. "우린 전체 여성의 해방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조금 무리했던 거죠." 웩슬러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건 어쨌든 더 이상중요하지 않았어요. 이젠 더 중요한 일들이 생겼어요. 마약 같은 것말이에요. 그리고 생물학적 시계도 있고요. 이젠 여성들이 노력을 적게 하며 살 필요도 있어요." 하지만 그는 찰리 광고의 중단은 사실 여성 ‘진보’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여성들은 이제 충분히 진보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은 그렇게 적극적일 필요가 없어요. 좀 더 여성스러워져도 된다고요." - P328

향수 광고 속의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어머니가 아니라 본인이점점 아기가 되어 갔다. 향수 회사들이 너도나도 새로운 여성성의 상징으로 사춘기 소녀들을 택했던 것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금발의 곱슬머리가 통통한 볼에 도발적으로 흘러내리는 어린 소녀 롤리타의사진을 내세운 《보그》 광고에는 "향수는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즐거움 중 하나"라는 설명이 딸려 있었다. 로드앤테일러 Lord & Taylor의 향수 크리지아 Krizia 는 1989년 광고 슬로건이 "여성을 찬미하며‘ 였지만 이 광고에서 찬미의 대상이 된 여성은 빅토리아시대의 옷을 입고 눈을 얌전하게 내리깐 미취학 아동이 전부였다. 또 다른 향수 광고는 "당신은 날 때부터 천생 여자"라고 속삭였다. 이 광고에 나온숙녀스러운 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레블론의 새로운 "대단히 찰리스러운" 여성 중 한 명은 열 살도 되지 않았다. - P330

부와 결혼, 어린 아이로 아무리 유혹해도 충분치 않자 향수 광고캠페인은 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의 이상화를 극도로 밀어붙였고 급기야 여성 시체를 다시 끄집어 냈다. 입생로랑의 오피움 광고에 나오는여성은 마치 관에 놓인 듯 반듯하게 누워 있고 눈은 꼭 감겨 있으며핏기 없는 발 옆은 장례식용 꽃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조반 Jovan의 플로랄Florals 광고에서는 현대판 오필리아가 궁극의 휴식 상태에빠져들었고, 그녀의 벗은 몸은 흑백의 난으로 뒤덮혀 있었다. 이 소름끼치는 장면에는 "약간의 탐닉에 도취할 모든 여성의 권리"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 P331

물론 부분적으로 이런 새로운 아름다움의 법칙은 유행을 뒤집어서 간단하게 수요를 만들어 내는, 오래전부터 애용된 대단히 미국적인 판매 전략의 부산물이기도 했다. - P332

화장품 회사들은 판매를 위해 여성해방의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이런 해방의 결실이 여성의 외모를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용업계는 직장 스트레스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울티마II의 광고는 사무실 형광등과 심지어 매일 하는 통근이 집중적인 태닝보다 여성의 피부에 더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피부과전문의들은 여러분이 2주간 집중적인 일광욕을 하는 것보다 한 해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훨씬 더 많은 피부 손상을 누적시킨다는 데 동의합니다." - P334

가슴 확대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자체적인 동기"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가슴을 확대하는 건 남자를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미 제너레이션*이에요. 수술도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대부분의 경우 이들의 남편이나 남자 친구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그의 일정은 여전히 남성 전용 클럽의 연설 약속으로 빈틈이 없다.
* Me Generation, 1970년대의 자기중심적인 세대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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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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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과학적 가부장제 편견덩어리들이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는지,

가부장제 논리에 맞지 않은 다양한 종의 사례들을 애써 무시하고,

암컷의 생식기관에 대한 연구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과거의 잘못된 실험이나 관찰에 대한 반론 논문은 외면하거나 아니면 떼로 몰려가 반박한다.


결국 여성들이, 인간의 편견으로 해석된 과학교육을 받고 과학자가 여성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고, 관찰을 하고, 실험을 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행동에 나서면서

다윈주의 이원론적 진화생물학이라는 공고한 가부장제 과학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균열을 철저하게 집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동물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런 동물도 있고 저런 동물도 있다고,

세상엔 암컷과 수컷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있다고,

성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평생 성을 여러 바꾸는 종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꾸는 종들),

개체에서 성이 그렇게 까지 중요한 구분 기준은 아니라고,

수많은 사례를 들어 근거를 보여준다

(백래시 만큼은 아니지만 책도 엄청난 사례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야 그들에게 먹힐테니…).

그래도 보지 않으려는 자는 보지 않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은 과학 책이다. 물론 사례가 많아 2/3 지점 쯤에 약간 질린 면도 있었지만.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지 않은지(?), 우리가 보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는지, 배재된 것이 무엇인지 노려보아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읽는 내내, 편견에 가득 찬 과학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여성과학자들의 노력과 분노와 허탈감이 느껴졌다. 저자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자.


"여성  스테로이드는 남성에서도 없어서는   역할을 합니다당연하죠남성은 원래 여성이었으니까요."하여 크루스 말하길성경의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반대다태초에 여성이 있었고 여성이 남성을 낳았다진화를 보는 이런 대안적인 관점에서 ‘암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은 다음과 같다여성은 성의 시조이다 원시적 난자 제조기의 유물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 사실을 통해 남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접촉하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다. – P74~75



다윈이 사랑해 마지않던 따개비조차도 보여주는 성의 유동성이란.


따개비에서 보인  번식 시스템에서 다른 번식 시스템으로의 빠른 진화는 자연에서 성과  표현의 놀라운 유동성을 드러낸다이것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다윈은 시대를 훨씬 앞서갔다그래서 그가 성의 발현에 대한 사색에서 사랑하는 따개비를 빼버린 것은 유감이다따개비를 포함시켰다가는 성을 이분법적이고 결정론적 방식으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오늘날 따개비그리고 그와 비슷한 생명체는 진화의 최전선에서서 우리에게 성이란 이원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현상으로서 진화의 변덕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호한 경계를 지닌다고 가르친다. - P420


성의 고정성, 이원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암컷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성은 수정구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성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아니하며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로서 유전자와 환경의 특별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동물의 발달 과정과 생활사에서 형성되며여기에 약간의 우연이 더해진다자웅을 전혀 별개의 생물학적 실체로 생각하는 대신 동일 종의 일원으로서번식과 관련된 특정한 생물학적 생리적 과정에서만 유동적이고 상보적으로 차이가   외에는 거의 같은 존재로 보아야 한다이제는 유해하며 공공연하게 우리를 속이는 이원적 기대를 버려야  때가 되었다자연에서 암컷의 경험은 성별 구분이 없는 연속체 안에 존재하며다양하고 가소성이 높으며 낡은 분류 방식에 순응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점을 인정한다면 자연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증가시킬 것이다그렇지 않고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기만  것이다. - P437


성을 절대시하는 이성애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기.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같은 호르몬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그로 인해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인지하고 성 정체성성적 행동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된 이성애 중심의 가정을 떨쳐버리는 관점의 변화를 강요했다생각의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지만 여성이 되는 것의 경험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나는 힘을 얻었다. - P450




(*) 다락방님이 구매한 무려 1356페이지짜리 책 <생물학적 풍요>의 저자는 안타깝게도 422페이지에  한번 언급된다.


러프가든의 인습타파적 사고는 성의 유일한 역할이 생식이라 여기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가해한 이성애 중심의 구속에 도전했다그런 렌즈로 보면 동성애는 불편한 ‘오류 폄하되어 무시된다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Bruce Bagemihl 300종이 넘는 척추동물에서 동성애적 활동의 목록을 작성했는데러프가든은  중요한 현대 우화집을 바탕으로 동물 사회에서 협력을 부추기는 동성 활동의 역할을 강조했다우리는 보노보에서 이런 사회적 접착제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았다보노보의 성적 쾌감은 사회적 긴장을 조절하고 암컷 사이의 연합을 촉진한다러프가든은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여러 종을 예로 들면서 동성애적 활동이 ‘사회의 포용 형질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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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정의라는 저울은 광선이 반짝이는 찰나에 빛을 받는 인간을 저울질하지만, 낮과 밤 사이에 서 있는 인간들은 운명이 그들을 자극할 때까지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리하여 밤의 엄습을 받아 미완의 세계로 끌려 들어간다. - P148

이 목적을 위해 여러 요구가 합쳐졌으니까요. 신도 명령하시고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깊은 애도의 정도 있고 끝으로 부귀를 빼앗긴 슬픔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누릅니다. 트로이의 성벽을 무너뜨린 용맹한 용사들이 두 여자의 노예로 끌려 다니는 것을 구해야겠습니다. 한쪽 여자란 남자지만, 여자의 마음을 갖고 있으니 여자나 매한가지지요. 여자가 아니라고 우긴다면 참 남자와 대결했을 때 알게 될 것입니다. - P157

오레스테스 멋대로 태어난 몸. 난 두 번이나 팔려 다녔소.
클리타이메스트라 널 팔아 대가를 받은 적은 없다.
오레스테스 그 대가는 수치지. 분명히 책망하고 싶소.
클리타이메스트라 그러나 네 아버지의 음란한 행위도 생각해라.
오레스테스 밖에서 고생한 사람을 안방에 편히 앉아 책망하지 마시오.
클리타이메스트라 과부처럼 생활을 한 아내의 고된 입장을 알아라.
오레스테스 밖에서 일하는 사람은 집 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 노력하오.
클리타이메스트라 네 어미를 꼭 죽일 생각이 짙어 가는 모양이군.
오레스테스 아닙니다. 어머니를 죽이는 것은 어머니 자신입니다.
클리타이메스트라 어미의 복수에 찬 지옥의 개들을 조심해라.
오레스테스 아버지의 원한을 갚아 드릴 도리밖에 없습니다.
클리타이메스트라 산 사람이 마치 무덤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오레스테스 아버지의 운명이 당신에게 이와 같은 종말을 주게합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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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9-02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걍 먼지만 뒤집어쓴 상태랍니다 ㅎㅎ 즐독 열독 응원합니다 9월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3-09-02 09:05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재미없네요 ㅎㅎ
배경지식 없이 읽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여혐 대사도 아주 거슬리고요,
대충 읽고 다른 책 읽어야겠어요!!
서곡님도 9월 즐기세요~!
 

배경지식이 없어 무슨 사연인지 몰라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

아가멤논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97902&cid=58143&categoryId=58143

막장이구만. 저주받은 집안.

아가멤논

이윽고 왕군 연장자 큰 소리로 말했네.
‘순종치 않으므로 받는 이 불행이여!
아, 내 사랑하는 딸을 죽여야만 하다니!
제단 옆에서 딸을 죽여
아비의 손을 그녀의 피로 물들이다니!
이 고뇌 속에 나는 살아야하는가.
신성한 맹약을 깨뜨리고
함대를 버리는 비겁한 짓을 어이하리.
그들이 갈망하고 있는 것은 처녀의 피
풍랑을 잠재우기 위함이니
그래도 그들 승리자에겐 죄는 없는 것!’ - P85

코로스장 꿈을 믿으시는 건 아닙니까?
클리타이메스트라 잠 속에 일어나는 생각 같은 건, 난 믿지 않아요.
코로스장 하지만 날개 없는 소문을 들으시고 기뻐하시는 건 아닙니까?
클리타이메스트라 그만, 날 어린애로 아오?
코로스장 그럼 트로이를 언제 함락시켰습니까?
클리타이메스트라 이 새벽이 오기 전 바로 어젯밤이오. - P88

이는 마치 여자의 판단과 같은 것이니
여자란 일방적으로 행운을 믿으며
조그만 소문이 일어나면
이를 성급히 믿어 버리거늘
손쉽게 나온 것은 그녀의 억측이
지어낸 이야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 P96

아, 정든 궁전과 대청, 엄숙한 신전과 태양을 맞는 신들이여, 옛날과 다름없이 인자하고 밝은 낮으로 오랜 세월 만에 돌아오는 왕을 맞아 주소서. 밤으로부터 낮의 햇살이 비치듯이 어둠으로부터 왕의 빛이 아르고스에 동틉니다. 아가멤논이 돌아옵니다. 그러니 그를 크게 환영해야 합니다. 그는 환영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의 정의의 손이 복수하는 제우스의 도끼로 트로이를 굴복시켰으니까요. 그 국토를 강타하고 제단과 신전을 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온 땅의 아름다운 새싹들이 시들어 죽었습니다. 이와 같이 그는 트로이에 치명적인 운명의 멍에를 걸었습니다. 아트레우스의 장남이신 우리 대왕께서 드디어 영예를 담뿍 안고 돌아오십니다. - P97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일생을 통해서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힘든 노젓기, 불편한 잠자리, 암벽 때문에 상륙이 곤란한 것, 하루하루의 운명 속에는 고통과 슬픔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특히 육지에서는 고생이 더했죠. 적의 성벽 가까이서야영할 때는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습기가 올라와 온통 옷이 젖지를 않나, 머리는 들짐승 털 모양으로 뻣뻣해지곤 하죠. 그리고겨울이 돼 보세요. 새도 얼어 죽을 정도로 이다 산의 눈이 찬 건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뿐입니까? 여름철 바다가 낮잠을 자노라면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파도가 잔잔하죠. 그 더위는 말도 못합니다. 하지만 지나간 근심을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고통은 다 지나갔으니까요. 죽은 자들로부터 모든 걱정은 사라지고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우리가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불길한 운명을 슬퍼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작별입니다. 오랜 우리의 고난도 이제는 갔습니다. - P99

클리타이메스트라 이젠 나를 여기서 추방하겠다는 거요? 시민의 증오와 민중의 저주를 받으라는 거지? 지난번엔 여기 있는 남편에겐 일언반구 반대도 하지 않더니. 이 사람은 어여쁜 딸을 속죄양으로 바쳤지. 내 배에 진통을 일으킨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딸을 몰아치는 트라키아의 태풍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바쳤을 때, 당신들은 잠자코 있었어. 당신들은 이 사람을 이 나라에서 추방해야 했어요. 신을 모독한 죄로 그런데도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엄격한 재판관이 되겠다는 거죠. 그렇지만 그런 위협은 나도 각오한 바예요. 당신이 이기거든 나를 지배해요. 그러나 신이 반대의 결과를 만든다면 당신은 늦었을지 모르지만 겸손이라는 걸알게 될 거요.
코로스 그건 교만하고 분별없는 말씀, 하긴 지금 살인의 피바다 속에 마음이 뒤집힌 탓일까, 두 눈에 붉은 핏줄이 보입니다. 그런데다 당신은 편을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저지른 일의 대가를 받으셔야 할 겁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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