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 스노우 처럼 하얀 피부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아기라는 매력적인 대상을 미혼모에게서 빼앗아 ’결혼한 정상가족‘에게 보낸 강제 입양 시대. 이런 폭력적인 시대가 머지 않던 과거에 존재했다니.10대 미혼모는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문제 여자애로 낙인 찍고. 그런데 미혼부는 어디에?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존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기를 빼앗긴 미혼모는 평생 고통과 죄책감 속에 살았을텐데. 미혼부는 기억이나 할까?책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되풀이에서 미혼 입양 당사자로서 저자의 울분과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권희정 번역가의 <미혼모의 탄생>도 읽어보고 싶다.
3부 23장 채찍과 돌멩이상황이 이러하니 그 수많은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한 것이이상한 일이겠는가? 이들에게는 환자, 부적응자, 미성숙, 신경증, 죄지은 오염된 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런 환경에서보호받지 못하고, 취약하며, 무방비 상태인 엄마가 아이를 감히키울 수 있었을까? 사례관리의 목표는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자연스러운 욕구를 좌절시키는 것이었다. 사회복지사들은 다음과 같은 정신분석학자 헬렌 도이치‘의 말을 믿으며 전문심리학자들의 말을 추종했다.미혼모 중 가장 성숙하지 못한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르겠다고 싸운다. … 대부분의 미혼모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아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 아이 입양에 대한 미혼모의저항은 ‘방어 및 증상 형성의 역학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Carp 1998: 116 재인용) - P235
사회복지사들인 우리는... 사회적 수치sociological shame란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사회복지 사례관리자들은 거의 모두 여성들인데, 특히 미혼모 문제를 다루는 영역에서는더 그렇다. 그들은 ‘혼외‘, ‘적법하지 않은‘, ‘사생아‘, ‘문란‘, ‘창녀‘, ‘죄악‘과 같은 단어들이 연상시키는 사회적 관념에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반응한다. 그런데자세히 보면, 이 단어들은 남성이 대표성을 갖는 사회에서 만들어진 ‘착한‘ 여성이라는 문화적 이미지와 대비되는 고통스럽고도 비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수태의 순간 참여한 행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언어들은 같은사회에 사는 ‘좋은‘ 남자들의 사회적 지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Bye 1959.1.1.) - P238
3부 24장 과거라는 거울사회복지사들에게 미혼모의 아이 포기 ‘선택‘은 유일한 해결책인 입양 쪽으로 미혼모를 몰고 가기 위해 그들이 사용한 기술이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혼모 당사자인 메리 존스는 과거 아기 포기의 경험을 회고하며 ‘선택‘이란 단어의 사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선택‘을 했다고? 아니, 선택은 없었다. 선택이란 단어를 아기를 포기해야 하는 엄마에게 쓸 수 없다. 사실 이 단어는 친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다. 즉, 미혼모는 냉정하고 무정한 쓰레기 같은 존재라 아이 없는 삶이 더 재미있고, 경제적으로 덜 부담되며, 더 편하려고 아이 포기를 선택했다는 의미가내포되어 있다. 말도 안 된다. 세상에 어떤 인간도 동물도 아기를 키우지 않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상적이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만약 취약한 상태에 있다면아기 포기를 선택할 것이다. 무력한 상태에 있을 때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Jones 1993:11-12) - P247
박탈된 슬픔
2부 13장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들처럼하지만 미혼모는 남편이 없기에 아이를 키울 경우 상당한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전통적 역할은 여성이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여성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남편이 있다는 가정하에서였다. 대부분의 미혼모는 여러 면에서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성인 중심 사회에서 미혼모들의 대부분은 나이도 어렸다. 또한, 남성에게 유리한 소득구조와 싸워야 했다. 남성의 보호 없이, 미혼모의 도덕적 위상은 불안정했고, 미혼모와 그 자녀는 사실상 사회적 정체성이 없었다.누군가의 아내가 되지 못하고 홀로 엄마가 된 그녀는 좁게는 부모님으로부터 넓게는 사회로부터도 경제적 지원을 받기힘들다. 왜냐하면, 여성은 유급 노동자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식과 자식의 아버지(여성의 남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란 믿음이 우리 사회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Inglis 1984) - P148
2부 15장 회전문과 컨베이어 밸트시설이 개인들을 통제하에 둠으로써 비인격화하기는 쉬웠다. 일탈에 대해 연구한 사회학자 슈어에 따르면, 대상화의 가장 극적인 예는 "모든 제도" 안에 들어온 새로운 수용자들이 의례화된 "굴욕" 또는 "정체성의 박탈"을 경험하는 것이다. 개인소지품과 옷을 빼앗고 외모조차 평범해 보이지 않게 만든다면그 사람은 바로 "죄수", "정신병동 환자", 또는 "신병"이 되는 것이다(Schur 1983:31). - P162
2부 20장 조각내기게다가 아기와 헤어진 어머니가 슬퍼할 경우, 만약 그 어머니가 미혼모이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미혼모는 임신하고 출산하는 다른 여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와 같았다. 그러나 로렌스가 지적하듯 미혼모의 슬픔은 실재하는 것이다.미혼모는 달라야 했다. 즉 일탈적이어야 했다. 만약 다른 엄마들과 똑같은 정도로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입양의 선함은 친생모의 비극에 압도당할 것이다. … 사회도, 입양한 아기를 안고 있는 입양모도, 아기를 품에서 놓아 버린 친모의 고통과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통은 실재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잃어버린 아이와의 재회를 통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Lawrence 1979.5.4.) - P204
반복하지만, 아기를 포기한 엄마의 슬픔은 사실이다.박탈된 슬픔disenfranchised grief이란 공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모두에게 애도 받지 못하는 슬픔이다.‘ ... 미혼모는 마땅히 애도할 자격이 있는어머니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아기를 잃었다는 사실은 실제일어난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어떤 엄마들은 임신으로 보상을 받고 어떤 엄마들은 처벌을 받는 사회에서 미혼모는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실망하고, 자신도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사회는 어떤 엄마에게 임신은 잘한 일이고, 어떤엄마에게 임신은 잘못한 일이라고 한다. 어떤 엄마에게는 슬퍼하라 하고, 어떤 엄마에게는 슬퍼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행동이라고 한다. 어떤 엄마에게는 자신보다 아기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고, 어떤 엄마에는 아기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경험에서 고립되어있다. 그녀가 느끼는 슬픔은 해결될 수 없다. 홀로 어떻게든그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Roland 2000:9-10) - P205
2부 11장 ‘아이보리 스노우’처럼 하얀 백인 아기그런데 신생아 입양은 미혼모, 입양 기관, 아동 중 누구에게가장 큰 이익이 되는 것일까?미국의 사회복지사는 백인 미혼모와 유색인 미혼모를 차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건강한 백인 아동 시장은 탄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흑인 아동 입양 시장은 없었다. 유색인 아기를 출산한 미혼모에게는 양육이, 백인 아기를 출산한 미혼모에게는 입양이 권장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과거 자료는 많다. 가령, 오소프스키는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은 미혼모가백인이 아닌 경우, 그냥 아이를 키우라고 했지만 "백인 십대 미혼모에게는 이러한 조언은 하지 않는다..." (Osofsky 1968:58)라고 지적했고, 실러는 1969년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백인 아기중 70%가 입양 보내졌지만, 비백인 아기 중 입양 보내진 아이는5~10%에 그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Shiller 1969). - P115
2부 12장 처벌과 강압한편 1950~60년대 당시의 입양 중심 관행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다수 발견된다. 예를 들면,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사례관리자들에게 "나쁜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를 구한다는 감상적 사치"를 접고, "그 부모를 도와준다며 충동적인 행동"하지 말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친생부모보다 더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말라"(Bowlby 1952: 115)는 경고를 했다. 또한, 사회복지사와 사례관리자들은 "부정한 어머니"를 처벌하려는태도 대신 아기와 엄마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집중하라(Bowlbyet al. 1965: 121)고 제안했다. 한편, 1912년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소재 미혼모 시설 ‘레이크뷰‘에 입사한 후 원장을 역임한 사라 B. 에들린은 1954년 미국 노동부 아동국이 개최한 회의에 참석하여 "징벌적 태도를 보이는 사회복지사들"과 "미혼모와 아기의 삶을 더욱 편하게 만드는 법안 마련에 저항적인 사회복지사들에게 낙담했다"(Edlin 1954: 144)고 말했다. 일곱 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1955년 ‘생모‘birth mothe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퓰리처상 수상 소설가 펄 벅 역시 미혼모에 대한 태도를 우려했다. 특히 사회복지사들이 미혼모와 그 아기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비난하고, 조롱하고, 재단한다면 이들이 행복한 가정과 지역 사회 생활을 할 기회를 과연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Buck 1956). - P125
2부 7장 누구를 위한 "최선의 이익"인가1960년대 중반, 입양 전문가들의 관점에 주요한 변화가 있었다. 아동이 필요로 하는 것, 즉 "아동을 위한 최선" 대신 입양 부모의 욕구와 희망 사항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관점이 변한 것이다. 아동을 위한 좋은 가정을 찾으려 했던 것에서 입양 부모에게 공급할 아기를 찾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입양 관행에 있어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입양부모의 요구와 희망에 상당한 무게 중심이 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Canada 1964.11.6.) - P88
2부 8장 입양 부모 평가?비록 사회복지사들은 아기가 성숙하고 훌륭한 부모의 가정에입양될 것이라고 미혼모에게 약속했지만, 관련 자료를 보면 많은 경우 입양 기관이 입양 부모 자격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오랫동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입양 종사자들은 한 여성의 아이를 다른 여성에게 주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입양부부는 ‘훌륭한 부모‘로, 반면에 미혼모는 ‘나쁜 엄마‘로 보여야 했다. 2002년 한 연구자는 이를 ‘행복‘ 입양 모델이라고 칭했다.‘행복‘ 입양 모델에서, 준비되지 않은 부모라는 말을 (매우 자주) 들었던 친생부모들은 아기 양육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승자‘이다. 입양은 ... 미혼 임신에 대한 ‘나쁜‘ 평판을 줄여 주거나 없앤다. 일반적으로 친생부모는 아기를 입양 보낸 후 임신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고, 어떤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주로 ‘원치 않는‘ 아이로, 또 ‘사생아‘로 살았을 입양인들도 (아마도) 더 좋은 가정에 보내진다는 점에서 ‘승자‘이다. ... 또한 ‘행복‘ 입양 모델에서 ‘운 좋은 사생아‘로 여겨지는 입양아는 ・・・ 친생부모가 저지른죄에서 보호받게 되므로 ‘승자‘이다. ... ‘나쁜 행동‘의 결과로 나온 ‘나쁜 씨앗‘인 입양아는 ‘제대로 된 가정‘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이익을 본다고 여겨진다. 입양 부모는 … 아이를 키 - P98
울 수 있게 되니 ‘승자‘이다. ... 불임이 아닌데도 아이를 입양한 부모들은 불행한 아이를 ‘구원‘했다는 칭찬과 주변의 관심을 받는다. … 입양부모는 ... 마치 ‘훌륭한 부모‘인 양 존경을 받는다.(Henderson 2002) - P99
2부 10장 "사내들은 다 그렇지 뭐"1962년 사회학자 빈센트는 사회복지 연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미혼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의견을 개진했다.사생아 출산에 절반의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와 미혼부에 관한 연구 건수의 비율은 30:1 정도이다. …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만으로는 사생아에 대한 이해는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미혼모에 대한연구와 동등한 수준으로 미혼부를 연구하고, 관찰하고, 질책한다면 딜레마를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남녀의 성적 행위를 판단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전통적인 이중잣대의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몸을 버린 여자‘에 상응하는 남성을 묘사하는 표현은 없다. 우리는 미혼부보다 미혼모를 더 비난하고 낙인화한다. ... 무죄 추정의 관행에 있어서도 미혼모는 불리하다. … 왜냐하면, 배가 불러오며 그 죄를 스스로 입증하게 되니까. 반면, 미혼부에게는 어떤 증거도 남지 않는다... 미혼모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성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 미혼모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눈에 띄는 문제들을 제기하지만, 미혼부는 그렇지 않다. 산전 돌봄, 산모를 위한 시설, 그리고 양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미혼모이다. … 미혼부에게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쓰게 된다는 증거도, 관습에서벗어난 성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 (Vincent 1962) - P107
쿤젤은 ‘비행소녀‘와 ‘미혼모‘라는 용어에 젠더 차별이 있었음을 지적했다."몸을 버린 남자‘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한 사회복지사가 물었다. ... 복지사들은 "비행 소녀라 할 때와 비행 소년이라 할 때 같은 말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비행 소녀라고 할 때는 보통 성적으로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사회복지사들과달리 과거 미혼모가 아기를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복음주의 기독교 여성들은 미혼모를 비행 소녀와 구별하기 위해 언제나 신중했다. (Kunzel 1993:55)그리고 윌리엄 베넷은 미혼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요즘 혼외 출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부분은 이러한 아이를 낳은 여성을 향한다.... 거의 모든 경우 미혼모는자신의 아기를 버리려 하지 않는다... 여자를 임신시키고 도망간 이기적인 미혼부는 통계 기록에 잡히지 않는다. 비난하고, 불명예스럽게 여길 사람은 바로 비가시화된 남자들이다. (Bennett 2001: 93) -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