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 산업_최원형

이런 보건의료정보의 상업적 거래가 얼마나 은밀하게 만연해 있는지, 또 업자들의 주장과 달리 익명화된 데이터가 얼마나 재식별화하기 쉬운지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발생했다. 2015년, 한국의 의약품 관련 단체들이 설립한 ‘한국약학정보원‘과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 개발사 ‘지누스가 2011~2014년 사이 약국에서 쓰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집한 보건의료정보들을 당사자 동의 없이 ‘한국아이엠에스‘에 22억 원을 받고 팔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넘겨진 정보는 환자 주민등록번호와 병명, 조제 내역 등이 포함된 47억 건으로, 피해 규모는 자그마치 4,399만 명에 달했다. ‘한국아이엠에스‘에서 정보를 얻은 미국의 본사는 이를 재가공해 100억 원에 국내 제약회사에 되팔았다. 지은이는 책에서 이 사건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이 환자 의료정보의 상업적인 이용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의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 ‘싸움‘의 전선은 ‘비식별화한 것은 활용에 대한 개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빅데이터산업의 논리와 ‘비식별화한 것이라도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라는 개인정보 보호의 논리 사이에 형성됐다.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한국아이엠에스‘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들은 2020년 1심에 이어 2021년 2심과 3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피고들이 줄곧 주장한, ‘식별 - P87

정보를 암호화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재식별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논리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과학자 라타냐 스위니의 연구팀이 ‘아이엠에스‘가 한국에서 받은 익명화된 데이터를 연구해, 그 익명화 방법이란 게 주민등록번호 일부를 정해진 특정 알파벳으로 바꾸는 정도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논문을 발표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 P88

핵심 문제는, ‘아이엠에스‘ 같은 기업이 수십 년 동안 보건의료정보를 수집하고 거래해왔던 것을 은폐해온 역사가 보여주듯 ‘상업적 목적‘
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다. 지은이는 "건강 관련 기업들이 의료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지 숨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환자를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오랫동안 ‘아이엠에스‘
의 배를 불려온 것은 환자들이 아니라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정부 등이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고객 역시 개별 데이터의 주인인 우리들이 아니라 우리를 자원으로 삼는 다른 기업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시장이 주도권을 쥔다면 기업들이 우리에 대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파악할 테고, 그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미래를 빚어내려 할 것이다." 지은이는 특히 의학의 경우 "특유의 방식과특수성을 지닌 산업 분야지만, 다른 경제 분야에 비하면 진짜 고객(환자)을 만족시키는 정도가 훨씬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산업의 효용을 앞세우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는 빅데 - P90

이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 따위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말은 우리에게 아주 간명한 핵심이 무엇인지짚어준다. "큰 그림에서 보면, 건강 빅데이터 시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더 높은 투명성과 더 많은 동의 절차, 그리고 더 많은 통제다." - P91

살아있는 의료_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대의학은 크게 틀렸습니다. 연구자들은 박테리아(세균)가 자연돌연변이를 통해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광범위하게 갖게 되기까지는 대략 100만 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박테리아가 바보인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박테리아는 고도로 지각력이 있는 존재입니다. 세균은 인간 언어만큼 정교하고 복잡한 언어수단을 통해서 소통하고, 자신의 친족을 알아보고 자손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냅니다. 박테리아는단세포생물이지만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모였을 때에는 집단적 지능을나타냅니다. 동식물, 곤충 같은 복잡한 생물들도 본질적으로 ‘박테리아공동체‘라고 봐야 하는 거예요. - P93

약초의술은 대부분의 증상을 치료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관리 모델이 ‘질병과의 전쟁‘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는 것으 - P105

로 전환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프게 될 겁니다. 그건 막을 수없는 일이고, 또 막아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약초의학에 의존하게 되면단기간에는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약초는 조제약과 같은 저항성 문제를 일으키기 않기 때문이죠. 부작용도 훨씬 적고, 비용도 싸고, 그리고 재생 가능합니다. 자연분해됩니다. 지구의 생태적 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약초의학은 지속가능한 의술입니다.
식물의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 세계에 죽음은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는 철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한계를 지운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그런 한계를 억울해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거나 분개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성숙함의 하나의 징표가 아닐까요. - P106

뇌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을 ‘식물인간‘이라고 하잖아요. 어째서 우리 문화는 식물을 기본적으로 수동적이고 지능이 없는 존재라고 보는걸까요?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긴 시간의 틀 속에서 반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렇지만 전통문화들은 식물을 지능이 있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어떤장소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지 않으면 봐도 볼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못 보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식물 신경생리학자들이 식물이 지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가설은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많은 신경세포로 된 뇌를 보유한 식물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식물의 신경망은 뇌라는 장기가 아니라 뿌리시스템 속에 내재돼 있다고 해요. 이 네트워크는 인간의 뇌처럼 두개골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흙이 허용해줄 수만 있다면 무한히 자랄 수있습니다. 사시나무의 경우에는 뿌리가 10만 년 이상 동안 자라 수십만평에 이르게 뻗어 나가기도 합니다. - P112

나 자신의 한계, 놓쳐버린 기회, 미처 마치지 못한 일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과오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어요. 회피해온 일들을 처리할 기회인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는 젊은 자신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생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온전히 진실되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회한에 찬 임종을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그건 자기자신을 깊이 배신하는 일입니다. 저는 결단코 그런 일은 피하려고 합니다. 내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남겨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김정현 옮김)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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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모, 강원도 왕진의사 <아픔이 마주하는 세계에서>
마을진료소, 이웃복지사
선례 없음이란 결국 의지 없음을 뜻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가려진 이야기_김연희

한국의 의사 직군은 ‘이중의 격차‘ 속에 놓여 있다. 첫 번째는 의사 직군과 사회의 다른 직군 사이의 소득 격차이다. 30년 가까이 의사 공급은 고정돼 있지만 의료시장에 돈이 몰리며 의사 직군의 임금은 독보적으로 높아졌다. 이렇게 의료시장으로 몰려간 돈은 의사 직군 내에 또다시 격차를 만들어냈다. 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단체와 수가(의료 가격)를 계약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격통제를 받는 급여 영역은 수익 상승이 비교적 완만하다. 국민 생명에 꼭 필요한 필수의료 과목이 대부분여기에 속한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신경외과 같은 곳들이다. 반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건강과 미용시술을 향한 욕구가 커지면서 의료시장으로 몰린 돈은 병의원이 임의로가격을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영역으로 흘러갔다.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같은 전통적인 비급여 시장에 더해, 손실보험의 활성화로 통증의학과처럼 새로운 비급여 시장 역시 빠르게 확장되었다. - P59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쟁은 ‘총량‘과 ‘배치‘의 문제라고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총량은 절대적 의사 수 부족, 배치는 의료계 내 잘못된 자원배분을 의미한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은데 배치가 잘못되었을 뿐"이라는 것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오래된 주장이다. 그 원인으로 늘 저수가를 꼽는다. 건강보험이 소아청소년과나 흉부외과 같은필수의료에 쳐주는 수가가 낮아서 전공의들이 선택하지 않는 기피과가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시절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며 진료비나수술비의 수가가 낮게 책정됐고 의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일종의 박리다매인 ‘3분 진료‘ 관행이 굳어졌다는 것은 한국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건보 수가에서 진료비와 수술비는 낮지만 검사비는 원가보다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 이런 수가 구조를 이용해 의료계에서 검사를남발해왔다는 점, 또 잘못된 자원 배분을 바로잡으려면 비급여로 큰 소득을 올리는 분야의 수익 역시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사들은언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내놓은 필수의료 개혁패키지에서 손실보험제도를 손보겠다는 방안을 두고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의대 증원 못지않게 극렬한 반대의견이 형성되었다. - P61

이 분야를 취재하며 ‘보건의료제도의 세 주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대변되는 ‘정부‘, 의료기관·의료인 등 ‘공급자‘ 그리고 ‘이용자‘, 즉 일반시민, 이렇게 세 주체가 보건의료제도를 지탱하는 기반이라는 의미이다. 보건의료는 복잡하고 전문성이 높아 의료인만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는데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치료는 인체와 의료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 P63

역할이지만, 보건의료제도는 한국사회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사회 구성원이 동참하고 공동체가 함께 가꾸어야 할 공적 시스템인 것이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큰 신뢰를 받으며 시민의 건강 수준을 높여왔던 성공적인 제도가 일대도전을 맞고 있다. 의대 정원으로 촉발된 의료 개혁은 의사집단이 아니라우리 모두의 일이다. - P64

바깥 없는 몸, 관계 없는 의료_김태우

브뤼노 라투르는 근대 이후의 시대가 규정하는 분리의 체계에 주목하였다." 과학과 정치, 자연과 인간의 영역을 나누는 것은 근대라는 시대에 헌법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었다고 주장한다. 근대 이후의 시대를 규정하는 분리의 헌법은 몸에도 가해진다. 몸과 몸 밖을 분리하는방식으로 드러난다. 근대라는 시대는 ‘순수하게 하기‘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그것은 경계를 나누는 대상들의 순수성을 만드는 담론과 실천 - P70

을 통해 근대 헌법에 종사하는 작업이다. 생의학은 몸에 대한 ‘순수하게 하기‘를 담당하는 대표적 지식과 실천의 체계다. 생의학은 몸의 내부에시선을 돌리면서 몸의 수준에서 ‘순수하게 하기‘를 완수한다. 몸의 내부의 부분과 그 부분의 더 내밀한 부분에 시선을 던지면서 ‘순수하게 하기‘를 실천한다.
이러한 ‘순수하게 하기‘의 내부 보기가 추동하는 시선의 방향성에 의해 몸 외부와의 관계는 차단된다. 수많은 발암물질이 도처에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몸 내부로 집착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미세먼지들이 자욱한 공기를 마시고, 미세플라스틱이 부유하는 물을 마시고,
항생제 투여된 고기를 먹고, 농약 묻은 야채를 먹고, 화학약품으로 숙성시킨 과일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내부로 집착된 시선을 지속한다. 살벌한 경쟁의 기업문화 속 스트레스가 만연한 직장을 다니고, 휴식하고 운동할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365일 자영업장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몸 내부로 향하는 강력한 시선의 방향성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다시 나누어진 부분의 내부를 바라보는 시선의 관성을 멈추지 못한다. 발암물질, 미세플라스틱이 이미 하이브리드된 몸인데, 의료는 자꾸 이 몸의 순수성을 말한다. 지금의 의료에서 몸과 몸 밖의 관계성은 무시된다. ‘관계‘ 없는 의료가 지금의 의료를 특징짓는다. 그리고 어느 날 찾아간 병원에서 질책의 말을 듣는다.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하셨어요." - P71

기록 갱신이 일상이 된 최고기온의 여름에서 "열기는 새로운 코비4)드"로 작동한다. 강력한 열기 속에 실내에 머물라는 재난문자가 수시로 터진다. 이것은 열기에 의한 격리(lockdown)이다. 에어컨이라는 취약한 보호막으로 지키고 있는 실내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에어컨이가동되지 않을 때를 상정한 재난 예측 연구들은, 격리도 유효하지 않 - P72

은 새로운 코비드의 강력함을 말하고 있다. 만연하는 기록 갱신의 열기를 걸어 잠근 문이 막아주지는 못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내부로 향한 시선을 돌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료 개혁이다. 기후재난의 시대가 경각으로 임박한 상황에서 의대증원의 문제보다 시급한 것은, ‘순수하게 하기‘의 몸과 그 내부 보기를통해서만은 건강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의료인의 적정 숫자보다 그 의료인이 다루는 몸이 어떤 몸인가에 대한 논의가더 시급하다. 의대 증원 논쟁이 역사적인 이유는 국가와 의료의 연결로결성된 권위적인 체계에서 수동적 몸으로 남은 근현대 몸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기후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 역사의 문턱에 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 P73

농촌 돌봄의 기발한 대안 두 가지_양창모

"이분들이 왜 병원을 찾아가야 하지? 의료진이 찾아오면 안되나?" 노인들에게 써준 수많은 진료의뢰서가 결국 의사에게 가 닿지 않은 채 버려졌다는 걸 알았을 때 든 생각이다. 시골 동네마다 있는 마을회관에서한두 달에 한 번이라도 의사가 찾아오는 마을진료소를 개설한다면 어떨까 싶었다. 인구 30만의 도농복합 도시라면 대략 서너 팀의 의료진만있어도 웬만한 시골 마을은 빠지지 않고 방문할 수 있다.
좋은 기획이라 생각해서 추진했지만 결국 행정의 벽에 부딪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법이다. 의료법 제33조 1항에는 의료기관으로 허가되지 않은 공간, 예를 들면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는 진료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관계 공무원은 이 1항을 인용하며 마을진료소 설치가 어렵다고 했다. 난감했다. 관련 법을 찾아봤다. 1항이 명시되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동시에 예외 규정도 있다. 예를 들면 예외규정 3호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도 진료행위를 할 수있게 되어 있다. 시장이 공익상 마을진료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설치가 가능한 것이다.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관계 기관에 항의도했으나 이제까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어처 - P76

구니가 없었다. 선례가 없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선례를 만든 사례, 즉원격의료를 허용한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원격의료를 금지한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특구라는구실로 이를 허용했다. 수백억의 지원금도 풀었다. 강원도에서만 적어도 100개의 방문진료팀을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선례 없음이란 결국 의지 없음을 뜻했다.
만들어내는 주어가 정당이든 시장이든 도의회든 상관없이 이 모든시행착오에도 마을진료소는 결국 만들어질 것이다. 주어가 누가 됐든시골의 노인들은,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매일 옆에서 함께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 문장을 완성해낼 것이다. 드러난 사회적 고통은 수없이 고쳐쓰더라도 결국 주어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노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 주어를 찾고 싶을 뿐이다. - P77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이 아니라 관계이다. 어떤 역할도 관계를 대신할 수 없다. 멀리 시내에서 온 요양보호사보다 마을에 함께 살고있는 이웃복지사가 훨씬 중요한 이유이다. 요양보호사에게 대상자는자신의 서비스가 필요한 익명의 개인이지만 이웃복지사에게 대상자는 - P78

마을사람이다. 요양보호사에게는 자신의 대상자가 누구를 만나고 이웃들과 어떤 도움을 주고받는지,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일이 발생했을때 누구에게 연락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웃복지사에게는 중요하고 이미 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돌봄의 구성원이 아니지만 이웃복지사는 서비스 시작 전부터 이미 이웃 돌봄의 구성원이다. 의사인 나는 황 할머니무릎에 관절주사를 놓고 돌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최 이웃복지사는요가를 통해 할머니 무릎 관절의 힘을 근본적으로 길러주면서도 함께운동할 친구를 불러온다. 함께 있는 사람이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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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공성_백재중

의료 자체에 공공의 개념이 내재되어 있지만 민간 주도의 의료 현실에서 의료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불필요한 또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공공경찰, 공공소방이라는 용어가 어색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할 때 무엇보다도 공공병원 확충의 의미로 사용하는경우가 많다. 그만큼 공공병원 인프라가 취약함을 반영한다.
넓은 의미로 의료공공성 강화는 재정분야에서 공적 부담을 높이는과제,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을 확대 강화하는 것 그리고민간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 모두를 아우른다. 나아가 의료이용 과정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과제까지도 포함한다. - P11

지역공공은행_양준호

기존의 자본주의적 금융이 ‘소유‘와 ‘관리‘의 차원에서 자원을 분배했다면, 지역공공은행은 ‘소유‘와 ‘관리‘ 너머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민들의 연합, 즉 ‘사회‘가자원을 분배한다. 그 근저에는 지자체의 예산을 네그리 · 하트가 강조하는 ‘공통적인 것(Common)‘으로 간주하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에 대한 새로운 조정 방식이지 않을 수 없다. - P23

공공재생에너지_한재각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을 10%의 부유층이 배출하며, 특히 이들이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어내는 거대기업을 통해서 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중과세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과제다. 이는 토마 피케티 등의 세계불평등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의 제안이기도 하다. 여기서 탄소세와 비교하면서 토론해보자. 흔히 탄소세는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는 과세이며, 또한 탄소 배출(혹은 에너지 소비)을 감축하는 방안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이 보여준 것처럼, 탄소세는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간접세로서 ‘소득진성‘으로 핵심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오히려 조세불평등으로 사회적 저항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재생에너지의조세 전략은 시민들의 필수적인 에너지 소비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과 대기업들의 소득과 이익에 과세를 하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정조준한다. 이런 기후정의세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불필요한 소비를 낳는 핵심적 원인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제이슨 히켈과 같은 탈성장론자의 인식이기도 하다. - P31

공공교통_김상철

일반적으로 ‘public transport‘는 ‘공공교통‘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이라고 번역한다. 정부의 공식 문서나 법률에 공공교통이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보통 ‘공공(公)‘이라고 번역하는 ‘public‘이라는 말은 사회 구성원전체를 위한다는 운영체계의 속성을 드러낸다. 교통서비스는 의식주라는 생존을 위한 기본권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생활로 권리가대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이동권을 보장할 수단이다.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 서비스이다. 일반적으로 교통서비스를 정부가제공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해외의 주요 정부나 도시들은 보편적인 교통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교통수단들을 공적으로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교통서비스 앞에 ‘공공‘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교통(mass transport)은 교통서비스의 내용이 아니라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고, ‘집단적 수송‘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개별 교통에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교통서비스는 공공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 P36

즉 오늘날 ‘공공성‘은 기후위기라는 엄중한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것으로, 대중교통 대신 공공교통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부족한 교통부문에서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및 개혁적인 조치를 도입해야한다는 뜻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행과 자전거를 기존의 대중교통수단과 통합하여 ‘보행-자전거-대중교통‘을 공공교통이라는 큰 틀로 묶는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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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_김정현

문제는 이렇게 의료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기후위기에 진지하게 대응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반드시 축소돼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항공부문과 비교하면 갑절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의료산업은 화석연료에 대단히 무겁게 의존하고있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약품들, 병원에서 한번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들, 의료적 처치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도구가 석유를 원료로 한 것이다. 냉난방과 냉장 설비도 전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지만 갈수록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진단, 검사, 수술 관련 기계장비들의 전력수요도 무시할 수 없이 크다. - P3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운동은 공허하고 쉽게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언어학자 우베 푀르크센은 환원주의적사고방식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현실과 동떨어진 언어를 ‘플라스틱 언어‘라고 부른다. 그는 전문가나 기술자, 정치가, 미래학자들이 구체적인 장소와 연결될 수 없는, 실체가 불분명한 언어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대중은 혼란에 빠지고,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창의성과 상상력이 납작하게 뭉개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나 ‘6차 대멸종‘ 같은 용어들은 어떨까. 그 위협적인 내용의 무게에 맞게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의료기술의 발달이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 의인성(醫因性)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 똑같은 원리로, 기후운동이 전문화되어가는 만큼 대중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기후운동의 전문성 역시 근본적으로 환원주의적, 기계론적, 산업적 사고방식과 훈련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악을 악으로 타도할 수는 없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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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흥미롭던 글과 읽고 싶던 책 정리해본다.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들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손화철의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에 대한 물음]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고, 그 해결책은 언젠가 발견되며, 만약 해결책이 없다면 처음부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물음과 생각거리를 재빨리 문제와 문제 해결의 조합으로 바꾸어 버린다.
기술의 영역에 특화된 이런 사고방식을 교육, 정치 같은 인간 삶의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기술에 대한 담론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맴돌며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문제와 문제풀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P31















김진석의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인간 강화와 인간 잉여의 패러독스》라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해 풀어낸다.

 

장정일의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철학자 김진석이 내놓은 인간 생존의 방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대립이라는 모호한 가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앞으로 등장할 인공지능 로봇들이 순전히 기계이기만 할 리는 없다. -컴퓨터의 연결을 추진하는 과학기술은 다름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사이보그를 탄생시키려 한다."(146) - P36

















이번 호 좌담은 지역의 이중소외 현상지역정당의 필요성다르게 살기돌아가기시민이 아닌 주민’ 정체성과 주민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알려주었다.

 

황종규 외 좌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

황종규_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가장 큰 약점이 규모예요. 자치단체의 평균 인구규모가 세계에서 제일 커요. 그리고 편차도 엄청나게 큽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일상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가면서 주민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져서 지역에 남게 하려면 자치의 단위가 잘게 나누어져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단위가 이미 너무 큰데 메가시티다 뭐다 하면서 더 크게 만들면 행복해진다는 신화를 못 버리고 있지요. 자치는 곧 주민자치, ‘Selfrule‘이죠. 굳이 ‘주민자치‘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일본하고 우리뿐입니다. 이건 한국의 지방자치 현실을 말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자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도 함의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치의 주체와 자치권을 가진 사람은 일치해야 하는데, 우리는 단체자치가 있고 주민자치가 있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주고 보충적으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 하는 정도로 자치를 인식합니다. 이런 통념을 바꾸려면 결국 의회나 자치단체장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구조부터 바꾸어야 해요.

유엔이 2011년부터 여러가지 행복지표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잖아요. 우리로서는 충격적인 지표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제가 눈여겨보는 건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도인데요, 거의 백몇십 위입니다. 한국인의 삶이 그만큼 시장종속적이라는 것이죠. 삶의 기준이 획일화되어서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갈 여지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러나 현재의 방식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한계에 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내 삶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 정치를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일상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데서 출발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보자. 한나 아렌트가 정치야말로 인간 실존의 본질이라고 그랬잖아요. - P91-92

 

그 동안 무심했던, 정부 주도의 친환경’ 인증의 문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유병덕의 [무엇을 위한친환경농업인가]

유기농업을 핍박하는 친환경 인증제도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은 6%이다. 혹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검출되냐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74% 검출되는 관행 농산물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과다. 평가는 상대적이어야 한다.
유기농업의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유럽연합의 유기농산물 잔류농약검출 비율도 14%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유기농산물은 23%로 우리의 거의 4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이 세계 1등 수준으로 낮으니, 좋은 일일까? ‘불검출을 추구하는 정부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합리적 제도 운용으로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농부들의 눈물 없이는 불가능하다. – P164-165



에코페미니스트 15인의 책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에 대한 서평이다반가운 이름 스테이시 앨러이모애나 칭이 언급된다글을 쓴 노고운님이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의 역자임을 알게 된다.


노고운의 서평 [기후위기 시대의 에코페미니즘]

사실 다종적 얽힘은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 아니다. 근대 유럽 식민주의의 영향하에서 우리는 자연/문화, 여성/남성, 비서구/서구를 나누는 이원론적 존재론과 세계관을 통해 지구 생물들을 분류하여왔다. 축산동물과 야생동물은 타자화, 여성화되어 인간 여성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부장제 문명에 의해 구조적 억압을 받아왔다(유서연, 이미숙). 그러므로 인간과 비인간을 이원론의 반대 항에 두지 않고 한 몸 안에 서로얽힌 하나의 존재라고 보는 관점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생물학에서는 이미 이 관점을 받아들여서 생물 진화의 단위를하나의 생물종이 아니라 홀로비온트(holobiont), 즉 복합 유기체(생물의몸)와 그들의 공생자(공생 미생물)로 이루어진 공생체로 보고 있다.

또한 이 책의 많은 저자들이 인용하는 페미니스트 영문학자 스테이시 앨러이모의 횡단신체성 개념을 통해서 생각해본다면, 다종의 얽힘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여겨질 것이다. 우리 지구 생물들은 숨 쉬고, 먹고, 배변활동을 할 때, 그리고 타자와 여러 다양한 방식의 신체 접촉을할 때, 외부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고 내부 물질이 몸 밖으로 나간다. 횡단신체성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체와 지구행성을 이루는 물질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얽히는 양상을 잘 표현한 개념이다. - P225

에코페미니스트가 제시하는 자급적사회는 자본주의적 정치경제에 예속된 방식의 부의 축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홍자경이 보여주듯이 문화인류학자 애나 칭의 "알아차림의 기술"을 실천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인류세 시대의 수많은 오염되고 교란된 땅에서 자연/문화 이분법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뒤얽힌 삶의 양식을 알아차리고, 그 얽힘의 삶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활동에 몸과 마음을 쏟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장우주가 주장하는 "생태적공감" "생태적 응답을 통한 다종의 돌봄이기도 하다.
김현미가 제시하듯이 기후위기 시대의 에코페미니즘은 "역사와 현재,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기계의 연결성 및 전체성을 지향한다." 또한 기후위기를 모른 척 방관하거나, 기후우울증에 빠져 인간임을 자책하기보다는, 감정의 이동을 통해 기후위기를 완화시킬 실천을 행하고자 한다. 생태적 슬픔을 함께 느끼고 애도하는 감정적 연대를 통해 "위기 이후의 희망을 기획해나갈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생태적 슬픔은 피해자의 정서가 아니라 변혁자의 분노"이기 때문이다.- P226


















김해자 시인의 시집 <니들의 시간>에 대한 서평도 흥미롭다.

고영직의 서평 [흙과 생명과 민중에 대한 모심의 시들]

"스테이 홈(stay Home)." 김해자 시인의 시집 《니들의 시간》을 읽으며스테이 홈이라는 표현이 저절로 떠올랐다. 이 말은 에코페미니즘의 핵심 개념으로 지구라는 집에 잘 머무르자는 의미에서 재()거주화를 뜻한다. 그렇다. 물살이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지구라는 집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렇듯 김해자 시인은 시집 《니들의 시간》에서 인류세 시대 시의 역할을 고민하며 다른 언어와 다른 시간을 제시하며, 지구라는 집에 살기 위해 다른 사유방식을 지닌 새로운 인간이 탄생해야 함을 촉구한다. 나는 언젠가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한 김해자 시인을 두고동네지식인이라고 명명한 적 있다. - P242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은 인류세란 "인간적인 것너머의 세계가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 의해 점차 변해버리는 불확실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좌파의 길》에서 "지구를 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절대로인류가 아니며, 바로 자본주의다"라고 강조한다. 나는 이 점에서 인류세라는 표현 대신에자본세로이해해야 한다고 한 제이슨 W. 무어의 인식이 훨씬 더 정명(正名)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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