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외주 -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출현
홍진기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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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시사인 기사를 훑어보다가(요즘 시사인 페이지 터너 수준이다) 이 책에 대한 기사를 흥미롭게 보았다(물론 꼼꼼하게 읽진 않았다). 도서관에 검색하니 책이 있어 예약대기를 해두었는데 예상 대출시점보다 일찍 대출이 되었다. 책을 받고 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책 분량은 150페이지인데 판형은 포켓북 수준이고 글자도 꽤 커서 빌리자마자 도서관에서 바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책 값 15000원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요즘 회사에서도 AI 활용을 엄청나게 강조하는데, 일하면서, 저연차 팀원들에게 일 맡기면서 많이 고민하던 문제라 그런가. 도발적(?) 제목에 비해 내용은 평이하달까. 생각은 AI에 외주하지 말고 인간 자신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경험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면서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 지금 막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AI를 활용하게 되면 AI에 모든 걸 위임하고 AI가 토해내는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는데 그들은 AI가 적절한 결론을 도출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없다. 경험이 없으니 거짓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다(이건 왜 그런 거야? AI가 그렇다고 했는데요……).


요즘 만나는 회사들에 중간급이 없는 경우가 있다. 예전엔 회사에 사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단계적으로 업무를 밟아 나가는 팀원들이 있어 경험과 의견이 축적되었다면 지금은 부장급이 신입사원과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신입사원도 보통 1년 내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우스개소리로 지금은 부장이 신입과 일하지만 앞으로는 부장이 AI와 일하게 될 거라고. 차라리 그게 편하다는 슬픈 얘기도. 신입은 가르쳐야지,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야지, 힘들지 않게 눈치 보며(?) 일 시켜야지, 또 퇴사해 버리지. 그런데 지금 부장급들이 퇴사하게 되면 그땐 일이 어떻게 될까. 자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뭐 어떻게든 세상은 굴러가겠지?!)


아무튼 이 책의 결론은 AI를 사용하며 진짜 경쟁력을 가지려면 스스로 질문하고, 논리를 세우고, 결과에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적 사고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스로 글쓰기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인간의 글쓰기란 AI처럼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쓰면서 고민하며 모호하던 자기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들을 풀어내어 답을 찾는 창조적 활동 아니겠는가.


인간에게는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삽질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실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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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외주가 앗아가는 것들

이 변화는 단순히 AI라는 도구를 써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도구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도구가 대신 지나가버린 ‘인간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AI에게 번거로운 ‘일‘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이 자라나야 할 가장 고통스럽고도 귀중한 구간을 조금씩 밖으로 넘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료를 찾는 수고, 상충하는 정보를 비교하는 지루함,
숫자를 직접 계산하며 느껴보는 불편함, 문장을 수차례 고치며 논리를 다듬는 고독한 시간. 겉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버려지는 시간 같지만 인간을 자라게 하는 거의 모든 것은 대개 이런 비효율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 P17

직접 통과한 경험에서 오는 감각, 틀린 뒤에 다시 고쳐 세우는 복원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내 이름으로내놓는 내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내적 확신입니다.
그때 AI는 누구에게는 성장의 폭발력을 더해주는 ‘근육‘이 되지만 누구에게는 평생 스스로 걷지 못하게 만드는‘목발‘이 되고 맙니다. 진짜 격차는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않는 사람 사이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차이는 AI를 통해자기 사유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과 AI에게 사유의 주도권을 조금씩 양도하는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 P22

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 우리의 ‘안쪽‘은 비로소 단단하게 확장됩니다. 기술이 인간의 바깥을 확장하며 효율을 극대화할 때 철학과 인문학은 ‘왜 확장해야 하는가‘와 ‘어디로가야 하는가‘라는 내부의 엔진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수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 무엇을 원하는지(욕망), 그리고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윤리)를 끊임없이 묻고 언어화할 때우리는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로 설 수 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손에 쥐고 있어도 우리는 기술이 설계한 세계를 관성적으로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기술이 바깥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내면의 깊이를 응시하며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를 찾는 일입니다. - P67

AI 시대에 판단의 장치를 만드는 것은 속도를 늦추는연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미 답이 너무 빨리 도출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면 몇 초만에 구조화된 결론이 돌아옵니다. 흠 없이 정렬되어 있으며, 반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판단은 그 매끄러움 위에서 곧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멈춤은 고도의 인지 에너지를 소모하는 뇌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멈춤의 시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 네거티브 케이퍼빌리티 Negative Capability, 부정적 수용 능력입니다. 영국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가 말한 네거티브 케이퍼빌리티는확실한 근거나 이유를 찾으려 서두르지 않고,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심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변수는 없는가, 지금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만들 것인가. 이 짧은 멈춤의 시간이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 P69

판단의 장치를 구축하는 두 번째 단계는 선택의 이유를 언어로 설명하는 훈련입니다.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진결정은 쉽게 흐려집니다. 그러나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는순간, 비어 있던 전제가 드러나고 감정과 욕망이 섞여 있던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이 선택에 끌렸는가,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했는가. 이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나는무엇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짧게라도 정리해보는 과정이 판단의 회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은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설명을 통과한 선택은 비로소 나의 기준을 형성합니다.
세 번째는 결과를 감당하는 경험을 피하지 않는 일입니다. 판단은 이론 속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제 결과와만나야 비로소 정교해집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을 때 그 실패를 구조적으로 복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 P70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불편함을 견디는 힘입니다. 우리는 흔히 빠르게 답을 찾는 능력을 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잠시 유지할 수 있는능력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아직 모르겠다‘는 상태를견디지 못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제시된 그럴듯한 답에 기대게 됩니다. 그러나 판단은 확실성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AI는 이 불확실성의 시간을 압축합니다. 그래서 판단의 장치를 유지하려면 의도적으로 여지를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즉각적인 결론을 유보하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보고, 반대 근거를 일부러 탐색하는 태도 말입니다. - P71

반대로 경험이 제한된 사람은 상상할 수 있는 재료 자체가 적습니다. 뇌가 재조합할 기억과 감정의 조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미 주어진 틀 밖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이때 AI가 제시하는 결과는 매우 그럴듯한 미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AI가 학습한 과거의 평균값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은 있습니다. 뇌가 불편해지는 경험, 예측이 어긋나는 경험,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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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철학 - 일상의 틈을 우아하게 건너는 법
장춘익 지음 / 곰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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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철학, 작은 고민을 다루지만 하나 하나의 주제가 깊게 생각해 볼 문제들이다. 에피타이저 같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메인요리를 배불리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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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보통 간주되는 것보다 속속들이 수동적이라면상상력과 대안적 사고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곳은 경계나 균열이 일어나는 곳, 자신이 속할 수 없는 곳, 자신이 표준에서 벗어난 상황에 서 있을 경우다. 나는 훌륭한 현대 예술가들 중‘경계에 선 자가 아닌 경우를 별로 알지 못한다. 상상력을 위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다른 것들이 말 걸어올 수 있는 접촉면, 다른 것들이 머물 수 있는 빈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로운 생각은 나에게 손님처럼 오는 것이지, 내가 탐사 여행을 통해서 발굴해내는 것이아니다. - P26

나는 마르크스의 매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내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졌다고 자부함에도점점 더 끌려 들어가고 있다. 이젠 손에 화상을 입더라도 잡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자본론>의 재미는 마르크스의 이중주를 즐길 때 거역할 수없게 된다. 그는 한편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정치경제학‘, 즉 당시 경제와 사회에 관해 가장 객관적인 과학임을 자부하는 학문을 비판한다. 두 가지 비판이 정말절묘하게 조율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비판은 정치경제학이 중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것임을 알게 하고, 반대로 정치경제학 비판은 왜 자본주의의 실상이 제대로 인식되기 어려운 것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해준 - P39

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부분적으로 틀렸다고 하지만왜 틀렸는지 잘 모르면서 아무튼 중요한 부분에서 틀렸다고 믿는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 것일까?-나에게 마르크스는 여전히활력 있는 사고의 보고다. 그가 모범을 보인 비판의 방식은자본주의 비판만이 아니라 여성주의철학이나 환경철학에도응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칸트는 정직과 정확성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마르크스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확하고 정의로워서 두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이것이 내 취향에 대한 변명이다. - P40

우연성과 유한성을 삶의 요소로써 직시하고, 그 바탕에서 가능성을 숙고하고 행위하는 것이다. 매력은 사랑받을 수 있는 능력이지만, 성숙함은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 P65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분노하지 않는가를 보는 것은한 사람의 인품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화낼 일이아닌데 화를 내는 자는 부족한 자이고, 정말 화를 낼 일에 화를 내지 않는 자는 의심스러운 자다. 아마 전혀 분노하지 않는 자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자 하는 가치를 아무것도 갖지 - P94

않은, 마음이 없는 동물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장애물을 갖지 않는 천사이리라.
그런데 조심하자. 무엇은 화낼 만하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당신의 판단에 성숙의 정도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드러난다. 작은 물음이 작은 답을 얻게 하고 큰 물음이 큰답을 얻게 한다는 것은 공자님의 말씀이었던가. 아마 사소한일에 대한 분노가 작은 인품을 만들고, 큰일에 대한 분노가큰 인품을 만든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나는 당신이 작은편익과 사소한 자존심 싸움에는 넉넉한 마음이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권위주의와 사회적 차별, 세계의 기아,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여성의 좌절, 맹목적인 자연의파괴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P95

친구

한 사람의 도덕성은 그가 무엇을 싫어하는지에서, 그리고 창의성은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싫어함만 비슷하면 동지가, 좋아함만 비슷하면 동호인이 될 뿐이다. 싫어하고 좋아함이 비슷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잠깐 함께 분노하고, 그보단 길게 즐거운 얘기를 나누고, 그 후엔 제법 긴 침묵도 어색하지 않게 같이 한잔할 수있는 친구가 좋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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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입문 ㅣ 창비신서 74
테리 이글턴 지음, 김명환, 장남수, 정남영 옮김 / 창비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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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학이론의 난해함에 이글턴의 난해함까지 더해져 입문이라기엔 허들이 너무 높다. 과학은 이론을 공부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만큼 문학도 공부하지 않고는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관점을 철저히 보여주는 책. 10번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내 이해 수준엔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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