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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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서 도구로서 수단으로서의 영어(언어)가 아닌, 내 삶을 확장하는, 내 삶과의 관계 속에서의 영어를 생각하게 하는 책. 나는 영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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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어에 ‘대해‘ 배우기,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기, 언어‘와 함께 만들어가기. 언어에 ‘대해’ 배우는건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각종 언어 교재, 온라인 강의, 교육상품 등이 넘쳐나니까 시간과 동기만 있다면 언어에 대해 배우기는 쉽다. 언어‘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원서로 읽어보거나, 소위 말하는 덕질을 원어로 해보거나, 다른 언어를 쓰는 친구를만들거나, 강의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혹은 체험형으로 진행되는수업을 수강하는 방법이 있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언어‘와‘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게 되고 삶에서 그 언어를 뗄 수가 없게 된다. 무심코 제2언어로 혼잣말을 한다거나, 내 행동 양식이 그 언어에 맞게 바뀌어 나가기도 한다.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나 도구 - P263

로 축소될 수 없다. 단순한 도구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언어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를바꾸어가고, 내가 하는 행동과 언어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된다.
그렇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걸까? 그리고 내가 듣고 있는 영어 수업은 앞선 세 가지 그림 중에어떤 방식으로 나를 가르치고 있는 걸까?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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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외국어 학습은 책속의 지식을 단순히 뇌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 아니라, 몸으로살아내는 과정이라는 걸요. 언어는 나와 세계를 관계 맺어 줍니다.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이 언어와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싶지?‘ ‘지금 내 외국어 자아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가고 싶지?‘ ‘나는 이 언어를 통해 앞으로 어떤 경험을 쌓아가고 싶지?‘ 같은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 P7

아, 외국어를 배우는 건 숨 쉬듯 편안했던 자신의 자아를 다무너뜨리는 과정이구나. 너무 당연해서 자아라고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을 다 부수고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부끄러워질 기회를 일부러 더 만들고, 자존심을굽히고, "내가 한국에서는~" 같은 생각을 전부 내려놓고, 새로운언어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구나. 이 관계에서는 수도없이 불편한 일이 일어나고, 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권력관계안에 들어가야 하며, 상대에게 친절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호함을 견뎌야 하고, 지나가는 여섯 살 아이에게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국어 세계에 편안히 머무르면서 제2언어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는 없다. - P35

아예 겉모습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툭툭 칭찬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예전에 들은 말을 떠올리곤 했다. "지금 당장 바꿀수 없는 건 입에 담지 마세요." 스카프, 귀걸이, 패션 스타일 등이멋지다고 칭찬하는 건 맥락에 따라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눈이 너무 예쁘다거나 다리가 길어서 예쁘다 같은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려 하다가도 다시 목구멍 깊은 곳으로 삼켜야 한다.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일단 조심해야 하니까.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모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과큰 돈을 들이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게 쉽게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 P108

제2언어를 배울 때는 누구나 되고 싶은 자신, 되어야 하는 자신을 조금씩 갖고 있다. 지금 종이를 하나 꺼내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를 배워서 되고 싶은 나, 되어야 하는 나를 적거나 그려보면다양한 모습의 자아상이 등장할 것이다. 마치 어릴 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그려봐도 좋고,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써내려 가도 좋다. 그리고 다시 질문해 보자. 나는외국어를 배워서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이 되어야 하나? - P129

언어를 배울 때는 완벽주의자보다 목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완벽주의 성향과 언어 불안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Gregersen & Horwitz, 2002).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너무 높으면 - P135

오히려 그 기준이 자신을 옥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도 나이고, 어느 날 운이 좋아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나이다. 내 말의 하찮음을 견디는 만큼 내 말그릇이 넓어진다.
이 모든 걸 전부 아는데도, 다 큰 성인이 하찮음을 견디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자아가 이미 자기 키만큼 성장해버린 성인에게, 겨우 한 뼘 되는 외국어 자아로 살아가라고 하면절망스러운 게 당연하다. 어제도 하찮음, 오늘도 하찮음, 아마 내일도 하찮음. 이걸 어떻게 견디라는 말이야.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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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2-14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햇살과함께 2026-02-14 20:06   좋아요 0 | URL
영어와 삶이라니요.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닌 삶과의 관계 맺어주기라는 관점이 너무 좋아요!
 
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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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유튜버 구르님의 책. 장애가 있는 몸도 스스로를 돌보며 살 수 있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의심 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우리는 그런 환경에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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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의 참여 방식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눈꼬리를 한껏 내리고 염려하는 얼굴로 "네가 갈 수 있겠니?" 묻는 학교에서 늘 가슴을 펴고 당당히 자신의 참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어떨 때는 이 거부가 거친 말이나 명백한 배제보다 더 무섭다. 불명확한 형태로 공기처럼 존재하는이 차별은 때때로 거부하는 사람과 거부당하는 사람 모두 - P130

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다. 그것이 반복되면 거부와 배제는 스펀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장애 학생을 적셔서, 그의 몸과 마음은 둔하고 무거워진다. - P130

나는 그곳에서 의심하지 않는 마음을 발견했다. 누구도내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순간, 나는 파도 위에 엎드려보기로 결심했다. 유일하게 나를 믿지 못했던 나조차 "한번 시도해 볼게요!‘ll try it"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나를 파도 위에서 활주하게 했다. 아주 오랜만에 내 허리를붙들던 현미와 태균의 손이 떠올랐다. 그 둘이 내 뒤에 몸을 꾸역꾸역 숨기면서까지 내게 알려 주려고 했던 것들이무엇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장애인의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 나의 몸과 욕구를 믿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마음.
두 사람이 손을 모아 내 허리를 받치며 알려 주어야했던 마음들을 호주 토르케이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는 그들이 몸을 웅크리고 내 뒤에 서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파도가 세차게 밀려가듯이, 마음속에서 새 지평이넓어지고 있었다. - P135

부끄럽지만 빨래 모으기부터 세탁한 뒤 개어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혼자 한 것은 이번 호주 생활이 처음이었다. 혼자 호주에 가기로 결정한 이후 가장 먼저 든 걱정은빨래는 어떻게 하지?‘였다.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겠다고 - P137

하면 비행기, 이동 수단, 장애차별 같은 거대한 걱정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는 샤워, 빨래, 요리, 캐되어 끌기 같은 사소한 일상이 걱정이었다. 내가 나를 잘돌볼 수 있을지가 가장 무서웠다. - P138

장애를 가지고 살면 얼마간 모두가 도움요청 아티스트가 된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럽던 시기도 있었다. 모든 것을 내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그러지 못했으므로 그때마다 실패자가되었다. 대뜸 도움을 준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불편하기도했다.
이제는 안다. ‘도움 요청 예술‘이 매끄럽고 우아하게공연될 때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우리 둘 다 무대에 올랐음을 알고 있지만 옳은 타이밍을 살필 때의 분위기를. 그공연의 또 다른 연기자에게 첫 대사를 던지고 그에 화답하는 대사를 받을 때 얼마나 기쁜지를 여전히 대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내가 준비되지 않았는 - P182

데 즉흥 연기를 시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예술이 매끄럽게 흘러가면 나는 공연을 무결하게 끝낸 배우라도 된 듯 안도와 기쁨을 느낀다. 무대 위 단둘뿐인 배우인 우리는 이 단막극을 오래 기억할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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