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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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읽은 젊은작가상. 재미가 없는 건 책이 잘 안 읽히는 요즘의 나의 문제인가. 세대 차이인가. 그래도 한편을 꼽자면 서장원 작가의 <히데오> 히데오가 아닌 히데오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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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오감. 낯선 단어인데 검색해보니 채식주의자에 나와서 많이 검색해보는 단어네. 나도 분명 찾아보았을 터이나…


뭐가 더 싫은 거지??

염오감. 마음으로부터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
혐오감. 병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


길란_추도_해설

해주의 엄마가 백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은, 비록 의례적인 동조일지언정 사회적 비극에서 기인한 타인의 고통을 개인의 과실로 치부함으로써 특권적 이익을 보전하려는 자세를 나타낸다. 우리가이로부터 느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살려면 어쩔 수 없지‘라는 무력감과 ‘정말 지긋지긋해‘라는 염오감은 어째서 익숙하다못해자연화되어버린 것일까.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검토해볼 문제, 바로 진보의 문제가 등장한다. 빨갱이라는 조롱에도 불구하고 해주가 백부 앞에서 입을 꾹 닫아버린 이유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입을 열어봤자 그녀에게 현실적으로 좋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 P83

이미상_일일야성

남편이 마음을 먹기 전까지는 희망이 있었다. 문제의 다짐은이른바 남성성 상실과 관련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의자발적인 존재 축소가 아내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건.
동갑내기 부부인 운주와 경수는 마흔세 살이었고 그 나이는 이십칠 세가 그러하듯 의미심장했다. 늙음을 일찍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나이 스물일곱 살 때 운주는 서른 살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오늘날 경수는 병원에서 전립선 질환을 앓는 오륙십대들 사이에 끼어 자신도 ‘내일모레면 오십‘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늙는 것이두려운 나머지 미리 늙어버려 노화의 공포를 잊으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매를 맞으려는 겁에 질린 아이처럼.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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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유광수 지음, 홍선주 그림 / 현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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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시 영웅 서사를 좋아하지 않아. 영웅이 여자든 남자든. 이미 정해진 운명에 따라 영웅은 살고 살아남고 승리하고. 그래도 여자임을 밝힌 후에도 왕에게 인정받아 남편을 부하로 부리며 전쟁을 이끄는 모습은 통쾌하네. 내가 읽은 건 민음북클럽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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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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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거대한 적이 있고 뒤에는 무력한 임금이 있다. 앞에 적이 있어 임금은 나를 죽일 수 없고 뒤에 임금이 있어 나는 나를 살릴 수 없다. 죽음, 오로지 죽음 만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을 자리와 시간을 가늠하며 승리가 아닌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칼의 울음.
2007년에 읽었단다. 전혀 기억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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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량은 명량에서 깨어진 적선에 올라가빼앗은 쌀이었다. 모두가 적들에게 빼앗긴 연안 백성들의 쌀이었다. 내가 적을 죽이면 적은 백성을 죽였고 적이 나를 죽인다면 백성들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었는데, 그 백성들의 쌀을 뺏고 빼앗아 적과 내가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의 적은 백성의 적이었고, 나는 적의 적이었는데, 백성들의 곡식을 나와 나의 적이 먹고 있었다.
대낮에 오한이 오면서 임진년에 총 맞은 왼쪽 어깨가 쑤셨다. 바람이 없는데도 먼바다에서 물결이 일었다. 내일, 바다에는 비가 내릴 것이었다. - P117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무서움이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끝은 적막했고, 적막한 끝들이 끝나서 쓰레기로바다를 덮었다. 그 소통되지 않는 고통과 무서움의 운명 위에서, 혹시라도 칼을 버리고 적과 화해할 수도 있을 테지만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었다. 나의 연안은 이승의 바다였다. - P135

그때 나는 세상이 견딜 수 없이 가엾고, 또 무서웠다. 나는 허망한 것과 무내용한 것들이 무서웠다. - P212

정유년 겨울에, 전쟁은 전개되지 않았다. 전쟁은 지지부진했다. 전쟁은 천천히 죽어가는 말기 암과 같았다. 적이 죽어가는 것인지 내가 죽어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죽음을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개념화되는 어떠한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않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나에게 내가 살아 있다는사실만은 의심할 수 없이 분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들 - P213

이 힘겹게 겨우겨우 흘러갔다. 저녁이면 먼 섬들 사이로 저무는 햇살에 갯고랑 물비늘이 반짝였고, 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소멸하는 날들은 기진맥진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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