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앞으로 친구 모임에 그만 나갈까?’ 하고 고민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난하게 산 지 오래되다 보니 친구 모임에서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제 친구들 여섯이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회비를 걷으면서 그녀에게 “너는 내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거였다. 자신의 형편을 아니까 배려해 주겠다는 뜻인 줄은 알지만 그 배려가 고맙기보다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녀가 한 친구의 핸드백이 예뻐서 무심코 “그 핸드백 참 예쁘네.”라고 말했는데 다른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거 비싼 백이야. 얘는 강남의 주부잖니.”

 

 

 

이 말을 듣자 그녀는 자존심이 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강남의 주부가 아니라서 내 핸드백은 싸구려라는 말인가.’

 

 

 

그녀는 물론 알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심기가 언짢아지는 이유가 가난으로 인해 열등감이 생겨서 남의 말을 삐딱하게 받아들여서라는 것을.

 

 

 

서머싯 몸도 자신의 작품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 서머싯 몸 저, <달과 6펜스>, 90쪽.

 

 

 

 

그녀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아프거나 어려운 삶을 살게 될수록 오히려 마음이 삐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거나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친구 모임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녀는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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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2-2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싶지 않은 결정입니다.
나이 들수록 교우 관계도 중요한데.....
하지만 저라면 과감히 안나갈듯요. 제 맘 편한게 최고지요^^

페크pek0501 2013-12-20 21:18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운이 좋았네요. 글을 올리자마자 세실 님의 눈에 띈 것으로 봐서...
저도 제 맘이 편한 게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점점 이기주의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되다가 일단 제가 편해야 너그러워진다, 이러면서
합리화해요. ㅋ
교우 관계라는 것도 이젠 다수보다 소수의 사람들과 친한 게 좋더라고요.
폭 넓게가 아니고 깊게 사귀는 게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3-12-2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도움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헤아려 가며 말조심해야 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도 고맙게 받아들여야 합니다.그 반대가 되면 서로가 원한만 쌓이지요.

페크pek0501 2013-12-21 18:07   좋아요 0 | URL
자존심을 헤아려 가며 말조심해야 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도 상대의 처지에서 헤아리는 게 필요하겠죠.
그런데 쉽지 않죠. 어쨌든 배려라고 느끼면 그 마음만 받으면 될 듯해요. ㅋ

마태우스 2013-12-2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를 3년쯤 전에 읽었어요. 근데 저렇게 멋진 말이 써있는줄 지금 알았네요. 아, 정말 공감돼...

페크pek0501 2013-12-26 14:56   좋아요 0 | URL
멋진 말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로 읽다가 발견한 좋은 글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달과 6펜스로 글을 7개나 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ㅋ

마태우스 2013-12-2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일곱개나...대단하십니다. 서재 달인끼리 친하게 지냅시다

페크pek0501 2013-12-30 11:37   좋아요 0 | URL
아, 드디어 제가 서재 달인으로 등극했어요. 친하게 지내는 것에 동의합니다. ^^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