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아! 저 거대한 바위 덩어리 안에는
뒤에 남겨 둔 것들과 같은
세 개의 작은 고리들이 층층이 있다.

그 고리들 안에도 저주받은 영혼들이
가득하지. 보기만 해도 어떻게 또 왜 저들이
그곳에 갇혀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불의는 하늘의 증오를 사는 모든 악덕의
끝이고, 불의의 끝은 다른 사람을
폭력과 배반으로 해치는 것이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하느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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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곡

뭔가를 하겠다고 하다가
이내 의지를 버리고 매 순간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라도 된 양

나는 그렇게 어두운 산기슭에 우두커니 서 있었으니,
머리는 온갖 잡념에 사로잡혀,
처음에는 그토록 서두르던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다.

아량으로 가득한 영혼이 대답했다.
"내가 네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너의 영혼은 겁을 먹었구나.

인간은 언제나 그 겁 때문에 머뭇거리고,
제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짐승처럼
명예로운 일에서 멀어지게 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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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05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햇살과함께 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11-05 13:23   좋아요 0 | URL
그냥 쭉쭉(?) 읽고 있는데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오네요??
신곡 해설 책 한 권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화이팅!!
 
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김규종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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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희곡 전체를 연대순으로 읽을 수 있는(나는 연대순으로 읽지 않았지만) 전집이다. 어설픈 초기작, 실패한 장막, 쓰다 만 듯한 단막을 넘어 잘 알려진 4대 장막으로 완성되는 체호프를 볼 수 있다. 역시 대가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 체호프 단편을 다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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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04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을유로 읽었는데,,, 얘는 표지가 예쁘네요 ^^

햇살과함께 2024-11-04 23:13   좋아요 1 | URL
아래 무늬 부분은 띠지인데 예뻐서 안버렸어요^^
 

작품 해설

그것과 더불어 <이바노프>에서 우리는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인 푸쉬킨이 발원시킨 ‘쓸모없는 인간‘의 드라마적인 변형과 만난다. <러시아 문학 백과사전》을 보면 이들에 대해 "대개 귀족으로서 타고난 사회적 환경을 싫어하고, 환경과의 관계에서 주인공은 지적이며 도덕적인 우월을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피로, 깊은 회의주의, 언행 불일치, 사회적인 수동성을 가진다"라고 적고있다. 이들은 ‘쓸모없는 인간‘은 ‘잉여인간‘으로도 불리면서 푸쉬킨의 불멸의 대작 《예브게니 오네긴>의 주인공 오네긴, 레르몬토프의대표작 <우리시대의 영웅》에 등장하는 페초린,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에 나오는 오블로모프 등으로 이어진다. 이바노프는 ‘쓸모없는 인간‘이 드라마에서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태양처럼 젊었던 시절에 불살랐던 의지와 투지, 활화산 같았던 사랑과 열정을 뒤로한 채 내부적으로 무너지면서 마침내는 돌아올 수 없는 세계로 표표히 사라져가는 인간 이바노프 우수와 상념에 사로잡힌 채 완전한 절망과 낙담에 휩싸여 꽉 막혀버린 출구를 바라만 보고 있는 이바노프, 우리는 그의 형상에서 19세기 제정 러시아 인텔리겐차의 비참한 상황과 완전히 무기력한 지식인의 가련한 최후를 만나게 된다. - P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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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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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콜럼바인의 두 살인자 아이들이 생각났다. 장소도 시대 배경도 나이도 연령도 성별도 성격도 소설과 실화라는 점에서도 다른데, 단독자로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끔찍한 일을 둘이 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킨 사건이라는 면에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사건이 겹쳐졌다. 이 책의 커버데일 일가의 막내아들 자일스가 콜럼바인의 은둔자 딜런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기도 하고.

 

유니스 파치먼을 보면 가정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삐뚤어지게 하는가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작가가 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듯이 조앤 스미스는 다른 인생을,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음에도 매춘부로 살아가고 광신도가 되어가고 끝내 미쳐가면서 마침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된다. 왜 어떤 사람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환경에서도 삐뚤어진 사람이 되는가 하는 풀리지 않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을 남기는 책이다.

 

총기실이 집 입구에 있다는 설정, 집을 출입할 때마다 총기실을 지나다닌다는, 마치 거실을 지나다닌다는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쓰여진 문장이 나올 때마다 긴장감을 준다. 소설의 첫 문장이 살인으로 시작하기에. 이 총기실의 총으로 사건이 일어났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동물을 사냥하는 무기가 사람을 사냥하는데도 쓰일 수 있음을 그들은 모르는가. 자기들은 불사조라고 생각하나. 미국에서 집안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난 사건을 기사로 접할 때마다 끔찍하고도 한심한데(특히 어린 아이들이 일으킨 사고 ㅠㅠ) 총이 버젓이 집의 출입구에 놓여 있다니. 누구나 접근 가능하다니. 화약고를 짊어지고 사는 삶 아닌가. 미국이 싫은 첫 번째 이유가 총기 소유다.

 

커버데일 일가의 여주인인 재클린 커버데일은 유니스 파치먼이 떠나버리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집안일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유니스 파치먼에게서 계속적으로 풍겨오는 어둠의 시그널을 외면하고 모른 척하고 미화하고자 했다. 재클린 뿐만 아니라 커버데일 가족 각각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퍼즐처럼 엮여서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가 되게 했다. 일상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이 조금씩 우리 인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지만 때론 커다란 비극이 될 수도 있다고 소설은 말한다. 내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소설은 격찬에 비해, 아니 격찬을 들었기 때문에 기대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사실상 유니스 파치먼이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너무 비호감이라 소설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지지 않는다. 역시 소설은 주인공을 좋아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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