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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앞으로 친구 모임에 그만 나갈까?’ 하고 고민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난하게 산 지 오래되다 보니 친구 모임에서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제 친구들 여섯이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회비를 걷으면서 그녀에게 “너는 내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거였다. 자신의 형편을 아니까 배려해 주겠다는 뜻인 줄은 알지만 그 배려가 고맙기보다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녀가 한 친구의 핸드백이 예뻐서 무심코 “그 핸드백 참 예쁘네.”라고 말했는데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거 비싼 백이야. 얘는 강남의 주부잖니.”

 

 

 

이 말을 듣자 그녀는 자존심이 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강남의 주부가 아니라서 내 핸드백은 싸구려라는 말인가.’

 

 

 

그녀는 물론 알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심기가 언짢아지는 이유가 가난으로 인해 열등감이 생겨서 남의 말을 삐딱하게 받아들여서라는 것을.

 

 

 

서머싯 몸도 자신의 작품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90쪽.

 

 

 

 

그녀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프거나 어려운 삶을 살게 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삐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거나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친구 모임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녀는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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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2-2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싶지 않은 결정입니다.
나이 들수록 교우 관계도 중요한데.....
하지만 저라면 과감히 안나갈듯요. 제 맘 편한게 최고지요^^

페크pek0501 2013-12-20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운이 좋았네요. 글을 올리자마자 세실 님의 눈에 띈 것으로 봐서...
저도 제 맘이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점점 이기주의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되다가 일단 제가 편해야 너그러워진다, 이러면서
합리화해요. ㅋ
교우 관계라는 것도 이젠 다수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친한 게 좋더라고요.
폭 넓게가 아니고 깊게 사귀는 게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3-1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도움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헤아려 가며 말조심해야 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합니다.그 반대가 되면 서로가 원한만 쌓이지요.

페크pek0501 2013-12-21 18:07   좋아요 0 | URL
자존심을 헤아려 가며 말조심해야 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도 상대의 처지에서 헤아리는 게 필요하겠죠.
그런데 쉽지 않죠. 어쨌든 배려라고 느끼면 그 마음만 받으면 될 듯해요. ㅋ

마태우스 2013-12-2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를 3년쯤 전에 읽었어요. 근데 저렇게 멋진 말이 써있는줄 지금 알았네요. 아, 정말 공감돼...

페크pek0501 2013-12-26 14:56   좋아요 0 | URL
멋진 말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읽다가 발견한 좋은 글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달과 6펜스로 글을 7개나 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ㅋ

마태우스 2013-12-2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일곱개나...대단하십니다. 서재 달인끼리 친하게 지냅시다

페크pek0501 2013-12-30 11:37   좋아요 0 | URL
아, 드디어 제가 서재 달인으로 등극했어요. 친하게 지내는 것에 동의합니다. ^^ 감사...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오로라 공주>라는 드라마를 시청해 왔다. 그 드라마를 다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본 날이 보지 못한 날보다 많았다. 그 드라마를 본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써 봤다.

 

 

 

극본 : 임성한

연출 : 김정호, 장준호

방송 : 월-금 저녁 7시 15분

 

 

 

 

1. 함부로 유언하지 말 것

 

 

 

남동생 황마마가 잠들기 전, 세 누나는 매일 모여 황마마를 위해 기도를 한다. 어머니가 남동생을 위해 매일 밤 기도를 하라는 유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셋이 모여 밤마다 기도하는 것이 정해져 있으면 나 같으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그들은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태도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자신들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으로 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병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니까. 정해진 시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들이 밤 기도를 해 온 것이 이십 년이 넘은 것 같은데, 보통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유언을 할 땐 상대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인지 아닌지를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함부로 유언하지 말 것.’

 

 

 

 

 

2. 본전 생각을 하지 말 것

 

 

 

세 누나들 중 특히 큰누나는 남동생을 자식처럼 귀하게 여긴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남동생 황마마가 하는 일이 자기 맘에 들지 않을 때마다 자기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운다는 게 문제다. 황마마가 오로라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를 키우느라 나는 결혼도 못했다, 라는 말을 하면서 반대를 했다. 둘이 부부싸움을 하며 오로라가 황마마의 뺨을 때릴 때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여자한테 뺨을 맞느냐며 둘을 이혼시키고 만다. 그 둘이 이혼하게 된 이유가 큰누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작 황마마는 오로라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상황에 이끌려 이혼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불행해진다. 아이러니다. 남동생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던 큰누나가 오히려 남동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른다. 사랑이 크면 기대치도 크고 실망도 큰 법.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본전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본전 생각'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정성을 다해 아들을 키운 어머니도 아들의 신붓감을 고를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본전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이 사랑한다는 여자가 맘에 들지 않아 결혼을 반대하여 아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만다. 많은 드라마가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본전 생각을 하지 말 것.’

 

 

 

 

 

 

......................<후기>

 

 

일반적으로 ‘본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자식인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난 딸들에게 본전이 생각나는 일을 별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식을 위해 뭔가 희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으니까. 내 인생을 사느라 딸들에게 마음을 많이 쓰지 못한 것을 오히려 미안해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내 딸들이 나처럼 살게 되길 바란다. 딸들 역시 누군가에게 본전이 생각나는 일을 하기보다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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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생각이 나요. 거기서 어머니가 했던 말이요.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페크pek0501 2013-12-18 17:08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반가워서 기절할 뻔했어요.
제가 전화를 받는 사이에, 저자께서 친히 방문해 주시디니 영광인 걸요.
(나도 저자가 되고 싶다.ㅋ)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이 말을 기억해 놓겠습니다.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행동과 따로 놀 때가 있다는 것, 또는 행복할 줄 알고 최선을 다해 그렇게 했는데 결과는 어긋나고 말 때가 있다는 것...

마녀고양이 2013-12-1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명성이 자자한 오로라 공주를 보셨네요.
저는 한번도 못 봤어요..... 크크, 본전 생각을 하지 말 것.
맞아요, 자녀들 뿐 아니라, 대인 관계에 다 그런데... 저는 가끔 본전 생각이 나니... ㅠㅠ

페크pek0501 2013-12-18 17:24   좋아요 0 | URL
친정에서 저녁을 먹을 때 어머니가 그 드라마를 보시기에 따라 보게 되었어요.
드라마가 죽는 사람도 많고 내용도 엉망이라서 말이 많지요.
그래도 그 정도면 재밌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작가는 참 위대하구나, 하는 생각 들어요.
드라마 대본 쓰기가 제일 어려울 것 같단 점에서요...ㅋ
각 인물들에게 각각 대사를 준다는 게 훌륭하지 않나요?

Tomek 2013-12-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보다는 시트콤에 가까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 임성한 작가에게 박수!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아마도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겠지만) 한국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임에는 분명한 것 같아요. :)

페크pek0501 2013-12-19 09:08   좋아요 0 | URL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임 작가가 확실히 역량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사람들을 말도 안 되게 죽게 만들면서도 (어떤 사정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 되게 써나가는 것을 보면 말이죠.
그 정도라면 연속극을 볼 만하죠.
요즘 재밌는 걸 못 봐서 드라마 보다가도 자꾸 딴 생각이 나던데...
응답하라94도 재밌어요. 언제 하는지 몰라서 어쩌다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것이라서 그렇지... ㅋ
댓글,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2-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된 시집살이하다 며느리를 본 여자가 모진 시어미가 되는 것은 본전 때문이라고 하지만...젊은 시절 시부모에게 소홀히 한 여자도 아들 결혼 시켜 며느리를 보면 자기에게 순종하길 바라는 욕심은 무엇때문일까요?

페크pek0501 2013-12-19 22:57   좋아요 0 | URL
호호~~ 저는 그런 게 인간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딴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에게 쩔쩔매는데 넌 왜 안 그러냐? 하는 생각이겠죠.
요럴 땐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남들과 비교하는 거죠.
인간의 이기심 아니겠어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조금만 알아야지 백 퍼센트를 알게 되면 인간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될 거라고 봅니다. 그나마 이기심을 우리가 숨기고 살아서 봐 줄 만한 거겠죠.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3-12-20 13:41   좋아요 0 | URL
오호...맞습니다.비교대상이 무엇이냐도 중요하죠.결국은 견강부회, 아전인수적 해석이 문제입니다.

삼십대만 접어들면 아저씨처럼 걸걸한 목소리로 웃는 여자들이 많은데 페크 님은 아직도 호호 웃으시나 봅니다.

페크pek0501 2013-12-20 20:53   좋아요 0 | URL
예, 저는 걸걸하지 않아요.
아줌마가 되면 겁이 없어져서 쥐가 지나가면 뻥 차버린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도 쥐가 무섭고 밤길이 무섭고 그래요.
딸들이 크고 나니 저보다 더 겁이 없어요. 저를 보호해 주려고 한다니까요.
보호자가 바뀌어 버렸다고나 할까요. ㅋㅋ

웃을 땐 호호호~~~

마태우스 2013-12-2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장으로 알려진 드라마에서도 멋진 교훈을 얻어내는 페크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페크pek0501 2013-12-26 14:54   좋아요 0 | URL
벌써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곧 있으면 새해가 되네요.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드라마 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드라마에서도 배울 게 얼마나
많은데요... 시간을 잘 못 맞춰서 못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시간이 맞으면 드라마 시청도 좋습니다.
그런데 꼼짝하지 못하고 쭉 보고 있는 게 어려워서 저는 드라마나 영화보다 책이 좋더라고요. 언제든 중지해도 지장이 없는 게 책이라서요...ㅋ

마태우스 2013-12-2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전 루비반지 보고 있어요. 다시보기로 보는데, 정말 막장이면서도 묘하게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페크pek0501 2013-12-30 11:36   좋아요 0 | URL
호호~~ 그러시군요. 저는 루지반지, 몰라요. ㅋ

2발3일의 가족여행을 마치고 어제 늦게 돌아왔는데, 마태우스 님이 다녀가셨다는 것... 반가워요. ^^ TV 출연으로 바쁘시겠지만 내년에 알다딘 서재에 자주 나타나시길 바라는 페크입니다. ^^
 

 

 

아, 책이 벌써 오다니 놀라고 말았다. 어제 저녁 6시 40분쯤 책값을 입금했던 것인데 오늘 오전 11시쯤에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알라딘이 이렇게 빨랐던가. 내 예상대로라면 빨라야 오늘 밤이나 내일 배달되어야 했다. 빨리 책을 받게 돼서 기분이 나빴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빨리 받게 되어 신기했고 기분이 무지 좋았다는 얘기다.

 

 

이 페이퍼는 순전히 어떤 님 때문에 올리는 것임을 밝혀 둔다. 어제 쓴 내 댓글에 다음과 같이 답글을 쓰셨기 때문이다.

 

 

....................

 

나 : 책 사는 데 신중한 나머지 9월에 구입하고 나서 아직까지 구입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구입하려고 들어왔어요. ㅋㅋ

 

어떤 님 : 우와! 페크님이 10, 11 두 달이나 건너뛰고 드디어 구입하시는 책이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합니다. 어떡하죠? 궁금해서 잠이 안 오면요? 히히

....................

 

 

이렇게 궁금하시다니 내가 구입한 책에 대한 글을 오늘 올리기로 했다.

 

 

9월에 5권의 책을 사고 난 뒤, 책을 사지 않고 있다가 12월 어제 7권의 책을 샀다.

 

 

 

 

1. 이유경 저,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저자는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나 스치는 느낌을 써서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왔는데, 그 글들 중에서 78편을 추려 다듬어 엮은 책이라고 한다.

 

 

 

아는 사람의 책(알라딘의 다락방 님의 책)이라고 해서 의리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아니다. 저자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므로, 댓글을 주고받기만 하는 사이이므로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내 입장이 곤란할 일은 없다. 다만 소설 속에서 인용한 글에 대해 궁금했고, 그리고 인용한 글과 관련해서 저자가 쓴 글에 대해 궁금했다. 그래서 구입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의리로 산 것도 같다. ㅋ)

 

 

....................

 

나는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상대를 기다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이다. 내가 일찍 도착해서 상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은 얼마가 됐든 나만의 시간이라, 그 시간이 깨지면 좀 불쾌하다.

 

-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142쪽~143쪽.

....................

 

 

 

저자는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일찍 가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오히려 상대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면 싫다고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아마 저자와 약속한 상대는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와도 괜찮으리라. 하지만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왔을 경우엔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리라.

 

 

 

으음~ 저자가 직장에 다니면서도 글을 많이 올릴 수 있는 비결을 하나 알아냈도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그것이군. 어느 글에서 보니까 저자는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런 시간이 모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밖에서는 책을 읽고 집에서는 글을 쓰면 되겠네.

 

 

 

나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때가 있다. 국이나 찌개가 끓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식탁에 앉아 책을 보는 것. 내가 시청하려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광고 방송을 하는 동안 책을 보는 것. 친정에서 어머니가 낮잠을 주무시는 동안 책을 보는 것.

 

 

 

사실 이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그냥 하루가 날아가 버릴 때가 많다. 바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청소와 빨래는 기본이고 신문 봐야지, 돈 벌러 나가야지, 장 보고 반찬 만들어야지, 샤워해야지, 머리 말려야지, 전화 오면 받아야지, 알라딘에 들어와야지 등등. 화장실에도 가야 한다.

 

 

 

요즘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읽을 만한 소설을 뽑아야겠다. 내 마음을 사로잡을 소설을.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보다 탁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2. 박성창 외 저, <밀란 쿤데라 읽기>

 

 

 

 

 

 

 

 

 

 

 

 

 

 

 

 

 

 

 

 

이 책값은 참 착하다. 삼천 원이라니. 책값에 비해 표지가 두껍고 멋지다. 읽을거리는 풍성하다. 횡재한 느낌이 든다.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깊이 읽기’의 책이랄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 예전에 김주영 저, <홍어>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김치수 저, <홍어 깊이 읽기>를 읽었는데 하나의 소설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이 책도 내게 그런 경이로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

 

 

 

책을 들춰 보다가 내 눈에 띈 글이다.

 

 

....................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서로 이야기했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이 사랑하면서 저지른 수많은 실수 가운데 대부분은 피할 수 있을 텐데라고. 하지만 너무 늦었다. 회귀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에……’를 입에 담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바람이다.

 

- <밀란 쿤데라 읽기>, 134쪽~135쪽.

....................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이 사랑하면서 저지른 수많은 실수 가운데 대부분은 피할 수 있다고?

 

 

 

내 대답은 노노노노노노 이다. 다시 시작하면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걸. ㅋ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또 화를 잘 낼 것이고, 질투를 많이 하는 사람은 또 질투를 많이 할 것이다. 둘째, 사람이 변해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시 연애를 시작하면 이번엔 다른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 이혼하는 사람이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둘의 성격이 맞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서 완벽한 연애라든지 완벽한 결혼 생활이란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경험하고 나서 처음보다 두 번째가 조금 나을 수는 있겠다. 그 러 나 조 금 나 을 뿐 이 다.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3.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1> <인간의 굴레에서 2>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았다. 구름이 나직이 깔리고 쌀쌀한 기운이 도는 것이 아무래도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유모는 아이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주랑 현관이 딸리고 회 벽토를 바른 건너편 집을 버릇처럼 무심하게 힐끔 건너다보고는 아이의 침대 곁으로 갔다.

 

“필립, 일어나.” 유모는 아이를 깨웠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13쪽.

....................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

 

필립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술관을 걸어나왔다. 그들은 잠시 난간에 서서 트라팔가 광장을 내려다 보았다. 이륜마차와 승합마차들이 분주히 오가고, 사람들이 사방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햇빛이 빛나고 있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2>, 503쪽.

....................

 

 

 

아! 멋지다. 희끄무레하게 눈이 내릴 것 같은 날로 소설이 시작되더니 햇빛이 빛나고 있는 날로 끝나다니... 필립이 등장하며 소설이 시작되더니 필립이 등장하며 끝나다니... (ㅋㅋ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그의 작품에 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작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의 하나는 이런 것 아닐까. ‘별것 아닌 일에 수선을 떨 줄 아는 것.’ 그래서 작가란 비가 오면 비에 대해서, 눈이 오면 눈에 대해서, 만남이 생기면 만남에 대해서, 이별이 생기면 이별에 대해서 수선을 떨며 글로 나타내는 자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떤 사람인가. 독자란 별것 아닌 일에 수선을 떠는 작가에게 빠져드는 사람이 아닐까.

 

 

 

예를 들면 이런 것. 남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여 가을을 깊게 느끼는 자가 ‘작가’라면, 귀뚜라미에 대해서 가을에 대해서 말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깊게 느끼는 자가 ‘독자’인 것. (여기서 ‘독자’란 애독자를 말함.)

 

 

 

나는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을 읽고 작가에게 빠져들었고,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구입한 것이다. 이 책이 <달과 6펜스>만큼 나를 매료시켰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이 책 두 권의 분량이 만만치 않다. 518쪽과 503쪽으로 되어 있네. 두 권을 합하면 천 쪽이 넘는다. 천 쪽을 언제 읽지? 아무래도 올해 안으로 다 읽기 힘들 것 같다. 내년으로 이어지겠다. 2년에 걸쳐 읽게 되겠다.

 

 

 

 

 

....................

오늘 받은 7권 중 4권을 소개했다. 그만 써야겠다.

왜냐하면 글이 길어지면 방문자 님들이 피로할 것 같아서...

아니 솔직해지기로 하겠다. 책을 받은 날이라 7권의 내용을 일일이 훑어보고 나서 이 글을 썼기에 눈이 피로하고 어깨가 아프다.

 

그리하여 오늘은 요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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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2-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은 당일배송이었는데 익일 밤이 되었는데도 아직입니다ㅠㅠ

페크pek0501 2013-12-15 10:12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럴 때도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쓰신 님의 글에 제가 첫 추천을 눌렀답니다.
앞으론 그런 일을 당하시는 일이 없으시길...

프레이야 2013-12-1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간의굴레를 중2때 읽었던, 단지 읽었다는 기억만 나네요. 엄마가 사주신 2단 세로쓰기 세계명작전집이었지요. 다시 느끼지만 담백한 페크님^^

페크pek0501 2013-12-15 10:15   좋아요 0 | URL
저는 명작을 학창시절에 읽었다는 분을 보면 부럽습니다.
집에 책이 많았는데도 책과 친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제가 돈을 주고 직접 구입하기 시작한 대학생 때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집에 있는 책은 전집이라, 세로줄에 글씨가 작았어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동화를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아, 이 사실을 제가 지금 댓글 쓰면서 깨닫게 되네요. ^^
님 덕분입니다. ㅋ

노이에자이트 2013-12-1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굴레>는 성장소설이고, 자서전적 요소가 강합니다.다만 모옴의 말년 이야기까지 포함된다면...거의 막장 드라마가 되겠죠...내가 모음 특유의 신랄한 문체를 익혀 모옴 말년을 소설로 쓰면 어떤 내용이 될까 상상한 적이 있었죠.

페크pek0501 2013-12-18 13:39   좋아요 0 | URL
으음~ 노 님이 쓰시면 재밌을 것 같네요.^^
<인간의 굴레에서>란 책 뒤에 있는 해설을 읽어서 주인공과 작가의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알게 되었어요. 역시 자서전적 요소 강해요.
세상엔 막장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있긴 해요. ^^


다크아이즈 2013-12-16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책 배달 넘 빨라서 놀라고 있어요.
오늘 저녁 주문하면 내일 오는 시스템이라니, 책 주문하는 재미 때문에 살림 거덜나게 생겼어요.
오자마자 읽고 페이퍼 쓰시는 페크 언냐, 대단해요. 전 야금야금 조금씩 조금씩...

페크pek0501 2013-12-18 13:43   좋아요 0 | URL
살림 거덜나시면 안 됩니다요, 팜 님!!! ㅋ
글쎄, 제가 책 오자마자 글을 올릴 생각을 할 게 뭡니까. 제가 어리석었죠.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땐 구입한 책7권 모두에 대해서 쓸 생각이었다니까요.
그런데 쓰다 보니 지치는 거예요. 7권을 훑어보느냐고 몸의 피로가 쌓여 있었나 봐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고 4권에 대해서만 글 써 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는 책 받은 날엔 책만 봐야겠어요.
저가 뭐 썬파워라고... ㅋ

 

 

 

 

며칠 전,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려는데 갑자기 덩치 큰 개가 나한테 달려들더니 내 발등을 핥는다. 깜짝 놀라서 “어머!” 하고 소리쳤더니 개 주인이 미안하다며 개를 데리고 간다. 그것을 본 어떤 사람이 “개를 데리고 다니려면 끈으로 묶어야지.”라고 말한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개가 튀어나와서 놀랐던 일도 있다. 그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개를 데리고 다니려면 끈으로 묶어야지.’라고.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얼마나 인간중심주의의 생각인지 다음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기분이 언짢다.

기뻐서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지저귄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가장 충실한 친구인, 그토록 영리한 개를 사슬에 묶고 있지 않은가! 이런 개를 볼 때마다 나는 그 개에 대한 절실한 동정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수년 전 <타임스>지에 보도된 사건을 떠올리고 통쾌함을 느낀다. 즉 큰 개를 쇠사슬에 묶어 두었던 귀족이 때마침 뜰 안을 거닐면서 개를 쓰다듬어 주려고 곁을 지나가자 개는 곧 그의 팔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물어뜯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 행동으로 개는 “당신은 나의 주인이 아니고 나의 짧은 생애를 지옥으로 만든 악마다.”라고 말한 것이다. 개를 쇠사슬에 묶은 사람은 모름지기 이런 변을 당해야 한다.

 

 

- A.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325쪽.

 

 

 

 

개를 위해서 사슬을 풀어야 할까, 타인을 위해서 사슬에 묶어야 할까.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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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흙 없는 아파트에서 키워야 하는 일부터 힘들어요. 개가 얼마나 힘들까요. 어쩌다 한 번 풀어 주었는데, 그렇게 좋아서 날뛰듯이 뛰어다니리라 느껴요. 시골에서도 개를 한 번 풀면 몇 시간 동안 동네를 몇 바퀴 빙빙 돌며 좋아한다고 해요. 뛰고 싶은 본능을 도시에서 줄로 묶어서 가두면... 서로서로 고단하지요.

페크pek0501 2013-12-15 10: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개를 보면 가엾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 맘대로 편한 대로
개를 키우니까요. 그래서 사랑하는 개를 보고, 다음엔 사람으로 태어나라, 하고
말하나 봐요. ^^
 

 

 

 

 

 

정신 수양을 위하여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매일 두 가지씩 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어떤 현자의 말인데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 난다. 나는 그 가르침을 아주 꼼꼼하게 따르고 있다. 날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16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다가 웃음이 나왔다. 이 소설의 화자가 나를 웃겼다. 다시 읽어 봐도 재밌다. 마치 자신은 웃지 않으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처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라니. 그걸 싫어하지만 매일 실천하고 있다니.

 

 

 

나도 정신 수양을 위해 내가 싫어하는 일을 매일 두 가지씩 하며 살아 볼까? 무엇이 있을까? 물론 좋은 일이어야 되겠지.

 

 

 

-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

- 글을 잘 쓰는 누군가에게 나보다 글 잘 쓴다고 말해 주는 일.

-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다가 뒷사람을 앞에 서게 양보하는 일.

 

 

 

이것 다 어렵잖아. ㅋㅋ

 

 

 

- 길거리의 쓰레기 중에 아주 더러운 게 있으면 어떡하나. 쓰레기에 개똥이 묻어 있을 수 있잖아. 또 토사물이 묻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므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 글을 잘 쓰는 누군가에게 ‘당신 참 잘 쓴다.’라고 말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나보다 잘 쓴다고 말해 주는 것은 쉽지 않잖아. 물론 그렇게 말한 경험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인심을 쓰듯 이걸 실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는 게 얼마나 지루한 일인데, 게다가 뒷사람을 앞에 서게 양보하다니.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 보니 싫어하는 일을 매일 두 가지씩 하기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만약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실천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다.

 

 

 

이건 앞으로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길.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매일 두 가지씩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하겠습니까?

 

 

 

 

 

 

 

 

 

 

 

 

 

 

 

 

 

 

 

 

 

 

 

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이 소설의 화자와 같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을 싫어한다. 밤이 되면 잠자기 싫어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어서 억지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이런 소원이 있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잠자고 싶은 시간에 잠을 자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이런 소원을 생각하다가 알아낸 게 있다. 이런 소원이 이루어지려면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내 잠을 방해하는 소리를 내는 식구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침을 차려 줘야 하는 식구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독신자들을 부러워했다. 그들은 내 소원을 이루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독신자라면 직장에 다니더라도 휴일이면 아무 때나 자기 맘대로 잠을 자고 아무 때나 자기 맘대로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을 부러워하다가 언젠가 나도 한 번쯤은 혼자 살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애들이 결혼을 하고 남편과 내가 주말부부가 되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집에서 밤에 혼자 잠자는 게 싫어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여전히 즐기지만 저녁이 되면 식구들이 들어오면 좋겠다.

 

 

 

이렇게 정리하련다.

 

 

 

 

 

젊음이 아름다운 건 젊음이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젊음이 늘 유지된다면 아름답게 여길 리 없다. 꽃이 아름다운 건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꽃이 늘 피어 있다면 아름답게 여길 리 없다. 마찬가지로 잠은 시간에 구애받으며 짧게 자야 달콤한 법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정해진 시간의 아침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의 밤에 잠자야 한다.

 

- pek0501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행복이란 긴 시간 동안 가질 수가 없겠구나, 짧아야 행복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달과 6펜스>를 읽지 않았으면 글 쓸 게 없을 뻔했다.

이 책으로 인해 글 쓴 게 다섯 편이나 된다.

<달과 6펜스>는 내게 ‘사골’이다. 여러 번 우려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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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2-0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굿모닝!
휴일에 늦잠 자고 싶은데 평소 같은 시간에 눈이 떠져요.ㅠ
금욜, 토욜 늦게 자고 싶은데 밤 11시30분되면 막 졸려요.
나도 잠자기 싫어해 봤으면...잠을 지배하고 싶어라.
착한 일 두가지 하는게 더 쉽겠다! 싫은 일하면 더 보람 있으려나요?
요즘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주문처럼 외우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3-12-09 11:00   좋아요 0 | URL
세실 님도 굿모님!
으음~ 님은 그러실 것 같아요. 출퇴근하다 보면 얼마나 달콤한 잠에 빠져 드실지
짐작이 갑니다.
님의 말씀이 맞네요. 착한 일 두 가지 하는 게 낫겠다 싶네요. 우리는 그럽시다. ㅋ
싫은 일을 하면 보람이 있기보다 자기 극기 훈련이 되지 않을까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요. 도리없지요.

하늘바람 2013-12-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사골같은 책 재밌네요 님이 싫어하시는 일은 정신 수양보단 스트레스돌거같아요 특히 3번

페크pek0501 2013-12-09 11:0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 사골 같은 책이랍니다. ㅋㅋ
맞아요. 싫어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주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중에서도 찾아보면 남에게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프레이야 2013-12-0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모옴은 유머까지 갖췄네요. 페크님도요ㅎㅎ 절대공감이에요. 저도 아침 제시간에 일어나기와 밤 제시간에 잠들기가 제일 싫어요ㅋ 어렵기도 하구요. 늦게 일어나거나 날밤새거거나 ᆢ 아무려나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전 결혼식장 갑니다.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 보면 기분 더 좋아질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13-12-09 11:04   좋아요 0 | URL
저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보면, 당신은 이제부터 고생문이 훤하다, 좋은 세월 다 갔다, 그래요. 히히...
애 낳아서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살림하는 건 어떻고요.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연애할 때가 좋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우리 딸들은 일찍 시집 보내지 않을래요.
제 맘대로 되지 않겠지만... ㅋ


그렇게혜윰 2013-12-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하는 일 두 가지 매일 하는데요, 밥하는 것 그리고 화장실 가는 거?ㅋㅋ 둘 다 너무 귀찮아요. 서머싯 몸이 저렇게 유머 있는 줄 몰랐네요^^

페크pek0501 2013-12-09 11:14   좋아요 0 | URL
닉네임이 재밌네요...
밥하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이라... ㅋㅋ 그럴 듯하네요.
저는 밥하는 것보다 반찬 만들기가 더 싫어요.
특히 외출시엔 화장실 가기가 귀찮고요.

서머싯 몸의 팬이랍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3-12-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상담받을 때, 제가 차마 못하는 것들을 해보라고 자꾸 부추기시는거예요.
그래서요, 저는 빨간 불에, 사람이나 차가 별로 없는 거리에서 그냥 건너요! 쿡쿡.....
제가 아주 고지식했거든요~ ^^

저두저두,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유머가 있는 분들 정말 좋아해요.
예를 들면, 마립간님? 아하하.

페크pek0501 2013-12-13 09:51   좋아요 0 | URL
아하하~ 마립간 님, 재밌는 것 맞아요...ㅋㅋ

차마 못하는 것들을 해 보라는 게 자기 극복 훈련을 위한 것 같네요.
저도 고지식한 면이 있긴 해요. ^^

노이에자이트 2013-12-1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은 결혼 앞둔 여자들을 보면 고생문이 환하구나 한다지만...그래도 노처녀가 되어가는 친인척을 보면 "언제 결혼하고 애 낳을래..."하는 생각도 들 거에요.

페크pek0501 2013-12-13 09:54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아마도 저는 다 해 봤기에 그런 생각을 하나 봐요.
만약 아직도 제가 올드 미스로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엄마에게 되게 볶임을 당했을 것 같아서...
제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맞선 시장에 내보내신 어머니거든요...
저는 제 딸한테 안 그럴 거예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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