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 김이경 독서집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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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채 내 안의 남성성을 꽉꽉 채워준, 남자의 문장을 많이 읽었으니, 이제 남은 평생은 여자의 문장을(문장‘만‘은 아니지만) 더 많이 읽어야겠다. 이토록 똑똑하고 용감하고 멋진, 할 말 많은 여자들이 많은데! 칼럼을 모은 책이라 한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짧은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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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시인이다. 한국에는 2007년 폴란드어 번역자 최성은이 엮어옮긴 시선집 《끝과 시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책에실린 170편의 시를 통해 나는 한 편의 시가 단순명료하면서도의미심장할 수 있음을 알았고, 쉼보르스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시 강연을 할 때마다 나는 그가 노벨문학상수상 연설에서 한 말을 인용한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모든 작품들을통해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쓴 작품에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또다시망설이고, 흔들리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 P33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읽은 막심 고리키는 이런 편지를 썼단다.
"당신은 리얼리즘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서는 누구도 당신보다 더 멀리 갈 수 없을 겁니다."
맞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이야기 또한 그러하니, 삶이든 글이든 반드시 더 멀리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진실하기만 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P98

인도를 영국처럼 살게 하고 싶냐는 영국 기자의 질문에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처럼 작은 나라를 그 수준으로 살게 하는데도 지구의 절반이 착취당해야 했습니다. 인도를 그렇게 살게하려면 착취할 지구가 몇 개나 더 있어야 합니까?" 하고 반문했다. 《에코페미니즘》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전 지구적 하청, 여성의 무보수 노동, 외주와 하청이라는 노동 분할, 대도시 집중이라는 지역 분할 없이 따라잡기식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확언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착취를 멈추고 지구를 구할 대안은 무엇인가? 《에코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쪼개고 갈라서 경쟁시키는 권력의 분할 지배에 맞선 ‘연대와 자급적 관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자연과 인간을 가를 수 없듯 여성과 남성, 북과 남이 따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연대하라. 착취 없는 자급으로 함께 살라. 지구가 보내는 최후의 명령에 응답하라! - P124

흑인-여성-어머니로서 그는 생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성차별과 인종차별로 일상이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아들이 죽지도 죽이지도 않기를 바랐기에, 그는 아이에게"사랑과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정의하고 내려놓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들을 "적개심의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구조의파편들이라는 점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흑인 남성으로 키우려노력했다. 그 시작은 엄마가 아들의 감정을 처리해주기 위해존재하는사람이 아니란 것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느닷없는 폭력에 존재를 위협당하고 보니, "시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꿈과 희망을 언어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생명줄"이며 "존재 자체가 정치적 노동"이라는 오드리 로드의 말이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 P143

우리에게 익숙한 처녀귀신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갖는다.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 만큼 원한에 사무침에도 불구하고, 처녀귀신들은 직접 복수를 하지 않고 남성 사대부에게하소연만 한다. 자신을 해코지한 당사자 앞에 나타나면 일이쉽게 해결될 텐데 왜 이렇게 빙 돌아갔을까?
최기숙은 그 이유를 야담이라는 장르의 속성에서 찾는다. 귀신 이야기가 실린 야담집은 사대부가 여가에 읽는 독서물이었다. 야담을 모아 쓴 사람도, 그것을 읽는 사람도, 사대부 남성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니 당연히 담력과 지혜를 갖춘 양반 관리가 나서서 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만약 여자 귀신이 직접 나서 치죄(罪)한다면, 현실에서 남성 관리가 설 자리는 없어지고 그들이 내세우는 현실의 법도 무력해질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처녀귀신은 ‘탄원자‘가 되고 양반 남성은 ‘해결자‘가 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귀신 이야기에도 읽고 쓰는사람의 의도, 나아가 현실의 권력관계가 담겨 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록 불순한(?) 의도에서 나왔다 해도 귀신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건 그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귀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회가 소외시키고 배제시킨 대상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발설하는 증표가 되기 때문"이다. - P210

지갑을 깜박해 다시 집에 돌아오고, 냄비를 태워먹고, 냉장고문을 열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난다. 아무리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면 치매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치매 진단에 많이 쓰는 ‘하세가와 척도‘라는 게 있다. "오늘이 몇 년 몇월 몇 일인가요?" "암산으로100에서 7씩 계속 빼보세요" 같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다.
가끔 혼자 해보는데, 암산에 약한 나는 자꾸 막히는 계산에 걱정이 더한다.
진단법을 만든 일본의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에 따르면, 노령은 치매의 주요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나이가 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치매의 권위자인 그도88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 P306

물론 저자들도 인정하듯이 넷페미나 여성이 늘 옳은 말을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많아지는 게 진보지그 목소리가 다 옳은 얘기여야 진보는 아니다." 진보란 올바른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온갖 목소리의 아우성이 올바름을만든다고 믿는 낙관이다. 영웅의 웅변이 아니라 아우성의낙관이 역사를 만든다. 《대한민국 넷페미사》를 읽고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본 지금, 나는 비로소 역사를 믿게 되었다. 내가역사임을 믿게 되었다. - P353

얀테의 법칙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다른 사람들만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구든 당신한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10.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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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겉·결혼·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5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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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다. 이방인의 뜨거운 태양과 바다, 페스트의 오랑이 여기에 있다. 까뮈가 사랑해 마지않은 알제리와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어떻게 이십 대에 자기의 조국과 고향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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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수는 모래와 돌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인간은그만 그곳에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권태가 잠든 이 기이한 도시 안에 피신 중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오랑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양자 대결에서 생겨난다. 순수와 아름다움에 포위당한 권태의 수도, 이곳을 둘러싼 군대는 돌들의 수효만큼이나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 안에서 어떤 시간이면 그만 적진으로 넘어가 버리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거센가! 저돌들과 하나가 되고 싶은 유혹, 인간의 역사와 그 소란을 부정하는 저 뜨겁고 무정한 세계와 한 몸이 되고 싶은 유혹! 이것은 아마도 헛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의 인간 속에는 파괴의 본능도 창조의 본능도 아닌 깊은 어떤 본능이 잠재해 있다. 그저 아무것과도 닮지 않고 싶은 본능 말이다. - P200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것과 절망을 혼동하고 있다. "비극적인것이란 불행을 한바탕 크게 걷어차는 발길질 같은 것일 터이다."라고 로런스는 말했다. 이야말로 건전하고도 당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이다. - P207

그 땅이 가장 많이 닮은 곳은 스페인이다. 그러나 전통을뺀다면 스페인은 그저 아름다운 사막에 불과할 것이다. 어쩌다가 그곳에서 태어나서 살게 되었다면 몰라도, 사막 속으로물러나서 살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들은 어떤 특정한 부류뿐이다. 그 사막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어쨌건 방문객처럼그 고장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자신이 몹시 사랑하는 여자의매력을 목록 작성하듯 시시콜콜 꼽는 사람이 있는가. 그러진않는다. 그녀를 그냥 통째 다 사랑하는 것이다. 굳이 말해 본다면, 뾰로통해질 때 흔히 짓는 표정이라든가 혹은 고개를 젓는 모습 같은 한두 가지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을 꼽을 수는 있겠다. 나는 바로 그런 식으로 알제리와 오랜 관계를 맺어 왔다. 그 관계는 아마도 끝날 날이 없을 것이고 그 때문에 나는이 고장에 대하여 아주 명철하게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된다. 그저 최선을 다한 끝에, 이를테면 좀 추상적인 방식으로, 자기가 - P219

사랑하는 대상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면의 어떤 세목을 분간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알제리에 대하여 한번해 보려는 것은 바로 학생이 연습 문제 푸는 것과 비슷하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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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이렇게 나는 그 글 속에서 다소 엄숙한 어조로 썼다. - P18

유일한 낙원은 바로 잃어버린 낙원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3) 오늘 내 마음속에 깃드는 감미로우면서도 비인간적인그 무엇인가에다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나는 알고 있다. 어떤 이민(民)이 그의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기억한다. 아이러니, 경직된 마음, 그런 모든 것이 다 잠잠해지고, 마침내 나는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행복을 반추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이건 그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훨씬 더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망각의 밑바닥으로부터 내가 건져 올리는 이 시간들 속에는 무엇보다도 어떤 순수한 감동의, 영원 속에 정지한 한순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으니 말이다.

3) "진정한 낙원들은 잃어버린 낙원들이다."(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되찾은 시간」(Gallimard Pléiade, t. IV, p. 449). 카뮈는 프루스트의 애독자였다. - P46

가난 속에는 어떤 고독이, 하나하나의 사물에 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는 고독이 있다. 어느 정도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하늘 그 자체와 별들이 가득한 밤도 그저 자연의 재화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밑바닥 계층에서는 하늘이 본래의 모든 의미를 되찾게 되어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은총이다. 여름의 밤들, 별들이 반짝이는 신비의 세계! - P49

나는 일찍 식사를 마치고 8시 반이면 자리에 눕곤 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자신으로부터 딴 데로 생각을 돌릴 수있었다. 교회, 궁전, 박물관 같은 모든 예술 작품 속에서 나는나의 불안감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다. 그런 상투적인 수단으로 나의 반항을 우수로 녹여 없애 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헛수고였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나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한번은 시가지 맨 끝에 있는 어느 바로크식의 수도원 안에서 그시간의 다사로운 분위기, 느리게 울리는 종소리, 오래된 탑에서 흩어져 날아오르는 한 떼의 비둘기들, 그리고 풀과 허무의향기와도 같은 그 무엇이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을 만들어 내면서 나는 거의 해방감에 가까운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 돌아와 긴 글을 단숨에 적었는데, 여기에그것을 그대로 옮긴다. 왜냐하면 바로 그 표현의 과장됨 그 자체에서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의 복잡함을 다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66

물론 나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고독하지않게 되었을 뿐이다. 프라하에서 나는 벽 사이에 갇혀 숨이막혔다. 여기에서는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내 주위로 투사된 나는 나를 닮은 형상들로 이 우주 전체를 가득 채워 놓고 있었다. 나는 아직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그 빈곤의 세계에 대한 나의 애착과 사랑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나는이제야 비로소 태양과 내가 태어난 고장이 주는 교훈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이면나는 밖으로 나가 비첸차의 광대한 벌판이 내려다보이는, 내가 잘 아는 어느 지점으로 가곤 했다. 해는 거의 중천에 떠올라 있었고 하늘은 짙고 서늘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구릉들의 경사면을 따라 내달리다가 사이프러스와 올리브나무들, 하얀 집들과 붉은 지붕들에 옷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옷을 입혀 준 다음, 햇빛에 겨워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는 벌판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럴 때면 똑같은 헐벗음이 남았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뚱뚱하고키 작은 사내의 가로누운 그림자. 그리고 햇빛을 받아 소용돌이치는 그 들판 속에서, 먼지 속에서, 나무들을 베어 버린 후햇볕에 탄 풀들만이 부스럼 딱지처럼 남은 그 구릉들 속에서, - P75

내 손끝에 만져지는 것, 그것은 내가 나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그 허무의 맛의 헐벗고 멋없는 어떤 모습이었다. 이 고장은나를 나 자신의 중심으로 회귀시켜 숨겨 온 나의 불안과 대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프라하의 불안이었고 동시에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나무들과 태양과 미소로 가득한 그 이탈리아의 벌판을 눈앞에두고 나는 한 달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죽음과 비인간성의 냄새를 다른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 절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 P76

아마도 알제에 오랫동안 살아 보아야 자연이 주는 부가 지나친 것일 때 그것이 얼마나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단련하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 고장에는 교훈이 없다. 이 고장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슬며시 엿볼 만한 것도 없다. 이 고장은 주는 것, 그것도 아낌없이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 고장은 남의 눈에통째로 다 보이도록 내맡긴다. 그 주어진 것을 보고 즐기는 순간부터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곳이 요구하는 것은 또렷이 볼 줄 아는 영혼, 즉 위안받으려 들지 않는 영혼이다. 이곳은 우리가 신념에 따라 행동하듯 명철한 의식에 따른 행동을할 것을 요구한다. 제가 먹여 키우는 인간에게 저의 찬란함과남루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곳은 얼마나 기이한 고장인가! 이곳에 사는 민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관능적인 부가 극도의 헐벗음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놀라울 것이 없다. 진실치고 그 속에 그 나름의 쓰디쓴 맛을 담고 있지 않은 진실 - P125

은 없는 법이다. 그러니 내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에 있을때만큼 이 고장의 얼굴을 사랑하게 되는 때는 없다 한들 무엇이 놀랍겠는가,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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