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려는데 갑자기 덩치 큰 개가 나한테 달려들더니 내 발등을 핥는다. 깜짝 놀라서 “어머!” 하고 소리쳤더니 개 주인이 미안하다며 개를 데리고 간다. 그것을 본 어떤 사람이 “개를 데리고 다니려면 끈으로 묶어야지.”라고 말한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개가 튀어나와서 놀랐던 일도 있다. 그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개를 데리고 다니려면 끈으로 묶어야지.’라고.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얼마나 인간중심주의의 생각인지 다음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기분이 언짢다.
기뻐서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지저귄다.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가장 충실한 친구인, 그토록 영리한 개를 사슬에 묶고 있지 않은가! 이런 개를 볼 때마다 나는 그 개에 대한 절실한 동정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수년 전 <타임스>지에 보도된 사건을 떠올리고 통쾌함을 느낀다. 즉 큰 개를 쇠사슬에 묶어 두었던 귀족이 때마침 뜰 안을 거닐면서 개를 쓰다듬어 주려고 곁을 지나가자 개는 곧 그의 팔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물어뜯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 행동으로 개는 “당신은 나의 주인이 아니고 나의 짧은 생애를 지옥으로 만든 악마다.”라고 말한 것이다. 개를 쇠사슬에 묶은 사람은 모름지기 이런 변을 당해야 한다.
- A.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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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해서 사슬을 풀어야 할까, 타인을 위해서 사슬에 묶어야 할까.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