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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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시리즈 중 1권만 읽지 않아 다시 빌려왔다. 인내, 인내, 인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것, 그럼에도 자신을 믿는 것. 경찰의 덕목 일순위는 끈기임을. 올해 나온 9권도 빌려왔다. 완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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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책이다. 이 자리에서 자세한 플롯이나 범죄의 해결에 관해 누설할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겠다. 아마도 『로재나』는 범죄소설에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로는 최초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자주 길게 이어진다. 로재나라는 여성을 살해하여 예타운하에 던진 범인에 대한 수사가 답답하게 답보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불과 몇 센티미터쯤 진척이 있는가 싶더니, 또 덜컥 멈춰 선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에게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이 절망의 근원인 동시에 필요악이다. 참을성이 없는 수사관이란 중요한 도구 하나가 부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에서는 반 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범죄가 해결된다. 그때쯤에는 우리 독자들도 안 - P16

다. 수사에 오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경찰들은 포기하지 않았으리란 것을 [로재나』는 경찰의 근본적인 덕목, 즉 참을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 헨닝 망켈 - P17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 P88

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왠지 그는 집에서 쉴 맘이 내키지 않았다.
"몸도 안 좋으면서 왜 이러고 있나?"
콜베리가 물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
"그렇게 골똘히 사건을 파고들지 말라니까. 우리가 실패한 게 이게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야. 자네도 나 못지않게 잘 알면서 그러나 사건 하나 때문에 우리가 더 좋아질 것도, 더 못나질 것도 없어."
"꼭 그 사건 때문만은 아니야."
"사색에 빠지지 마. 그러면 사기가 꺾여."
"사기가 꺾여?"
"그래, 생각해봐. 시간이 넘치는 사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잔뜩 몽상해내는지. 지나친 사색은 비능률의 어머니야."
그 말을 남기고 콜베리는 나갔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기침과 침 뱉기와 지겨운 일과로 점철된 하루였다. 마르틴 베크는 알베리의 기운을 돋우려는 의도에서 모탈라에 두 번 전화를 걸었다. - P97

사실이었다. 마르틴 베크는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십분 동안 콜베리의 목소리는 그의 뇌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전혀다른 두 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나는 일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냉큼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손에 잡히지 않는 상념으로 흩어져버렸다. 반면에 다른 하나는 더 구체적인 생각이었다. 잘하면 괜찮은 성과를 낼 법한 새로운 수사 계획이었다.
"그녀는 틀림없이 선상에서 그를 만났을 거야."
마르틴 베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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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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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부패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언론인으로, 독실한 카톨릭교도로, 자비와 자선의 상징으로, 남들은 성자로 우러러보는 아버지이지만, 자기만의 원리 원칙에 따라 가족들에게 군림하고 통제하는 폭력적인 가부장이 될 수 있음을. 자기가 비판하고 저항하는 군부독재와 스스로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인지. 죽음만이 이 폭력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인지. 이것을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지. 보라색은 희망인가. 암울한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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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방을 나가고 나서 침대에 누워 과거를, 오빠와 어머니와 내가 입술보다 마음으로 이야기할 때가 더 많았던 세월을 샅샅이 훑어 보았다. 은수카가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은수카에서 시작됐다. 이페오마 고모의 은수카 집 베란다 앞에 있는 작은 정원이 침묵을 밀어 내기 시작하면서.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
하지만 내 기억은 은수카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 전, 우리 앞마당의 모든 히비스커스꽃이 눈부시게 선명한 빨간색이었을 때에서 시작되었다. - P27

"누니에 음." 이페오마 고모가 부르자 어머니가 돌아봤다.
몇 년 전 이페오마 고모가 우리 어머니를 "누니에 음"이라고 부르는 걸 처음 들었을 때는 한 여자가 다른 여자를 ‘내 아내‘라고 부른다는 데 경악했다. 내가 묻자 아버지는 그것이 불경한 전통, 결혼은 남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의 잔재라고 말했다. 나중에 어머니는, 내 방에 단둘이 있을 때였는데도,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아버지의 아내이니까 고모의 아내이기도 한 거야. 그 호칭은 고모가 나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란다."
"누니에 음, 이리 와서 앉아요. 피곤해 보여요. 몸은 괜찮은 거예요?" 이페오마 고모가 물었다. - P96

"캄빌리, 바지를 입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 차를 향해 걸어갈 때 이페오마 고모가 말했다.
"괜찮아요, 고모." 내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왜 고모에게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 치마는 전부 무릎 한참 밑에서 끝난다고,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은 죄악이라서 나는 바지가 하나도없다고. - P105

"오빠가 왜 이페디오라랑 사이가 안 좋았는 줄 알아요?" 또다시 들리는 이페오마 고모의 속삭임은 아까보다 더 사납고 시끄러웠다. "이페디오라가 오빠 면전에 대고 자기 생각을 말했기 때문이에요. 이페디오라는 진실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죠. 하지만 오빠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진실에 대해서는 꼭 싸우려 들잖아요. 우리 아버지는 죽어 가고 있어요, 알겠어요? 죽어 간다고요. 노인네가 사실 날이 얼마나 남았겠어요, 그보? 그런데 오빠는 아버지를 이 집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인사드리러 가지도 않죠. 오조카! 오빠는 하느님 행세를 그만둬야 해요. 하느님은 다 큰 어른이니까 당신 일은 당신이 하실 수 있어요. 아버지가 조상님 방식을 따르기로 한 것에 대해 하느님이 벌하실 거라면 오빠가 아니라하느님이 벌하시게 놔두란 말이에요." - P124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시면요." 오빠가 말했다. 아버지가 오빠를 향해 웃어 보였고 나는 내가 그 말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 P126

캄빌리, 음식이 입에 안 맞니?" 이페오마 고모가 이렇게 물어서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 내가 없는 것처럼, 그저 아무 때나 누구한테나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식탁, 자기가 원하는 만큼 숨 쉴 수 있는 식탁을 내가 관찰 중이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53

"뭐야, 이제는 성모님이 정치적인 동정녀라도 된다는 거야?"
오비오라가 물었고 나는 또다시 그 애를 쳐다봤다. 오비오라는 내가 열네 살 때 절대 될 수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되지 못한 무엇의대담한 남성 버전이었다.
아마디 신부가 웃었다. "하지만 이집트에는 나타나셨잖니, 아마카. 적어도 사람들이 몰려들긴 했지. 지금 아옥페에 모여드는 것처럼. 오 부고디, 마치 이동하는 메뚜기 떼처럼 말이야." - P174

"영국인들이 전쟁에선 이겼지만 수많은 전투에서 졌어."라고 오빠가 말하는 바람에 내 눈은 읽고 있던 페이지에서 몇 줄을 건너뛰었다.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나랑 똑같이 목구멍 속에 공기방울이 있어서 기껏해야 단어를 집어삼키거나 더듬으면서 내뱉을 수만 있는 것 아니었어? 나는 눈을 들어 오빠를 바라봤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땀방울로뒤덮인 오빠의 까만 피부를 쳐다봤다. 그 팔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페오마 고모의 정원에 있을때 그 눈에 떠오른 꿰뚫는 듯한 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P183

"고모가 물어보길래 말했어." 오빠는 활기찬 박자에 맞춰 발로 베란다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어렸을 때 아버지가 바짝 깎아 주던 짧은 손톱을 쳐다봤다. 아버지는 나를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뺨을 내 뺨에비비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손톱을 깎아줬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손톱을 바짝 깎았다. 오빠는 우리가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게 너무나 많다는 걸 잊어버렸나? 사람들이 물으면 오빠는 늘 집에서 있었던 "어떤 일" 때문에 손가락이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거짓말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사고를, 아마 무거운 문에 의한 사고를상상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오빠한테 왜 이페오마 고모에게말했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음을, 오빠 자신도 그 대답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 P193

"왜?" 아마카가 버럭 소리쳤다. "부자들은 집에서 오라 손질 안하니까? 그럼 쟤는 오라 수프 안 먹을 거래?"
이페오마 고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고모는 아마카가아니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 기니디, 캄빌리, 너는 입이 없니? 쟤한테 뭐라고 한마디 해!"
나는 정원의 시든 아가판투스꽃이 줄기에서 떨어지는 것을쳐다봤다. 늦은 아침 바람에 파두가 바스락거렸다. "소리 지를 필요 없어, 아마카." 마침내 내가 말했다. "난 오라 잎을 다듬을 줄 모르지만 네가 가르쳐 주면 되잖아." 그런 차분한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나는 아마카를 쳐다보고 싶지 않았고, 그 뱁새눈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 애를 자극해서 또 한 소리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킥킥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내 귀를 의심했지만 아마카를 보니 역시나 그 애가웃고 있었다.
"너도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할 수도 있구나, 캄빌리." 아마카가 말했다. - P211

내가 막 침대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는 게 분명했다.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움직여 자세를 바로잡고싶었다. 그렇게 하면 방금 한 짓이 숨겨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버지가 무엇을 아는지, 그림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눈을 들여다보고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공포 때문이었다. 공포라는 감정은 익숙했지만 매번 (다른 맛과 색깔을 띠는 것처럼) 전과는 다른 공포를 느꼈다. - P241

아이들이 딴 데 볼 때 그가 막대를 한 칸 올리고 나서 "한 번 더. 준비, 출발!" 하고 외치면 그들은 차례로 막대를 뛰어넘었다. 그렇게몇 번 더 올리다가 결국 아이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아! 아! 화더!" 그는 웃으면서, 나는 너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이뛸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금 너희가 내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하지 않았냐고 했다.
그때 나는 이페오마 고모도 사촌들에게 똑같이 해 왔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통해 그 애들이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점점 더 높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막대를 넘으리라 믿으면서 항상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빠와 내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스스로 막대를 넘을 수있다고 믿어서 넘은 게 아니라 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넘었다.
"표정이 왜 그러니?" 아마디 신부가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의 어깨가 내 어깨에 닿았다. 새로 나기 시작한 땀내와 아까부터 나던 향수 냄새가 내 콧구멍을 채웠다. - P274

아마디 신부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걱정이 있어 보이는구나."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채 생각해내기도 전에 손을 뻗어서 내 종아리를 찰싹 때렸다. 그가 손바닥을 펼쳐서 찌부러진 피투성이 모기를 보여 줬다. 내가 너무 아프지 않게 모기를 죽일 수 있도록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어서 친것이었다. "네 피를 너무 행복하게 빨아 먹고 있더라고." - P321

그의 편지는 내 마음속에 있다.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길고 자세하기 때문에, 내가 가치 있는 사람임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내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그는 내가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일, 그냥 이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ㅡ 그는 편지에서 아버지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나 스스로는 무서워서 헤집을 수 없는 곳을 그가 헤집고 있음을 알았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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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9
앨리스 워커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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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막내였고 아직 네 살도 채 안 되었다.
"아버진 개새끼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담요를 덮었다브라운필드가 그녀에게 가한 최초의 주먹질을 느끼지 않기 위해. - P192


아, 잠자냥님이 빡침이 구만리라고.. 정말 구만리다.

최악의 빡침이, 빡침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나를 건드린다. 멤에게, 아이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대프니는 오넷보다는 너그러웠다. 오직 브라운필드가 멤을 괴롭힐 때만 그녀에게서 살기가 돌았다. 브라운필드가 자신을 때릴 때면 대프나는 불타오르는 완벽한 공허로 마음을 유지함으로써 견뎌 냈다. 어릴 적의 추억 때문이었겠지만 대프니는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녀의 신경은 매우 예민해졌다. 그녀는 아주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펄쩍 뛰었다. 신경과민이 심해지자 브라운필드는 그녀를 놀렸다. 그는 대프니가 아둔하고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대프니가 아니라 대피*라고 불렀으며, 옆구리에 멍이 들도록 꼬집었다. 그래도 그녀는 몸의 떨림을 감추려고 애쓰며 용감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그 집을 경멸했다.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불가능했고, 브라운필드가 멤에게 강요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루스나 오넷보다 더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집을 증오했다. 겨울엔 추웠고, 사시사철 따뜻할 때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대한 증오를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철저히 분리시켰다.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루스와 오넷은 결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대프니만큼 브라운필드를 너그럽게 봐줄 수 없었다. - P197


첫째 대프니의 마음 자기가 아기였을 아주 잠깐이나마 다정했던 아버지 브라운필드의 기억을 계속 소환하고,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동생들에게도 추억을 마치 직접 겪어 것처럼 주입해 주고자 하는 -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이해된다. 살아 내기 위한 심적 발버둥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다른 삶에 관해 그녀가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그녀는 그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아들을 두려워했다그녀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루스가 보지도이해하지도 못했던 부부간의 친밀한 생활과 조시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결코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브라운필드와 그레인지는 서로를 저주했고 상대방의 연륜이나 젊음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어쩌면 그레인지의 사랑에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그의 삶이 그러했듯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 그런 폭력이 시작된 것일까그리고 조시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그토록 어린 아이가 파괴된 가족애의 결과와돌덩이와 같은 증오와검게 탄 마음 사이의 영역과울부짖는 영혼의 복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 P240~241


그레인지는 손녀 루스를 구원했나. 손녀를 통해 구원받았나. 작가의 마지막에 그레인지에 대해 긍정적 멘트가 있지만 나는 동의가 어렵다. 그는 손녀 루스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했을 모르지만 손녀를 위해 그를 사랑하던 조시를 이용했다. 자기의 번째 인생의 은둔생활과 손녀 루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한 농장을 사기 위해 조시가 평생 일궈온 가게를 팔도록 했고 돈을 사용했다. 그리곤 조시를 무시했다. 조시의 사랑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브라운필드에게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진정 개과천선을 것이라면 루스만이 아니라 조시와 브라운필드에게도 동일한 태도를 보여야겠지만, 그에겐 오로지 루스만 있다. 루스를 위해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맹목적이다. 그렇게 루스에게 집착하는 것인지. 그리고 아들 브라운필드가 며느리 멤을 살해한 이후 손녀 중에서 막내인 루스만 데려왔다. 며느리 멤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왔을 루스를 자매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고, 첫째와 둘째도 함께 돌보는 데까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루스를 진정 생각한다면 언니들과 함께 지낼 있도록 하는 나은 것이 아닌가. 오로지 본인의 열망으로 루스만을 곁에 것은 이기적인 생각 아닌가. 기만적이다.


백인 탓만 하며, 나은 삶을 생각은 없고, 본인들보다 현명하고 똑똑한 아내들이 집안을 개선하고자 하면 가장의 권위가 무너질까 겁이 나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고, 아내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짓밟으며 통쾌해하는 찌질한 흑인 남자들.


남편이 아버지라는 작자들의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고 하겠지만당신들 인종차별을  당해서  인간들보다  심한 거라고 생각하게 되네 심하긴 했나그럼에도  심한 인간들은 다른 이유를 대겠지.


작가가 앨리스 워커가 아니라 남성 작가였다면 그레인지를 옹호하는 듯한 시선이 편파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삐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컬러 퍼플>은 좀 쉬었다 읽어야겠다. 너무도 처절한 엘리스 워커 책 연달아 읽다가 혈압 올라서 못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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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8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으로 대신 쏴주고 싶지 않습니까?!
저는 <컬러퍼플>이 좀 더 나았습니다.

햇살과함께 2023-09-18 19:21   좋아요 1 | URL
총은 너무 한방이니 총 말고요~ 좀더 오래 고통스로운 방법으로!!!!
컬러 퍼플은 좀 낫다니 다행이네요 ㅋ

독서괭 2023-09-1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침 구만리 ㅋㅋㅋㅋㅋ
함부로 손대면 안 되겠네요. 저도 여미쳐 예습해야 하는데..

햇살과함께 2023-09-18 19:25   좋아요 2 | URL
아 조마조마한 맘으로 읽었어요…
아이들이 넘…
그래도 엄청난 작품입니다 ㅋ
관련 책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으려고요.

책읽는나무 2023-09-18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침의 소설ㅜㅜ
어휴 고생하셨네요.

햇살과함께 2023-09-19 11:04   좋아요 1 | URL
네 ㅎㅎ 읽는 내내 스팀 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