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십대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없어요" - P182

"점심?"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팔을 배에 얹은 채 아빠가 말했다. "아니야. 이제 우리는 일요일 점심 정찬을 하지 않아. 그건 가부장제의 억압을 상징하니까."
할아버지가 한쪽 구석에서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린 점심 정찬을 못해. 이제 일요일 점심엔 샌드위치를먹는단다. 아니면 수프나 수프는 페미니즘에 맞나 보더라."
식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던 트리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평생교육원에서 일요일 오전에 여성 시 수업을 들어.
안드레아 드워킨 [미국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으로 변한건 아니야."
"봤지, 루? 이제 페미니즘에 대해 뭐든 다 알아야 한단다. 게다가이 앤드루 도킨이라는 작자가 우리 집 일요일 점심을 빼앗아갔어." - P267

기분이 약간 나아졌다. 그랬다. 마크가 한 다른 말도 떠올렸다.
슬픔을 벗어나는 여정은 결코 직선이 아니라는 것.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다. 오늘은 그저 나쁜 하루이고, 구부러진 길이니 그길을 가로질러 살아남으면 된다. - P300

그 안에 있으면 즐거웠다. 샘과 도나는 인간의 모든 상태를 보고, 처치해본 사람들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재미있기도 하고, 어둡기도 했다. 그들 사이에 끼어있으면 내 삶이 아무리 이상해도 사실 굉장히 정상이라는 느낌이들어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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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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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 불안감을 넘어 섬뜩함으로 가는 세 편의 단편집. 아무렇지 않게 서늘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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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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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던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여기엔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사고, 장애, 안락사 문제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존엄, 계급 차이, 사회복지, 부부/가족 관계, 지방소도시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외부 환경에 의해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주어진 테두리를 떨쳐내지 못하고 살아가던 한 여성의 성장기다. 6개월은 그에게 보다 더 그녀에게 새 삶을 준 시간이다. 새해 첫 책으로 재밌게 읽었다. 읽자마자 도서관에 속편인 애프터 유 대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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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1-04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로맨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전에 다락방님? 글 보고 읽어보고 싶어진 책이네요. 혹시 원서 읽을만 하려나요? 🧐

햇살과함께 2026-01-04 15: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원서?? 일단 575페이지 너무 두껍.. 모든 책을 원서로 읽으려는 능력자 괭님 ㅎㅎ

다락방 2026-01-04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그렇습니다. 이건 단순 로맨스가 아닌 것입니다!
저희 이 책 다음 원서 읽기로 같이 읽어볼까요? 좀 두껍긴 하지만(전 한 번 읽긴 했지만), 로맨스 소설이라 좀 괜찮지 않을까요? 후보로 올려봅시다.

햇살과함께 2026-01-06 14:16   좋아요 0 | URL
아니 다들 영어뽕이 차서 600페이지까지 막 읽고 그러는 겁니까!!
 

이상하리만큼 친밀한 감각이었다. 윌을 면도해 주는 일은. 차츰나는 깨달았다. 휠체어가 장애물이 될 거라고, 장애 때문에 어떤 종류의 육감적인 관계도 스며 들어올 수 없을 거라고 내가 지레짐작하고 있었다는 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지가 않았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바싹 붙어서, 손길이 닿을 때마다 팽팽하게 긴장하는 살갗을 느끼면서, 그가 뱉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얼굴과 얼굴이 기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이런 상황에서 살짝이나마 평정심을 잃지않기란 불가능했다. 반대편 귀까지 수염을 다 깎았을 무렵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표지를 넘어서 버린 듯 기분이 어색해졌다. - P155

그리고 작은 우리 동네. 아름다운 성과 2급 문화유산으로 등재된숱한 건물들과 그림 같은 전원의 가도들에도 불구하고, 작은 우리 동네 역시 그런 병폐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니었다. 동네 광장은술을 마시는 십대들을 품어주고, 동화 같은 초가집은 아내와 아이를 쥐어패는 남편들의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가끔은 북해 제국을 세운 크누트 대왕이라도 되는 양 슬그머니 다가드는 혼돈과 파괴 앞에서 헛된 선전포고나 하고 있는 기분이 되기도한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이 일을 한 건 질서와 윤리를믿었기 때문이다. 유행이 지난 사고방식일지 몰라도, 옳고 그름이있다고 믿었다. - P166

하지만 아빠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 "현실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를 구구절절 실감할 때가 언제인지 알아?" 아빠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신나는 가족 소풍을 한번 계획해 보면 알게 될걸." - P219

하늘에서 기나긴 열두 시간을 보내야 했음에도 비행은 내가 두려
‘워했던 것만큼 끔찍한 시련은 아니었다. 네이선은 담요를 덮고도능숙한 솜씨를 뽐내며 윌의 일과를 해결했다. 항공사 직원은 싹싹하고 눈치가 빨랐으며 휠체어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윌은 약속대로 제일 먼저 탑승했고 어디 부딪혀 멍드는 일 없이 비행기 좌석으로 옮겨져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이륙하고 나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깨달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몸이 흔들리지 않게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기만 하면 구름 위하늘에서 윌은 기내의 여느 승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움직일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이 약 9000미터 상공의 의자에 처박혀 있는 상황은 다른 승객들의 처지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식사를 하고 영화를한편 봤으며, 대체로는 잠을 잤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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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과 같이 다니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않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대부분의 도로포장 상태가 얼마나 거지같은가 하는 실감이다. 여기저기 푹푹 파인 데를 엉망진창으로질해 놓았거나 아예 울퉁불퉁했다. 휠체어를 타고 가는 윌 곁에서걷다 보니 고르지 못한 이음새가 나올 때마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소스라치는지, 장애물을 조심스럽게 돌아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잦은지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네이선은 모르는 척 태연하게굴었지만 그 역시 윌을 주시하고 있었다. 윌의 어두운 얼굴은 결연해 보였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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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2-31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시는군요! 제가 여러가지로 좋아하는 책입니다. 빠샤!!

햇살과함께 2025-12-31 21:37   좋아요 1 | URL
저는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책도 영화도 관심 없었는데 얼마전 지인이 보내준 이 영화 OST 영상을 보고 궁금해져서 빌려왔는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서곡 2026-01-01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 뉴이어!!! 영화 ‘미 비포 유‘ 주인공 에밀리아 클랔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6-01-01 00:29   좋아요 1 | URL
책 다 읽고 영화도 볼까요??

서곡 2026-01-01 10:23   좋아요 1 | URL
전 영화만 봤는데요 여주가 매력 있더라고요 책 다 읽고 보시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으실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