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025년 겨울호 - 통권 192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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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도 늦지 않게 읽어내었다. 꼭꼭 씹어먹진 못했지만. 지방과 농어촌 문제, 선거와 민주주의, 기후위기 등, 매번 같은 주제이지만 조금씩 다른 관점과 문제와 기대를 말한다. 다음 호에는 다가올 지방선거와 관련된 주제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언급된 기후시집 <여름, 연루>를 찜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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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주의자

권대웅

걷다 보면 답이 온다
생각이 오고 파동이 온다
하늘과 구름과 땅속에서
문장이 온다

발걸음이 땅에 닿을 때마다
몸의 기억과
잠들었던 꿈
공중의 신호등이 켜진다

걷기란 그것들을 끌어당기며 - P136

마음이 바라고
상상하는 곳으로 가는 일

나무는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가며
하늘로 향해 가는 길을 읽는다
그것은 나무가 걸어가는 방식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내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몸 어딘가에 살고 있는 상처
낙엽 같은 미움들
한 걸음 한 걸음씩 어루만져 주는 일

걸을 때 나는 창조자
자유로운 영혼
심장과 두 발은 나의 육필
몸으로 관통하는 바람과 구름과
길의 문장을 쓴다 - P137

갈등, 반대, 제약 같은 것들을 모조리 제거해야 할 것,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틀렸습니다. 어떤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장애물이 없으면 성취감도 맛볼 수 없어요. 난관은 인간을 성장시킵니다. 그래서 고통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사람, 의지가 꺾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좋은친구가 되지 못해요.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로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 삶에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잖아요. 첫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이것이 인간의 행복과 건강에 중요하다는 증거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프랭클 - P162

은 인간이 자연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것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중요한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고, 셋째는 고통입니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참된인간이 된다는 거예요. 물론 고통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 없겠죠. 또 너무나 부도덕하고 비참해서 차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고통도있습니다만... - P163

여러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주류 문화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누구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생각의 자유와 상상의 자유를 실천하는 것이 대단히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내면의 변화밖에 없어요.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우리의 정신, 마음, 영혼을 아름답고 창조적이고 신성한 우주를 향해서 활짝 열게 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예요. 나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어요.
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나 그분들이 내 책에서 뭐, 매일 아침 20분간 명상하기 같은 어떤 규칙 - P168

을 배웠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명상도 좋겠죠. 하지만 변해야 하는 일은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세계를 다르게 보는것입니다. 내가 책을 써서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물론 처음부터 어떤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논리적이고, 따라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독자들을 어떤 장소로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의 근원적인 의미에 대해서, 정말 기초적이면서도 극히 중요한 측면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장소로 말입니다. (김정현 녹취, 옮김) - P169

세상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물리학에서도 물질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실체는 보이지 않고 오직 서로 간의 힘의 관계만이 남는다. 생명의 보고인 숲을 연구한 생태학자들도 말한다. "숲은 상보적 관계에서출발한다." 몇년 전 ‘좋은 삶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제목의 TED강연에서 700여 명을 70년 동안 추적한 하버드대학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결론은 단 하나, ‘좋은 관계‘로 요약된다. 좋은 관계가 행복의 전 - P175

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할수록 외로움은 깊어지고, 그 외로움은 분노와 혐오로 증폭된다. 결국 관계가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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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시집 <여름, 연루>

기후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초래될 9가지 경계선을 밝혀냈는데, 이미 그중에서 6개가 한계치를 넘어섰다. 기후 이외 - P58

에, 토양 및 담수의 변화, 생물다양성 붕괴, 영양소 순환 사이클의 교란, 과불화화합물(PFAS) · 유전자조작생물(GMO) · 미세플라스틱 등 지구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해양 산성화도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이것은 모두 과학적으로 증명된 분명한 위협이지만 국제적으로 적절히 대응이 이뤄지고있는 사안은 단 하나도 없다. - P59

북(北)이 패권을 잃고, 남(南)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다자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체제를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되돌아가야할 때도,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낡은세계는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세계는 태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현재는 괴물들의 시대이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듯이 안전한 항구에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김정현 옮김) - P101

불안과 슬픔의 연대, 연루감
여름이 남긴 것을 돌아본다. 지난여름 평균기온은 25.7℃로 1973년기상관측 이후 역대 1위였던 지난해 여름 기록(25.6℃)을 경신했다. 폭염 일수는 28.1일, 열대야 일수는 15.5일이었다. 온열질환자 숫자는 작년보다 20.4% 증가한 4,460명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한다.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쓰러진 것들이 비단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 속에서 풀, 벌레, 물고기, 동물들 역시 터전을잃고 멀리 떠내려가거나 말라 죽었다.
여름이 남긴 것들과 지금 살아서 겨울을 맞는 우리는 어떤 관련이 있나. 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하고 권누리, 마윤지, 박은지, 윤은성, 윤지양, 정재율, 한연희, 희음 여덟 명의 시인이 참여해 엮은 시집 《여름, 연루> - P115

는 그 관계에 대해 묻는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의 현장을 찾아 고통을 함께한다. 화성습지, 월성원자력발전소, 가덕도 등이다. 인간에 의해 땅이 파헤쳐지고 물이 오염되는 상황에서도 그곳에 여전히존재하는 생명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연결고리 안에서 연루돼 있음을 확인한다. - P116

소설가 황정은은 올해 문학주간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소설을 낭독한 뒤, ‘연루감‘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내가 가해자가 아닌데도 죄책감이생기고 괴로운 느낌. 그는 세계의 폭력과 위기상황에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가동하는 에어컨,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쉬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원전 주위의 사람들 혹은 동식물, 그리고 바다. 모두가 연결돼 있다. 우리는 착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삶, 다른 생명을 착취한다. 황정은의 말대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곳은 없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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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5년 가을호 - 통권 191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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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재생에너지가 답이 아닌데,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줄이고 싶지 않은 외면의 마음이 문제다. AI를 검색엔진으로 쓰고 있는 요즘, 내가 묻는 질문에 신속히, 많은 (부정확하지만) 정보 제공을 위해 AI가 에너지를 얼마나 쓰고 있을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생각하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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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2-01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AI가 사용하는 전력량 때문에 상당히 늦게 사용했는데 말이지요. 한두번 쓰면서 보니깐 너무 편한 거 있죠 ㅠㅠㅠ
핵심이 그거겠죠. 사용량 줄이는 것 ㅠㅠㅠ

햇살과함께 2025-12-05 19:07   좋아요 0 | URL
아 줄이기 쉽지 않아요 점점 늘어날 뿐 ㅠㅠ
 

서문
그러나 인류가 무절제하게 흥청망청석유, 석탄을 탕진해가자 불과 몇십 년 만에 ‘에너지 생산에 드는 에너지비용(ECOE)‘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달리 말하면, 성장의 연료가 될 ‘잉여분의 에너지‘가 꾸준히 감소해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서구 선진경제들의 경우에는 이미 2007년 세계 금융붕괴 사태 이전에 성장이 멈추었고, 아시아 등의 신흥경제들도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고 모건은 설명한다(《성장 이후의 삶》, 2013).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GDP(국내총생산) 지표는 카지노경제, 금융공학이 만들어내는 눈속임일 뿐이다. - P3

이완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강력한 중앙집권을 상징하는 소비에트의 실험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이끄는 시장주의 실험 또한 대실패로 돌아갔다. 둘 중 어느 것도 민중들의 삶을노예의 속박에서 해방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을까? - P32

나는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을 비롯한 시장주의자들이 마치 ‘자유‘를자기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언급하는 것에 구역질이 나는 사람이다. ‘인류가 누려야 하는 보편적 자유‘라는 개념은 서구 사회에서 인문주의와함께 성장한 것이다. 중세 봉건사회에서 세상의 중심은 신과 왕이었다. 하지만 ‘신과 왕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인문주의가 대두되면서 자유의지, 즉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의 중요성이 등장한 것이다. 이 말은, 근대 시민사회를 연 자유의 철학적 개념이 ‘나 스스로 나의 삶을 결정한다‘는 데 있다는 뜻이다. 그게 왕이건, 혹은 신이건 그 누구라도 나의 의지에 기반을 둔 나의자유의지를 폭압적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이게 진정한 자유다. - P33

조슈아 팔리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호혜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경제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기적이고 사욕만 채우려 들고협력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진화학에는 ‘집단선택‘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생물종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수렵채취인 무리들을 비교해서 연구해보았더니, 가장 협동을 잘하는 개인들로 구성된 무리가 다른 무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자손이 번창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협동성이발현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한편, 하나의 무리 내에서는 반칙을 하고 배반하는 자가 더 잘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인간은 이중의 속성을 갖도록 진화했습니다. 협력적이면서 동시에 경쟁적이고 이기심을 가진 존재로 말이지요. 바로 그래서 경제제도가 어떤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경제체제에 따라서 이기적인 개인들이 협동적으로 행동하게 되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협력하는 개인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길게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이것은 매우 잘 밝혀져 있는 내용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시장이나 금전적 거래의 언어로 사고를 할때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처신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돈을 머릿속에 떠올리도록 만들기만 해도 타인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도움을 청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그리고 다 같이 함께하는 전통적인 활동에 참여하기보다 홀로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 P49

하승수 정규석
관료, 정치인, 일부 전문가들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면 기후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들리게 얘기하는 건 기만적이고 혼란을 부르는 일이라고 봅니다. - P55

수도권(서울)을 중심에 두고, 대도시를 위해서 소도시가 희생하고다시 농촌이 희생하는 위계관계 속에서 지방의 공동화가 생기고 있잖아요. 지역소멸이라는 문제 하나만을 생각해도 전력시설의 분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거예요. 원칙적으로 서울에서 쓰는 전기는 서울에서만드는 게 맞지요. - P55

탄소배출량 계산하는 것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해도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돌리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는 것, 이대로는 탄소중립은 어림도 없다는 결론은 이제 나왔잖아요. 저는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고 보고,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아니라 ‘고에너지 사회‘에서 ‘저에너지 사회‘로의 전환, 즉 전력소비를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느 한쪽에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고르게 책임을 지는 방식, 즉 지역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가야 된다는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좀더 정의로운 사회로 갈 방법은 그것밖에 없을 것 같아요. - P67

장바티스트 프레소
에너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도 인류는 ‘에너지전환‘을 겪었으니 그런 식으로 기술혁신을 하면 현재의 위기도 극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류가 하나의 에너지원에 의존하다가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종류가 갈수록 늘어났을 뿐이지, 모든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갈수록 커졌던 것이 19세기와 20세기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 P75

경제학, 기술과 물질, 정치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없으면 현재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에너지와 경제적 생산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군요. ‘에너지전환‘이 역사에 존재한 적 없는 신화라는 것도 대부분 모르고 있고.... 아니,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죠. 에너지원만 바꾸고 그냥 지금껏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쉬운 길이니까요. - P83

황종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국가보다 주민이 일상의 주인이 되는 ‘작은 자치‘들을 통해서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주민과 읍·면에 진정한 자치를 허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세계에서가장 규모가 큰 기초 지방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 아니 ‘낯선‘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훨씬 작은 단위인 읍·면이 자치권을 회복할 때, 행정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치 공간이 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 그것은 이제 막 출발한 ‘국민주권정부‘가 무력감에 빠진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가슴 뛰는 무엇으로 만드는 길이다. - P113

안현진
우리는 지금껏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했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폐기물을 자원으로 만들고 있는지 주목하지 않았다. 쓰레기 뒤의사람을 보지 못하고 비용(이윤)에만 집중할 때 안전은 쉽게 무너진다. 안전은 개인이 주의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폐기물 처리 각 단계의 노동환경에 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기적 관리·감독 체계와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환경연대는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의 안전이 시민 편의 및 비용을 명분으로 더이상 위협받지 않도록 서명운동(https://ecofem.short.gy/safe)을 하고 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 P121

조현철
이러한 부정적인 가난과 대조되는 가난도 있다. 먼저 물질의 소유욕에서 해방되려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가난이 있다. 청빈이라고도르는 이 가난은 물질적인 차원도 있지만, 소유에 관한 내적 태도를 중시한다. 소유의 대상은 물질뿐 아니라 사람과 힘과 시간 등 모든 것을아우른다. 이 가난은 일종의 ‘덕‘이며 그 반대는 탐욕이다. 가난하거나(혹은 가난하게 만들어진 이들과 함께하기 위하여 선택하는 가난도 있다. 이 가난은 연대와 사랑의 행위이며 그 반대는 이기심과 무관심이다. 예수의 삶을 재현하려 했던 프란치스코의 삶은 청빈과 연대의 자발적 가난을 모두 포함한다. - P138

양창모
질병은 도토리처럼 어딘가에서 툭 떨어지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 같은 생활습관질환을 교정하기 위해 맨 먼저 필요한 것은 생활하는 곳을확인하는 일이다. 그곳은 바로 집이다. 저염식을 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고혈압 환자는 없다. 다만 ‘어떻게‘에서 막힐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는 가장 중요한 시작은 환자의 집 냉장고를 열어보는것이다. 그때 의사의 새로운 역할이 열린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 노인이 장보기가 힘들어 매일 장류와 장아찌만으로 식사하는 걸 발견했을때 반찬서비스 받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은 왜 의사의 역할이 아니란 말인가. - P164

김관욱
기술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피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점은, 기술이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우리가 진정 염려해야 할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확인하고 안심하게 되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철저히 ‘자본가가 마구 가져다 써도 될 능력‘으로 포획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마치 자연의 자원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을 위시한 기술의 발전이 노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예측에 있어서 ‘대체될 노동 대 대체되지 않을 노동‘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한다. 그것은 또다른 ‘망각‘을 초래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노동이 지닌 특성이 어떤 변화 속에 놓일지가 가장 중요하다. 즉, 무엇을 잉여가치의 주된 대상으로 보느냐가 핵심이다. 이것이야말로 첨단기술 시대에 노동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답하기 위해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다. - P178

강수돌
자본주의 가치 원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주는 가장 핵심적 메시지는, 단순히 자본(생산수단)의 소유관계나 지도층 개인 특성(리더십)이 핵심이 아니란 것! 즉, 자본관계나 가치관계로 표현되는 물신주의가 근본문제다. 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건강하고 활기찬 관계가)사물관계로 왜곡된 것이다. 인간관계나 생명관계가 아닌, 상품관계나가치관계가 삶 전반을 지배하는 것이 물신주의다. 일단 우리가 상품가치 내지 자본가치를 내면화하고 나면 그다음은 거의 자동으로 돌아간다. 맑스가 가치를 ‘자동 주체‘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P189

황대권
생명평화무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데는 인기 연예인 이효리의역할이 컸다. 그녀는 평소에도 이른바 ‘개념 있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방송에서 우연히 그녀의 팔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놀랍게도팔뚝 한가운데에 생명평화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문신은 아주 사적인취미인지라 방송에서 그것을 두고 따져 묻지는 않았으나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갔다. 뒤이어 인터넷에는 문신이 드러난 과거의 모델 사진들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홍대 앞 거리에 가서 "이효리 타투 해주세요"라고 하면 생명평화무늬를 새겨주는 일이 생겼다. 필자가 전라도 영광 산속 농장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이웃 동네에 사는 논두렁 건달이 놀러왔다. 건성건성 농사지으면서 심심하면놀러오던 친구였다. 한여름이라 덥다면서 웃통을 벗어젖혔는데 어깨에 생명평화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야, 이거 뭐야? 너 이 문신이 뭘 뜻하는지나 알아?"
"몰라. 안사람이 이효리 문신한다고 하길래 쫓아갔다가 멋있어 보여서 나도 했어."
뒷목을 잡고 웃었다. 하나의 문화현상이 어떤 경로를 거쳐 사람들사이에 퍼져가는지 똑똑히 보이는 순간이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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