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주의자

권대웅

걷다 보면 답이 온다
생각이 오고 파동이 온다
하늘과 구름과 땅속에서
문장이 온다

발걸음이 땅에 닿을 때마다
몸의 기억과
잠들었던 꿈
공중의 신호등이 켜진다

걷기란 그것들을 끌어당기며 - P136

마음이 바라고
상상하는 곳으로 가는 일

나무는 땅속으로 뿌리를 뻗어가며
하늘로 향해 가는 길을 읽는다
그것은 나무가 걸어가는 방식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내 안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몸 어딘가에 살고 있는 상처
낙엽 같은 미움들
한 걸음 한 걸음씩 어루만져 주는 일

걸을 때 나는 창조자
자유로운 영혼
심장과 두 발은 나의 육필
몸으로 관통하는 바람과 구름과
길의 문장을 쓴다 - P137

갈등, 반대, 제약 같은 것들을 모조리 제거해야 할 것,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틀렸습니다. 어떤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장애물이 없으면 성취감도 맛볼 수 없어요. 난관은 인간을 성장시킵니다. 그래서 고통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사람, 의지가 꺾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좋은친구가 되지 못해요.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로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 삶에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잖아요. 첫째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이것이 인간의 행복과 건강에 중요하다는 증거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프랭클 - P162

은 인간이 자연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것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중요한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고, 셋째는 고통입니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참된인간이 된다는 거예요. 물론 고통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 없겠죠. 또 너무나 부도덕하고 비참해서 차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고통도있습니다만... - P163

여러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주류 문화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누구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 생각의 자유와 상상의 자유를 실천하는 것이 대단히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내면의 변화밖에 없어요.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우리의 정신, 마음, 영혼을 아름답고 창조적이고 신성한 우주를 향해서 활짝 열게 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예요. 나는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어요.
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나 그분들이 내 책에서 뭐, 매일 아침 20분간 명상하기 같은 어떤 규칙 - P168

을 배웠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명상도 좋겠죠. 하지만 변해야 하는 일은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세계를 다르게 보는것입니다. 내가 책을 써서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물론 처음부터 어떤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아요. 논리적이고, 따라서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독자들을 어떤 장소로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의 근원적인 의미에 대해서, 정말 기초적이면서도 극히 중요한 측면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장소로 말입니다. (김정현 녹취, 옮김) - P169

세상은 ‘관계‘에서 시작한다. 물리학에서도 물질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실체는 보이지 않고 오직 서로 간의 힘의 관계만이 남는다. 생명의 보고인 숲을 연구한 생태학자들도 말한다. "숲은 상보적 관계에서출발한다." 몇년 전 ‘좋은 삶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라는 제목의 TED강연에서 700여 명을 70년 동안 추적한 하버드대학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결론은 단 하나, ‘좋은 관계‘로 요약된다. 좋은 관계가 행복의 전 - P175

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할수록 외로움은 깊어지고, 그 외로움은 분노와 혐오로 증폭된다. 결국 관계가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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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시집 <여름, 연루>

기후외교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초래될 9가지 경계선을 밝혀냈는데, 이미 그중에서 6개가 한계치를 넘어섰다. 기후 이외 - P58

에, 토양 및 담수의 변화, 생물다양성 붕괴, 영양소 순환 사이클의 교란, 과불화화합물(PFAS) · 유전자조작생물(GMO) · 미세플라스틱 등 지구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해양 산성화도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이것은 모두 과학적으로 증명된 분명한 위협이지만 국제적으로 적절히 대응이 이뤄지고있는 사안은 단 하나도 없다. - P59

북(北)이 패권을 잃고, 남(南)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다자주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체제를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되돌아가야할 때도,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낡은세계는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세계는 태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현재는 괴물들의 시대이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듯이 안전한 항구에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김정현 옮김) - P101

불안과 슬픔의 연대, 연루감
여름이 남긴 것을 돌아본다. 지난여름 평균기온은 25.7℃로 1973년기상관측 이후 역대 1위였던 지난해 여름 기록(25.6℃)을 경신했다. 폭염 일수는 28.1일, 열대야 일수는 15.5일이었다. 온열질환자 숫자는 작년보다 20.4% 증가한 4,460명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한다.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쓰러진 것들이 비단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폭염과 폭우 그리고 가뭄 속에서 풀, 벌레, 물고기, 동물들 역시 터전을잃고 멀리 떠내려가거나 말라 죽었다.
여름이 남긴 것들과 지금 살아서 겨울을 맞는 우리는 어떤 관련이 있나. 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하고 권누리, 마윤지, 박은지, 윤은성, 윤지양, 정재율, 한연희, 희음 여덟 명의 시인이 참여해 엮은 시집 《여름, 연루> - P115

는 그 관계에 대해 묻는다.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의 현장을 찾아 고통을 함께한다. 화성습지, 월성원자력발전소, 가덕도 등이다. 인간에 의해 땅이 파헤쳐지고 물이 오염되는 상황에서도 그곳에 여전히존재하는 생명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우리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연결고리 안에서 연루돼 있음을 확인한다. - P116

소설가 황정은은 올해 문학주간 개막 행사에서 자신의 소설을 낭독한 뒤, ‘연루감‘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내가 가해자가 아닌데도 죄책감이생기고 괴로운 느낌. 그는 세계의 폭력과 위기상황에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가동하는 에어컨,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쉬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원전 주위의 사람들 혹은 동식물, 그리고 바다. 모두가 연결돼 있다. 우리는 착취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삶, 다른 생명을 착취한다. 황정은의 말대로 연루감으로부터 안전한곳은 없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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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일지 - 일기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10
영이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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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하는 몸과 젠더와 살아가기. 비로소 호르몬 주사를 통해 변화하는 내 몸을 조금은 좋아하게 되기. 날 것 그대로의 일기다. 몸이란 무엇이기에, 젠더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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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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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서 도구로서 수단으로서의 영어(언어)가 아닌, 내 삶을 확장하는, 내 삶과의 관계 속에서의 영어를 생각하게 하는 책. 나는 영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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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어에 ‘대해‘ 배우기,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기, 언어‘와 함께 만들어가기. 언어에 ‘대해’ 배우는건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각종 언어 교재, 온라인 강의, 교육상품 등이 넘쳐나니까 시간과 동기만 있다면 언어에 대해 배우기는 쉽다.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원서로 읽어보거나, 소위 말하는 덕질을 원어로 해보거나,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를만들거나, 강의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혹은 체험형으로 진행되는수업을 수강하는 방법이 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언어‘와‘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게 되고 삶에서 그 언어를 뗄 수가 없게 된다. 무심코 제2언어로 혼잣말을 한다거나, 내 행동 양식이 그 언어에 맞게 바뀌어 나가기도 한다.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나 도구 - P263

로 축소될 수 없다. 단순한 도구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언어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를바꾸어가고, 내가 하는 행동과 언어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그렇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걸까? 그리고 내가 듣고 있는 영어 수업은 앞선 세 가지 그림 중에어떤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는 걸까?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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