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즈 씨는 나보다 더 실천적이던데요? 프리랜서로 일하고밤에는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고."
"내 인생의 기본이 ‘3승4패주의‘거든요."
"뭐죠, 그게?"
"인생,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3승4패‘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4승3패겠지요. 3승4패라면 실점이 더 많잖아요."
기도는 단순한 말실수라고 생각해서 정정해주었지만 미스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3승4패가 좋아요. 내가 이래 봬도 엄청난 비관주의자예요. 진짜 비관주의자는 명랑하다, 라는 게 내 지론이죠. 애초에 좋은 일을 전혀 기대하지 않으니까 아주 조금만 좋은 일이 생겨도 진짜 기쁘거든요."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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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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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로미오의 절절한 사랑의 고뇌가 줄리엣을 향한 것이 아니라니, 그런 감정이 줄리엣을 보자마자 바로 대상이 바뀌다니, 열네살 철부지의 치기어린 감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인가 환상인가 망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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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7-24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엥! 그래요?? 갑자기 앞부분 궁금해지네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6-07-24 18:22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에 줄리엣의 다른 이름인 줄.. 그런데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6-07-24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6-07-24 18:23   좋아요 1 | URL
망상 맞죠? ㅋㅋㅋ
 

로런스 수사 맙소사, 죄를 졌어! 로절린과 함께였어?
로미오 로린과 함께요? 아닙니다, 신부님.
그 이름과 그 이름의 비탄은 잊었어요.
로런스 수사 그것 참 잘했다. 그럼 어디 있었느냐?
로미오 또다시 묻기 전에 말씀을 드리지요.
이 몸이 적과 함께 향연을 즐기던 중
저로부터 상처받은 한 사람이 갑자기
저에게 상처를 입혔고 두 사람의 치료는
신부님의 도움과 성스러운 의술에 달렸어요.
제 마음에 미움은 없습니다, 신부님,
제 탄원은 적에게도 혜택을 주니까요.
로런스 수사 분명하고 알기 쉽게 취지를 말해라.
고해가 난해하면 속죄도 난해할 수밖에.
로미오 그렇다면 분명하게, 제 마음의 연인으로
캐플릿 갑부의 고운 딸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녀의 마음도 저와 같이 정해졌고
신부님이 혼인으로 합쳐 주는 일만 빼고
다 합쳐졌답니다. 어느 때 어디서 어떻게
둘이 만나 구애하고 언약을 나눴는지
가면서 말할 테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혼인으로 오늘 맺어 주십시오.
로런스 수사 나 원 참, 이럴 수가! 많이도 변했구나!
그렇게도 사랑하던 로린을 버렸다고?
이리 빨리? 젊은이의 사랑은 진실로 - P63

마음속이 아니라 눈 속에 있구나.
예수님, 성모님! 로절린 때문에
핏기 없는 네 뺨 위에 흘린 눈물 얼마더냐!
짠맛도 나지 않는 사랑을 보존해 보려고
낭비한 짠물은 또 얼마나 많았더냐!
허공의 네 한숨 아직 볕에 안 말랐고
늙은 이 두 귀에 네 신음이 아직 들려.
이것 봐, 여기 네 뺨 위에 옛 눈물 자국이
아직도 씻기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네가 옛날 너이고 이 비탄이 네 거라면
너와 이 비탄은 다 로절린 때문이었잖아.
그런데 변했다고? 그럼 이 격언이나 읊어라.
남자가 힘없으면 여자는 쓰러진다.
로미오 로린을 사랑한다, 자주 꾸중하셨어요.
로런스 수사 사랑이 아니라 혹했다고 그런 거지.
로미오 사랑을 묻어라, 그러셨죠.
로런스 수사무덤 속에하나 묻고 또 하나를 꺼내라고 한건 아냐.
로미오 꾸중하지 마세요, 지금의 애인과는
사랑과 호의를 서로 주고받으니까.
전에는 못 그랬죠.
로런스 수사오, 그거야 네 사랑이
뜻 모르고 외운 건 줄 그녀가 알아봤으니까.
하지만 갈팡질팡하는 애야, 함께 가자.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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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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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 아니,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나라면 찾지 않을 아버지라는 존재. 어쩌면 아버지 찾기는,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핑계일 뿐이고.

아니, 정확하게는 살아있는 현재의 아버지를 찾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과거를 찾는 것일 뿐. 현재의 아버지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죽었을 거라 생각하며. 아버지의 동생, 줄리언이 말하듯, 형을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아무도 찾지 않았다고. 모두에게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안타깝지만 찾고 싶진 않은 존재.
앤드루 포터의 문장은, 차분하고 담백하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역시나 좋았지만 주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는 거라면? 더 공감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를 통해 나를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에서 영문과 교수였던 아버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작가가 프루스트여서 아버지의 상황이나 성향에 대한 회상에서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종종 언급된다. 잃시찾을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하나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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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집 앞마당에는 웅장한 여러해살이 식물 화단이있었는데, 거기에는 치자나무와 히비스커스, 흰 협죽도와 플럼바고, 원추리와 향나무가 가득했다. 뒷마당의 수영장 너머에는 아보카도나무와 자카란다나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부겐빌레아와 란타나 꽃송이들, 극락조화, 붓꽃, 멕시칸 부시세이지, 재스민이 있었다. 내가 이 많은 꽃 이름을 아는건 그것들을 어머니와 함께 심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골분, 알팔파, 닭똥, 이탄 따위로 된 이상한 혼합물을 흙에 섞을 때 나는 옆에 서 있었다. 아버지가 부엌에 앉아 과제를 채점하는 동안, 어머니는 내게 어디에 서야 하고 무엇에 물을주어야 하는지 부드럽게 일러주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정원가꾸는 일을 무척 중시했으며 특히 새로운 식물을 심을 때는더욱 그랬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는 창밖을 내다보며 우리를격려하는 말이나 가끔은 어머니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듯한 이상한 말을 외치기도 했는데, 그러면 어머니는 대개눈을 굴리거나 때로는 피식 웃어넘기곤 했다. - P14

그 편지는 삼 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어머니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작은 편지 묶음에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프루스트에 집착적으로 몰두했지만 내가 아는 한 그 작가를 주제로 글을 쓴 적도 없었고 수업에서그의 작품을 다룬 적도 없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개인적 집착이었고, 하워드 호크스와 더글러스 서크의 영화에 대한 개인적 집착과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스완네 집 쪽으로』가 자비로 출판되었다-모든 경비가 프루스트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사실을즐겨 이야기했다. 마치 그것이 프루스트가 자신의 천재성이 - P76

나 중요성을 굳게 믿었다는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또 아버지는 프루스트가 오랜 세월 알프레도라는 이탈리아인 운전기사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아버지의 일기를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어린시절에 아버지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어린 내가볼 때 프루스트에 대한 아버지의 집착은 순전히 학구적인 것이었다. 아버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지금까지 창작된 단 하나의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이라고 자주 말했다. 그리고 이 일곱 권의 책은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다시 읽을 수있으며 각기 다른 나이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감상할 수있다고 했다. - P77

종신 교수직을 받지 못할 거라는 영영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사실을 알기 며칠 전에 쓴 일기에서 아버지는 슬픔에관한 프루스트의 글을 인용했다. 긴 구절이었지만 아버지가밑줄을 그은 한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 스스로가 불러온 눈물을 견디기란 종종 힘든 법이다." 뒤에서 그는다른 문장도 인용했다. "우리는 고통을 온전히 경험해야만그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프루스트의 인용구 사이에는 여러 모호한 단상들이 끼어들었는데, 대부분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난해했지만 그것을 읽을 당시에는-그때는그 일기가 쓰인 시점으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뒤였다- - P239

아버지는 서재 책상 앞 벽에 프루스트의 다음 구절을 적은작은 쪽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진정한 낙원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이다.

나는 언제나 이 구절을 어머니와 나에게 남긴 사과라고, 자신이 우리를 저버렸음을 인정하는 글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것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남겼을 가능성도 있다. - P423

나는 그녀의 말대로 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믿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점진적인 과정이었고, 다만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글쓰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글쓰기가 가장 유용했을 것이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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