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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밤송이 뽀알루의 모험 세트 - 전7권 ㅣ 꼬마 밤송이 뽀알루의 모험
피에르 바이.셀린 프레퐁 글.그림 / 보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글 없는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글이 없어서 답답하다고도 하고 그게 무슨 책이냐며 약간 무시하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하긴 그런 사람들도 일단 글 없는 그림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진다. 그 후로 글 없는 그림책의 예찬론자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게다가 한 페이지당 6컷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림만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한다면 마음 푹 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한 권 읽더니 7권을 그 자리에서 후딱 해치운다. 아주 재미있다고 하면서. 기본적인 구조는 모두 똑같다. 밤송이 뽀알루가 일어나서 밥을 먹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 다음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단 엄마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는 씻긴 다음 저녁(이때는 꼭 중간의 모험과 관련있는 음식이다.)을 먹고 모험 도중에 받은 물건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옆에 두고 잠든다. 또 하나, 모험이 지루해질 무렵, 그러니까 슬슬 집 생각이 날 때 쯤이면 뽀알루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보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렇다면 모든 이야기가 이처럼 단순한 것이므로 한 권만 보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오산이다. 뽀알루가 모험을 하는 도중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듬뿍 들어 있기 때문이다.
1권에서 아무것이나 무작정 삼키고 보는 인어 공주의 배속으로 들어간 뽀알루가 선장을 만나 재미있게 노는데 인어 공주가 배탈이 나서 토하는 바람에 밖으로 나온다. 뽀알루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선장은 다시 인어 배속으로 들어간다. 선장은 왜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갔을까. 아마 바다로 대표되는 인어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처음엔 먹을 것을 볼 때만 웃음짓고 삼키기 시작하면 무시한 모습으로 변하던 인어의 모습이 나중에 선장을 삼킬 때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선장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쓰레기를 마구 삼키는 인어. 그리고 그곳을 지키려는 선장.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장난감 방의 비밀>에서는 우연히 부잣집 굴뚝으로 떨어진 뽀알루가 그 집 어린이의 장난감 취급을 받는다. 그 여자 아이는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하기 때문에 물건의 소중함을 모를 뿐만 아니라 남과 어울릴 줄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입에는 장난감 젖꼭지를 물고 있어서 말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냥 떼를 쓰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말할 필요조차 없겠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거의 항상 그렇지만)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결국 뽀알루랑 장난감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신나게 놀면서 젖꼭지를 입에서 뺐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꼭 물고 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웃고 재잘대느라 입에 물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표정도 아주 밝아졌고. 아이에게 젖꼭지를 뺀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해줬더니 더 감동하는 눈치다. 작은 것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느냐며. 그러면서 한 마디 한다. '과연 그런 걸 느끼는 아이들이 있을까.' 글쎄, 이 정도로 느끼지는 않더라도 여자 아이의 표정이 밝아진 것과 친구와 어울려 노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또 있다. <우당창 시골 농장>에서도 고양이 친구를 사귀지만 무엇이든 제멋대로에 심술쟁이이며 심지어 자신만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친구인 뽀알루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처음엔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저냥 따라가던 뽀알루도 고양이의 본 모습을 알고는 표현을 확실히 한다. 친구들이 안 놀아주자 시무룩해진 고양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를 쓴다. 처음엔 외면하던 친구들도 나중엔 다 같이 논다. 이 모든 것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으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이 읽힌다. 그렇다고 주지적이거나 교훈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재미있게 보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각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제각각이고 상황에 꼭 들어맞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재미도 한몫한다. 아무리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