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큰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무척 '많이' 그렸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유아기에 그리는 전형적인 그림인 사람을. 한쪽은 커다랗게 뜨고 다른 한쪽은 감은 눈, 길고 과장되게 퍼진 치마, 꼬불꼬불 땋거나 하나로 묶은 머리 등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데 보기만 해도 질리건만 아이는 질리지도 않고 잘도 그렸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의 아들이 백설공주를 그려달라고 종이를 내밀자 못 그린다며 내게 좀 그려보라고 종이를 내쪽으로 밀친다. 그래도 본 게 있는데 그 정도야. 머릿속으로 딸의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리는데, 아뿔싸, 이게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그림이 떠오르는데 왜 손끝에서 그려진 그림은 전혀 다를까. 그때 알았다. 딸이 그렇게 그리기까지 결코 저절로 된 것은 아니라고. 그 후로 딸의 그림을 보며 지겹다는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 즉 스스로 그리지 못할 때 자꾸 무슨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데 무척 고달팠다. 워낙 그림에 소질이 없어 제대로 그릴 줄 아는 게 없었으니 당연하다. 한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김충원이 나와 간단하게 그림 그리는 방식을 알려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따라 그려 놓고 아이에게 그려주곤 했다. 아마 그 스케치북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10년이 훨씬 지났건만 당시는 아주 소중한 자료라서 버리지 못했다. 만약 이런 책이 있었다면 그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만약 누군가가 사자를 그려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자 모습을 연상하며 그림을 시작할 것이다. 동그라미를 그리고 귀를 그리고 어쩌구저쩌구, 마지막에 갈기를 멋지게 그려주면 되겠지만 이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책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면 모르지만. 이처럼 연상은 되지만 막상 혼자 그리려면 잘 안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개구리도 쉬워 보이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아휴, 이 책만 있으면 아이들이 어떤 그림(단, 동물이어야 한다!)을 그려달라고 할 때 자신있게 그려줄 수 있겠다. 아마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따라그리느라 시간 가는줄 모를 것이다. 종이나 넉넉하게 쥐어주면 한동안 조용하지 않을까. 별 것 아닌 책 같지만 나처럼 그림 솜씨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 물론 아이들도 따라그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내가 워낙 못 그리기 때문에 자꾸 내 위주로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