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후위기, 빅테크 독점에 늙어감과 돌봄까지. 매번 비슷한 주제를 말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한다. 녹색평론을 읽는 것은 지구인으로 시민으로 최소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
윤정숙부모를 돌보는 시간만큼 노화와 삶의 종말에 대하여 배우고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 또있을까.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지못할 첫 세대)라 불리는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 이미 60대로 진입한 사람들에게 부모 돌봄은 숙제이자 난제이다. 노화로 삐걱거리기 시작한몸으로 ‘노노(老老)돌봄‘의 주체가 된 그들 사이에서 부모를 누가 돌보고 그 비용은 어떻게 분담하는지는 단골 대화 주제이다. ‘다음은 우리차례‘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과 더 나은 사회를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들이 좋은 나이듦과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노년층의 다수를구성하고 있다. 초유의 초고령사회를 맞아서 은퇴 이후에도 30여 년은살아야 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좋은 노년과 새로운 돌봄양식에 대한왕성한 토론과 실험이 절실하다.엄마는 "오늘 며칠이니?", "나 약 먹었니?" 같은 질문을 수없이 한다.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속을 유영하는 엄마에게, 매번 처음 받은 질문인 듯 친절히 대답하는 것이 돌봄의 기초임을 나는 한참 후에 알았다. 더 많이 곁에 있는 것, 더 자주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인지력이 퇴화 중인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처방이다. "사는 게 지루해, 오래 살아 미안해"라고 말하는 부모로 인해 펑펑 울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절대로 팔팔한 노년은 없다. 엄마의 오늘은 나의 내일이다. 앙상한 다리와 마른 가지처럼 굽은 손가락, 말과 걸음이 흐릿해진 엄마를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어떻게 돌봄을 의탁할까. - P239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
정형철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2024)에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현실 - P166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보호‘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그들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는지병리적 현상을 통해 소상히 분석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통계적자료에 의하면 아동기 및 청소년기의 우울증과 불안, 그리고 자해 시도및 자살률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된 이후 급증했다고 한다. 놀이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아동기대재편‘이 몰고 온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에 포함된 영미권 국가나 북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이트는 불안과 우울증 비율이 그토록 많은 나라의 청소년 사이에서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급증한 이유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사용 외의 어떤 다른 이론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 P167
올해 초 소셜미디어 제국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소유한 소셜미디어 그룹)는 ‘제3자 팩트체킹 (fact checking)‘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발표를 전격적으로 감행했다. ‘팩트체킹‘의 폐지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강력하게 요구해온 것이다. 애초에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제 표현의 자유로돌아갈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트럼프에게 굴종했다. ‘표현의 자유‘ - P171
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의 ‘팩트체킹‘ 기능을 비난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내세운 논리였다. 많은 언론에서는 이번 투항을 두고 트럼프를 위한저커버그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이로써 그렇지 않아도 가짜뉴스와허위정보의 온상이었던 소셜미디어는 이제 허위와 혐오가 판치는 ‘오물통‘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메타의 투항은 기술기업이 정치권력의 위압에 굴종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그 이름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회적 소통 매체가 아니라 영리가 최우선인 매체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 P172
조너선 쿡가상현실(VR) 분야를 개척한 재런 러니어는 구글을 비롯한 디지털기술 기업들이 실제로 팔고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소셜미디어는 "우리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미묘하게 우리의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고, 기업들은 "바로 그것을 팔고 있다"는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행동과 생각, 나아가 우리 자신을 개조함으로써"그들은 돈을 벌고 있다.이 기업들은 특히 ‘예측 사업‘을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남긴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처신할지 예상함으로써, 광고에 우리가 더 쉽게 설득당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들은 우리 각자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감시자본주의‘라고 불리는것의 실체이다. 그런데 예측의 성공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면 수많은 - P176
데이터를 수집하여 처리하는 작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각자를 모두 어떤 전형(典型)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우리 각자를 차별화하는 특성, 개성, 유별난 점들을 마멸시키는 작업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영화는 암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광고업자들은 우리의 감정-두려움, 불안감, 욕구, 열망을 더 손쉽게 추정, 이용, 약탈할 수 있다.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다른 기업들이 석유 선물(先物)을 거래하듯이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미래‘를 사고팔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새로운 시장 덕분에 "인터넷 회사들은 인류 역사에 전례가없는 최고로 부유한 기업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 P177
김성규붉은 앵무새가 나는 하늘단풍나무 아래 붉은 앵무새를 묻었다아들아 언제 오니?엄마 나 바빠요..엄마가 키우던 앵무새가 죽고이틀이 지나 내려간 고향,새장에서 죽은 앵무새를 꺼냈다담장 너머 이웃 아주머니가오랜만에 와서 웬 흙을 파냐고 물었다며칠 전부터 물을 줘도 먹지를 않더라니…엄마 죽은 새를 이렇게 그냥 두면 어떡해요?아무 말도 안해서 죽은 줄도 몰랐지…얼른 서울에 가야지바쁜데 오게 해서 미안하다가을이면단풍나무 잎사귀는 앵무새 붉은 깃털 - P150
수천수만 갈래로 뿌려진 깃털이밤마다 빌라 창밖에서 펄럭였다아들아 언제 오니?엄마 나 바빠요…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는 날마다,비 오는 날마다 앵무새가 울기 시작했다수천수만의 구름들이 하늘을 지나갔을까밤중에 옆집 아줌마 전화를 받고고향 집으로 내려갔다액셀을 밟으며 와이퍼가 뛰어다닐 때아줌마가 말했다며칠 전부터 엄마가 물을 줘도 먹지를 않더라구…아들아 언제 오니?엄마 나 바빠요...하늘에서 수천 마리 앵무새들이 자동차를 따라오며 울었다 - P151
김성규어린이날나이가 어릴수록엄마가 없으면 슬프고나이가 늙을수록엄마가 없으면 외롭다 - P152
손화철오늘날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모든 재화, 서비스, 자금이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된다. 과일장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점점 더 듣기 어려워질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실제로 거래하는 것보다 그 거래가 일어나는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없이는 배달을 할 수도받을 수도 없는 세상이 기술봉건주의 사회다. 구글과 애플이 영주라면, 일반 기업이나 개발자들은 영주에게 속한 가신이고, 소비자는 영토에매여 있는 농노다. 농노와 가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자유다. 상거래는 계속해서 이루어지지만, 꾸준하게 부와 권력을축적하는 것은 영주뿐이다. - P155
홍석환인위적 숲가꾸기 정책은 식생뿐 아니라 토양수분 보존력, 미기후 조절 기능, 동식물 서식환경 등 숲의 다양한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결국우리가 선택한 정책으로 인해, 활엽수림으로 바뀌었어야 할 산림이 오히려 ‘불쏘시개‘로 가득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매년 마주하고 있는 대형산불의 핵심 원인이며, 이것은 자연을 ‘관리‘라는 이름으로 황폐화한 대표적 그린워싱 사례이다. - P30
조은미여의도샛강생태공원의 반전1997년에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여의도역, 샛강역, 신길역, 대방역에서만도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한강의 물줄기가 사이로 흘러 샛강이라는 이름을 가진이곳은 23만 평의 습지공원이고 거대 공유지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다른 한강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시설과 기초환경을 관리하는 곳이기도 하다.한강조합이 샛강에서 보낸 6년여는 반전의 시간이었다. 샛강을 가꾸고 즐기는 일을 하는 동안, 강에는 멸종위기종 1급 수달과 됭경모치 같은보호종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숲은 원시자연이 살아있는 숲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샛강을 찾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거나, 여의도 주민조차 "우범지대 같아서 안 왔는데 와보고 놀랐다"는 말을 한다. 샛강의 깊고 아름다운 숲길을 매일같이 걷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어느새 샛강을 집이자 고향으로 삼고 살아간다. 한강조합은 샛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대하려고 해왔다. 겨울에는 큰 들통에 보리차를 끓여 오가는 분들이 편하게드시게 한다. 맨발걷기를 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직접 세족장을 만들었다. 음식이 생기면 누구라도 같이 나눈다. 프로그램, 교육, 자원봉사를하러 오는 분들에게는 항상 미소 어린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 P39
전강수19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한 사회개혁가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1839-1897)는 불후의 명저 <진보와 빈곤>에서 "국민에 의한 정부가 최악·최저질의 전제정부로 변화하는 현상은 부의 불평등 분배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533쪽)라고 했다. 그는 또 "국민에 의한 정부는 자유라는 실질이 가장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형식" (531쪽)이라며 형식적 민주주의는 간단히 전제체제로 변할 수있다고도 했다. "전제체제가 국민의 이름으로 그리고 국민의 힘에 의해진전되기 때문이다"(531쪽). 불평등이 심해지면 민주주의의 형식적 틀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도 민주주의는 오히려 더쉽게 전제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