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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주 동안 나에게는 내가 심지어 따라가기도 벅찬 무수한 변화들이 있었다.

자취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어가는 시점에서 급하게 새로운 집을 구해야만 했고,

이번에는 꼭 제대로 된,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찾고 싶었기에 하루의 절반을 집 구하는 시간에 쏟을 정도로 신중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살게 된 나의 공간은, 너무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온갖 벌레들이 사방에서 출현하여 나의 방 뿐만 아니라, 같은 층의 다른 방 세입자들도 벌레가 나타날 때마다 비명을 지르곤 하였다.

한밤 중에 비명 소리가 들릴 때마다, 우리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또 벌레가 나타났구나!'

무엇보다 관리비에 난방비가 포함된 중앙 난방인 곳이었는데, 집주인께서 한겨울에 보일러를 잘 틀어주시지 않아서,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데 방 바닥이 얼음처럼 차가운 곳에서 자야만 했다. 그러고 작년 겨울을 보냈던 내가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올해 봄이 되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나는 겨울의 혹독함을 금새 잊어버리고 다시 재계약을 했다.

그 곳에서 벗어나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나는 어째서인지 이동할 의지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절망 안의 세계에 너무 익숙해지면 점점 헤어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게 된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불과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토록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그러던 와중에 집을 옮겨야겠다고 강력하게 마음을 먹은 계기가 바로 앞 집 세입자 분의 담배 냄새였다.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셔서 그 연기가 바로 앞인 내 방으로 다 들어왔다.

오래된 집이라 현관문 아래에 틈이 있어서 같은 층의 모든 냄새들이 방으로 다 들어오는 구조였다.

낮에는 창문 열고 환기라도 시킬 수 있다지만, 밤새도록 담배 연기가 내 방 안으로 가득 차서 정말 괴로웠다.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맹추위 속에서도 보일러 없이 어떻게든 버티었던 나였는데, 정말이지 담배 냄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흡연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방 안에서의 흡연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분이 담배를 피우시는 매일,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연기를 같이 들이마시게 되는 꼴이니.

집주인께 몇 번씩 말씀드려도 해결이 전혀 되지 않아, 나는 결국 방을 옮기게 되었다.

재계약을 한 상태라서 내가 부동산에 방을 내놓고 복비도 부담하고, 방이 나가기 전까지 월세도 내야한다는.

금전적 손실이 엄청난데도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살 수가 없다고 판단했고, 좋은 집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도 이제서야 생겼다.

10월 말부터 급하게 새로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꼼꼼하게 모든 조건들을 미리 확인하고 구하리라, 단단히 마음 먹었기에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집 구하는 일에 몰두했었다.

하지만, 좋은 조건의 집들은 부동산에 연락하면 방금 계약되었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고,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11월 안에 집을 구하지 못할까봐 눈물까지 났었다.

그러던 와중에, 부동산에 올라온 내부 사진은 조금 낡아보였지만 왠지 정이 가는 한 집을 발견했다.

실제로 집을 보러 가봐야 자세한 걸 알 수 있기에, 부동산에 곧바로 연락하여 아직 계약이 안 되었다면 집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세입자 분께서 아직 짐을 안 빼셔서 시간이 좀 걸린다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

11월로 넘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마음이 조급했지만, 급하게 집을 구하면 지난번처럼 또 그렇게 안 좋은 곳에서 살게 될까봐 나는 초조한 마음을 어떻게든 가라앉히고 기다렸다.

그 사이에 내가 원하는 조건의 다른 집들이 나오면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부동산 공인중개사님께 말씀도 드렸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린 보람이 있는걸까.

세입자 분께서 모든 정리가 끝났고, 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부동산으로부터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보러간 날,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나는 "여기가 바로 내가 살 곳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배와 장판, 싱크대 수도 등 아직 수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친절하신 집주인께서 집의 모든 곳을 거의 새 집 수준으로 교체해주셨다.

보통 월세는 들어갈 때 벽지와 장판을 매번 새로 교체해주시지 않는다.

나도 그것까지 바란 것은 아니라서 다른 조건들만 충족하면 조금 낡아도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집주인께서 정말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셔서 눈물이 날만큼 감사했다.

1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11월 10일에 드디어 나의 두번째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일주일 간 이삿짐 정리를 하고, 가구와 책상 등 여러가지를 조립하고 배치하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보다 넓은 집이라서 이번에는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도 조금 생기게 되어,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는 데 일주일은 걸렸다.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여, 나는 이 글을 쓰는 오늘에 이르러서야 내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실감이 났다.

집을 구하기 시작했던 3주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었고, 이사를 와서도 난생 처음 내 공간을 가꾸는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거의 한 달 동안 수면 부족에 시달리다가 이제서야 잠을 깊게 청해본다.


짐 정리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16일 밤에, 주황색 조명의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았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 갇혀 있었던, 무기력했던 지난 날들이 눈 앞에 스쳐 지나갔다.

더 좋은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어찌할 도리 없이 의지마저도 바닥이 났었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내 스스로의 힘 만으로는 절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더 좋은 내가 되고 싶다, 더 좋은 내일을 살고 싶다. 그렇게 차츰 의지를 갖게 될 수 있었던 건 올해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많은 인연과 기적같은 사건들 덕분이다.

혼자였다면 분명 나는 빛나는 꿈을 품고 있었음에도 또 무기력하게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용기내서 내딛은 한 걸음과 그에 맞추어 나에게 다가왔던 다른 이들의 한 걸음이 만들어낸 인연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사람들.

내가 쌓아온 노력들이 아주 조금은 싹 틔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따뜻한 집에서 이제서야 겨우,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간절했던 것인지.

아니, 상상조차도 못했던 것이었다. 더 나아질 가능성도 나는 철저히 버렸었기 때문에.


책상에 다시 앉아,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다시 그려보면서 행복함과 동시에 무한한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서 공들여 써온 소설이 공중에 다 날아가버렸을 때, 주인공 웬디가 적은 소설 속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Captain, there is only one logical direction in which to go : Forward."

"함장님,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 전진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웬디는 영화 스타트렉의 광팬이자, 작가가 꿈인 소녀이다.

소설 공모전에 출품할 소설을 빼곡히 적은 종이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며 꿈마저 무너져버렸을 때, 웬디는 주저앉아 다시 소설을 써나간다.

그 장면에서 나온 영화 속의 명대사이다.

모든 것이 날아가버렸고, 무너졌음에도 역시 '전진'하는 것이 정답이라니.

얼마 전에 나는 분명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에서 몇 차례 폭풍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난 붉은 백일홍의 강인한 생명력에 대해 글을 썼었다.

내가 몇 차례 폭풍을 겪고 나니, 그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지금껏 내가 겪은 고통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앞으로 살면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한, '전진'하는 것. 적어도 주어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전진할 것임을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이것이 나에게 허락된 행복에 보답하는 길임을.


나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온 지 일주일 째 되는 17일이 마침 어머니의 생신이었다.

어머니를 위해 좋은 식당을 찾고, 어머니께서 가보고 싶다는 곳을 하루 종일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춘천에 오래 머물렀으면서도 의암호, 그 멋진 호수를 제대로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집을 구하는 여정 동안의 걱정과 눈물을 이 날에, 눈부신 호수를 바라보며 다 날려 보냈다.

흐르는 강물처럼, 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리라 다짐도 했다.

강물에 산산 조각이 나듯 흩뿌려진 금색의 태양빛은 언제나 아름답다.

잔상이 눈을 감아도 떠오를 만큼 강렬하게 남아있다.

자연은 태초에도, 최후에도 생명을 품어내는 거룩한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여행 중에 직접 찍은 사진을 여기에 살며시 기록해본다.



-> 관광지로도 유명한 소양강 처녀상이다. 춘천에 계속 살았음에도 이 앞에 정면으로 마주해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11월 중순의 추위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붉은 꽃이 예뻐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푸른 강물과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레트로한 느낌으로 사진에 담겨서 신기했다.



-> 의암호 스카이 워크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마침 보트도 지나가고 있다.



->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호수가 보이는 그 어디든!'이라고 답하고 싶다.

특히 노을 질 때의 호수에 비친 금빛 물결은 입을 꾹 다물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 날의 태양과 구름의 형상이 장관이었다.



-> 의암호 근처 <리버레인> 이라는 카페에 앉아서 찍은 풍경. 사진 속 인물은 어머니입니다^^



->부끄럽지만 어머니께서 찍어주신 제 사진도^^



-> 새로운 공간에서 만들어 본 간이 코타츠! 난방비를 줄여보고자 따뜻한 코타츠를 만들었는데 상판 밑에 히터가 없는 코타츠인데도 의외로 엄청 따뜻하다. 앞으로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는 이 포근하고 아늑한 곳에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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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11-18 0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 구하고 이사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전야제님 맘에 쏙 드는 집이라 제가 더 좋습니다.
이 집에서 맘과 몸, 둘 다 따뜻하게,
대박 나시기를 기원합니다.
춘천은 저의 형님(시누이)가 사시는 곳이라 한 번씩 간 적이 있어요.
재작년에는 케이블카 탔는데, 삼학산인가요?
담엔 의암호 스카이 워크 도전해 보겠습니다.
전야제님 모습 보니 좋고요.
코타츠, 넘 맘에 들어요.
여기에서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길요^^

전야제 2024-11-18 06:32   좋아요 1 | URL
새로운 공간에서의 시작이 설레면서도 두렵기도 한데, 대박 기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거두어서 또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게요ㅎㅎ 페넬로페님의 가족분께서 춘천에 계신다니! 넘 반갑네요. 삼악산 케이블카 사실 아직까지 못 타 봤어요ㅎㅎ 저도 다음에는 도전해보겠습니다! 매일 따뜻한 나날이라서 행복합니다ㅠㅠ 알라딘 서재 운영자님들 덕분에 독서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항상 좋은 글 읽으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이 너무 소중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랄게요^^

2024-11-1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8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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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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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은 1990년 출간된 그의 세번째 시집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출간된 이 시집은 사랑에 그리움이 섞인 색채로 빛나고 있다.

이성복 시인의 <서해> 라는 시를 아마 수능 공부를 했던 수험생들은 다 알 것이다.

EBS 수능특강 문학에 실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라는 시 속의 문장에 흠뻑 빠졌던 적이 있었다.


시를 읽고 어떠한 사랑이 떠올랐다.

당신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그 공간을 마치 지켜주는 듯 환히 밝혀주는 등대같은 사랑.

그러나 등대는 바다 한 가운데서 자신은 어둠에 감추고, 늘 외롭게 존재한다.

바다의 방문객들을 밝혀줌으로써 자신을 유일하게 드러내는.

모두가 그것의 빛을 따라갈 때 등대는 또 모두와 멀어지게 된다.

그의 빛은 언제나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고한다.

자신의 빛이 모두와 인연을 맺게 하지만, 그들이 안전하게 항해하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숙명.

그것이 등대의 사랑이다.

그러니 등대는 매 순간 사랑과 그리움에 마음이 들끓을 것이다.

그리움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인지.


서해라는 시에는 등대라는 단어와 이미지는 등장하지 않지만, 나는 시를 읽으며 등대의 사랑이 느껴졌다.

바다 한가운데 뿌리 박혀, 움직일 수 없으면서도 사랑과 그리움의 애달픈 감정에 끝없이 파도치는 마음.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인생.

거룩하면서도 우아하고 아늑한 품이 느껴지는 사랑이다.


<그 여름의 끝>에 실린 마지막 장의 시의 제목 또한 바로 <그 여름의 끝>이다.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이다.

시를 읽으면서 백일홍의 붉은 빛깔이 무수한 비바람을 이기며, 중력을 거슬러 위로 솟구치는 영상이 눈 앞에 계속해서 그려졌다.

거센 바람에도 날카로운 빗방울에도 지지 않는 그 꽃은,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다고 한다.

넘어져도 무너져도 그럼 그것대로, 그 자리에서 다시 기어오르고 달라붙는 끈질긴 생명력.

인간의 생에 대한 의지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그 아름다운 백일홍의 꽃보다는 더 비참하고 처절한 외양을 갖고 있다.

고통과 두려움 속에 잠식된 인간의 민낯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어떻게든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투쟁은 멀리서 보기엔 비장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품고 있는 인간의 겉모습은 심지어 자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만큼 초라하게 느껴진다.

생과의 사투는 그것의 웅장한 이미지에 비해 인간에게는 끝없이 처량함을 느끼게 하면서, 때로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게 만든다.

비극이란 것이 나 자신에게서 마지막 남은 아름다움까지 모조리 빼앗아 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말한 바로 그대로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 처량하고 초라한 모습이 과연 비극의 색채만 띠고 있을까?

바닥에서 허공으로 수없이 기어오르는 의지, 단 한번 웃기 위해 처절하게 움직여야 했을 그 부단한 노동이 비극으로 보이는가?

아니, 나에게는 그것이 희극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것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생에 대한 눈부신 의지 뒤에 감춰진 끝없는 눈물과 인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면,

그 삶이 희극으로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 여름의 끝>에서 백일홍의 생명력이 희극으로 보인 건, 그가 아름다운 외양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몇차례 폭풍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아서 그의 삶이 희극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절망을 끊어내었기 때문에 희극인 것이다.

비바람 속에 무너져 매달리고 타오르는 자신의 모습이 비록 굴욕적이라 할지라도,

스스로는 그것을 희극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도 희극인 것이다.


오히려 그 장엄한 사투를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이들은 그것을 비극이라 볼 것이다.

하지만 기꺼이 안으로 들어가 삶을 함께 살아본다면, 멀리서 보기에 초라하고 비극이었던 것들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생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그 세계에 기꺼이, 기쁘게 함께 해보길 바란다.

힘겹게 나아가는 자신의 삶을 부디 희극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의외로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아름답게 볼 줄 알면서도 자신의 삶은 아름답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희극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게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닐까?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부디 이 시 속의 백일홍처럼 자신의 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다시 말하고 싶다.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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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9월 25일 오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과 연락을 부탁드린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전날 새벽까지 공부하고 잠든 상태라 점심 때 겨우 일어나서 확인을 하게 되었다.

사실 9월 초에 공모전에 글을 제출했었고, 그 공모전의 주최기관 전화번호였기 때문에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000님, 최우수상에 당선되셨습니다."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눈물이 흘렀다.

10년동안 참가했던 수많은 글쓰기 공모전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해왔고, 그래서 글쓰기 대회에도 부지런히 나갔었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에서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그것과 무언가를 써서 인정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의 간극은 내가 절대로 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과목에서 전교 1등을 하고 국어 선생님께서 문제집을 선물로 주셨던 기억이 있다.

국어를 좋아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그때도 나는 알고 있었나보다.

그러던 어느날, 시를 써서 그림과 함께 시화 전시회를 하는 행사가 있었고 그 국어 선생님께서 내가 쓴 시를 읽고서는,

"너는 국어는 잘 하는데 시는 참 못 쓰는구나." 라고 하셨다.

나는 시를 너무 좋아하고, 정말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못 쓴 시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때 마음의 상처를 조금 받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시를 읽어보니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 글 잘 쓴다는 친구들이 몇 있었고, 그들의 시는 나 또한 감동받을 정도로 마음을 움직였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이것은 '작가' 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등 각종 플랫폼에 어떤 이름 모를 이가 쓴 개인적인 글들을 읽으면서 무언가 감동에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은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누군가의 진실한 생각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아픔, 불안, 걱정, 희망, 사랑 등에서 책을 읽는 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 인간의 생생한 기록을 포착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이름 모를 이들의 글이 왜 그렇게 좋은지.

오늘 살아있었다는, 잘 살아내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듯한 하루의 기록과 글.

그래서 나는 유독 수필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경험과 그것에서 느낀 것들이 글로 표현될 때의 반짝반짝함.


색을 특정할 수 없는 찬란한 빛깔을 평범한 사람들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 행복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일상을 포착하는 글을 혼자만 알 수 있는 곳에 오랫동안 써 왔다.

그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글이 된다는 건, 내게 있어 그 어떤 상보다도 가치가 있는 일이다.

대단한 글도 아니고, 그저 일하면서의 경험과 그것에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낸 것인데.

공모전에 제출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리고 모든 행사가 끝난 지금은, 이 공모전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기억을 선물해주신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공모전의 작품을 발표하는 소통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공동체에 속하게 되었다.

저마다의 글을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것이 마냥 떨리기만 한 일인 줄만 알았는데,

각자의 삶 속에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무대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매년 있는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서 각자의 매력과 재능을 한껏 펼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무한한 동경을 가졌었다.

그때의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무대 위에 올라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하고, 멋진 춤을 추고, 화려한 공연과 연극을 선보여주는 친구들을 보면서 참 부러웠다.

공부 잘 하는 것보다 그렇게 자신만의 다채로운 꿈들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친구들이 훨씬 더 멋져보였다.

그랬던 내가 서른이 넘어 무대 위에서 내가 쓴 글을 발표하는 것은, 중학생 때의 나는 전혀 몰랐던 일이다.

비록 지방의 작은 공모전이고, 작은 행사였지만 무대 위에서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말하는 시간 동안,

나는 감동이 흘러넘쳐서 '언젠가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 순간을 여전히 기억할 것만 같아' 라고 생각했다.


10명의 공모전 수상자분들과 함께 무대에서의 발표를 준비하면서, 중학생 때의 학교 축제날이 계속 떠올랐다.

다같이 하나의 무대를 구성하기 위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발표 대본을 가다듬고 리허설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 삶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었다.

비록 긴장되고 이 무대가 처음이지만 그 떨림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워보였다.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발표 때마다 넋 놓고 바라보았던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것.

인간과 인간이 나눌 수 있는 모든 것들 중에 그 대상이 '글'이 될 수 있음을 제대로 경험하게 되었다.

나의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듣고 느끼고 나누는 것이 된다는 것.

줄곧 혼자서의 꿈과 역량을 키우고 품어온 내게 이런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준 10명의 수상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소통 콘서트에서의 발표가 끝나고, 집에 와서 수상 작품집을 읽었다.

다른 분들의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으면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수필이 바로 여기에 있잖아.


자신만이 살아낼 수 있는 삶에서 포착한 생생한 감동과 진실한 마음.

자신의 삶을 공동체 속에서 예쁘게 가꾸어나가는 용기와 따뜻함.

세상과 연결되려는 강한 의지와 발걸음.

살아있다는, 살아내려는 무한한 생명력.

세상 모든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

그것들이 모두 수상자분들의 글에 담겨있었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들의 힘찬 날갯짓이 계속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날의 감동을 가슴 깊이 새긴다.


*소통 콘서트를 진행하셨던 이용석 아나운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10명의 수상자들의 글과 그림을 현장에서 처음 접하시는 것일텐데도, 모든 분들의 발표가 정말 토크쇼처럼 편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질문 하나하나 세심하게 꺼내주셨다. 수상자분들의 나이대가 정말 다양해서 초등학생도 있었는데 아이가 부끄러워 하면서 발표를 머뭇거려도 민망하지 않게 아이를 기다려주시고 아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시는 등 정말 베테랑 아나운서이셨다.

사실 나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것이 너무 떨렸는데, 이용석 아나운서님께서 정말 꽃보다 더 활짝 웃으시면서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응해주셔서 그래도 발표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현장에서 즉각 듣고 적절한 질문을 바로 생각해서 말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진행을 정말 잘 해주셔서 소통 콘서트가 더욱 빛이 났다. 좋은 곳에서 활약하시길 응원합니다!



->이 작품집에는 수상하신 분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수상하진 못했지만 참가하신 분들의 작품도 실려있다.

"당사자, 가족,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살아가기 위한 이야기" 라는 이번 장애인식 공모전의 취지에 정말 걸맞는 것 같아서, 참가한 모두의 이야기를 실어주신 배려에 참 따뜻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들을 다 간직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ㅠㅠ 



->공모전 수상자분들의 작품을 이렇게 2025년 달력으로 제작해주셨다. 우리들의 이야기로 2025년을 시작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드린다. 단순히 공모전에 참가한 것의 의미를 넘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셨다. 2025 달력은 안 사도 될 것 같다. 여기에 실린 모두의 이야기를 2025년에 두고두고 새겨야지!



->모든 글과 그림이 감동이었지만 이 그림이 하고 있는 말은, 정말 그림만으로도 깊숙히 와 닿았다. 똑같은 사과인데 비장애인이 건네는 것과 장애인이 건넬 때의 차이와 편견. 그것이 너무 아프게 느껴진다. 편견은 언제나 시시각각 깨부수어야 할 것이지만,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온전히 그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인 것 같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장애인식개선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이번 공모전도 그러한 취지의 일환이다. 나에게는 별 일 아닌 것이 장애인에게는 세상 전부인 것임을.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부정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그것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중받는 것, 존중하는 것. 



->공모전 시상식에서 준비해주신 꽃다발. 너무 예뻤고, 꽃다발까지 주실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너무 감사했다.

곧 시들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ㅠㅠ



->오전에 리허설이 끝나고 행사 시작 전 점심 식사 때, 강대 정문에 새로 생긴 '단편'이라는 카페에 갔다.

단편이라는 이름이 너무 시적이고 예뻤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빛을 맞이하며 엄마랑 함께 발표할 대본을 연습했다.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행사가 있었던 강원대학교 백령아트홀 주변의 꽃집 앞에 이렇게 낙엽을 하트로 모아 놓았다.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하면서 사진을 찍고선 바로 꽃집에 들어가 주황색 카네이션 3송이를 포장해왔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구매하게 된 주황색 카네이션 꽃다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주는 꽃을 산 것이라서 기분이 참 신기했다. 그러나 더욱 신기했던 사실은 이 다음날, 알라딘 어플에서 이진명 시인의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라는 시가 오늘의 시로 소개되었다는 것.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하긴 부처님은 항상 빙그레 웃고 계시더라. 부처님, 다 보이시죠, 꽃 사는 이 미물의 속.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꽃이잖아요. 부처님도 예뻐서 늘 무릎 앞에 놓고 계시는 그 꽃이요. 헤헤, 오늘은 나한테 그 꽃을 내주었다 생각하세요. 맘이 맘이 아닌 중생을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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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4-10-31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야제 님! 장애인식개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통 콘서트 이야기도 너무나 의미 있고 마음의 공명을 울립니다. 노란 은행잎 하트도 너무 좋구요~
저는 29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 다녀왔습니다. 사람과 사람들 마음이 이어지는 시간.
‘그래서 춘천에 삽니다‘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이진명 시인의 ‘젠장 이런식으로 꽃을 사나‘~ 저도 그래서 오늘 꾸까에서 꽃이 옵니다.ㅋㅋ
10월의 마지막 날이, 전야제 님 글로 등불처럼 환해졌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야제 2024-10-31 12: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참가한 공모전 중에 처음으로 받은 상이라서 너무 얼떨떨하고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ㅠㅠ 맞아요. 저도 29일 소통 콘서트였는데 그날이 마침 이태원 참사 2주기라서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있었던 걸로 알아요. 함께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걸 이번에 처음 경험했습니다. 상 받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들을 수 있는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꽃으로 행복해지는 시간ㅎㅎ 10월의 마지막 날을 꽃으로 마무리하신다니 정말 멋집니다^^ 이진명 시인의 시 넘 유쾌해요. 행복한 11월 보내시길 바래요ㅎㅎ

2024-11-07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07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4-11-07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전야제 2024-11-07 21: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직 알라딘 서재에서 글쓴지 얼마 안되서 낯설지만 멋진 글 올려주시는 페넬로페님 서재를 알고는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친구신청했습니다ㅎㅎ 좋은 글 읽으러 자주 방문할게요^^

그레이스 2024-11-07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닉네임도 멋지신 전야제님!
공모전 당선 축하드려요!

전야제 2024-11-07 21:2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ㅎㅎ 그레이스님 서재는 박물관 같아요. 그레이스님의 멋진 여행과 고전 리뷰들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친구신청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4-11-08 15:05   좋아요 1 | URL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넘 반갑구요
 
매거진 피치 magazine Peach 04호
피치마켓 편집부 지음 / 피치마켓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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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의 홍보가 아닌, 제 개인적 호기심과 구매로 쓴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언어 학습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잡지인데, 많은 분들이 교육 자료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언어와 사람 사이의 틈을 메꾸는 노력, 느린학습자를 위한 매거진 <피치 Peach>


혹시 '읽기 쉬운 책'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읽기 쉬운 책이란, 발달장애인의 문해력 성장을 위해 쉽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기존의 책을 다시 재구성해서 만든 책입니다.

기존의 일반 도서들은 문장이 길고, 단어가 어렵고, 발달장애인의 문해력 수준에 따라 접근하기에 어려운 도서들이 대부분이라서 다시 문장을 간결하고 쉽게 가다듬고,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어서 재구성하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요.

2023년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처음으로 읽기 쉬운 책을 출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국 공공도서관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도서관에 근무할 때 저희 시립도서관에도 읽기 쉬운 책이 어린이 도서관에 비치되었는데요,

발달장애인을 포함해서 언어를 통한 이해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사람들을 '느린학습자'라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책을 읽고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책을 따로 제작해야 할 만큼, 느린학습자들의 언어 이해는 그들에게 얼마나 어렵게 다가오는 것인지를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제가 어렵지 않게 읽었던 책들이 발달장애인에게는 얼마나 힘겨웠던 것일지, 또 벽이라고 느낄만큼 넘을 수 없던 것일지 생각해보니 그동안의 제 독서 생활과 가치관에 대해 반성하게 될 만큼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나에게는 당연하게 이해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바로 우리가 언어를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모든 관계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에게는 언어를 이해하고, 그것으로부터 학습하고, 생활에 적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보통 사람들보다 굉장히 많이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고나서, 그럼 '어떻게 언어와 책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행복함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고, 내가 스스로 나의 일들을 결정해나가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바로 책을 읽고, 그 속의 언어와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독서 문화 생활을 어떻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면서, 그들을 위한 교육 컨텐츠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역시나 저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기에, 다양한 책을 검색하다가 느린학습자를 위한 잡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잡지를 너무 좋아해서 어렸을 때 잡지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답니다.ㅎㅎ

너무나도 예쁘고 멋있는 사진들과 심장에 확 꽂히게 만드는 칼럼들...

잡지에도 다양한 주제의 분야가 존재합니다. 제가 주로 읽었던 잡지는 패션지와 문학 관련 잡지들.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느린학습자를 위한 잡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저에게는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잡지가 있다니.

이런 혁명적이고 따스한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매거진 피치 Peach는 '피치마켓'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느린학습자를 위한 교육 잡지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모든 문장이 간결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든지 글을 읽고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와 지식을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장점입니다.


제가 구매한 매거진 피치 4호는 주제가 '여행'입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바닷가에 놀러가서 수영하기 전에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되는지, 여행 중에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행 중 길을 잃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행계획표는 어떻게 짜는지, 여행 경비는 어떻게 계산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필요한 돈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여행이 끝난 후에 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등 다양한 상황과 삽화를 제시하면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답해보는 과정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이유와 '나는 언제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형식적인 여행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또 그것으로 어떻게 행복을 느낄지 읽는 사람에게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책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가슴 깊이 느껴집니다.

단순하게 정답과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요 독자인 느린학습자들이 함께 이 책에 참여하고 현실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교 밖에서의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여행이 다르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여행하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언급하면서, '나는 어떤 취미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도 정말 좋네요. 


그리고 혹시라도 어려울 수 있는 단어가 나오면 쉽게 풀어서 그 뜻을 알려주는 부분들이 정말 세심합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당일치기'의 뜻은 무엇인지, 1박 2일 여행에서 '1박 2일'의 뜻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줍니다.

실제 여행 후기를 소개하면서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쉽게 풀어내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질문이 함께 제시됩니다.

이렇게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언어를 이해하고, 학습하고, 현실에 적용하고,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의 방법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깐요.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인데, 이번 4호의 주제인 여행과 관련지어서 시 한 편을 소개하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를 소개하고, 그것에 대한 질문들이 역시 등장합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글에 참여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자, 문해력 성장의 본질이 담겨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언어를 단순히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나만의 답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계속 유도하고 있어서 매거진 피치가 교육용 컨텐츠로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를 읽고 실제로 다른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여줌으로써, '나는 이렇게 생각해' 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단순히 질문만 제시하면 독자들이 질문만 읽고 끝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를 보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더 용기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세심하게 구성된 내용들에 감동합니다.



대안학교 선생님의 자전거 국토종주 후기를 소개하는 과정도 역시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흘러갑니다.

마지막에 '힘들었지만 고개를 잘 넘은 것처럼 앞으로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라는 선생님의 느낀 점을 제시하면서, '어려운 일이 생겨서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함께 답해보면서 서로의 힘든 기억을 나누고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이 책은 혼자 읽어도 좋겠지만,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읽거나 집단에서 독서가 행해지면 학습 효과가 훨씬 올라갈 수 있어서 다양하게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것은 '잡지'라는 매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라따뚜이는 먹어본 적도 없고, 그것에 대한 지식도 없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접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QR코드가 있어서 라따뚜이를 만드는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 진짜 최고입니다!



피치 4호는 여행이 주제이기에 여행지를 소개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단순히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장소의 특징인 '보라색' 을 주제로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는 점이 잡지로서의 매력과 교육 컨텐츠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네요. 구성이 정말 알찹니다.


그리고 책의 끝에는 여행에 앞서 무엇을 챙겨야 할지, 짐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기 쉽게 하나하나 실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유용합니다. 

여행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짐을 챙기는 것인데, 보호자가 알아서 다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필요한 것들을 직접 생각하면서 스스로 짐을 챙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피치가 교육 컨텐츠로서 얼마나 훌륭한지 감동하면서 읽느라 벌써 새벽이 다가오네요.ㅎㅎ


언젠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을 보았는데, 이런 문구가 있더라구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책과 도서관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


똑같은 내용의 글과 책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느린학습자에게는 언어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긴 시간과 다양한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모두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들이 그들에게는 벽으로, 두려움으로 느껴질 거에요.

이처럼 언어와 사람 사이에는 '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메꾸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이 틈이 무시되어져 왔을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언어를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깐요. 부끄럽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지금부터 느린학습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매거진 피치를 알게 된 건 정말 행운입니다. 이 책으로 인해 앞으로의 구체적 진로도 결정할 수 있었으니깐요.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거에요.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고 세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피치마켓에서 운영하시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쉬운 글이 있는 도서관이라니. 언어와 사람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차곡차곡 메꾸어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서울가면 꼭 방문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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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4-10-26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의미하고 멋진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피치마켓에서 운영하시는 공간, 저도 시간 날 때 방문해 봐야겠어요~
라이브러리 피치, 대학로에 있어서 더욱 반갑네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전야제 2024-10-26 09:29   좋아요 1 | URL
오늘도 이렇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서울 사시는 분들은 부럽습니다.ㅎㅎ 저는 춘천에 살아서요. 다음에 서울 여행으로 라이브러리 피치 꼭 들리려고 합니다. 혜화역 대학로는 예전에 연극보러 자주 갔었는데 이런 도서관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았어요. 아마 최근에 생긴 것 같아요! appletreeje님의 노랑무늬영원 리뷰 읽었는데 댓글다는 곳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 같아서 좋아요만 눌렀어요.ㅎㅎ 저도 얼마전에 구입해서 아직 읽기 전인데 다음 리뷰는 노랑무늬영원을 읽고 써보려구요. appletreeje님이 올려주신 시에 대한 글들 하루 한 편씩 잘 읽고 있어요. 수필집 내셔도 좋을만큼 너무 담백하고 좋은 글들이라서 읽을 때마다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appletreeje 2024-10-26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춘천 사세요?^^ 저 춘천 너무 좋아하는 곳인데요~옛날에 카페 이디오피아에서 해질 때까지 만화 그리며 놀았던.ㅎ
춘천에는 ‘망고‘님도 사시는 곳이라 춘천이 더욱 좋아집니다! 제 글들은 그냥 낙엽 한 장일 뿐입니다.ㅋ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굿데이!!!

전야제 2024-10-26 15:04   좋아요 1 | URL
우와 만화 그리세요?ㅎㅎ 저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 정말 좋아해서 많이 읽었어요. 춘천에도 역시 서재 운영자님들이 살고 계시는군요ㅎㅎ 낙엽 한 장이라니, 아니에요. 푸르른 나무같은 글이에요!^^

appletreeje 2024-10-26 15:24   좋아요 1 | URL
아주 옛날에요.ㅋㅋ 낙엽 쓰는 사람을 고운 눈빛으로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야제 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서재 주소(도메인) 변경을 하고나서 그동안 제가 써온 리뷰들이 외부에서 접속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https://blog.aladin.co.kr/Noir_Moon 이게 바뀐 제 서재 주소입니다. 도메인이 원래 알라딘 계정 만들 때 자동으로 만들어진 숫자들이라서 뭔가 의미있는 나만의 도메인으로 바꿔야지 했는데 이렇게 제 서재가 접속이 안되는 사태가 되어버렸습니다ㅠㅠ)

제 리뷰들 클릭하시면 아마 삭제된 서재라는 에러 페이지가 뜰 거에요.

제가 절대로 리뷰들을 삭제한 것이 아니니 혹시 제 서재에 자주 방문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조차도 핸드폰 알라딘 어플에서 제 서재의 글에 접속이 되다 안되다 하네요ㅠㅠ

각 책 페이지마다 리뷰란에서 제 글이 보이긴 하는데 서재 접속은 또 안됩니다.

아마 도메인 변경하고나서 완전히 적용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알라딘 서재에 접속이 안되는 며칠간 느꼈던 '단절감'이 정말 장난 아니게 크더라구요.

이 공간에서 책을 읽고 느꼈던 점들을 글로 기록했던 날들이 제게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소중했다는 걸 이제서야 느낍니다.

무엇보다 부족한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셨던 감사한 분들 덕분에 항상 힘낼 수 있었습니다.

제 글 읽어주시고, 서재에 방문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썼던 리뷰들에 접속이 안되니,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는 느낌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더라구요.

문득 한강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혼자 걸어가는 과정이 고립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쨌든 저는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이고, 언어는 결국 우리를 연결해 주는 실이다.'

'아무리 내면적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해도 언어를 사용하는 한, 그 사람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이 쓰는 글이 사람과 또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의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배우게 되네요.

혼자만의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 서재가 없어진 공간이 되어버리니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었다는 기분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봅니다.

언어가 한 사람에게 날아가 닿는 감동과 행복함이 무언가 시작해볼 수 있다는 의지도 불어넣는다는 걸.

또 새롭게 깨닫습니다.

제 서재는 언젠가 다시 정상화가 되겠죠.

그렇게 믿고 열심히 공부하고 독서하며 기다려보겠습니다.

걱정해주시고 지켜봐주신 appletreeje님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혼자서 아둥바둥 정신없이 해결해보려고 하는 와중에 외부에서 제 글이 접속 되는지도 확인해주시고, 넘 감사합니다ㅠㅠ

요즘 컴퓨터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강사님께서 알려주신 Copilot에 도메인 변경 후 웹사이트에 접속이 안되는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해보았더니,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주더라구요. 물론 제가 알라딘 서버에 손댈 수는 없으니 해결할 수는 없지만, AI에게라도 이 답답함을 털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저는 챗GPT도 한번도 사용 안해봤는데, Copilot 써보니 왜 다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에 열광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컴퓨터 강사님께서 모르는게 있으면 Copilot에 물어보라고 하실 정도에요ㅎㅎ

어쨌든 제 알라딘 서재가 제대로 접속이 될 때까지 당분간은 열공하고, 독서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모두 즐거운 독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재미로, 수학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냐고 Copilot에 물었더니 정석같은 답변이지만 역시나 '요령껏'이 아닌, '정도'의 길을 걸어야하는 건 AI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가봅니다ㅎㅎ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것, 그것이 정석!)



+++힘들게 영어로 번역해서 질문했더니 이게 웬걸, 다시 해보니 한글로도 질문이 가능하네요ㅠㅠ

Copilot에 한글로 질문 가능하고 완벽하게 잘 번역된 한글로 친절하게 답변해주니 저처럼 바보같이 영어로 번역해서 질문 안 하셔도 됩니다. 정말 최근에 너무 많은 걸 배우게 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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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24-10-23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야제 님! 서재나 북플에서는 접속이 되는데, 상품페이지에서 서재 클릭을 하면 에러가 나네요. 그래도 서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서재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글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날씨도 쌀쌀하고 추워지는데 예기치 않은 일로 마음 고생 많이 하시네요.ㅠㅠ
원래 새 집을 지을 때는 이런 저런 변수가 생긴다 여기시고요,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잘 누리시길요.^^
요즘 읽은 <빛과 멜로디>의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야제 2024-10-23 17:16   좋아요 1 | URL
세심하게 확인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접속이 되다 안되다 하지만 덕분에 조급한 마음 버리고 기다려보려구요ㅎㅎ 알라딘 서재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언어가 사람과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서 앞으로 서재에서 계속 글 써보려고 도메인 주소도 새롭게 바꾼건데,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그래도 이런 에피소드도 생기고 덕분에 알라딘 서재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주신 appletreeje님도 알게 되고, 좋은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ㅎㅎ 새 집을 짓는다는 표현에 빗대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글이 좋다는 초심을 지키면서 앞으로 서재를 잘 가꾸어보겠습니다^^ 응원 넘 감사드리고, 추천해주신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곧 다가올 연말까지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appletreeje 2024-10-23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더 감사합니다! 참 삶이란 이런 저런 일이 발생하여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새로운 문이 열리기도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괜찮아‘를 함께 읽고 싶은 저녁 무렵입니다. 굿데이!^^

전야제 2024-10-23 17:56   좋아요 1 | URL
방금 찾아 읽고 왔습니다. ‘왜그래가 아니라, 이제 괜찮아‘ 라는 어머니의 위로가 참 아프면서도 따뜻합니다ㅠㅠ 시 한편의 위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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