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토토 The Collection 1
조은영 글.그림 / 보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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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살던 곳 주변에 스크린 경마장(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이 있었다. 주말과 휴일만 되면 그 주변이 엄청 혼란스러웠다. 길가에 두겹으로 차가 세워져 있고 좁은 이면도로에도 차가 꽉 차곤 했다. 주차 단속을 해도 어쩔 수 없다며 그렇게 불법주차를 하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그토록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직접 말이 뛰는 걸 보는 것도 아니고 화면으로 보는 건데도 말이다. 여하튼 거기는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룬단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경마.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한 번 재미를 붙이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도 같다. 어쩌면 그래서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경마장에 간다. 손녀가 말을 특히 좋아하니까 할아버지가 진짜 말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간 것이다. 직접 경마장에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 이 책에서 묘사한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가끔 영화에서 본 장면과 비슷하기도 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주인공이 진짜 말을 한 번도 못 봤다기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나도 경마장은 한 번도 못가봤다. 그러니 이렇게 그림을 보며 그곳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지. 누군가에게는 경마장에 한 번도 못 가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 사람은 정말 자기위주로 생각하는가 보다. 

 여하튼 경마장엘 안 가봤으니 바글거리는 사람이며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어느 말을 찍을지 고민하는 모습과 초조하게 전광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경마장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만큼 사람의 표정이며 상황묘사가 사실적이다. 굳이 류재수 작가가 '리얼리티가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글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그날의 우승마를 고르는, 아니 '찍는' 모습은 그림만 봐도 재미있다. 엎드려 있는 사람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열심히 분석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말을 워낙 좋아하는 주인공은 각 말의 특성을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자신의 말 인형 토토와 닮은 말을 보고 그 말이 이길 것을 예측하지만 할아버지는 다른 말에 걸었나 보다. 할아버지에게 다른 번호를 고르라고 얘기 좀 해주지. 하긴 그렇다고 손녀의 말을 들을리는 없지만. 할아버지와 아이는 다음 주에도 또 그 다음 주에도 경마장에 가지만 이제 아이는 점점 시들해진다. 토토를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경주마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야 진짜 말을 본다는 설렘에 자신의 토토와 닮은 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멀리서 달리기만 하는 말은 아이에게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록 인형이라도 정을 줄 때 더 의미있는 법이다.  

 헌데 아이가 제목을 보더니 복권 이름 같다고 한다. 흠,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경마도 일종의 복권이라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우연일 뿐인지, 문득 궁금하다. 어린이 책에서 경마를 소재로 하는 게 조심스러웠다고 하던데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린이에게 경마를 조장하는 게 아니니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데 의의를 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내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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