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호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
이희경 <이반 일리치 강의>
좌담_초고령사회,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이미 정년을 했고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2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연금 개혁도수십 년째 지지부진하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부양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호명되고 있는 것일 테죠. 베이비부머 세대를 ‘마처 세대‘라고도 하던데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로부터 돌봄을 못 받는 처음 세대라는 뜻인데, 역시 생계나 돌봄 차원에서 노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없다는 우려를 담은 표현이겠지요. - P128
고령화란 전체 인구 비중에서 노년층이 늘어나는 것이고, 결국 저출산이 문제인 것인데, 아이를 안 낳는 건 젠더문제, 여성노동의 문제로연결되잖아요. 한국 여성 자살률이 OECD 1위이지만, 특히 20~30대 여성자살률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거잖아요. 다큐멘터리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 (2020)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만 3,000명씩 자살시도를 했고 300명 가까이 죽었다고 합니다. 1997년에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2008년 금융위기 겪으면서 또 한차례 노동환경이 크게 변하는데, 이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것도 여성 노동자들이었어요. 비정규직으로, 시급제로 몰렸어요. 코로나 발발 직후 한 달에 여성 12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거잖아요. 한달 사이에 무려 12만 명이 해고된 것도 놀랍지만 이게 전혀 사회적 이슈가 안됐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습니까!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누겠어요. 노인빈곤 문제를 살펴봐도 여성이 더 취약합니다. 요는 초고령사회로의 빠른 이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젠더, 계급 문제와 함께 풀어야 한다는 거예요. 노인에만 초점을 맞춰선 해결이 안됩니다. - P132
김찬호 사회적 돌봄이나 생활동반자법 같은 건 정부가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죠. 사실 ‘윈윈게임‘인데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지요. 일본은 스스로 ‘과제 선진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초고령화에 대한 경험치가 있고 배울 점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치매 노인들의 경우에 일본에서는 자신이 치매 환자임을 밝히고 계속해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아주 초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그런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면 당사자나 주변에서 치매인 걸 인식하고 계속해서 이 사람들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 다양한 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원봉사 활동이나 놀이 공동체일 수도 있고, 가벼운 육체노동 등 사례가 많아요. 또 치매 환자의 쇼핑에도우미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있더군요. 치매 노인이 혼자서물건을 사러 가면 산 것 또 사고, 계산 틀리고 실수를 하는데, 이런 일이반복되면 아예 포기하게 되고 그럼 병세가 나빠지거든요. 그래서 일본어느 도시에서는 마트 주최로 일주일에 하루, 1시간 동안 치매 환자들을 위한 쇼핑 시간을 지정해서,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들이 일대일로 붙어 치매 노인들의 쇼핑을 돕는다고 해요. - P139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별로 없어요. 제 화두는 생물학적 소멸에 맞춰 어떻게 실존적으로 후퇴할 것인가입니다. 저는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지금과 같이 죽을 때까지읽고 쓰는 일을 하고 싶긴 해요. 어느 날 눈이 어두워 더이상 책을 읽고쓸 수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 우주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을까, 그런 게고민입니다. 각자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에서, 사이드식으로 표현해서 ‘말년의 양식‘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P143
저는 정치적 주체로서 ‘주변‘이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 페미니즘 씨앗을 뿌렸다고할 수 있는 이효재 선생은 퇴직하시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도서관에서아이들 책 읽어주는 일을 하셨어요. 이렇게 작은 일, 동네에서 쓸모 있는 일을 하는 할머니가 제가 닮고 싶은 모습이에요.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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