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정창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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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투쟁임을. 누군가에겐 출근길 10분의 지체가, 다른 누군가에겐 20년의 외면된 기다림임을. 겨우(!) 이동권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노동권 거주권 평범하게 살 권리를 말하는, 보이는 존재가 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헌법 제10조를 다시 읽어보자.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국가는, 우리는 그들의 헌법적 권리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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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7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아차 밀고 다니면서 이동권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ㅜㅜ 정말 얼마나 불편한지! 적극 개선해주면 좋겠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국가배상 인정한 것이 고무적이네요!

햇살과함께 2025-01-07 22:1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아이들 어릴 때 유아차로 지하철 탈 때마다 엘베 찾느라 헤매고 못찾으면 그냥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고요.. 이런 시설이 장애인들의 권리투쟁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꿈에도 몰랐네요 ㅠㅠ

숲노래 2025-01-08 0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골에는 낮은버스(저상버스)가 하나도 없고, 90살 할머니도 버스삯을 내고서 탑니다. 어느덧 우리나라 모든 시골은 공휴일에 시골버스를 거의 멈추었고, 바뀌는 버스시간표를 군청에서 알리지도 않는데, 군청 공무원과 군의원 가운데 시골버스를 타고서 출퇴근을 하는 이는 1/100은커녕 1/1000조차 안 되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은 틀림없이 뜻깊기는 하지만, 저처럼 면허증조차 일부러 따지 않고서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지내는 여느 사람들은 ‘이동권‘은커녕 ‘기본생활권‘조차 없다고 할 만합니다.

도시는 그나마 아기수레를 밀 만한 길이 조금 있지만, 시골에는 어디에서도 아기수레를 밀 수 없는데, 저는 포대기로 두 아이를 업고서 다녔지만, 시골에서 아기를 낳으려는 이웃님은 다들 죽을 노릇이더군요. 그래서 울며겨자먹기로 뒤늦게 면허를 따서 자가용을 장만하시는데, 이제는 ˝출근길 지하철 이동권˝을 넘어서 ˝대중교통 기본생활권˝이라는 틀로 이야기를 넓혀가야 할 때를 한참 지나도 너무 많이 지났다고 느낍니다.

새해에는 시골에서 면허증부터 없이, 아기를 포대기로 안고서, 군수한테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이웃이 늘기를 빌 뿐입니다.

그래도 <너무도 정치적인 시골살이>라는 책이 지난해 가을에 나와서 깜짝 놀라서 반갑게 읽기도 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1-08 09: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방 도시나 시골은 특히 자가용이 없으면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의 제약이 많죠. 정부나 지자체에서 경제성 논리만을 들이밀면서요. 저도 한 때 은퇴 후 시골살이의 낭만을 꿈꿨던 때가 있지만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장롱면허를 꺼내지 않으면 불편하게 살아야 할 곳이라는 것을요. 이 책과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로 상징되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넘어선 다양한 주제와 보편적인 권리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알려주신 책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노동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생각을 해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건 결국 자기를 둘러싼 관계를 계속 변화시키는 과정이죠. 권리중심공공일자리노동자들은 이 일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분명히 다시 확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기 확인이란 건 곧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죠. 그 사람의 존재부터 해가지고, 이 사회의 - P180

조건에 대해서까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거야. - P181

그런데도 진짜 목소리조차 못 내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의 정치를 하려면 그 어려운 상황이란 거를 잘 빼텨낼 수 있어야 돼요. 활동가한테 삐틴다는 거는 그만큼 중요한 덕목인 거야. 그렇게 빼텨야지만,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거리에 그런 장소가 만들어지는거에서부터 전사들이 조직되기 시작하는 거니까. 조직하려면 결국엔 그 방법밖에 없어요. - P216

그런데요, 혐오가 어떤 의미로까지 쓰일 수 있는 건지 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장애인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 하거나기껏해야 그냥 동정받아야 하는 사람, 시혜를 베풀어서 도와줘야하는 사람쯤으로만 보는 것도 어떤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도 모르게 장애인들을 자기들이랑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를 않으니까, 결국에는 비정상적인 사람쯤으로보고 무시하고 있으니까 저런 반응도 나오는 거잖아. 그런데 이사회엔 이미 이런 반응들이 넘쳐나고, 그럼 이미 이 사회에는 장애인 혐오가 넘쳐나는거 아닌가?
그런 건 혐오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 싸잡아서 ‘꼴 보기 싫다. 꺼림칙하다‘ 하는 거가 진짜 혐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혐오 개념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잖아. - P240

그런데 혐오를 그렇게만 봐도 여전히 문제거든요. 왜냐면 이런 관점에선 장애인들이 여태까지 ‘혐오를 당할 자격도 없었던 사람‘이었던 거니까. 혐오가 이런 거라면, 혐오를 받는다는 거도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존재 자체가 생각도 안 되는 사람들, 아예 사회에서 없는 사람 취급 받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혐오를 당할 수도 없어요. 뭐 보이기라도 해야지 혐오라도 할 거 아냐. - P241

그런데요,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거는 직접행동 투쟁에서 언제나 성과가 제일 중요한 건 아니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성과를 완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은 직접행동에서는 그냥 눈앞에 보이는 어떤 성과들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어요. 너네들만의 영토에서배제된 사람들이 우리의 영토를 만든다는 것, 그 싸움의 진지를만들고 거기에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조직된다는 거, 그렇게우리가 계속 싸워갈 수 있는 희망의 물리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는거, 단기적 성과보다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 P264

연대와 관련해서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90년대 후반에 이 말 보고서 딱 꽂혀가지고, 지금은 노들야학 슬로건이 되기도 한 건데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1994년에 멕시코에서 빈곤이나 억압, 차별 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던 치아파스 선주민이 어떤 사람이 연대를 오니깐 이렇게 말을 했대요.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 왔다면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왔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 P298

아니, 내가 뭐 하러 희생을 하겠어. 나 딱 봐봐. 내가 성자처럼 보이나. 전혀 안 그렇잖아요. 난 절대로 성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이 제일 중요한 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은요, 나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부터 마련이 되더라고요. 나는 부족하나마 현미경으로 세상을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하면서, 나랑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 세상에 ‘다른 속도‘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거를 매일같이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러고서 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사람들을 조직해가지고 이 사회 전체랑 맞서 싸우는 데서 어마어 - P326

마한 희망을 느끼고 있지.
나한테는 이 과정만큼 세상에 대한 감각, 그러니께 네 내가살아 있다는 감각을 이렇게 강렬하게 주는 게 아직까진 없는 것같아. 내가 내 존재를 확인하려면 이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거지. - P327

아마 그 장면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엄청 처절해 보이기만 했을 거예요. 우리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도 말이야. 굳이 저렇게 기어가야 하냐고. 저 투쟁 방식이 맞는 거냐고. 일단 장애인이 기면은 불쌍해 보일 수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장애인이 이렇게 직접행동하면서 싸우는 과정에서 바닥에 내려와서 긴다는 거는 그 자체로 사실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거예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관점 자체를, 관계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거니까. 장애인이 긴다는건 그동안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자기 불쌍함을 부각해서 동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었죠. 실제로 장애인들이 먹고살려고 구걸을 할 때 그렇게 많이 하기도 했고. 그런데 긴다는 게 장애인들이싸우는 수단이 되는 순간, 이긴다는 행위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요. 구걸하는 거에서 이 사회 질서에 저항하는 거로 바뀌고, 그거는 이제 더 이상 ‘불쌍해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불온‘해 보이는거야.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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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윤석열 정권 되고서는 우리가 문재인 정권 말기부터열심히 지하철행동을 해오기도 했고, 국회의원들 따라다니면서만나고 해가지고, 22년 국회 상임위에서도 결국에는 부족하나마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합의를 했거든? 우리 권리예산 증액 요구안 1.3조 중 절반 정도는 국회에서도 결국 증액하자고 한 거지. 그런데 이게 기재부한테 또 바로 까인 거야. 그러고서 결국 기재부 맘대로 23년도 예산이 집행이 되어버리데? 그때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아!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합의한 결정조차 단숨에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정부의 한 부처에 있는 게 확실하구나. 이야! 기재부는 정말이지 힘이 막강하구나. 그런데 사회적자원 분배권을 이렇게 정부 한 부처가 독점하고 있는 게 도대체가말이 되긴 하는 건가? 이게 도대체가 민주주의 사회이긴 한건가?
심지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같은 선출직, 그러니께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 보통은 선거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나 기한이 정해져 있는 임명직 공직자를 의미한다] 들과 다르게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들‘을 의미한]이잖아. 이 집단이 마피아 집단같이 ‘모피아‘가 되어가지고, 자기들 권력 계속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어마어마한 권력이 되어버린 거야. 대통령이건 뭐건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이 모피아들 - P85

이 재정전략회의에서 올해 전체 예산을 ‘실링‘의 방식으로 제한해버리면 답이 안 나와요. 지금은 윤석열이랑 기재부랑 죽이 잘 맞는 거 같으니까 뭐, 그 힘이 더 강력하게 행사되고 있는 거고. - P86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는 거는요, 단순히 예산 얼마 더 따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에요. 예산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게 제대로반영이 되어야 한국판 T4도 막아낼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 기재부가 독점하는 사회적 자원의 분배권도 우리들 손으로 조금씩 빼앗아 와야 하고. 그런데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건 사람들이 아무리 비참하게 죽어도 딱히 슬퍼하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슬퍼하게끔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 존재가 잊히지 않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어야죠. 기억하게 만들려면 사회적 관계를 바꿔내야 하는 거고요. - P95

중증장애인들은 존재 자체가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 수 없는게 아니고요, 지역사회가 조건을 갖출 생각도 안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의 존재를 그렇게 낙인찍고 있을 뿐인 거예요. 사회가 문제인걸 자꾸 장애인 개인들 존재의 문제로 바꿔버리면 안 되는 거지.
더군다나 자립이라는 게 모든 관계로부터 독립되어 가지고, 정말로 나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잖아. 당연히 중증장애인들 그렇게 못 살지. 그런데요, 자립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비장애인들은 그렇게 저 홀로 ‘독립적으로 살고 있나? 이 사람들도 이미 수많은 관계 안에서 의존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자립을하는 게 가능한 거잖아. 중증장애인들도 똑같아요. 시설에서 겪 - P123

었던 아주 통제적이고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께네 지금보다 훨 자유로운 방식으로 새로 구성하자는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어디에 어떻게 의존할 것인지 사회적 관계를 선택하고 새롭게 형성할힘이란 거를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가질 수 있게 차차 만들어가는거야.
그게 바로 자립, 탈시설운동이란 게 갖는 어마어마하게 해방적인 성격이에요. 자립이라는 게 단순히 말 그대로 혼자서 삶의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관계를 새로 맺어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 이걸 요새는 어려운 말로 ‘연립‘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그러니께네 자립이라는 건 곧 연립의 기술을 배워가는 거야. - P124

자유로운 삶이란 건 확실히 불안과 고난을 동반해요. 절대잊으면 안 되는 건, 애초에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비장애인들도실제로 일상 속에서 불안과 고난에 시달리면서 살아가고 있다는거예요. 아무리 좋은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더라도 불안과고통이 없는 자유로운 일상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는 거거든. 그거를 헤치고 나가는 게 사람다운 삶이란 거지.
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해줄게, 나가면 고난이 펼쳐질 거야, 라고 하는 말들은요, 중증장애인들에게 그러한 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거랑 다름이 없어요. 물론 중증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하면은 국가나 사회가 이 사람들 자유를 당장은 보장을 안해주려 하니까, 그 일상적 조건이 유난히 취약해지면서 당연히 불안과고난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거에 맞서 뚫고 나가면서싸우는 과정이 또 사람을 엄청 자유롭게 하거든. 그렇게 싸우다 보면은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힘, 나아가서 이 사회에서당연한 걸로 여겨지던 걸 바꿔낼 수 있는 힘이란거를 차차 가지게되니까. 마로니에 8인이,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탈시설해서 탈시설운동하고 있는 동지들이 그걸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 P141

당연히 앞으로도 우리는 많이 패배할 거야. 이미 탈시설 전선이 만들어졌고, 전선이 형성되었다는 건 곧 수없이 크고 작은전투가 벌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두들겨 맞고 깨지기도하고 그럴 거라는 거 아냐. 그 전투 모두에서 우리가 다 승리할 건분명히 아니거든. 아마 지는 날이 더 많을 거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을 거야.
그래도 그 전투들에서 계속 피를 흘려가면서도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은, 지금 그러는 것처럼 또 다른 마로니에8인들이 계속해서 나타나 가지고 이 전선을 계속 확장해갈 수 있게끔 물리적 기반을 닦아놓는다면, 그럼 언젠가는. - P143

분명하게 말을 할게요. 최중증장애인이 노동을 하려면요, 정말로 노동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뒤집지 않고는 불가능해요. 제가 중증장애인이 노동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러니께네 사실은내가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 이런 맘 품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는 거예요. 지금 노동 개념에 맞춰 생각을 해보면 도무지 노동으로 인정받는 일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윤이나 생산성, 효율과 무관한 다른 다양한활동들도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은, 그렇게 노동개념과 패러다임이 변하게 되면은 이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수 있지 않을까?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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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고통의 냄새를 품은 그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시구를 지하철 승강장에 새겼습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천둥소리와 날카롭게 내려쳐 공기를 갈라내는 번개가 언제나 내 휠체어 바퀴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가 내 마비된 두다리, 엉덩이, 배꼽, 젖꼭지, 척수 손상을 짚어내는 몸 군데군데를타고 넘어 목구멍과 입으로 기어서 눈까지 쳐들어와 어느새 눈물로 머물고 있습니다. - P11

저도 알아요.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고 학교 가고 하는 거, 그런 일상들이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다 중요할 거예요. 평소엔 다들시간에 치여 사는 걸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나도그게 이 사람들한테 절실하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께네 지하철 지연시키게 되면은 내 입장에서도 눈 마주치는 한 명한명한테 정말로 미안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내가 지하철 탈때마다 시민들한테 일단 꼭 사과부터 하는 것도 진심으로 죄송해서 그러는 거야. 누구는 내가 사과하는 것도 다 쇼라고 우기던데,
그건 진짜 아닌 거거든.
그런데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요, 이건 꼭 물어봐야죠. 그렇 - P31

게 당신들 일상이 소중하다면서, 이 사회를 함께 살고 있는 어떤사람들이 그 일상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거는 왜 전혀 문제가 되질 않을까요? 나는 1분이라도 막으면 시민들한테 그렇게나 미안해하는데, 왜 장애인들 그렇게 사는 거에 대해서 미안해하는사람은 이렇게나 없는 건가. - P32

이게 지하철행동을 통해서 드러난 이 사회의 본질이에요. 쓸모 있는 사람만 시민권 열차에 태워가지고 열심히 운반하고, 쓸모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예 무정차하고서 내버려두고 떠나는 거. 그리고 출근길 지하철은 이 사회의 본질을 아주 압축적으로 담아놓은 곳이죠. 누가 사회 바깥으로 쫓겨나건 말건, 쓸모 있는 사람들끼리만 지지고 볶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시에 맞춰 운행되어야 하는 장소니까. 그런 신성한 걸 우리같이 사회에서 쓸모도없다고 여겨지는 인간들이 흩트려 놓으려고 한다? 그럼 이제 온갖 탄압이 시작되는 거야. 심하면 나치 때 수용소나 전두환때 삼청교육대처럼 잡아다 족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하지. 동정 - P33

과 시혜로 감춰져 있던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이제 막 대놓고 표출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 P34

한마디로 장애인콜택시에는 정시성이란 게 아예 없는 거예요. 오세훈이가 우리 지하철행동 비난하면서 대중교통의 핵심이라고 그렇게나 강조를 해대는 게 정시성이잖아요? 그런데 오세훈이는 장애인들한테 대중교통인 장애인콜택시가 이 모양 이 꼴인거에 대해서는 아예 문제 제기할 생각도 안 하더라고. 하긴, 오세훈만 그랬나. 역대 서울시장들 다 그랬고, 전국 지자체들도 다 그러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요, 장애인이 친구 좀 만나려고 하면은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지만 겨우 한 번 장애인콜택시를 탈 수가 있어요. 비장애인 시민 여러분들에게 꼭 묻고 싶어요, 당신은친구 만나려고 며칠 전에 대중교통 예약하는 게 상상이 가요? 그게 용납이 되긴 합니까? 시외버스 중에는 저상버스도 없으니까장애인이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유일한 수단이 장애인콜택시이기도 한데, 대한민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장애인콜택시가 또 광역 이동을 제대로 하질 않기도 하지. 비장애인 당신들께서는 인근도시 나가는 것조차 이 정도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정말로 그걸그대로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아마 아닐 거야. 비장애인들한테 그렇게 했다가는 아주 난리가 날걸? - P47

오세훈 시장이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전장연은 ‘사회적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약자 지위를 이용해서 처벌도 제대로 안 받는다고요. 오세훈 시장에게 분명하게 말을 하고싶어요. 누군가의 일상을 방해하고 그러는 게 테러라면요, 여태껏이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해온 역사는 그럼 장애인들한테 매 순간테러였어요. 정말로요, 장애인들에게는 이 사회가 테러 그 자체예요. - P55

아마 저희가 지하철 타고 나서부터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당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 정당하냐"는 말일 텐데요. 맥락 없이 들으면 아주 맞는 말 같아 보일거야. 그런데 이 말이 맞는 거라면요, 당신들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이 행사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누군가들이 희생되어온 건 아닌지를 함께 살펴봐야죠. 사실은요, 비장애중심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살건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가 그 자체로 이미 장애인들에 대한 이 사회의 테러에 동조하고 있는 걸 수도 있는 거거든.
이런 태도는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어떤 폭력이 벌어지건 말건, 자기는 그거를 계속 용납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거잖아요. 누구는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폭력을 묵인하고서 자기 혼자 그냥 꾸역꾸역 올라타서 출근을 하는 게 정말로 그렇게나 마냥 당당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요?
억압과 차별이란 게 대부분 그래요. 딱 마음을 나쁘게 먹고서 저놈의 자식들 쓸모도 없고, 꼴 보기도 싫으니까 혐오하고 차별해야지! 이러는 경우도 물론 있긴 하죠. 그런데 대부분은요, 그냥 옆에서 벌어지는 폭력들을 방치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 P59

동조해버리면서 억압과 차별을 재생산하는 데 복무하는 경우가많아요. 자기가 이 사회의 차별을 묵인하고서, 큰 관심 안 두고 그냥 살아가는 게 별일이 아닌 거 같죠?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나쁜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태도가 다 누구한테는 엄청난 재앙이 되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런 태도들이 지속되면서 세상은 계속 나아지지가 않는 거지. - P60

지금 지하철행동도 그때랑 똑같아요. 지금 우리가 투쟁하는것도 결국 비장애인 모두에게 선물이 될 거예요. 당장은 이 말이잘 안 다가올 수도 있는데요. 특히 우리에게 공감할 생각 전혀 없는 분들께는. 그런데 공감을 못 한다고 해봐야 사실은 사실인 거야. 사람이 언제 어떻게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 모르거든요. 지금처럼 불안한 조건 속에서는 누구든지 나락에 빠질 수밖에없기도 하고. 이 능력주의 사회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는 순간 사실은 지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예요. 공적으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들이 돈 논리로 다 무시를 당하게 되면은 그런 것들을 다 개인이 알아서 마련해야 하는 거거든. 완전 각자도생이 지배하는 사회인 거지. - P63

우라가 단기적으로는 우리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할지도 몰라요. 아주 처절하게 패배를 할지도 모르죠. 그런데요, 이런 생각이 발아할 수 있는 씨앗을 이 사회 컨베이어 벨트 한복판에 심어둔 것만으로도 저희는 이미 이 사회에 희망을 심는 데 성공한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그 희망이란 거는 정말로 모두에게 선물이 될거야. 장애인들의 존엄이 인정되는 세상은요, 결국 모두의 존엄을위한 토대가 될 거니까요. - P64

나치는 비용 논리 열심히 홍보하면서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안락사‘라는 명목으로 장애인 대량 학살을 자행하기도 했어요. 이걸 ‘T4 작전‘이라고 부르거든요. ‘T4‘라고 하니까 뭐 대단한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심오한 이름은 아니에요. 히틀러가 장애인들 죽이라고 지시하면서 만들어진 기관의 본부가 베를린 티어가르텐 4가에 있어서 거리 이름을 따와 암호명으로 T4라부른 거죠. 이 작전으로만 장애인이 7만 명 죽었어요. 나치가 장애인을 죽인 게 이게 다가 아니기도 하죠. T4 몇 년 전부터 시설에다가장애아동들 모아다 가둬놓고 굶겨 죽여보기도 하고, 약물 주입해서 죽여보기도 하고. 전쟁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점령지 장애인들은 그냥 총기 난사해 죽여버리기도 하고. 계속 죽이다 보니까이제는 어떻게 죽이는 게 제일 효율적인지, 어떤 게 제일 돈이 적게 드는지 공부도 해보고. - P72

목소리가 없는 사람, 존재 자체가 삭제된 사람,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이란 게 딱 이런 거예요. 아무리 비극적인 일을 당해봐야, 아무리 비참하게 죽어봐야 이 희생자 당사자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려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없다는 거.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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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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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때부터 시작된 젠더 디스포리아를 벗어나는데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일상이 연기였다. 내가 되는 길이, 나로 사는 길이 이렇게 어렵다는 걸. 그런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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