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5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고, 지금은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일요일의 오후이다. 언젠가 읽은 공지영 작가의 산문에서, 작가는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다시 말해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없게 되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때 그 문장을 기준으로, 나에게 시간의 속도는 특별함이 있고 없고로 정해진다. 현재의 나에게 시간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시간을 느껴보려 하지만 그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5월에 필요한 책을 몇 권 샀고, ‘이 달의 당선작으로 받은 적립금은 다음 달에 있는 지인의 생일에 책 선물을 하려고 남겨 두었다. 그 친구도 책을 좋아하기에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생일이 다가오면 서로 필요한 책을 사준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을 빌려 읽고 있다. 이 책은 8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 이지만 읽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물론 책의 내용은 끔찍하지만 생각보다 담담히 읽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두껍고 훌륭한 책은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동시에 알라딘 서재에서는 연일 좋은 책에 대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알라딘 앱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갈등했지만, 결국 나에게 속해 있는 손가락은, 나의 의지를 떠나 몇 번의 클릭으로 나의 계정을 0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곳으로 온 책들....

 

<피에 젖은 땅>- 티머시 스나이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리처드 플래너건~~coolcat님의 리뷰에서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Falstaff님 추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마르셀 푸르스트~~모으고 있는 중

<조지 오웰 산문선>-조지 오웰~~조지 오웰의 책을 다 읽고 싶어 역시 모으는 중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5월 클래식 동아리 필독서(이유를 모르겠지만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만 판매함)

<버지니아 울프>-나이젤 니콜슨~~울프의 글을 읽으며 울프에 관련된 책을 다 읽어 보기로 함.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6월 독서 동아리 필독서

 

서재의 다른 분에 비하면, 내가 산 책들의 수량은 적은 것이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쌓여 있다 보니, 그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아 요즘 웬만하면 책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책이 집에 있으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반납 기한이 아직 되지 않아도 반납하기로 했다. 도서관까지 걸어가며, 요즘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그녀의 문장은 어느 하나도 쉽게 쓰여진 것이 없다. 모든 문장에 적절하고 정성스런 비유가 들어간다. 사물이나 사람, 세상을 얼마나 열심히 관찰하고,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저런 문장들이 나올 수 있는지 감탄한다.

 

도서관 입구에 도착하니 여러 가지 꽃들이 화분에 담겨 있다. ‘클러리서 댈러웨이부인이 멀베리네 꽃가게에서 꽃을 고를 때 있었던 카네이션이 마침 여기에도 있다. 아마 똑같은 것은 아닐테지만, 그냥 '카네이션'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머리를 바짝 치켜 든 붉은 카네이션들은 색이 진하고 기품이 있었다.}-'댈러웨이 부인', p23

 

 

 

 

내가 본 카네이션은.....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울프의 책에서 카네이션이 나왔는데, 마침 여기에도 있네라는 단순한 생각만 한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녀와 나의 의식의 흐름은 그렇게 차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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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23 21: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건 무슨 카네이션일까요?머리글자가 꽃에 가려짐요ㅋㅋ공지영 작가님 말 맞는 것 같아요! 일기장에 적어놔야겠어요. 시간을 느리게 가게할 방법은 특별한 일을 많이 만들면 될듯! 또는 울프나 프루스트의 시선으로 세상보기?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시도는 해봐야겠어요! 동아리활동도 참여하시고 부지런하시네요~♡ 이 책들에 대한 페넬로페님의리뷰 기대됩니당🙆‍♀️ 🌸🌸🌸🌸🌸

그레이스 2021-05-23 21:17   좋아요 7 | URL
향카네이션^^ 요
개량종이어서 이름을 생산자들이 붙였겠죠?

페넬로페 2021-05-23 21:18   좋아요 6 | URL
‘향카네이션‘ 이라고 적혀 있어요~~
요즘 같은 시절이 계속되면 특별한 일을 만들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을것 같아 속상하네요, 그쵸!!!
네 열심히 읽고 글 쓸게요♡♡

페넬로페 2021-05-23 21:18   좋아요 6 | URL
역시 그레이스님
대단하십니다👍👍😍😍

scott 2021-05-24 00:52   좋아요 2 | URL
향카네이션 꽃말이 ‘모정, 사랑‘이라고 (색깔마다 꽃말이 다르다고 하네요) ^^

페넬로페 2021-05-24 01:06   좋아요 1 | URL
향카네이션의 꽃말이 모정, 사랑이군요~~그렇게 보니 꽃의 모양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뭔가가 은은하게 보여요^^

coolcat329 2021-05-23 21: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 카네이션 향이 제 기억으론 풍선껌 냄새에요. 참 좋아요~~

저도 아래부터 4권 갖고 있는데 읽은 건 <먼 북~>뿐이네요~~
버지니아 울프 도전하고 싶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페넬로페 2021-05-23 22:12   좋아요 5 | URL
아, 카네이션의 향이 그러네요, 뭔가 싶었는데 풍선껌 냄새, 그런것 같기도 해요, ㅎㅎ
지금 계속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읽고 있는데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는데, 점점 매력에 빠지고 있어요**

새파랑 2021-05-23 21: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이네요~! 역시 페넬로페님 대단하심^^ 저중에 제가 읽은 건 없지만 앞으로 읽을 책이 몇개 보이네요. 카네이센에 대한 글은 버지니울프의 의식의 흐름과 아주 비슷해 보여요 ㅎㅎ

페넬로페 2021-05-23 22:15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그냥 ‘읽어버린 시간들‘, 책만 사는 거예요~~아마 새파랑님께서 먼저 완독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의식의 흐름도 울프의 것! 페이지 표시했어요**제가 울프 문장으로 한 번 써보려고 했는데 진짜 어려워요. 울프가 글을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붕붕툐툐 2021-05-24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서관까지 걸어가며, 요즘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이 문장 너무 좋아요~👍
의지를 떠난 손가락 덕분에 이리 아름다운 책이 나비가 되어 도착했네요~🦋🦋

scott 2021-05-24 00:48   좋아요 4 | URL
저도 !!동감 합니다
오월에 도서관을 향해 걸어 가시면서 울프여사의 문장을 떠올리시는 페넬로페님!
독서의 향기가 ~~~(🌼❛ ֊ ❛„)

페넬로페 2021-05-24 00:50   좋아요 4 | URL
울프의 책을 읽으며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학교 담벼락에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도 뭔가 표현할 방법이 없나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워요 ㅎㅎ
네, 나비가 가져다준 책 열심히 읽을께요^^

scott 2021-05-24 0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 티머시 스나이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리처드 플래너건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마르셀 푸르스트

<조지 오웰 산문선>-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나이젤 니콜슨~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이책들 전부 제 책꽂이에 꼽혀 있음 ㅎㅎㅎㅎ
{머리를 바짝 치켜 든 붉은 카네이션들은 색이 진하고 기품이 있었다.}
페넬로페님 진정으로 붉은 카네이숀 꽃 처럼 기품있는 독서人 이쉼 ◜◡◝

페넬로페 2021-05-24 01:03   좋아요 3 | URL
역시~~scott님.
책들을 빨리 읽어내야하는데 제가 그렇지 못해요~~저 책들 어서 읽고 느낌들을 서로 공유하고 싶네요^^

독서괭 2021-05-24 03: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피에젖은땅 엄청난 벽돌책이군요. 저 책을 단기간에 읽고 리뷰를 써내신 분들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읽은 건 젤 얇은 프랑켄슈타인 뿐이군요^^; 저도 못 읽고 놔둔 책 많아서 자제 중인데. 함께 지르고 싶어지는 사진입니다 ㅜㅜ

페넬로페 2021-05-24 09:32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말씀처럼 ‘피에 젖은 땅‘은 내용이 방대한데 좋은 리뷰를 척척 써내시는 이웃님들이 정말 대단하시죠^^
제가 이렇게 책을 많이 산 건 참 오래간만인것 같아요~~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을 읽기로 하겠습니다^^

mini74 2021-05-24 1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있음 저 책 읽고 싶고. 북플 들어오면 또 요 책 읽고 싶고. 갈대의 마음입니다 *^^*

페넬로페 2021-05-24 12:50   좋아요 3 | URL
저도 완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ㅠㅠ

han22598 2021-05-25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사진도 꽃 사진도 이뻐요 ^^ 전 오버스토리 1/3 읽다가 재미도 없고 양도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했어요 ㅠㅠ ㅋㅋㅋㅋ 페넬로페님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

페넬로페 2021-05-25 10:05   좋아요 0 | URL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온것 같아요~~오버스토리는 생각보다 책 분량이 많더라고요. 저의 감상은 어떨지 저도 궁금해져요 ㅎㅎ

월천예진 2021-05-25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왜인지 자주 버지니아 울프와 조르드 상드가 자꾸 생각이 나는군요. 올려주신 책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을 한가득 올려주셨네요.♡

페넬로페 2021-05-25 10:08   좋아요 0 | URL
저는 조르드 상드의 책은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기회된다면 읽고 싶어요~~예진님과 이 책들 같이 읽고 좋은 감상 나눴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21-05-27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위의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이 저를 왠지
째려 보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만날 그러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05-27 20:51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 부인‘ 시작했는데 넘 힘들어요~~특히 솔 출판사요^^
열린책들로 바꿔 읽으려 해요~~
앞으로 전집으로 나오는 책들에 현혹되지 않으려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