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의 세계여행 국민서관 그림동화 84
로랑 드 브루노프 지음, 장석봉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바바를 처음 만난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 드나들면서다. 그러니까 족히 8,9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바바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장 드 브루노프라는 작가의 이름이 떠오른다. 아마도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아닌 그저 수수하게 자신을 묵묵히 표현하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요즘은 딱히 도서관을 찾아갈 여유가 없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바바를 만났다. 그리고 바로 작가 이름을 봤다. 어? 장 드 브루노프가 아니네. 이상하다. 그럼 작가소개를 먼저 봐야지.(가끔은 선입견 때문에 작가소개를 나중에 보기도 한다.) 그랬더니 아버지의 바바 이야기를 아들이 계속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바바를 그래도 썼기 때문인지 그냥 예전의 바바를 보는 느낌 그대로다.

코끼리 왕국의 왕인 바바가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하기로 했나보다. 바바 가족이 길을 떠날 때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바바 가족의 세계 여행. 독자들은 바바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여러 나라를 구경한다. 그 나라의 유명한 거축물을 보기도 하고 인사말을 배우기도 한다.

어린이책에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인사말이나 유적 또는 음식을 맛보는 이야기는 참 많다. 어차피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는 없는 세상이니 동일한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긴 하니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그림을 눈여겨 봐야한다. 그러면 모든 주인공은 코끼리로 바뀌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패션쇼를 하는 모델도 모두 코끼리고 아부심벨 석상도 코끼리 모양이다. 풋, 역시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군.

입체감이 없는 평평한 그림이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에 보았던 바바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 부분은 마지막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리 좋은 곳을 데려가도 흥미를 못 느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아니면 빙산(빙산 모양도 코끼리다.)을 볼 수 없다고 해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생각한다. 또한 집에 돌아와서도 사진을 보며 회상은 할지언정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뒤로 밀린다는 사실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자주 느꼈던 사실이기에 그 부분을 보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사실 예전에 보았던 바바 책에 비해서 플롯이 그다지 탄탄한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의 바바를 이어받아 30권이 넘는 바바 이야기를 지었다고 하니 참신한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너도나도 고심하는 가운데 이렇게 잔잔하고 수수한 책을 보며 한 박자 쉬었다 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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