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김현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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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현철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다 경제학으로 전향,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개인을 진료하면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가 사회 경제적인 문제임을 깨닫고 공공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실험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 생애 주기에 필요한 보건, 교육, 노동, 돌봄 및 복지 정책에 대해 국가가 국민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한다.

1장부터 흥미롭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한계, 그리고 국가의 역할’

저자 본인의 성취 사례를 설명하며, ‘지금의 나’가 과연 나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형성되었는가를 묻는다. 나의 능력과 노력도 있었겠지만 많은 과정에서 운이 작용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우리 인생에서 첫 번째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이다.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고 한다. 내가 만약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그렇다. 나는 선택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부모’이다. 부모는 유전과 환경 모두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또 다른 척도는 ‘건강’이다. 건강은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또한 유전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운이다.

그렇다면 80%의 운 이외의 나머지 20%는 오롯이 개인의 노력인가? 이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상당 부분은 타고난 것이다. 맞다. 노력하기 위한 지능이나 끈기, 체력 등도 사실 주어지는 것이다.

1장에서 개인 성취의 8할 이상이 '운'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능력주의를 주장하며 복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꼬집는다. 그리고, 그러므로, 운에 따라 개인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줄이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후 장에서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밑밥을 깐다.

‘경제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따분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데이터와 사례를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도 다양한 데이터와 사회 실험, 시범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치인들의 표심에 따라 정해지는 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복지 정책을 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사실 상당 부분 타고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 성취의 대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입니다. 어렵게 살고 계신분들은 한가하게 독서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우리 가족의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해.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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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에 나온 변진경 기자에 대한 감사 부분을 읽고 이 책이 시사인(과 한겨레21)에 연재된 글임을 알았다.
시사인 구독자여, 그동안 한번도 안 읽었나, 기억을 못하나??

11. 선의만으로 사람을 살릴 수 없을 때

파격적인 소득 보장 정책을 도입하려면 먼저 우리 실정에맞게 각론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핀란드가 했던 것처럼 사회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고 판단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정책은 의료 시술처럼 이루어져야 합니다. 엄밀한 연구로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사가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의학적 근거에 따라 처방 및 치료하는 과정 같은 정책이 사람을 살리는 진짜 정책입니다. - P161

12. 안심 소득 혹은 기본 소득이라는 대안

학자로서 저는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부의 재분배 효과)가 월등한 안심 소득을 지지하는 쪽입니다. 기본 소득은 강력한 누진세제를 도입하는 데 따른 국민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소득은 낮은 불평등 개선 효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당분간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의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빈곤 상황이 이만큼 위중하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을 우선 집중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심 소득과 기본 소득은 모두 실제 현장에서 연구 중입니다. 2023년 7월 처음 지급하기 시작한 안심 소득은 우리나라최초의 사회 실험입니다. 서울시의 지원 가구 중에 무작위로1,300가구를 뽑아 안심 소득을 지원하고, 2,600가구는 기존 방식의 사회복지 혜택을 받게 됩니다. 향후 5년간 시범 사업을지속하면서 그 효과를 연구할 예정입니다. - P172

14. 의사에게도 봉사 정신보다 인생의 성취가 우선이다

즉, 의사들이 스스로 의료 취약 지역에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는 기본입니다. 가령, 지방 의료 기관에 가산 수가를 주어 더 많이 보상하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임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에 더해 이런 의사들이 보람을 찾고, 사회에서 존경받을수 있도록 돕는 비금전적 인센티브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의료 취약 지역에서 자기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의사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좋은 정책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공공선을 창출해낸다는걸 명심해야 합니다.
2020년 의사들이 파업을 했던 것은 단순히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해서만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장기간 개선되지 않은의료계의 산적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흉부외과 교수 김준완이 40세가 넘어서도 집에 잘 가지 못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현실입니다. - P194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이 1990년 그의책 《1천만 명도 넘는 여성이 실종되었다More Than 100 Million Women Are Missing》에서 처음 언급한 ‘실종 여성 missing women‘은 실존했어야 할 여아의 예측치와 실제 여아 수의 차이를 말합니다.‘ <17-1>은 지난 수십 년간 실종된 여성의 수인데, 이런 끔찍한 일은 대부분 남아 선호가 뚜렷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습니다.
여아가 사라지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초음파로 태아의 성별을 감별한 후 낙태를 선택하거나(성별 선택 낙태), 태어난 여아를 죽이는 것(산후 성별 선택)입니다. 여기서는 후자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영·유아 살해‘라고 부르겠습니다. 둘 다 죽음의 현장을 쉽게 포착할 수 없으니 그 수는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 P225

17. 우아한 정책이 양성평등을 앞당긴다

가령 여아보다 남아에게 사교육비를 10% 정도 더 씁니다. 남아의 엄마는 여아의 엄마보다 노동시간을 더 줄여가며 아이를 돌봅니다. 집안일도 여아가 더 많이 합니다.
부모의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돈과시간을 투자해도 남아가 누리는 미래 소득이 여아보다 크기때문이죠. 그래도 희망적이게 출생 이후 차별은 크게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31.5%로 OECD 회원국 중독보적인 1위입니다(<17-4> 참조). 이는 동종 업계에서 같은일을 하며 생기는 차별이 아닙니다. 남녀의 직업(직군)과 직위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성은 임금이 더 많은 의학과나이공계로 진학할 확률이 남성보다 낮습니다.
다행히 직군 차이는 지난 20년 동안 많이 개선됐습니다. 이제 행정고시, 외무고시, 변호사 시험 합격자의 남녀 비율은거의 비슷합니다. 여성 의사 비율도 20년 전에는 약 15%였는데, 현재는 의대 입학생의 30%가 여성입니다. 이공계 여학생의 비율도 30%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P231

양성평등으로 가는 또 하나의 축은 사회 시스템을 ‘가정‘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저명한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Claudia Goldin은 많은 정규직 일자리가파트타임이라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율출퇴근제도는 가정 친화적인 변화이지요. 또 ‘여성‘에게만 초점을 둔 정책보다 ‘가정‘에 초점을 둔 정책이 좋습니다. 가령 여성의 경력단절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 도입보다는, 출산 · 질병 등 다양한 어려움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일이 적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오랜 세월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받았습니다. 차별의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에 대한 추가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배려하는 방법이 우아하면 남성들도 쉽게 수긍할 것입니다. 더 이상 추가적 배려가 필요 없는 세상도 빨리 오겠지요.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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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태어나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입니다. 세계은행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ć는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태어난 나라의 평균 소득과 불평등지수만으로 성인기 소득의 최소 50%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나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성공할가능성이 낮습니다. 고등교육을 받기 어렵고 대학을 졸업해도좋은 직장을 얻기 어렵습니다. 사업가로 성공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자본도 부족하지만 부패와 법집행의 자의성, 불합리한 규제, 인프라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위 20%안에 들어가는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다음으로 만나는 운은 ‘부모‘입니다. 사람의 성취와 행동에서 유전 요소와 환경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를 ‘본성과 양육‘ 논쟁이라고 합니다. 유전 요소가 중요하다면 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환경 요소가 중요하다면 아이의 운명을 바꿀 여지가 더 많을 것입니다. - P27

성취의 또 다른 척도인 ‘건강‘도 운이 중요합니다. 우선 태어난 나라가 기대수명을 크게 좌우합니다.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의료 시스템 등이 기대수명에 영향을 주지요.
2017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18가지 주요 암의 발생 요인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크게 유전, 환경, 세포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요소가 암 발생 요인입니다.
연구 결과, 암 발생의 50% 이상이 우연에 기인했습니다. 게다가 부모가 물려준 유전도 운이지요. 사람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는 환경 요인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결국사람의 건강도 운이 8할을 좌우합니다.
그럼 나머지 20%는 우리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가요? - P29

그런데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힘조차도 사실 상당 부분 타고난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생 성취의 대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입니다. 어렵게 살고 계신분들은 한가하게 독서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우리 가족의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해.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 P30

차갑고 닫힌 마음, 능력주의 믿음의 부작용
저의 코넬대학교 동료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교수는2016년에 낸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에서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고 믿는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 부작용이 큽니다. 자기 성취가 스스로 이룬 것이라 믿을수록 세금 납부에 더 적대적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도와준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운이 나쁘기보다는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므로, 이들을 돕는일에도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성취에 미치는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런 믿음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던 것은 8할 이상이 공동체와 다른 사람 덕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샌델MichaelSandel 교수가 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제시한 제비뽑기에 의한 대학 입시 방안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P35

2. 배 속 10개월이 평생을 좌우한다.

지현 씨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직장은 중요한 환경 요인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업무 환경이 가혹한 편이지요. 노동시간이 길고, 출퇴근이 고단하며, 불필요한 회식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업무량과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덜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신 기간에 노동시간 단축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36주 이후만 가능하고, 하루 2시간뿐입니다. 그조차 눈치가 보이지요. 이런 것도임신부는 모든 임신 기간에 휴가를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합니다. 최근 육아휴직을 임신 기간에도 쓸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긍정적 변화입니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됩니다. 육아휴직 기간을 출산 뒤 1년이아닌, 임신 뒤 2년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상징적 구호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엄마 배 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합니다. - P51

5. 아빠에게도 육아 교육이 필요하다

육아의 다른 무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17년 1만2,042명이었습니다. 당시 전체 육아휴직자 9만100명의 13.4%만 남성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2020년 통계를 볼까요? 남성육아휴직자 수가 2만7,423명으로 늘었습니다. 전체 육아휴직자 11만2,040명의 24.5%입니다.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이 남성입니다.
자녀 돌봄에 대한 남녀 역할 인식도 꽤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4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돌봄의일차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이 2016년 53.8%에서2021년 17.4%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합니다. 여러 변화가 나타났지만, 아직은 자녀 돌봄에서 엄마가 감당하는 무게가 여전히 큰편입니다. 가령 자녀의 숙제 · 공부 지도 혹은 등하교 동행을거의 매일 담당하는 엄마는 50~60%에 이르지만, 그런 아빠는20% 정도에 불과합니다. - P77

그런데 아빠 프로그램을 추가로 실시한 마을의 영·유아 영양소 섭취 다양성 점수는 3.5점으로, 3.9점보다 오히려 0.4점줄었습니다(그룹 B 대 그룹 A). 아빠 프로그램이 영·유아의 충분한 영양 섭취를 오히려 방해했다는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논문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빠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들은 일정 부분 육아 지식을 얻었지만 여전히 엄마의 수준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빠들이 엄마의 식품 구매 결정에 간섭하면서 엄마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적절한 식품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로 식품 바우처도 아빠의 간섭이 있는 그룹 B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 A에 비해 아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우유·달걀같은 유제품 지출이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런 아빠에 관한 이야기가 낯설지않습니다. 한국 청소년 대학 입시의 성공 요건이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이는 에티오피아에서 진행된 실험 연구의 결과와 일치합니다.
실제로 재력(식품 바우처)과 엄마의 정보력(엄마 교육 프로그램 참여)이 더해지니 아이들의 영양 섭취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이 과정에 참여하면 목표 달성을 오히려 방해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P84

7. 직장을 잃으면 건강해진다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 환경 조사에 의하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은 같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비해 훨씬더 큰 산업 위험에 시달립니다(7-3> 참조). 남자 제조업 노동자는 진동·소음·먼지 · 유해물질·과로 등 산업 위험에 과다노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음주를 겸한 회식도 남성 위주로 이뤄집니다.
워낙 심각한 산업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장을 다녔기에 실직 후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게 우리나라 제조업 남성 노동자의 현실입니다. 실직하고 오히려 건강해진다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산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기업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합니다.
한편, 여기서 살펴본 1980년대 미국과 덴마크, 2000년대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지 않은(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환경에서 실직의 효과를 측정한 연구입니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해고도 어렵고 신규 채용도 적습니다. 반면 유연한 노동시장은 실직도, 신규 채용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실직의 부정적영향은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극대화됩니다.
OECD와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유연 안정성‘ 제고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전략을 택해야 합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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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권 수업 -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너는 나다 - 십대 7
박혜영 외 지음 / 보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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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젠더, 인종 차별, 장애, 국가폭력의 5가지 주제에 대한 인권 수업. 학교에서 필요한 수업이다. 제발 학교에서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좀 제대로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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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_박혜영
어느 사업이나 사업주가 노동조건을 정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최저 기준은 있게 마련인데, 아직 영상 제작, 편집 분야는 최저 기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착하고 나빠서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고용하더라도 법에서 정하는 최저 기준 이상은 지켜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P27

우리가 전통 방식의 노동만 보호하고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점차 늘어나게 될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노동의 미래는, 노동법이 만들어지기 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최저 기준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사회로 되돌아가게 되겠지요.
그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라이더유니온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2023년 7월부터는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몇몇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전보다 폭넓게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이 자기들의 노동 환경을 사회에 알리면서 제도를 조금씩 바꿀 수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더 많아지길 기다립니다. 내가 일하는 환경을 사회에 알리면서,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열리길 기대합니다. - P37

젠더_천선영
자, 다시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지퍼 이야기를 해 볼까요? 여성 - 몸을 억압하는 상징으로 ‘코르셋‘이나 ‘전족‘은 쉽게 떠올릴수 있겠죠. 그런데 이것들처럼 우리 시선을 강하게 잡아끌지는 않지만, 여성복에만 있으며 남성복에는 없는 아주 사소한‘ 부속물이면서 몸을 성적으로 이해한다는 사회적 시선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뒷지퍼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면 열 명 가운데 여덟아홉은 속으로 ‘앗‘ 하는 작은 탄성을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습니다.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뒷지퍼 때문에 가끔 고생을 한적이 있지만, 그것이 여성복에만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러니 뒷지퍼가 있는 까닭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조차없었던 거지요. 의식 속에 들어와 있지도 않은 일을 생각할 수는없으니까요.
여성복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 이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성복에는 주머니가 없는 경우가 남성복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을 아주 특징적으로 보여 주면서도, 그런 시선이 스며들어 있는지조차 잘 인식되지 않는 예로 뒷지퍼를 들 수 있겠습니다. - P45

모든 사회적 공간처럼 집 또한 성/젠더적으로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성평등한 공간으로 가꾸어 갈 수 있는지 우리 모두가 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의 기초단위라 할 수 있는 가정-집이 성평등하지 않은데 사회가 성평등한 공간이 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 P51

지하철 노약자석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노약자석‘을 ‘교통 약자석‘이라고 바꾸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건강한젊은이라도 사고로 다친다거나 몸이 갑자기 아프면 언제든지 ‘일시적 교통 약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독일의 지하철에서처럼 원칙으로는 그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되, 그공간이 필요한 사람의 요청이 있으면 양보하자는 제도도 제안했습니다.
‘비워 둡시다‘가 아니고 ‘요청이 있다면 비웁시다‘로 바꾸는 거지요. 여기에는 배려받는 사람도 일방적으로 어떤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정중하게 양보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양보하겠냐고요? 그런 생각에 매몰되면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규제, 통제와 처벌‘이라는 구조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객관식 질문에 꼭 맞은 정답을 고르는 선다형 시험만 공정하다고 믿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어디선가는 시작해야 하고, 어느 정도 진통이 있더라도 그 과정을 겪으면서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 깨끗하고 안전한 지하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P55

‘아직은‘ 장애인이 아니면서도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젠더 문제에 관심이 없고, 세상을 사는 데 불편하지도 않지만, 나와 달리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건강한 사회‘라고생각합니다.
자기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아직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를살펴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강남역 사건과 신당역 사건을 어느 정도까지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젊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여성의 문제로, 그리고 그 여성들과 함께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바라보는지 아닌지는 사회 건강성 측정에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 P64

인종 차별_김희교
‘짱깨‘라는 용어는 식민지 조선에서 탄생했습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자 "호탕하고, 선의가 있으며, 부유한 사람"으로 생각되던 중국인이 "더럽고 시끄럽고 악착같은 사람"으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중국인을 짱깨라고 부르는 조선인이 나타났지요. 그 중심에는 친일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떠오르는 일본에 대한 선망, 조선으로 넘어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 간다는 공포감, 한국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중국인 상인에 대한 경계심을 이용하여 중국 혐오를 조장했습니다. 그들은 중국인을 야만인으로 규정하고 문명국인 일본의 편에 서서 중국을 몰아내자는 적대감을키웠습니다.
식민지 조선에서 만들어진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엄청나게끔찍한 비극을 낳았습니다. 1931년 만보산사건은 우리의 식민주의적 인종주의가 낳은 인종 학살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만주 지역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공격한다"는 오보를 내자, 조선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에게 조선인들이 몰려가 200여명 이상을 죽였습니다. - P82

유태인 학살처럼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결코 인종주의로부터 자유로운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 P83

그러나 인종주의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마음속에 자기만의 지도를 가지고 사람과 사람을 피부색이나 국적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합니다. 이를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심상지리‘라고 불렀습니다. 쉽게 말해 마음속에 지도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인종주의적 심상지리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이 공간에 대한 구획입니다. 미국의 반인종주의 운동가 이브람 X. 켄디는 이를 ‘공간 인종주의‘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인종주의자들이 가장오래 집착했던 것이 식당에 흑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 P84

장애_강제숙
A 모녀가 생활하는 집을 둘러보고 장애인들의 공간과 복지 용구에 자극을 받았던 것처럼, 2001년 한벗재단은 일본에서 자립 생활 운동을 했던 오사나이 미치코 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이야기를들었습니다. 오사나이 미치코 씨가 쓴 책 《당신은 내 손이 되어줄수 있나요?》를 번역 출판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복지 업무를담당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습니다.
일본의 장애인 자립 생활 공간 견학과 교류를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이동 서비스 활동가, 더불어 정책을 수립하는 이들은 장애인이 홀로 지역에서 자립해 생활하기 위해 무엇이 보완되어야 할지좀 더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P107

앞서 소개한 오사나이 미치코 씨가 외출이나 여행을 떠나기전에 심정을 표현한 글은 함께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장애가 있든 없든 사람은 살아가는 한 무슨 일이든 겪기 마련이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래서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도전이다. "무슨 일이 나면"이라는 말은 손발을 묶고 마음까지 묶어 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 P113

시간을 멈추게 하고, 역사나 문화조차 멈추게 하는 위험성을갖고 있다. (줄임)
장애가 없는 사람이 여행을 떠날 때도, "무슨 일이 나면 어떻게 하려구"라며 여행을 막을까. 장애가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졸라도 소용없다며 한숨을 쉬고 용돈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으면 설득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설득하기 어려워 아예 말조차 꺼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무슨 일이 나면"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케어를 받는 쪽의 매너로써, 여행을 떠날 때는 미리보험을 들고 무엇이 위험한지 케어하는 이에게 주지시켜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두어야 한다. (줄임)
나는 항상, "내가 상처를 입거나 죽더라도 내 책임입니다" 라고 쓴 종이를 주머니에 넣어 두려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생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 P114

국가폭력_김성환
첫째, 국가정보원은 1970년대와 80년대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시기)에 서울 남산에 조사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제6국인 대공수사국 건물에서 국가폭력을 동반한 조사가 주로 이루어졌지요. 그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남산에 간다"는 말은 곧 ‘중정 고문실‘로 간다는 뜻으로 무시무시한 공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에 이 건물은 철거되었고, 흔적만 남은 빈터에 ‘기억‘이라는 빨간색 우체통을 닮은 작은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에 중앙정보부 시절 이곳에서 벌어졌던 국가폭력의 배경과 실상들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하에는 그 시절 조사실 한 칸을 그대로 보존하여 둘러볼 수 있도록해 놓았습니다.
둘째, 경찰도 국가정보원과 마찬가지로 전국에 대공분실을 만들었는데, 서울에 만든 대표적인 시설이 ‘치안본부 남영동대공분실‘이었습니다. 이곳은 1976년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김치열이 - P131

우리나라의 대표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의뢰했습니다. 김수근은 의뢰한 사람의 요구에 충실하게 설계했고, 국가폭력에 아주적합한 시설을 지었습니다. - P133

남산의 대공수사국, 남영동대공분실, 보안사 서빙고분실.. 국가폭력이 자행되던 건물 가운데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서 보존된 곳은 남영동대공분실입니다. 남영동대공분실은 1987년1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군이 끌려가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우리나라는 비로소 일인독재자 장기 집권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경찰은 부끄러운 과거인 5층 조사실을없애려고 했지요. 그러나 박종철의 아버지 박정기 씨가 온몸으로막아 겨우 지켜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조사실의 구조를 리모델링해서 국가폭력의 흔적을 지워 보려고 했지요. 이때도박정기 씨는 아들이 죽은 509호실만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며 끝까지 버텼고, 509호실만은 1987년 당시의 모습대로 보존되었습니다.
2018년, 6월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남영동대공분실에서 경찰을 철수시키고,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 - P135

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뒤로 남영동에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야만적인 국가폭력의 역사를 전시해 다시는 그러한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교훈을 되새기는 기념관을 짓고 있습니다. 기념관은 2024년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 맞추어 문을 열 예정입니다. - P136

민주주의는 나무와 같아서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돌보지 않으면 기형으로 자랄 수도 있고, 말라 죽을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나무가 병들면 그 자리에 국가폭력이라는 독버섯이 자라납니다. 남영동대공분실이 보존된 그 장소에 마련될 기념관이 ‘기억문화’의 중심이 되어, 우리 사회가 국가폭력이 없는 곳, 어두움이 아닌밝음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소중한 장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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