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해리 : 꽃무늬 옷은 싫어요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임정재 옮김 / 사파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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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를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얼굴은 가만히 있고 눈동자만 다른 곳을 쳐다보는 그 모습이란. 해리 시리즈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던 그림책 중 하나다. 아마 지금도 좋아할 것이다. 얼른 챙겨서 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나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아하는 그림책이고.

  처음에 표지를 넘기면 해리가 장미꽃 무늬를 따라가는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서 의자에 놓여 있는 선물 상자를 어찌어찌 푸는 그림이 나온다. 그러니까 무작정 본문부터 읽을 것이 아니라 그림책은 표지부터 차근차근 봐야 한다. 간혹 표지나 속표지에 중요한 단서를 숨겨 놓기도 하니 말이다. 들떠서 선물을 풀었는데, 이런 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이다. 할머니가 하필이면 장미꽃 무늬 스웨터를 선물하셨다.

  비록 해리는 생각이 있고 감정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사람과 통하지는 않는다. 즉 선물이 마음에 안 들지만 아이들이 입히면 거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온 식구가 그 스웨터를 입고 길을 가는 그림에서 해리의 표정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치켜 뜬 뚱한  표정이란. 아마 사람들이 예쁘다고, 귀엽다고 말하는 것일 텐데 해리에게는 그것이 비웃고 놀리는 것으로 들리는 것일 게다. 들어가는 가게마다 스웨터를 두고 오려고 하지만 친절한 점원이 찾아준다. 해리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를 낼 텐데, 여기서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해리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다. 오로지 독자만 알 뿐이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올이 풀렸고, 그것을 새가 낚아채는 바람에 해리의 옷이 사라지고 만다. 그 순간 해리는 얼마나 시원했을까. 그런데 할머니가 오신단다. 해리가 멋진 옷을 입고 있어야 할머니가 기뻐하실 거란 걸 아는 식구들은 온 곳을 뒤지지만 해리의 옷은 나타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 스웨터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오로지 해리 뿐이다. 결국 해리의 스웨터가 있는 곳으로 식구들을 데려가서  마음에 안 드는 장미꽃 무늬 스웨터를 입지 않아도 되었고 거기다가 해리 마음에 쏙 드는 점박이 스웨터를 선물로 받았다. 지난 번에는 생일 선물이었고,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마지막에 흡족해 하는 해리의 표정이 무지 귀엽다.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책. 해리의 표정을 보면 왜 그런지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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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간 돼지 너구리 돼지 너구리 2
사이토 히로시 글, 모리타 미치요 그림, 안소현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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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적인 그림, 너무나 평범한 글씨체, 그야말로 그저 그럴 것 같은 그림책인데 읽어 보니 무척 재미있다. 우선 오리너구리는 들어봤어도 돼지 너구리는 처음이다. 여우가 둔갑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너구리가 둔갑한다는 얘기도 처음이다. 그런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것들이 모이니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보다.

  우선 너구리는 둔갑을 잘 하지만 돼지 너구리는 조금만 둔갑할 수 있단다. 그러니까 무엇으로 변신하든 머리는 그대로라는 것. 몸통이면 옷으로 가리면 되지만 얼굴이 안 변하면 이건 거의 소요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인지 너구리를 조르고 졸라 도시로 가는 길에 차를 잡을 때도 돼지 너구리는 차라리 뒤에 숨어 있다가 몰래 짐칸에 타라고 한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도시에 도착한 너구리와 돼지 너구리는 나뭇잎으로 만든 돈을 가지고(정말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옷을 사서 돼지 너구리에게 입힌다. 얼굴이 돼지인 것을 감추기 위해 쓴 선글라스와 마스크는 아무리 봐도 범죄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털이범을 잡으려던 경찰에게 걸리고 만다. 결국 돼지 얼굴이라는 것이 들통나자 둘은 줄행랑을 친다.  여기서 경찰의 표정 변화가 압권이다.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결국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중에 다른 곳에서는 은행털이범이 잡힌다. 헌데 그런 이야기는 글로 만날 수 없다. 단지 그림이 얘기해줄 뿐이다.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이런 점이다.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

  놀이공원에서 신 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유령의 집도 들어가고 돼지로 변신한 것처럼 변신해서 풍선도 다 팔고 마지막으로 관람차를 탄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보고 만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물웅덩이, 바로 바다다. 이쯤되면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이 간다. 다만 너구리와 돼지 너구리가 어떤 모험을 할지 모를 뿐이다. 너구리를 끈질기게 졸라서 바다고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짜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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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이 피었어요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박상용 지음, 김천일 그림 / 보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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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경험'이었다. 책으로 만나는 지식보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틈만 나면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웬만한 경험은 해보았는데 체험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이 바로 염전 체험이었다. 내륙에서만 살아서 바다는 생소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으며,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러다가 비록 직접 소금이 만들어지거나 만드는 과정을 보진 못했지만 염전을 본 게 불과 이 년 전의 일이었다. 안면도 근처의 나문재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근처에 있는 염전을 본 것이다.

  그런데 지붕이 낮은 무언가가 있는데 염전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아무것도 없다 보니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피하는 곳인가, 소금을 넣어두는 곳인가 등 별별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사람이 피할 만한 높이가 아니며, 마찬가지로 소금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곳에서는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집에 와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고 알았다. 바로 비가 올 때 소금물을 모아두는 해주라는 것을(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소금이 온다>에는  함수라고 되어 있다).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이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소중한 것, 바로 소금이다. 지금도 소금은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그런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한 마디로 노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은 모두 그렇겠지만 특히 바다를 상대로 하는 일은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계로 하지 않고 아직도 사람이 직접 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방법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농촌에서의 기계화를 생각하면 이곳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소금을 만드는 과정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소금이 온다>가 서정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책은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이 시리즈가 원래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각 지역의 소금밭 모양까지 비교해 놓았다. 비록 나 같은 사람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역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만은 알 수 있다. 

  나는 김장도 하지 않고 김치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굵은 소금을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쓸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얻어다 먹기 때문에 소금값이 어떤지, 소금의 질이 어떤지 모른다. 그저 소금은 염전에서 난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그리고 소금을 처음 사오면 물이 흐르기 때문에 간수라고 부르는 그것을 따로 받아서 두부 만들 때 넣는다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헌데 이 책을 보니 염전을 직접 가보진 못해도 이 책을 보면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겠다. 역시 솔거나라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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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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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무의식중에 살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아마 크레용이나 색연필을 사용하는 횟수가 많았다면 그러한 습관을 고치기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까만 피부 때문에 아이들이 놀리곤 했다. 게다가 원래 피부가 까만데다가 시골에서 자외선 차단제는 고사하고 봄부터 밖에 나가 놀고 학교를 걸어다녔으니 오죽 탔을까. 그래서 그때는 피부가 하얀 사람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지금도 부럽긴 하지만 예전처럼 그 정도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잡티가 드러나지 않아 편한 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래도 다양한 피부색이 존재하진 않지만 조만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주로 동양계 사람들과 결혼하지만 점차 경계가 없어질테니 말이다. 사실 살색이라는 것은 무의미한 단어다. 실제로 살색은 무척 다양하니까. 아무리 단일 민족이라도 거기서 짙고 옅음이 차이가 있으니 살색이라는 한 단어로 치부하기에는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일곱 살짜리 레나의 눈에 비친 다양한 피부색을 만나다 보면 어쩜 이렇게 다양한 피부색이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갈색에도 무수히 많은 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계피 색깔, 적갈색, 연한 황갈색, 진한 초콜릿빛 갈색, 복숭아빛 황갈색, 벌꿀색, 다갈색, 밝은 코코아빛 갈색, 연한 갈색, 황금빛 갈색, 진한 호박색. 이 안에서도 또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니 피부색을 하나로 규정지으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요즘에는 다문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그에 관한 책도 많고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 첫 걸음은 이처럼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색으로 어떤 사람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데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이러한 책을 보여준다면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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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하마다 케이코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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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6월은 자연스럽게 전쟁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달이다. 우리에게 8월은 일본이 생각나고 더불어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달이다.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마는 우리는 주변국과 아주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정도까지 나아갔다. 일제강점기 36년은 아직도 씻지못할 상처를 남겼으며 한국전쟁 3년은 모든 것을 상당히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그러니 '평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모여 평화 그림책을 만들고 있단다. 일전에 우리 작가의 책 두 권이 나왔고 이번에 중국 작가와 일본 작가의 책 각 한 권씩 두 권이 나왔다. 한중일 삼국이 역사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운동에 이어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해 그림책을 만들어 평화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려주겠다는 취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일본에게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입은 피해만 생각했지 입힌 상처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배상 했고 사죄도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회피하는 사항들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취지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대한 불만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일본 작가는 어떤 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수준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하고 동의할 만한 이야기. 대신 진정성이 빠진 공허한 메아리라는 생각도 한켠에 자리 잡는다. 평화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당한 말씀. 그 다음은 폭탄 따위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 이 또한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읽기를 멈칫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누가 일으켰던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그들은 전쟁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별 다른 죄책감이 없고 자신들이 입은 원폭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원폭피해와 관련된 동화책은 많은데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도 (안 그러려고 해도)그런 선입견을 갖고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입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책장을 넘긴다. 잘못을 저지르면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그래,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라니까!), 어떤 신을 믿거나 혹은 믿지 않더라도 싸우지 않는 것(맞다, 앞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종교 때문일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등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 내가 태어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평화라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맞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들의 이야기는 쏙 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 같아 편치 않지만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이 시리즈의 그림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본 작가의 책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그래서 다음에 나올 일본 작가의 책, 역사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담담히 고백하는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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