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느 순간, 나는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갈 수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때가 찾아오죠. 시에서그리고 있는 것처럼 내가 온 곳마저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나는 내 고향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내 생각과는 전혀다른 어른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의 미래또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래도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갈 테고요. 우리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는 그 사실만은 분명히 남을 겁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태도이고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P21

우리가 함께 시를 읽어보는 일이 세계의 알 수 없음과 이 세계를 채우고 있는 사물들의 알 수 없음을 돌아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꼭 다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 P28

이 시가 품고 있는 빛과 어둠의 양면이 모두 마음에 들어요. 세상의 무엇이든 좋은 점 또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은아니잖아요. 마음, 사물, 사건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생각하는 일은 어느 한쪽만 보는 일보다 훨씬 시적인 일일거예요. 우리 삶에 더욱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할 테고요. 그러니 다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 P63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씻은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았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였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였는데, 꿈조차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교롭게도 주인공의 이름은 원소윤이다. 에세이와 소설의 모호한 공간 속에서 외로움과 그리움과 사랑과 모순을 말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의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황을 듣자 하니 윤지는 대학 입학 후, 여러 사람과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자신에게 그런 만남은 어렵지 않고 단순히 따졌을 때 얻는 것도 많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는 섹스가 되질 않아 섹스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있는데 애인은 그걸 모른다고 했다. 나는 아다였다. 그래서 혹은 그것과 무관하게 내게는 윤지의 말이 참 아득하게 느껴졌다. - P141

벌러덩 누우니 바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옷걸이에 걸어 놓은 바나나였다. 냉장고에 두었더니 누군가 훔쳐 먹기에 방으로 모셔 온 것이었다. 바나나를 어딘가에 걸어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바나나가 착각한다나. ‘나는 나무에 매달려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착각한다나. 그렇게 따지면 마침내 땅에 떨어진 바나나는 진실을 깨닫는다는 건가. 깨닫긴 뭘 깨달아 깨닫는다고 해도 참 별거 아닌내용일 테다. 그저 기가 막혔다. - P152

사실 유람선을 타기 전엔 ‘아, 좀슬플 것 같은데..... 걱정했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그의 산문집에서 이렇게 서술한 바 있기에.
"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 견딜 수 없이 슬픈 것이 으레 그렇듯 이것은 정체를파악하기는 엄청나게 어렵고 원인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단순한 듯하다. 그 결과란, 내가 네이디어 호에서 특히 밤에, 배의 놀이 활동과 안심과 즐거운 소음이 다 그친 뒤에 절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 절망은 내가 참으로 작고 약하고이기적이고 의심의 여지 없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견디기 힘든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죽고 싶은 것에 가깝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나는 뛰어내리고 싶지 않았고, 견딜 수 없이 슬프지도 않았다.
일단 ‘선셋크루즈‘는 그렇게 막 호화롭지 않았고 고작 한시간가량 운항했다. 게다가 나는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처럼현대적 실존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도 않았다.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Affair : (Jack Reacher 16) (Paperback)
Child, Lee / Bantam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다 읽었다! 거의 세 달에 걸쳐... 번역본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디테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수준이다. 이제 즐길 수 있는 동화책으로 돌아가야지. 리처는 번역본으로 즐기겠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12-2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번역본 안읽었다면 이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휴.. 힘들었습니다. 완독을 축하합니다, 햇살과함께 님!! 꺅 >.<

햇살과함께 2025-12-23 16: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감사해요!
요즘 바쁘기도 해서 진짜 힘들었어요 ㅠㅠ
H마트는 어떠신가요?

다락방 2025-12-23 20:20   좋아요 1 | URL
저 딱 한 장 읽었어요. ㅋㅋ 그런데 잭 리처보다 잘 읽히긴 합니다. 아무렴요. 화이팅!!

독서괭 2025-12-24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완독 축하드려요!! 이 두꺼운 책을 원서로 완독했다는 것 자체가.. 우린 대단해요! ㅋㅋ
H마트는 재밌습니다. 이번에는 모르는 단어 다 찾아보며 천천히 읽고 있는데 재밌어요. 식재료 이름 등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오지만 적당히 건너 뛰어도 될 것 같긴 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12-25 21:32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쉽지 않다니 이번엔 건너뛰고 다음 책으로 도전~~
 
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셰익스피어 순한 맛이다.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추정된다는데 분량이 아주 짧고 다소 개연성 없이 복수 없이 용서와 화해를 하며 쉽게 마무리된다. 연극 보기 전 읽었는데 원작에 충실한 연극도 다소 심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