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찰딱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정선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수컷인데 이번 주에 결혼을 시킬 예정이다. 만약 새끼를 두 마리 이상 낳는다면 한 마리를 키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걱정이다. 그냥 포기하자니 아쉽고 키우자니 자신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래도 아빤데 잘 돌봐줄거라며 걱정하지 말란다. 글쎄, 그럴까. 사실 동물 세계에선 수컷이 자식을 키우는 게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니 현재의 강아지에겐 단지 경쟁자가 한 마리 더 생겼을 뿐 다른 의미는 없을 게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대개 많은 시간을 엄마와 함께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엄마가 생활에서의 자잘한 훈육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빠는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엄마는 혼만 내는 사람으로 규정지어진 집이 꽤 많다. 이유야 어떻든, 상황이야 어떻든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고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자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 못한 남편(본인은 아니라고 잡아떼지만)을 보며 다른 집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엄마가 잘 놀아주는 집보다 아빠가 잘 놀아주는 집의 아이가 더 행복해 보이는 건 비단 나만의 착각일까. 여기 나오는 동물들도 무척 행복해 보인다. 비록 현실에서는 수탉은 나몰라라하지만 그림은 잘 어울린다. 그리고 포근해 보인다. 무서운 악어도 새끼악어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런 눈빛을 보낸다. 아기 때문에 넘어져도 마냥 좋은 아빠 고릴라. 이게 바로 아빠들의 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주며 안아주면 딱 어울리는 책이다. 그러면 절로 사랑이 새록새록 피어나겠다. 아빠들~, 꼭 그렇게 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려 토토 The Collection 1
조은영 글.그림 / 보림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살던 곳 주변에 스크린 경마장(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이 있었다. 주말과 휴일만 되면 그 주변이 엄청 혼란스러웠다. 길가에 두겹으로 차가 세워져 있고 좁은 이면도로에도 차가 꽉 차곤 했다. 주차 단속을 해도 어쩔 수 없다며 그렇게 불법주차를 하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그토록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직접 말이 뛰는 걸 보는 것도 아니고 화면으로 보는 건데도 말이다. 여하튼 거기는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단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마.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한 번 재미를 붙이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도 같다. 어쩌면 그래서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경마장에 간다. 손녀가 말을 특히 좋아하니까 할아버지가 진짜 말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간 것이다. 직접 경마장에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 책에서 묘사한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가끔 영화에서 본 장면과 비슷하기도 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진짜 말을 한 번도 못 봤다기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나도 경마장은 한 번도 못가봤다. 그러니 이렇게 그림을 보며 그곳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지. 누군가에게는 경마장에 한 번도 못 가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 사람은 정말 자기위주로 생각하는가 보다. 

 여하튼 경마장엘 안 가봤으니 바글거리는 사람이며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어느 말을 찍을지 고민하는 모습과 초조하게 전광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경마장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만큼 사람의 표정이며 상황묘사가 사실적이다. 굳이 류재수 작가가 '리얼리티가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글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그날의 우승마를 고르는, 아니 '찍는' 모습은 그림만 봐도 재미있다. 엎드려 있는 사람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열심히 분석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말을 워낙 좋아하는 주인공은 각 말의 특성을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자신의 말 인형 토토와 닮은 말을 보고 그 말이 이길 것을 예측하지만 할아버지는 다른 말에 걸었나 보다. 할아버지에게 다른 번호를 고르라고 얘기 좀 해주지. 하긴 그렇다고 손녀의 말을 들을리는 없지만. 할아버지와 아이는 다음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경마장에 가지만 이제 아이는 점점 시들해진다. 토토를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경주마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야 진짜 말을 본다는 설렘에 자신의 토토와 닮은 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멀리서 달리기만 하는 말은 아이에게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인형이라도 정을 줄 때 더 의미있는 법이다.  

 헌데 아이가 제목을 보더니 복권 이름 같다고 한다. 흠,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경마도 일종의 복권이라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일 뿐인지, 문득 궁금하다. 어린이 책에서 경마를 소재로 하는 게 조심스러웠다고 하던데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린이에게 경마를 조장하는 게 아니니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데 의의를 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내 생각에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The Collection 2
유주연 글.그림 / 보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창 그림책에 빠져있을 때 참 행복했다. 멋있는 그림책이 읽어도 읽어도 계속 있었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설레는 그림책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물론 새로운 그림책은 계속 나오지만 뭔가 울림이 있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한 책이 많아지면서 손으로 직접 그린 책은 만나기 더욱 어려워졌다. 볼로냐그림책 전시회에 가도 눈길이 가는 책은 역시 손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기법이 다양해진 것은 좋으나 어딘지 모르게 깊이보다는 기교에 더 집중한 듯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나라 그림책 초창기를 이끌던 작가들이 수면 아래로 들어간 다음, 그 뒤를 잇는 작가가 그다지 많지 않다. 더욱이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림책 작가를 만나기는 더 힘들다. 동화의 경우는 새로운 작가가 꾸준히 나타나고 각자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데 왜 그림책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그림책의 경우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따로 작업을 해야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독자의 눈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선뜻 발을 못 들여놓는다고 하는데, 그 보다는 출판사에서 작업이 쉬우면서도 안전한 외서번역이나 동화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요지는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을 만나면 일단 기쁜데 이처럼 전적으로 작품에 비중을 둔 책을 만나서 더욱 기쁘다는 얘기다. 'The Collection' 시리즈를 내면서 '시대의 유행을 벗어나 그림책의 본래 기능을 되살'리고, '시각언어를 통해 예술적 감동을 전하'는 책을 내겠다고 하니 나처럼 그림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를 찾아 한참을 헤매고 다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자신의 집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연상되는 책인 동시에 수묵화의 필치로 현대적인 도시를 표현했어도 묘한 어울림이 느껴지는 책이다. 대신 파랑새가 아니라 빨간 새지만. 흑백 그림책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이처럼 수묵으로 된 책은 처음 본다. 애석하게도 수묵화의 기법을 잘 몰라서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다는 것 정도만 알겠다. 

 빨간 새가 넓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날아간 곳은 우리가 흔히 보는 세계다. 커다란 빌딩이 꽉 차있고 높은 곳엔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으며 곳곳에는 공사하느라 크레인이 서있다. 친구가 강에 떠 있는 줄 알고 내려가 보면 그건 새를 흉내낸 플라스틱일 뿐이다. 그런 걸 보고 새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어디를 다녀봐도 자신이 살던 곳이 가장 좋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인간이 사는 곳은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을 뿐더러 자연적이지 않으니까. 결국 헤매다니다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새는 주변에 있는 진짜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 위만 바라봤던 빨간 새가 돌아와서는 옆과 아래의 친구들을 보는 것만 봐도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어쨌든 현재보다는 미래를, 상업성보다는 가치를 더 생각하는 이런 그림책을 앞으로도 꾸준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샌드위치 바꿔 먹기 -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그림책 I LOVE 그림책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 글, 트리샤 투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 오래전 중국으로 출장 갔을 때 음식에서뿐만 아니라 호텔 로비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생했다. 음식은 향료를 빼고 먹었기에 괜찮았지만 호텔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맡아야했기에 더 그랬다. 도대체 그 나라 사람들은 그 향이 뭐가 좋다고 먹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마늘향을 그토록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우리네 음식에 마늘을 넣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을 뿐더러 음식의 가장 기본도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오향이 그럴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싫어하지'라는 건 그야말로 '그건 네 생각이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경우다. 

 셀마와 릴리도 그렇다. 둘이 단짝이라 항상 붙어 다니며 함께 놀고 점심도 같이 먹지만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점심에 먹는 음식. 셀마는 후무스 샌드위치를 먹고 릴리는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를 먹는다. 서로 함께 먹지만 속으로는 왜 저런 걸 먹을까 의아해하고 역겨워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그런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언젠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서로 싸울 때. 

 무조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심지어 스스로 잘못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 셀마와 릴리도 결국 서로의 음식을 보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 후로 단짝이 틀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론이야 제목에서 보듯이 서로 상대방이 샌드위치를 맛보고 맛있다는 걸 체험한 후 더욱 친해졌다는 것 또한 짐작가능한 결말이다. 아마 이들은 그 후로 자신들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분명 학교에서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상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해해줘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별 생각없이 혼용하지만 이럴 때는 분명히 '다르다'라고 해야 하는데 의미조차 '틀리다'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에 왕비라고 되어 있기에 막연히 중동권에서 나온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풍을 보면 그건 아니고.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저자 중 한 명이 요르단 왕비이자 유니세프 특별 대변인이란다. 뒤에 큼지막한 사진까지 있다. 솔직히 책의 내용보다 그 사진에 눈길이 더 간다. 어쨌든 그림이 경쾌하고 글도 재미있다. 시사하는 바도 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무척 '많이' 그렸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유아기에 그리는 전형적인 그림인 사람을. 한쪽은 커다랗게 뜨고 다른 한쪽은 감은 눈, 길고 과장되게 퍼진 치마, 꼬불꼬불 땋거나 하나로 묶은 머리 등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보기만 해도 질리건만 아이는 질리지도 않고 잘도 그렸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아들이 백설공주를 그려달라고 종이를 내밀자 못 그린다며 내게 좀 그려보라고 종이를 내쪽으로 밀친다. 그래도 본 게 있는데 그 정도야. 머릿속으로 딸의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리는데, 아뿔싸, 이게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떠오르는데 왜 손끝에서 그려진 그림은 전혀 다를까. 그때 알았다. 딸이 그렇게 그리기까지 결코 저절로 된 것은 아니라고. 그 후로 딸의 그림을 보며 지겹다는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 즉 스스로 그리지 못할 때 자꾸 무슨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데 무척 고달팠다. 워낙 그림에 소질이 없어 제대로 그릴 줄 아는 게 없었으니 당연하다. 한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김충원이 나와 간단하게 그림 그리는 방식을 알려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따라 그려 놓고 아이에게 그려주곤 했다. 아마 그 스케치북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10년이 훨씬 지났건만 당시는 아주 소중한 자료라서 버리지 못했다. 만약 이런 책이 있었다면 그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사자를 그려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자 모습을 연상하며 그림을 시작할 것이다. 동그라미를 그리고 귀를 그리고 어쩌구저쩌구, 마지막에 갈기를 멋지게 그려주면 되겠지만 이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책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면 모르지만. 이처럼 연상은 되지만 막상 혼자 그리려면 잘 안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개구리도 쉬워 보이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아휴, 이 책만 있으면 아이들이 어떤 그림(단, 동물이어야 한다!)을 그려달라고 할 때 자신있게 그려줄 수 있겠다. 아마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따라그리느라 시간 가는줄 모를 것이다. 종이나 넉넉하게 쥐어주면 한동안 조용하지 않을까. 별 것 아닌 책 같지만 나처럼 그림 솜씨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따라그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내가 워낙 못 그리기 때문에 자꾸 내 위주로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