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부르는 깃털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4
페기 반 걸프 글.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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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쉬운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쉽게 되지만 자신에게 적용할 때는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때로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그 말의 진가를 깨닫는다. 아직 인생을 논할 나이는 아닐지라도.

  예전에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커다란 사건일지라도 그보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위안하는 여유가 생겼다. 즉 앞으로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계기로 삼게 되었다는 얘기다. 이 책의 럭키처럼 말이다.

  남이 보기에는 우연이거나 불운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행운이 될 수 있다는 럭키의 긍정적인 마음 덕분에 읽는 사람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깃털을 줍는 바람에 여우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는 분명 행운처럼 보여도 진흙탕에서 미끄러졌을 때 깃털에는 진흙이 묻지 않았기에 행운이라는 럭키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마음 덕분에 럭키는 주위 사람에게까지 행운을 전파할 수 있었다. 결국 독자도 덩달아 행운이 따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때로는 악착같이 매달려야 할 때 긍정적으로 포기하는 바람에 열받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애쓴다. 아마 럭키의 친구인 루시도 앞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한때 많이 사용되었던 콜라주 기법과 처음 읽으면 바로 무슨 이야기인지 유추할 수 있는 내용, 그래서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는 이야기다. 참신한 맛은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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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벌꿀 - 태국 땅별그림책 3
쑤타씨니 쑤파씨리씬 지음, 김영애 옮김, 티라왓 응암츠어칫 그림 / 보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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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고 과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전혀 만날 기회가 없는 대륙간에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욕심을 부리다 되려 손해를 보는 이야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서 대대로 이어지게 했으리라.

  이 이야기는 우리 옛이야기 중 개가 뼈다귀를 물고 가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개가 갖고 있는 것을 빼앗으려다 입에 물고 있는 것까지 빼앗겼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다르다면 개 대신 원숭이가 등장하고 뼈다귀 대신 벌집이 등장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환경에 따라 문화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 원숭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 반면 태국은 원숭이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나무도 생소하다.

  원숭이들은 물속에 비친 더 큰 벌집을 얻기 위해 갖가지 꾀를 낸다. 여러 원숭이가 앉아서 방법을 생각하는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원숭이는 벌집을 건드리면 벌이 날아올 것을 걱정하고 어떤 원숭이는 진지하게 방법을 고민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원숭이는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하다. 원래 여럿이 모이다 보면 구성원이 다양한 법이다.

  영미권의 그림책에 비해 쉽게 만나기 어려운 태국이나 그 밖의 나라의 책을 펴내는 땅별그림책은 의도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내가 괜히 뿌듯하다. 작가 이름이 좀 생소하고 이야기 배경이 좀 생소하고 때로는 그림책 수준이 우리보다 약간 떨어지는 듯해도 마냥 좋기만 하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나는 일은 즐거우니까. 아, 그리고 마지막에 원문 그대로를 두 페이지에 걸쳐 축소해서 보여주는데 새로운 언어를 만나는 기쁨까지 맛볼 수 있다. 그런데 문득 그림이 접히는 부분 없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축소한 그림은 책의 형태가 아니라 접히는 부분이 없어서인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접히는 부분을 생각해서 그림을 그린다지만 그래도 느낌이 다르다. 이래서 원화를 보면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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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말 걸기 알렉 그레븐의 말 걸기
알렉 그레븐 지음, 케이 에이스데라 그림, 이근애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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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의사소통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대화가 필요해> 같은 책도 있고 엄마가 싫어하는 일을 잔뜩 늘어놓은 다음 그와 반대로 하면 엄마가 좋아하실 거라고 이야기하는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과 같은 책도 있다. 그리고 또 이런 책도 있다. 엄마의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 다음 어떻게 하면 엄마가 좋아하실지를 슬쩍 알려준다. 게다가 이 책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썼다니 아이 눈에 엄마가 어떻게 비치는지 엿볼 수 있다. 아홉 살짜리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순수한 어린이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두 녀석과 글로 '대화'를 시도해봤다. 대체로 비슷했는데 게임 많이 하라거나 맛있는 것 사줄 때, 친구들과 놀게 해 줄 때,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할 때는 엄마가 멋지단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요,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툭 하면 그 소리다. 엄마가 바라보는 아이 모습과 아이가 느끼는 자신의 생활은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낀다.

 둘째 친구는 엄마가 어떤 것을 좋아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스스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날 저녁에 친구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 부분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평소에 아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인데 잘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 우리 둘째는? '공부'라고 대답하면서 공부를 하면 '너를 좋아'하실 거라고 답한다. 여기서 잠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너'를 싫어한다는 얘기가 된다. 둘째에게 그 점을 주지시켰더니 처음엔 이해를 잘 못하는 눈치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네가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너를 싫어하지는 않지. 다만 네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싫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네가 싫은 건 아니야.'했더니 그제야 수긍한다. 내가 그동안 아이에게 신뢰를 못 준 것일까, 문득 걱정된다. 학원도 안 다녀서 공부할 것도 별로 없는데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공부다.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아무래도 '아들에게 말 걸기'를 만들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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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에게 말 걸기 알렉 그레븐의 말 걸기
알렉 그레븐 지음, 케이 에이스데라 그림, 이근애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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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서서히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여서인지 제 얘기는 하지 않지만 친구 이야기는 종종 한다. 이를테면 친구 A가 C를 좋아하는데 A의 친한 친구인 B도 C를 같이 좋아해서 걱정이라는 둥 누구는 좋아하는 표를 너무 낸다는 둥 한번 말이 터지면 줄줄 나온다. 평소 학교나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전하지만.

 이 책을 둘째와 둘째의 친구와 함께 읽었다. 그 친구는 마침 여자 친구를 사귀었던 적도 있고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는 없단다). 책을 읽고 얼마나 공감하느냐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큰아이(중학생이지만 여전히 그림책을 좋아한다.)가 이 책을 보더니 깔깔 웃는다. 특히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으면 절대 운동복을 입고 다니지 말라는 대목에서. 나도 이거 보고 어쩜 이렇게 콕 찝어서 이야기했냐고 감탄하며 읽었더랬다.


 그런데 정작 둘째 친구는 전혀 반응이 없다. 역시, 남자들은 뭘 모른다. 여자들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니까. 이 책은 어른이 아닌 어린이(그것도 남자 어린이)가 썼으므로 저자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니 상당히 조숙한가 보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 앞에서는 괜히 잘난 척하지 말고 수업 시간에 장난하지 말라고도 충고한다. 어쩜 이리 옳은 소리만 하는지. 이것은 비단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글도 재미있지만 단색의 깜찍한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떠오른다. 여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이들, 이 책 읽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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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20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나이먹으면 인격도 저절로 숙성된다고 헛소리하는 노총각들의 필독서인거 같습니다..급 추천!
근데요, 사소하게 만날때도 츄리닝은 안되는건가요^^?

봄햇살 2011-05-20 12:36   좋아요 1 | URL
저희 둘째 친구처럼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여자들은 그거 진짜 안 좋아하거든요. 사소하게 만나더라도 그건 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뭐,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pjy 2011-05-20 15:57   좋아요 1 | URL
저, 여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내가........

봄햇살 2011-05-20 16:35   좋아요 1 | URL
앗, 그러셨군요.ㅎㅎㅎ
 
개구쟁이 해리 : 목욕은 정말 싫어요 - 개정판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1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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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상관없이(물론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1956년에 처음 나오고 나서 여러 나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책, 우리나라에는 1995년 즈음(이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에 들어와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은 세련되고 색상도 선명할지 모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맛은 훨씬 덜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오랜만에 읽어 보니 확실히 요즘 보았던 책들과는 다른,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해리는 강아지다. 그런데 목욕을 무척 싫어한다. 하긴 목욕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을까. 우리 강아지도 목욕을 시키려고 욕조에 넣으면 어찌나 몸을 터는지 주변이 물바다가 되기 일쑤다. 해리는 우리 강아지보다 더 적극적이다. 목욕 솔을 아예 물어다 감추니 말이다. 그러고는 밖에 나가 하루 종일 신나게 논다. 공사장에서 뒹굴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놀기도 하고, 석탄 실은 트럭에서 놀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칙칙폭폭 달리는 증기기관차도 그렇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일도 거의 없으니 아주 옛이야기 같기도 하겠다. 그러나 해리가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찌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하얀 바탕에 까만 점이 있는 강아지 해리는 어느새 하얀 점이 있는 까만 강아지로 변해 버렸다. 밖에서 놀아도 잠은 집에서 자라고 했던가. 해리는 가족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집으로 돌아간다. 이야기가 해리의 입장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심지어 해리의 주인인 아이들조차 주변인의 역할 밖에 하지 않는다. 해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집 개라고만 생각하다가 해리가 목욕을 해서 깨끗해지자 그제야 알아볼 정도로 아이들의 심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독자는 해리의 마음을 따라갈 뿐이다. 주인이 못 알아보는 것이 걱정되어 그토록 싫어하는 목욕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여전히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솔을 이번에는 방석에 살짝 숨겨놓은 걸 보니 말이다. 이러니 어찌 해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해리는 귀엽고 깜찍하다. 이 책이 학교에 있던가. 없으면 이걸 가져가서라도 저학년 책 읽어주는 시간에 읽어줘야겠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 할지 벌써부터 반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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