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우키요에를 따라 일본 에도 시대를 거닐다
이연식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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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하면 춘화만 상상하는 불순한 독자. 풍경화도 매력적이다. 후지산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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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오타 기념 미술관

도쿄에 갈 때마다 나는 꼭 간다의 고서점 거리와 오타 기념 미술관에 간다.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오타 기념 미술관은 우키요에 소장과 전시로 유명한 곳이다. 2000년 봄, 친구와 함께 처음 일본 구경을 갔을 때 여기서 처음으로 실물 우키요에 판화를 봤다. 그때 전시되었던 우키요에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제작된 것들로, 일본 역사 속의 전투를 묘사한 판화와 서양미술의 영향을 받은 풍경 판화였다.
사실 그전까지는 가쓰시카 호쿠사이나 우타가와 히로시게 같은 우키요에 대가들의 작품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같은 책에서 본 것이 거의 전부였다. 모네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되면서 참고도판으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럽인의 입맛대로 고른 우키요에와 달리 일본 문화의 맥락 안에서 본 우키요에는 현란하다 못해 요사스러웠고, 이러한 매력에 사로잡힌 나는 언젠가 우키요에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리라고 마음먹었다. - P4

우키요에는 ‘도에‘ 즉 ‘에도 그림‘이라고 불리곤 했다. 그 별명대로 우키요에는 에도 시대1603~1867에 ‘에도‘에서 제작된 풍속화이다. 에도는 일본의 수도였던 옛 도쿄를 가리키는 말이면서 동시에 에도가 일본의 수도였던 시대 자체를 가리킨다. 에도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키요에 또한 에도라는 어휘에 시·공간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우키요에의 연원은 에도 시대 이전의 전통적인 회화, 풍속화 형식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키요에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아는 모습으로 정착된 것은 에도 시대가 개막한 이후이다. 같은 시기에 교토와 오사카 등지에서도 에도의 우키요에와 비슷한 그림과 판화가 제작되었지만 이는 부분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다.
우키요에는 에도라는 이름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함께 쇠멸했다. - P12

시각적인 자료가 요즘처럼 풍부하지 않았던 당시에 풍경 판화는 요즘으로따지면 영화 이상의 만족감을 사람들에게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풍경을 담은 우키요에는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이 여행을 꿈꾸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히로시게의 풍경화가 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화면에 담긴 서정성 때문이다. 이는 비. 안개 • 눈. 달빛 따위의기상 현상을 그림 속에 능숙하게 담아 낸 데서 연유했다. 그의 판화에서 기후는 화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P155

그런데 19세기 중반에 ‘자포니슴Japonisme‘ 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로는 자포니슴이 자포네즈리를 거의 밀어내다시피 했다. 한국어로 옮기자면 둘 다 ‘일본 취미‘일 뿐이지만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자포네즈리와 자포니슴이 애초부터 포괄하는 범위가 달랐다며 이 둘을 애써 구별하려 한다. 이를테면, 자포네즈리는 일본적인 소재 자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에 대한 관심, 호기심을 가리킨다고 한다. [8-1] 이에 반해 자포니즘은 기본적으로 이국의 신기한 문물과 분위기에 대한 끌림을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해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일본 미술의 조형 원리, 미의식 그리고 세계관에까지 관심사를 확장시켜서 서구의 예술 언어 속에 녹여 흡수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한 예술가의 작품세계에서도 자포네즈리와 자포니슴을 구분할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는 한눈에 봐도 그가 우키요에의 매력에 사로잡혔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을 많이 남겼다. 그가친구이자 화상인 「탕기 영감의 초상」1887을 그리면서 배경에 우키요에를잔뜩 집어넣은 것이나 히로시게의 『명소 에도 100경』 시리즈를 유화로 모사한 것은 자포네즈리의 전형적인 예이다.[8-2]. [8-3] 반면에 그가 우키요에의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와 평평한 색면을 거침없이 사용하게 된 것, 우키요에에서 영향 받은 구도를 보여준 것 등이 자포니슴의 예가 된다. - P184

우키요에가 수용된 양상은 ‘일본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흥미로운생각을 이끌어낸다. 일본적인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강력한 힘으로 당시의서구 문화를 사로잡았지만 정작 그 실체가 무엇인지 파헤치기 시작하면 분명한 실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갓 접한 일본의 문물에 혼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고 오스카와일드는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여러분이 일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미술에서보는 그런 일본인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여러분은 일본 미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일본인이란 특정 화가들이 공들여 만든 자각적인 창조물이다.………… 사실 일본 전체가 순수한 발명품인 것이다. 그와 같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실재하지 않는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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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리커버 에디션)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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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삶과 작품이 잘 어우러진 재미난 글이다. 특히, 처음 보는 매력적인 작품이나 화가의 인생(리커버 표지 그림의 크뢰위에르나 와이어스, 묀스테드, 앙소르 등)에 대해 알게 되어 더 좋았다. 빛과 색채의 실험에 열정적이었던 터너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색채의 시작>이 원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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