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그림책 도서관 42
한나 쇼 지음,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그림책을 무척 좋아해서 거의 예찬론자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글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따라서 그림책을 볼 때는 글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림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그러나 정작 내가 그림책을 읽을 때는 평소의 습관대로 글씨만 열심히 읽는다. 특히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더하다.

역시나 이 책도 아이에게 읽어주며 열심히 글자만 읽었다. 그랬더니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이 든다.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이야기가 제대로 연결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이는 글을 안 읽고 그림만 보고 있었으니 이해를 훨씬 빨리 한다. 좋은 그림책이란 이렇듯 그림이 빠지면 안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글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행간을 그림이 대신해 주면 그림을 읽는 재미는 한층 더해진다.

만약 친구들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는 족제비가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아무도 오지 않자 친구들 집에 직접 가서 따지는 장면에서 그 친구들이 족제비의 행동을 일일이 설명해 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자칫 지루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가 뻔히 드러나는 훈계조의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그림이 나머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림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족제비의 못된 행동을 직접 느낀다. 족제비가 잘못 행동했다는 열 마디의 말보다 그림 한 장면이 훨씬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뾰족뒤쥐 입을 통해 족제비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인다. 만약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건 어린이 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 게다. 문제 제기를 했으면 당연히 해결책도 제시해야 하는 법이니까. 족제비는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고. 그리고 결국 해결책을 찾는다. 물론 갑자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기는 힘들다. 하지만 족제비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기뻐해준다. 그리고 족제비는 가장 하기 힘든 사과까지 하며 진짜 멋진 파티를 연다. 이로써 완벽하게 해결한 셈이다. 그렇다고 장난꾸러기 기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면 그것 또한 지나친 과장이자 억지다. 그래서 족제비는 아주 가끔 장난을 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역시 어린이를 끝까지 배려했다. 아무리 개과천선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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