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바꿔 먹기 -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그림책 I LOVE 그림책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 글, 트리샤 투사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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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전 중국으로 출장 갔을 때 음식에서뿐만 아니라 호텔 로비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고생했다. 음식은 향료를 빼고 먹었기에 괜찮았지만 호텔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맡아야했기에 더 그랬다. 도대체 그 나라 사람들은 그 향이 뭐가 좋다고 먹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마늘향을 그토록 싫어하는 걸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우리네 음식에 마늘을 넣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을 뿐더러 음식의 가장 기본도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오향이 그럴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싫어하지'라는 건 그야말로 '그건 네 생각이고!'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경우다. 

 셀마와 릴리도 그렇다. 둘이 단짝이라 항상 붙어 다니며 함께 놀고 점심도 같이 먹지만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점심에 먹는 음식. 셀마는 후무스 샌드위치를 먹고 릴리는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를 먹는다. 서로 함께 먹지만 속으로는 왜 저런 걸 먹을까 의아해하고 역겨워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그런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언젠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서로 싸울 때. 

 무조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심지어 스스로 잘못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 셀마와 릴리도 결국 서로의 음식을 보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 후로 단짝이 틀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결론이야 제목에서 보듯이 서로 상대방이 샌드위치를 맛보고 맛있다는 걸 체험한 후 더욱 친해졌다는 것 또한 짐작가능한 결말이다. 아마 이들은 그 후로 자신들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함부로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분명 학교에서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상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해해줘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흔히 다르다와 틀리다를 별 생각없이 혼용하지만 이럴 때는 분명히 '다르다'라고 해야 하는데 의미조차 '틀리다'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에 왕비라고 되어 있기에 막연히 중동권에서 나온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풍을 보면 그건 아니고.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저자 중 한 명이 요르단 왕비이자 유니세프 특별 대변인이란다. 뒤에 큼지막한 사진까지 있다. 솔직히 책의 내용보다 그 사진에 눈길이 더 간다. 어쨌든 그림이 경쾌하고 글도 재미있다. 시사하는 바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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