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좋아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5
황숙경 글.그림 / 보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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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악몽을 꾼다. 물 속에서 뱀이 쫓아오는 꿈. 나에겐 이것이 악몽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악몽일 것이다. 뱀은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동물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리도 없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 자체가 일단 좋지 않다. 게다가 뾰족한 혓바닥과 날카롭게 생긴 눈과 세모난 얼굴 모양 등 무엇 하나 친숙한 부분이 없다. 물론 이 또한 내가 뱀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트집을 잡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커다란 뱀을 목에 감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일 뿐이고(실은 그마저도 그닥 만지고 싶지는 않다.) 대개는 뱀을 만나면 기겁을 한다.

 그런데 뱀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다. 설마.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작가의 딸이 어렸을 때 뱀을 키우고 싶어했단다. 이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고 별별 희안한 일이 다 있으니 전혀 말도 안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어린이는 어른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키우고 싶어하니까. 우리도 둘째가 어렸을 때 쌀바구미를 키웠다. 만약 뱀을 키우자고 했다면 결사 반대했겠지만 쌀바구미는 적어도 징그럽지는 않으니 쌀바구미 두어 마리를 병에 넣고 쌀알 몇 개 넣어줬는데 며칠이 지나자 꽤 많이 늘어났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여자 아이는 식구들을 쫓아다니며 쌀바구미보다 더 심한 뱀을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른은 안 되는 이유를 대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어른의 말을 그대로 듣지 않는다. 뱀을 얼마나 좋아하면 뱀의 특징을 고스란히 꿰고 있다. 그러면서 뱀을 위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예를 들어 뱀은 사나워서 무조건 문다고 하면, 그것은 단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물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준다. 혀가 뾰족하다고 하면 그것은 단지 냄새를 맡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며 역시 두둔한다. 즉, 뱀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이를 통해 뱀의 특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림이 평면적이라 밋밋한데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그림을 찾는 재미도 있고 어른이 뱀을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할까를 생각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잠자고 있는 아이 방에 빨간 뱀의 꼬리가 보이는 마지막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뱀인형은 아이의 발에 눌려 있으니 인형은 아닐 테고, 방문이 열렸다 닫히더니 새로운 상자가 하나 생겼는데, 혹시?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글에서는 말해주지 않지만 두 장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변화로 내용을 유추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이라더니 역시, 그림 '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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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있었으면
지오바나 조볼리 지음, 시모나 뮬라자니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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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는 아니겠지만 대개)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나는 유머 감각이 없어서 톡톡 튀는 말을 하는 사람이 부럽다. 어떤 상황에서 당시는 대처하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이렇게 말할 걸'하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났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생각했던 대로 유머를 발휘하면 좋을 텐데, 그땐 또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마냥 부러워할 수밖에.

이 책을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단순히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듯 동물을 부러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호랑이의 힘찬 다리를 부러워하고 나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여우원숭이를 부러워하고, 멋진 사슴의 뿔을 부러워한다고만 생각했다. 뭐, 원래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는 법이니까 동물의 특정한 능력을 부러워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두어 번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러니까 단순히 인간과 다른 동물의 능력을 부러워한다기 보다 동물의 특징을 들려준다는 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잘 달리는 토끼, 과일을 잘 먹는 곰, 귀가 큰 코끼리처럼 말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서 각각의 특징을 간략하게 들려주는데 때로는 그림이 멋지게 곁들여진다. 특히 고래는 이게 과연 고래일까 싶을 정도로 화사하다. 마치 아름다운 문신을 한 것처럼 알록달록하다. 그런가하면 따스한 방에서 편안하게 누워있는 강아지(워낙 커서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뭣한)는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다정한 눈빛'이라는 글귀에 딱 어울린다고나 할까.

책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서 어린이의 안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모르긴 해도 이렇게 만들면 제작비가 올라갈 텐데. 표지는 푹신푹신하다. 이렇게 하면 부피를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또한 제목에서 '나도 있었으면' 하는 말이 나오고 본문에서는 각 동물의 특징만 간략하게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그것을 마무리 짓는 어떤 글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없어서 약간 뭐랄까,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도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땐 제목에 있는 글이 있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말로 생각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게다. 그래도 멋진 그림을 보며 동물을 만나는 재미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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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탕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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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그림책을 많이 보면서도 목욕탕을 소재로 한 책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마 은밀한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한 목욕탕을 소재로 한 책이 있다니, 일단 궁금하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도대체 목욕탕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등등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들은 목욕탕 가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간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잘 가지 않았던 것이다. 가더라도 하나씩 맡아서 가던가 여럿이 가서 아이가 사촌들과 어울려 다녔으니 내 기억 속에는 주인공처럼 지옥탕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둘째도 그런다. 이렇게까지 싫지 않은데라고 말이다. 그래서 만약 엄마랑 같이 여탕엘 갔는데 거기서 유치원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제야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한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소재인 목욕탕 가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처럼 재미있게 보여주다니. 목욕탕에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탈의실에서 같은 반(유치원이겠지, 설마) 친구를 본 것부터 시작해서 샤워기를 틀었는데 갑자기 뜨거운 물이 쏟아져서 놀란 일, 눈에 샴푸가 들어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감기는 엄마의 모습이 특별할 게 하나 없다. 그러나 재미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지옥탕이라는 때 밀기. 어른이야 때를 밀면 시원하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은 어디 그런가. 하지만 엄마는 엄마 기준대로 아이를 빡빡 씻긴다. 그리고 압권은 바로 다음. 종이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서 아이가 얼마나 막막했을지 충분히 짐작하게 만드는 장면이 펼쳐진다. 사실 이 장면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그저 그런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졌다.

 목욕을 마치고 먹는 음료수 한 잔에 모든 것이 풀렸는지 아이는 목욕도 괜찮은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깨긋하게 씻고 뽀송뽀송 말려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음료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들어갈 때는 지옥탕처럼 보였던 것이 나올 때는 목욕탕으로 '제대로' 보인다. 일상에서 만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을 이처럼 재미있게 보여주다니. 이 책이 첫 작품인 듯한데 다음엔 소소한 일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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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꼬마 씨앗 사파리 그림책
크리스티나 발렌티니 글, 필립 지오다노 그림, 최재숙 옮김 / 사파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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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이것은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 특히 아이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품을 떠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일 뿐,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 마치 이 책의 나무처럼.

씨앗이 나무를 떠날 때가 되어 하나 둘 떠날 때 나무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보냈다. 처음부터 떠나리라는 것을 알면 보내기가 쉬운 법이다. 그런데 작은 씨앗은 도무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무도 처음에는 얼른 친구들을 따라가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핑계로 씨앗을 옆에 둔다. 비가 오면 우산을 만들어서 비를 막아주고 햇볕이 너무 세면 그늘을 만들어준다. 지금까지는 그 어느 씨앗에게도 이렇듯 과잉보호하지 않았는데 한번 정을 준 꼬마 씨앗에게는 점점 집착한다. 처음에는 단지 며칠만 더 있기를 바라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꼬마 씨앗이 떠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들며 붙잡는다. 꼬마 씨앗도 자신이 없어서, 겁이 나서 그냥 나무 곁에 있기로 한다. 비록 나무가 되지는 못하지만 그냥 지금의 나무 곁에 있는 것이 더 좋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꼬마 씨앗은 전형적인 아이들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무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이고. 이론적으로는 아이를 떠나보낼 때는 과감히 떠나보내야 하며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면 못 미더워서 갖가지 핑계를 대며 곁에 더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댄다. 씨앗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신발을 준비하고 여행 가방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말이다. 부모가 아이를 보호할수록 아이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러다 결국 그 자리에 머물고 마는 과정을 나무도 고스란히 겪는다. 정말이지 이 정도면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꼬마 씨앗이 어디로 가야할지 꼭 집어서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해와 바람이 있는 풀밭이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무. 이 또한 우리네 모습이다. 아이가 갈 길을 미리 알아서 닦아 놓아야할 필요없이 대략적인 방향만 알려줘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꼬마 씨앗이 조금만 용기 내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듯이 아이들도 조금만 용기 내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다면 멋진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아이와 나를 대입해서 읽어서인지 첫 장과 마지막의 하트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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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는 색시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3
이미애 엮음, 정승희 그림, 박영만 원작,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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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그래서 같은 제목이라도 어느 것을 원전으로 삼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아이가 읽고 나서 첫 마디가 '이건 좀 다르네. 해피엔딩이야.'였다. 전에 읽었던 책은 약간 무서운 결말이었던데 반해 이 책은 전형적인 옛이야기 구조를 따르기 때문이다. 박영만의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전으로 하는 시리즈를 펴내서 주목을 받았던 이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또 다른 '밥 안 먹는 색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가 있으면 밥이나 축낼 게 뻔하다며 예순이 가깝도록 혼자 살 정도로 구두쇠 영감은 그림만 봐도 얼마나 구두쇠인지 짐작할 수 있다. 뾰족한 턱에 끝이 올라간 눈, 갸름한 얼굴 모양은 척 봐도 마음이 넓지 않아 보인다. 나이 들어 결혼은 해야겠기에 밥 안 먹는 색시를 구하기로 결심하고 수소문해 보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자신의 딸을 구두쇠라도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어느 가난한 농부가 자기 딸은 밥을 안 먹고 산다고 헛소문을 퍼트린다. 여기저기에 소문이 퍼져 나가는 그림이 재미있다. 음, 소문이 퍼지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그나저나 밥을 안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 농부는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혹시 색시가 밥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쫓아내지나 않을지, 아니면 색시가 어떻게 몰래 밥을 먹을지 궁금해하며 읽는데 색시는 전혀 뜻밖의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구두쇠 영감을 곯려주면서도 결국은 영감의 잘못을 깨닫게 만드는 방법을 잘 찾았다고나 할까. 특히 개인적으로, 색시를 감시하라고 보낸 심부름꾼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서 오히려 영감을 곯려준 색시의 모습은 소극적인 옛날의 여자 모습이 아니라 좋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곤경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용하고 헤쳐나가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비록 색시가 거짓말한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구두쇠 영감의 행동이 원인이기에 할 말이 있다. 여하튼 새로운 '밥 안 먹는 색시'를 만난 즐거움이 큰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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