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몰의 땅 - 인도 땅별그림책 2
A. 라마찬드란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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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외국 그림책이라고 하면 영미권과 독일권을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쪽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랍권이나 아시아권에는 괜찮은 그림책이 없다는 얘기일까. 당연히 그곳에도 그림책이 있을 텐데 우리가 만나기 힘들 뿐이다.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챙겨보는 볼로냐국제그림책원화전에 가면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아랍권의 책들이 전시되어 있어 감탄하며 보았던 기억은 또렷하다. 그걸 보며 왜 이 나라의 책들은 우리가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의아했다. 물론 사정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나라의 그림책을 만나고 싶은 것이 독자의 바람이다. 한때 사람들과 그림책을 함께 보면서 나라별로 보기도 했는데 그때 확연히 드러난 현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영미권이나 유럽, 일본의 책은 많으나 아랍권이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의 그림책은 만나기 아주 힘들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인도의 그림책을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도 무척 반갑다.  

 아마 이 이야기는 인도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렵고 힘들게 살지만 마음씨가 착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보지 못해서 도움을 주고 그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만날 수 있다. 라몰과 브린자마티도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정성스레 씨앗을 심어도 제대로 싹이 트지 않자 낙담한 순간에 어느 노인이 나타난다. 당연히 그 노인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잠을 재워주자 노인은 대나무 피리를 주고 떠난다. 이쯤되면 이 피리가 무슨 특별한 역할을 하겠구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도 고유의 문화가 어떤지, 그들의 옛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는 잘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인도의 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란다.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혁신적인 화풍을 확립했다고 하니 모르긴 해도 기본적인 그림의 형태나 색은 전통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가 싶다. 인도에 대해 좀 더 알았다면 이 책을 보고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림책은 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예술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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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생겼어요 언제나 행복한 공룡
데브 필키 지음,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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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는 소중하다. 나이가 들어도 소중하지만 특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실 왕따라는 말도 친구 때문에 생긴 말이니 아이들에게 친구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만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년 초가 되면 서로 친구를 물색하느라 바쁘다.

 공룡에게 아주 특이한 친구가 생겼다. 비록 뱀의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공룡은 거기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했고 결과 또한 남달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과를 친구로 착각할 수 있을까. 그만큼 공룡은 순수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게다가 모두 공룡의 친구 제안을 거절하는 터에 만났으니 더욱 반가웠나 보다. 사과에게 말을 걸고 음식도 나눠먹는 걸 보며 처음에는 뱀의 속임수가 지나쳤다고 생각되었기에 언젠가는 들통날 줄 알았다. 그런데 공룡은, 아니 작가는 그것보다는 공룡의 순수함에 더 관심을 쏟았다. 그래서 독자도 뱀의 속임수보다는 공룡의 모습에 더 마음을 주며 읽는지도 모르겠다. 

 사과가 아프다고 병원에 가는 공룡도 그렇지만 잠깐 맡긴 사과를 냉큼 먹어버린 바다코끼리는 또 어떻고. 먹고 나서 시침을 뚝 떼고 있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다. 이 시점에서 사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공룡이 알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작가는 다시 한번 독자의 예상을 보기좋게 허문다. 친구는 친구대로 인정해 주는 대신 더 큰 훗날을 기약했다. 바다코끼리가 사과를 먹어버린 게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이제 새로운 사과 친구를 얻은 공룡은 어떻게 될까. 게다가 하나가 아니라 더 많은 친구를 얻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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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엄마가 되었어요 언제나 행복한 공룡
데브 필키 지음,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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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하지만 우직한 공룡이 펼치는 이야기가 별 내용 없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다.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 공룡은 집앞에 서 있는 뚱뚱한 고양이를 데려다가 '고양이'라고 이름 붙여 주고 아주 잘 지낸다. 고양이의 잠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미 고양이가 공룡의 침대에서 잠들자 공룡은 아무 불평없이 고양이 침대에서 자는 모습이란. 침대에서 잔다기 보다 침대를 베고 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하지만 고양이를 어떻게 돌봐야하는지 전혀 모르는 공룡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아니, 고양이가 대소변을 어떻게 보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시골에도 고양이가 있는데 한번은 창고 쌀을 담은 함지에 실례를 하고 감쪽같이 덮어 놓았더랜다. 고양이는 똥냄새가 워낙 고약하기 때문에 그 쌀을 몽땅 버렸다지. 그 후로 창고엔 고양이 출입금지가 되었다. 그것도 모르는 공룡은 쥐의 말만 듣고 헝겊을 깔아주었으니 오히려 냄새가 더 진동을 했다. 

 결국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을 사러 가게에 들러 한아름을 사서 안고 집에 돌아왔는데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왔다. 이쯤이면 공룡이 잊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이야기니까 조금 과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인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근처에 쇼핑하러 나갔다가 혼자 집으로 돌아왔단다. 깜짝 놀라 다시 그곳으로 가보니 이미 아이는 없고 한참을 헤매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집에 있더란다. 혼자 알아서 찾아온 것. 

 공룡도 집에 와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찾아다니다 더 반가운 일을 만났다. 아, 그래서 뚱뚱한 고양이라고 했구나. 시골의 고양이도 새끼 낳을 때쯤이면 어찌나 뚱뚱해지는지 날렵한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이때까지 그냥 뚱뚱하고 움직일 의욕이 별로 없는 게으른 고양이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다 나중에 표지를 보니 알겠다. 왜 뚱뚱했는지. 그냥 고양이를 데려다가 함께 살게 된 공룡의 평범한 이야기인데도 읽다 보면 따스함이 느껴지고 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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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밤송이 뽀알루의 모험 세트 - 전7권 꼬마 밤송이 뽀알루의 모험
피에르 바이.셀린 프레퐁 글.그림 / 보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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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 없는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글이 없어서 답답하다고도 하고 그게 무슨 책이냐며 약간 무시하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하긴 그런 사람들도 일단 글 없는 그림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진다. 그 후로 글 없는 그림책의 예찬론자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게다가 한 페이지당 6컷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림만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한다면 마음 푹 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한 권 읽더니 7권을 그 자리에서 후딱 해치운다. 아주 재미있다고 하면서. 기본적인 구조는 모두 똑같다. 밤송이 뽀알루가 일어나서 밥을 먹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 다음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단 엄마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는 씻긴 다음 저녁(이때는 꼭 중간의 모험과 관련있는 음식이다.)을 먹고 모험 도중에 받은 물건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옆에 두고 잠든다. 또 하나, 모험이 지루해질 무렵, 그러니까 슬슬 집 생각이 날 때 쯤이면 뽀알루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보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렇다면 모든 이야기가 이처럼 단순한 것이므로 한 권만 보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오산이다. 뽀알루가 모험을 하는 도중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1권에서 아무것이나 무작정 삼키고 보는 인어 공주의 배속으로 들어간 뽀알루가 선장을 만나 재미있게 노는데 인어 공주가 배탈이 나서 토하는 바람에 밖으로 나온다. 뽀알루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선장은 다시 인어 배속으로 들어간다. 선장은 왜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갔을까. 아마 바다로 대표되는 인어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처음엔 먹을 것을 볼 때만 웃음짓고 삼키기 시작하면 무시한 모습으로 변하던 인어의 모습이 나중에 선장을 삼킬 때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선장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쓰레기를 마구 삼키는 인어. 그리고 그곳을 지키려는 선장.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장난감 방의 비밀>에서는 우연히 부잣집 굴뚝으로 떨어진 뽀알루가 그 집 어린이의 장난감 취급을 받는다. 그 여자 아이는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하기 때문에 물건의 소중함을 모를 뿐만 아니라 남과 어울릴 줄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입에는 장난감 젖꼭지를 물고 있어서 말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냥 떼를 쓰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말할 필요조차 없겠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거의 항상 그렇지만)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결국 뽀알루랑 장난감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신나게 놀면서 젖꼭지를 입에서 뺐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꼭 물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웃고 재잘대느라 입에 물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표정도 아주 밝아졌고. 아이에게 젖꼭지를 뺀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줬더니 더 감동하는 눈치다. 작은 것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느냐며. 그러면서 한 마디 한다. '과연 그런 걸 느끼는 아이들이 있을까.' 글쎄, 이 정도로 느끼지는 않더라도 여자 아이의 표정이 밝아진 것과 친구와 어울려 노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또 있다. <우당창 시골 농장>에서도 고양이 친구를 사귀지만 무엇이든 제멋대로에 심술쟁이이며 심지어 자신만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친구인 뽀알루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처음엔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저냥 따라가던 뽀알루도 고양이의 본 모습을 알고는 표현을 확실히 한다. 친구들이 안 놀아주자 시무룩해진 고양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를 쓴다. 처음엔 외면하던 친구들도 나중엔 다 같이 논다. 이 모든 것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으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이 읽힌다. 그렇다고 주지적이거나 교훈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재미있게 보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각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제각각이고 상황에 꼭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재미도 한몫한다. 아무리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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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쳐 줄게 사계절 성장 그림책
앤더 글.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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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은 매력적이고 심지어 위대해 보인다. 무엇을 시작할 때는 마치 끝까지 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캐시도 워낙 피아노 장난감을 좋아해서 진짜 피아노를 사 줬을 때는 마치 언제까지나 피아노를 좋아할 것 같았지만 나중에는 물건을 올려놓는 용도로 바뀌지 않았느냐 말이다. 이런 경우는 비단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생활에서 얼마든지 사례를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보편적인 일이라는 얘기다. 

 여자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큰아이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면서 피아노를 사줬다. 남편은 굳이 피아노를 살 것까지 있느냐며 부정적이었지만 어차피 둘째도 있으니 큰맘 먹고 샀다. 물론 처음엔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질수록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했다. 피아노 뚜껑은 줄곧 닫혀 있었고 먼지만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캐시처럼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있긴 했나 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캐시는 외적인 요인으로 극복했다면 딸은 내적인 요인이 아니었을까 추측할 뿐이다. 

 캐시가 피아노 연주회에서 끝까지 마치지 못한 것이 좌절의 원인이 되었다. 거기에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줬어야 하지만 캐시 엄마와 선생님은 약간 성급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기대감이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결론은 성급해 보인다. 다만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 그나마 맞지 않을까 싶다. 

 어느 것을 좋아했다가 좌절을 겪고 또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펼쳐진다. 그냥 캐시가 겪는 일이거니 하고 읽다가 어느 순간 퍼뜩 깨닫는다. 아, 캐시가 이렇게 성장하는구나하고 말이다. 그래서 성장그림책이라고 하는가 보다. 게다가 우리네 아이들 모습(겉모습이 아닌)과 비슷하므로 아이들은 캐시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비슷한 때를 기억하며 위로를 받겠지. 또,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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