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9
앨리스 워커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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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막내였고 아직 네 살도 채 안 되었다.
"아버진 개새끼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담요를 덮었다브라운필드가 그녀에게 가한 최초의 주먹질을 느끼지 않기 위해. - P192


아, 잠자냥님이 빡침이 구만리라고.. 정말 구만리다.

최악의 빡침이, 빡침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나를 건드린다. 멤에게, 아이들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대프니는 오넷보다는 너그러웠다. 오직 브라운필드가 멤을 괴롭힐 때만 그녀에게서 살기가 돌았다. 브라운필드가 자신을 때릴 때면 대프나는 불타오르는 완벽한 공허로 마음을 유지함으로써 견뎌 냈다. 어릴 적의 추억 때문이었겠지만 대프니는 아버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녀의 신경은 매우 예민해졌다. 그녀는 아주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펄쩍 뛰었다. 신경과민이 심해지자 브라운필드는 그녀를 놀렸다. 그는 대프니가 아둔하고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대프니가 아니라 대피*라고 불렀으며, 옆구리에 멍이 들도록 꼬집었다. 그래도 그녀는 몸의 떨림을 감추려고 애쓰며 용감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그 집을 경멸했다.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불가능했고, 브라운필드가 멤에게 강요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루스나 오넷보다 더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집을 증오했다. 겨울엔 추웠고, 사시사철 따뜻할 때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대한 증오를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철저히 분리시켰다.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루스와 오넷은 결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대프니만큼 브라운필드를 너그럽게 봐줄 수 없었다. - P197


첫째 대프니의 마음 자기가 아기였을 아주 잠깐이나마 다정했던 아버지 브라운필드의 기억을 계속 소환하고,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동생들에게도 추억을 마치 직접 겪어 것처럼 주입해 주고자 하는 -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이해된다. 살아 내기 위한 심적 발버둥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다른 삶에 관해 그녀가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그녀는 그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아들을 두려워했다그녀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루스가 보지도이해하지도 못했던 부부간의 친밀한 생활과 조시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결코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브라운필드와 그레인지는 서로를 저주했고 상대방의 연륜이나 젊음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어쩌면 그레인지의 사랑에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그의 삶이 그러했듯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 그런 폭력이 시작된 것일까그리고 조시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그토록 어린 아이가 파괴된 가족애의 결과와돌덩이와 같은 증오와검게 탄 마음 사이의 영역과울부짖는 영혼의 복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 P240~241


그레인지는 손녀 루스를 구원했나. 손녀를 통해 구원받았나. 작가의 마지막에 그레인지에 대해 긍정적 멘트가 있지만 나는 동의가 어렵다. 그는 손녀 루스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했을 모르지만 손녀를 위해 그를 사랑하던 조시를 이용했다. 자기의 번째 인생의 은둔생활과 손녀 루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한 농장을 사기 위해 조시가 평생 일궈온 가게를 팔도록 했고 돈을 사용했다. 그리곤 조시를 무시했다. 조시의 사랑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브라운필드에게 진정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진정 개과천선을 것이라면 루스만이 아니라 조시와 브라운필드에게도 동일한 태도를 보여야겠지만, 그에겐 오로지 루스만 있다. 루스를 위해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맹목적이다. 그렇게 루스에게 집착하는 것인지. 그리고 아들 브라운필드가 며느리 멤을 살해한 이후 손녀 중에서 막내인 루스만 데려왔다. 며느리 멤의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왔을 루스를 자매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고, 첫째와 둘째도 함께 돌보는 데까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루스를 진정 생각한다면 언니들과 함께 지낼 있도록 하는 나은 것이 아닌가. 오로지 본인의 열망으로 루스만을 곁에 것은 이기적인 생각 아닌가. 기만적이다.


백인 탓만 하며, 나은 삶을 생각은 없고, 본인들보다 현명하고 똑똑한 아내들이 집안을 개선하고자 하면 가장의 권위가 무너질까 겁이 나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고, 아내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짓밟으며 통쾌해하는 찌질한 흑인 남자들.


남편이 아버지라는 작자들의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고 하겠지만당신들 인종차별을  당해서  인간들보다  심한 거라고 생각하게 되네 심하긴 했나그럼에도  심한 인간들은 다른 이유를 대겠지.


작가가 앨리스 워커가 아니라 남성 작가였다면 그레인지를 옹호하는 듯한 시선이 편파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삐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컬러 퍼플>은 좀 쉬었다 읽어야겠다. 너무도 처절한 엘리스 워커 책 연달아 읽다가 혈압 올라서 못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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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9-18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으로 대신 쏴주고 싶지 않습니까?!
저는 <컬러퍼플>이 좀 더 나았습니다.

햇살과함께 2023-09-18 19:21   좋아요 1 | URL
총은 너무 한방이니 총 말고요~ 좀더 오래 고통스로운 방법으로!!!!
컬러 퍼플은 좀 낫다니 다행이네요 ㅋ

독서괭 2023-09-18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침 구만리 ㅋㅋㅋㅋㅋ
함부로 손대면 안 되겠네요. 저도 여미쳐 예습해야 하는데..

햇살과함께 2023-09-18 19:25   좋아요 2 | URL
아 조마조마한 맘으로 읽었어요…
아이들이 넘…
그래도 엄청난 작품입니다 ㅋ
관련 책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으려고요.

책읽는나무 2023-09-18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침의 소설ㅜㅜ
어휴 고생하셨네요.

햇살과함께 2023-09-19 11:04   좋아요 1 | URL
네 ㅎㅎ 읽는 내내 스팀 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