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해설
사실 에마 우드하우스는 작가의 다른 주인공들과 한 가지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설득』, 『노생거 사원』 등 여타 작품의 주인공들은 성격이나 처지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결혼 적령기 여성으로서 당시의 결혼 풍습에서 보자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의 출신은 젠트리 계급이기는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이 거의 없어서 독립적인 생활이어렵거나 결혼을 통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문제되는 절박한지경에 처해 있다. 이들에 비하면 에마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마을 대지주의 상속녀로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서결혼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어디에 구속될 수도 있는 결혼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작심까지 한 여성이다. 아무래도 중간계급 여성이 다수일 당대 독자들에게 에마가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을 법하다. - P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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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이 언감생심 나이틀리 씨를 넘보다니, 어떻게 그렇게 주제넘을 수가 있을까! 그런 남성에게서 확실한 언질도 없었는데 자기가 선택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감히 할 수가 있지! 그렇지만 해리엇은 전보다 겸손함도 조심성도 덜해졌다. 정신에서든 처지에서든 자신이 모자란다는 의식은 거의사라진 듯했다. 엘튼 씨 경우에는 자기와 결혼하면 격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지금 나이틀리 씨보다 한결 더 의식했던 듯했다. 아! 그 또한 자기 때문에 그리 된 것 아닌가! 해리엇에게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불어넣으려 애쓴 사람이 자기말고 누가 있나? 가능하다면 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고, 높은 세속적 지위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가르친 사람이 자기 말고 누가 있는가? 겸손했던 해리엇이 허영심을 갖게되었다면, 그 또한 자신의 소행이었다.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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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청년과 사랑스러운 처녀가 이런 식으로 함께 모험을 겪게 되었으니 더없이 가슴이 냉담하고 머리가 침착한 사람이라도 어떤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는 힘들 것이었다. 적어도 에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언어학자나 문법학자나 심지어 수학자라도 자기가 본 것을 보고,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서로 각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 않겠는가? 자기와 같이상상꾼인 경우에는 얼마나 더 많은 짐작과 예견에 휩싸이겠는가! 특히 그녀처럼 마음속으로 이미 그런 기대의 기반 공사를 해 놓았다면 말이다! - P485

에마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차마 그에게 사실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의혹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것을 남에게 말했다는 사실이 정말로 부끄러웠다.
"아!" 그녀는 당황한 것이 역력한 기색으로 외쳤다.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끼리 우스개를 좀 한 거예요."
"우스개라면 당신과 처칠 씨한테만 그런 것 같던데." 그가심각하게 대답했다.
그는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열기보다 아무거나 다른 일에 분주한 편을 택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며 앉아 있었다. 여러 가지 폐해가 마음을 스쳤다. 간섭, 소용없는 간섭. 당황하는 것이나 친한 사이임을 인정하는 걸 보면 에마는 이미 연애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입을 열어야 했다. 그녀의 안녕이 위험에 처하느니 그런 환영받지 않는 간섭으로 초래될 어떤 위험도 감수하는 것, 그녀의 안녕과 관련된 문제에서 의무를 저버렸다는 기억보다는 어떤 것도 감내하는 것이, 그가 그녀에게 해 주어야하는 의무였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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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7-25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엠마 읽으려다가 말았던 기억이 ㅎㅎ 제인 오스틴이 읽기 은근 빡빡하더라고요 저는 ㅋㅋ 남은 칠월 건강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4-07-25 11:29   좋아요 1 | URL
ㅎㅎ 저 이제 50페이지 남았어요! 에마 힘들어요 힘들어 ㅋㅋㅋ 오늘 끝내겠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 부인이 정말 맘에 들지는 않았다. 성급히 흠잡는 일은 삼가겠지만, 고상한 면이 없지 않나 싶은 게, 무람없으되 고상하지는 않았다. 젊은 여성으로나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나 시집온 신부로는 과하게 무람없는 편임이 거의 틀림없었다. 생긴것은 괜찮은 편이고, 얼굴도 안 예쁜 것은 아니지만, 용모나 태도, 음성, 행동거지가 고상하지는 않았다. 두고 봐야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튼 씨로 말하면, 행동거지가 보기에 과히...... 아니, 에마는 그의 행동거지를 두고 성급한 재담을 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혼인 축하 방문을 받는 일은 언제든 쑥스러운 의례이니, 남자로서 무난히 치러 내려면 갖은 세련미를 동원해야 할 것이었다. 여자 쪽은 좀 나으니, 멋진 옷차림도 도움이 되고 또 수줍어할 특권도 있지만,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양식(良) 밖에기댈 데가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방금 결혼한 여자, 과거에 결혼하려 했던 여자, 결혼할 것이라는 오해도 있었던 여자와 동시에 한 방에 있게 되었으니, 불쌍한 엘튼 씨가 처한 특히 난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렇게 어리석어 보일뿐더러 무람없는 첟 애를 쓰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어색한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 P390

우드하우스 양만 불쾌해하지 않으시면, 차라리 집에 있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이야말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경우였다. 그녀는 어린 친구의 굳은 결심이 기뻤으니, 사람들과의 교분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것이친구에게는 굳은 결심을 요하는 일임을 잘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말로 여덟 번째 참석자로 청하고 싶었던 사람, 즉 제인 페어팩스를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웨스턴 부인과 나이틀리 씨하고 나눈 지난 대화 이후로, 전에도 자주 그랬지만 제인 페어팩스에 대해 양심이 더 편치 않아졌다. 나이틀리 씨의 말이 뇌리에 감돌았다. 그는 제인 페어팩스에게 누구도 주지않던 관심을 엘튼 부인이 보여 준 것이라고 했다. - P420

이번에는 완벽하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엘튼 부인, 언제 만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아들이 오늘이나 내일 언제라도 당장 올 것만 같은 그런 끊임없는 기대가 실제로 집에 온 아들을 만나는 것보다 더 행복을 안겨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가장 큰 기쁨과 활력을 주는건 바로 그런 마음 상태인 것 같습니다. 부인도 아들이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불세출의 인물을 기대하시면곤란합니다. 모두들 훌륭한 청년이라고는 합니다만, 불세출의인물은 기대하지 마세요. 아들에 대한 웨스턴 부인의 편애는아주 대단하고,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요. 아내는 아들한테 필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여긴답니다." - P447

"핀잔하지는 않겠소. 당신의 자성에 맡겨 두기로 하지."
"자성요? 저를 그런 아첨꾼한테 믿고 맡길 수 있으세요? 제 자만심이 언제 제가 틀렸다고 말한 적 있나요?"
"당신의 자만심이 아니라 당신의 진중함에 맡기는 거지요. 전자가 당신을 잘못 인도한다면, 후자가 경고를 보낼 것이라고 난 확신하니까."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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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해리엇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아름다운 어린 친구"라는 말로 치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기에 이어 해리엇이 그의 마음을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해리엇이 이해력에서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따뜻하고 소박한 태도에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정황이나 인맥 등 모든 미래의 조건들이 다 그녀에게 좋았다. 해리엇 입장에서는 호박이 덩굴째 굴러 오는 격일 터였다.
"이 생각에 너무 빠져들지는 말자." 그녀는 말했다. "생각하지도 말자. 이런 추측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니까. 하지만 더 이상한 일들도 일어난 적이 있잖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우리 마음이 지금보다 덜해졌을 때, 이렇게만 된다면 사심 없는 진정한 우정을 보장해 줄 수 있을 테니, 벌써부터그런 우정이 기쁘게 기대되는 마음이네."
상상의 나래를 너무 펼치지 않는 것이 현명하기는 하겠지만, 해리엇을 위해서는 그런 위안거리가 하나 생겨난 게 다행이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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