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와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말고 가장 많이 가본 도시가 부산이다. 비교적 고향과 가까워 친척들도 많이 살고, 부산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친한 친구가 있어서였다. 부산의 가장 큰 매력은 대도시에 멋진 바다가 떡하니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 때 피난민들이 조성한 문화도 남아 있어 한 도시에서 여러 버전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시리즈는 로컬에서의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담겨 있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은 이런 책을 잘 읽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 대한 여러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는 바램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접 거주한 사람만이 그 도시의 문제점을 정확히 체감할 수 있다.

 

5명의 작가가 광안, 남포, 기장, 서면, 해운대에 대해 서술한 부산은 구경할 곳이 많은 도시이다. 해운대와 광안리로 대표되는 바다는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다. 부산의 도심은 도로가 넓은 편이 아니라 좁고 복잡하다. 부산에서 택시를 타면 좁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기사들의 운전 실력에 멀미를 할 수도 있다. 성급한 기질로 인해 아무리 천천히 가도 된다고 말해도 무시당하고 만다.

 

 

삼촌(아버지의 동생)이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숙모는 부산에서 남매를 키우며 수예점을 운영하셨다. 혼자서 장사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려면 힘들었을 텐데 숙모는 여름방학 때마다 둘째언니와 나를 부산으로 초대해주셨다. 같이 바다로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커다란 검정 튜브에 모두 매달린 채, 오는 파도를 기다리다 힘껏 지금 타자라고 외치며 파도를 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님과는 조용한 여행을 다닌 반면, 성격이 대범한 숙모와는 활기차고 더 재미있게 한여름의 피서를 했던 것 같다. 연로하신 숙모님이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이번엔 부산은 여행서로서 굉장히 좋은 책이다. 부산 추천 코스를 비롯해 김해, 양산 통도사, 남해 독일 마을 등 근교 여행까지 소개한다. 중요한 부산 여행 코스는 거의 수록되어 있어 알차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부산을 만들었다!’라는 여는 글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부산은 다채로움을 만날 수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바다는 물을 가려 받지 않고,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산은 아낌없이 내어 준다는데 부산은 이 행복 3종 세트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가진 것이 많아서일까? 부산에는 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여유와 배포가 있다.

-p.4]

 

 

지난 연휴에 친정 식구들과 오랜만에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 다녀온 지 10년도 더 된 듯하다. 나와 달리 큰언니와 형부는 정식으로 하는 부산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국제시장과 광안리, 기장까지 부산의 좋은 곳을 다니며 즐겁게 여행했다.





해운대는 낮과 밤의 풍경 둘 다 좋다. 마침 해운대 모래사장에는 해운대 모래 축제에 대비해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과정과 비결이 궁금했다. 모래를 사용하는데도 굉장히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신기했다.



 기장의 해동용궁사는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사찰이었다. 바닷가에 면해 있어 경치는 좋았지만 관광지를 활용한 너무 조악한 모습들이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대개 만족하는 것 같았다.



전에 바람돌이님께서 미포철길을 다녀오셨다는 글을 읽고 이번에 꼭 그곳에 가고 싶었다. 미포를 출발해 청사포, 구덕포, 송정 해수욕장까지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산책길이 좋은데, 큰언니의 무릎이 좋지 않아 해변열차를 탔다. 해변열차를 타고 바라보는 경치도 멋졌다.




아난티 부산의 서점도 가볼 만 했다. 마음에 들게 잘 꾸며진 서점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평소 부산의 모모스 커피의 원두를 주문해서 집에서 마시는데, 이번엔 해운대에 있는 모모스 카페를 다녀왔다. 카페 라떼를 마셨는데 커피와 우유의 비율이 적당했다. 특히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보통, 락토프리, 무지방중 하나로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해운대의 센텀 시티와 마린 시티는 보기에도 부가 집중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닷가에 죽 서 있는 거대 고층 빌딩(아파트)은 그냥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한다. 그런데 만약 그곳에서 불이 나거나, 영화 해운대에서처럼 지진해일이라도 몰려온다면 어떻게 하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무섭다.

 

[해운대 중심 정치의 자충수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더베이101’엘시티. 더베이101은 도심 야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마린시티 프리미엄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술과 음식을 즐기거나 사진 찍는 것이 핵심 콘텐츠인 장소다. 홍콩의 야경을 즐기거나 광안대교의 불빛을 즐기는 것과는 다르게,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가 내뿜는 불빛이 관광요소가 됐다는 건 그리 반가운 그림은 아니다. 부산 지역민들은 우스갯소리로 부잣집 배경이 즐길 거리가 된 도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p.115, ‘그래서,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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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5-10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부산 좋습니다~!! 최근에 부산쪽으로 이사와가지고 자주 다니는데 넘 좋더라구요. 아난티 서점 너무 고급스럽고 좋던데 ㅋ 모모스 커피는 영도? 쪽도 좋습니다~!!
이 책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5-05-10 23:55   좋아요 2 | URL
앗, 새파랑님, 이사 하셨군요.
부산이나 주변에 갈 곳이 많아 좋을 것 같아요.
담엔 영도쪽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기대도 산책하고 싶고요.
이 책은 엄청 작고 내용도 많지 않아요~~
부산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읽어 봐도 좋을 듯 해요^^

잉크냄새 2025-05-1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친한 후배가 살아 일년에 한 번 정도 부산을 갑니다. 제가 산북도로를 접한 산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로 일년에 하루 정도는 둘이서 오르막길을 하루 종일 걷곤 합니다. 도시를 싫어하는 저에게도 부산은 매력적인 곳입니다.

페넬로페 2025-05-11 10:2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여행은 항상 일정이 빠듯해 여러 곳을 둘러보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부산에 가면 또 다른 곳으로도 가고 싶어요^^

서곡 2025-05-11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라테가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일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5-05-11 14:07   좋아요 1 | URL
프랜차이즈 카페의 알바생들이 성의없이 부어주는 우유와는 정말 다르죠?
커피와 우유의 비율도 좋았어요.
서곡님께서도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요^^

희선 2025-05-11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친정 식구들과 부산에 다녀오셨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어릴 때 부산에 살았지만, 어릴 때 떠나서 잘 모르기도 하네요 지금 제가 사는 곳도 잘 모르는군요 책방 멋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5-05-11 18:26   좋아요 1 | URL
희선님께서 부산에 사신 적도 있으시군요. 일찍 떠나와도 그곳에 적을 둔 적이 있다면 정이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책방 좋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5-05-13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산 여행 즐거우셨나요?^^
해운대에도 모모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페넬로페 님의 페이퍼에서 발견하다니 신기합니다.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인가 보군요?
영도쪽 모모스 한 번 가봤었는데 테이블이 많지 않고 복잡해서 커피만 사들고 나온 기억이 있어요. 부산 동래쪽 모모스도 들렀었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부산의 인구가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해동 용궁사는 옛날엔 참 좋았었는데 몇 년 전 한 번 들러보았을 때 예전 느낌이 안 나서 좀 놀랐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암튼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부산 다녀가셨다니 괜히 반갑네요.^^

페넬로페 2025-05-13 05:20   좋아요 1 | URL
네, 여행 좋았어요.
숙소가 한화콘도였는데 모모스 마린시티점이 가까이 있더라고요. 크기가 작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았어요. 조금 알려진 곳은 언제나 웨이팅에 사람이 많더라고요. 국제 시장의 이재모 피자도 한 시간 기다렸고요. 약간 알려져 있는 곳은 sns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그냥 피자맛, 빵맛인데 알려져 있어 기대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기장 대변항에서 먹은 멸치회 무침과 찌개가 더 맛있더라고요. 이맘때쯤 손수 멸치액젓 담그시던 엄마도 생각났고요.
이름난 관광지라도 별나게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지 않고 수수해도 사람이 많이 갈텐데 왜 그리 만드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해동용궁사가 딱 그랬어요 불당 앞에 서 있는 신녀같은 사람도요 ㅠㅠ

저도 부산에서 책나무님도, 바람돌이님도 생각나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5-05-13 10:16   좋아요 1 | URL
이재모 피자집도 다녀가셨군요?
유명한 곳은 다 다녀가신 듯 합니다.ㅋㅋㅋ
우리 동네는 이재모 피자집 같은 곳이 없어서인지 울집 애들은 한 번씩 이재모 피자 먹고 싶대서 정말 피자 먹으러 아침부터 씻고 준비해서 대도시로 이동해서 갑니다. 처음엔 이게 뭔일인가? 싶었는데 요즘엔 그냥 부산 나들이하러 간다. 생각하고 가긴 하는데 웨이팅이 웨이팅이..ㅜ. 대기자가 앞에 100명 있던 적도 있어서 못 먹고 다른 거 먹은 적도 있었어요.ㅜ
이재모는 옛날부터 북적했었던 거 같아요. 제가 20대부터 있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서면 쪽에도 2호점 생겼대서 거기도 가보곤 했는데 거기도 붐벼요.
맛은 옛날보다 좀 덜하단 생각이 드는데…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니…sns 영향이 크긴 합니다.
기장엔 멸치가 유명한데…제가 비린 걸 많이 못 먹어 동네에 있는 멸치 쌈밥집도 못가봤어요. 지인은 멸치 쌈밥 맛있다고 하던데 기장 멸치가 품질이 좋아 그런가보다. 생각했었어요.
멸치 액젓 담그시던 어머님.
그리움의 음식을 드셨겠어요.
다음에 또 내려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한 번 뵈어요.^^

페넬로페 2025-05-13 14:12   좋아요 1 | URL
이재모피자는 오픈런 하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맛이 좋았습니다. 웨이팅 걸어놓고 국제시장 구경했는데 국제시장 상인께서는 시장안의 떡볶이집을 추천했어요.
그 이재용 회장이 다녀갔다는 그 집요 ㅎㅎ
기장 멸치는 싱싱해서 그런지 별로 비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항구에서 풍기는 냄새가 더 비리더라고요~~

네, 담에 꼭 한 번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