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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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과학적 가부장제 편견덩어리들이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는지,

가부장제 논리에 맞지 않은 다양한 종의 사례들을 애써 무시하고,

암컷의 생식기관에 대한 연구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과거의 잘못된 실험이나 관찰에 대한 반론 논문은 외면하거나 아니면 떼로 몰려가 반박한다.


결국 여성들이, 인간의 편견으로 해석된 과학교육을 받고 과학자가 여성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하고, 관찰을 하고, 실험을 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행동에 나서면서

다윈주의 이원론적 진화생물학이라는 공고한 가부장제 과학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런 균열을 철저하게 집요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동물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이런 동물도 있고 저런 동물도 있다고,

세상엔 암컷과 수컷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있다고,

성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평생 성을 여러 바꾸는 종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꾸는 종들),

개체에서 성이 그렇게 까지 중요한 구분 기준은 아니라고,

수많은 사례를 들어 근거를 보여준다

(백래시 만큼은 아니지만 책도 엄청난 사례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야 그들에게 먹힐테니…).

그래도 보지 않으려는 자는 보지 않겠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은 과학 책이다. 물론 사례가 많아 2/3 지점 쯤에 약간 질린 면도 있었지만.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지 않은지(?), 우리가 보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는지, 배재된 것이 무엇인지 노려보아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읽는 내내, 편견에 가득 찬 과학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여성과학자들의 노력과 분노와 허탈감이 느껴졌다. 저자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자.


"여성  스테로이드는 남성에서도 없어서는   역할을 합니다당연하죠남성은 원래 여성이었으니까요."하여 크루스 말하길성경의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반대다태초에 여성이 있었고 여성이 남성을 낳았다진화를 보는 이런 대안적인 관점에서 ‘암컷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은 다음과 같다여성은 성의 시조이다 원시적 난자 제조기의 유물은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 사실을 통해 남성이 내면의 여성성과 접촉하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다. – P74~75



다윈이 사랑해 마지않던 따개비조차도 보여주는 성의 유동성이란.


따개비에서 보인  번식 시스템에서 다른 번식 시스템으로의 빠른 진화는 자연에서 성과  표현의 놀라운 유동성을 드러낸다이것을 명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다윈은 시대를 훨씬 앞서갔다그래서 그가 성의 발현에 대한 사색에서 사랑하는 따개비를 빼버린 것은 유감이다따개비를 포함시켰다가는 성을 이분법적이고 결정론적 방식으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오늘날 따개비그리고 그와 비슷한 생명체는 진화의 최전선에서서 우리에게 성이란 이원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현상으로서 진화의 변덕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호한 경계를 지닌다고 가르친다. - P420


성의 고정성, 이원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암컷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성은 수정구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성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아니하며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로서 유전자와 환경의 특별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동물의 발달 과정과 생활사에서 형성되며여기에 약간의 우연이 더해진다자웅을 전혀 별개의 생물학적 실체로 생각하는 대신 동일 종의 일원으로서번식과 관련된 특정한 생물학적 생리적 과정에서만 유동적이고 상보적으로 차이가   외에는 거의 같은 존재로 보아야 한다이제는 유해하며 공공연하게 우리를 속이는 이원적 기대를 버려야  때가 되었다자연에서 암컷의 경험은 성별 구분이 없는 연속체 안에 존재하며다양하고 가소성이 높으며 낡은 분류 방식에 순응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점을 인정한다면 자연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으로서 서로에 대한 공감을 증가시킬 것이다그렇지 않고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기만  것이다. - P437


성을 절대시하는 이성애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기.


실제로 생물학적 성은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모든 성은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자같은 호르몬같은 뇌의 산물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크나큰 깨달음이었다그로 인해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인지하고 성 정체성성적 행동섹슈얼리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유지된 이성애 중심의 가정을 떨쳐버리는 관점의 변화를 강요했다생각의 자유는 유지하기 어렵지만 여성이 되는 것의 경험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나는 힘을 얻었다. - P450




(*) 다락방님이 구매한 무려 1356페이지짜리 책 <생물학적 풍요>의 저자는 안타깝게도 422페이지에  한번 언급된다.


러프가든의 인습타파적 사고는 성의 유일한 역할이 생식이라 여기는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가해한 이성애 중심의 구속에 도전했다그런 렌즈로 보면 동성애는 불편한 ‘오류 폄하되어 무시된다캐나다 생물학자 브루스 배게밀Bruce Bagemihl 300종이 넘는 척추동물에서 동성애적 활동의 목록을 작성했는데러프가든은  중요한 현대 우화집을 바탕으로 동물 사회에서 협력을 부추기는 동성 활동의 역할을 강조했다우리는 보노보에서 이런 사회적 접착제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을 보았다보노보의 성적 쾌감은 사회적 긴장을 조절하고 암컷 사이의 연합을 촉진한다러프가든은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 여러 종을 예로 들면서 동성애적 활동이 ‘사회의 포용 형질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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