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3
사가와 미츠하루 지음,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네 명은 같은 사건에 말려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에 대한 반응과 대처는 넷이 서로 다르다. 거기에 정답은 없다. 시간을 들여서 각자의 머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본문 75p)

 

누구나 불행과 마주하게 되지만 사람마다 불행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 다를 것이다. 내가 읽어왔던 수많은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제26회 쓰보다조지 문학상 수상작인 <<우리 이모>>의 주인공 요스케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변화하는 요스케의 성장과정이 참 예쁜 성장소설이다.

 

카이세이 명문학교의 중학생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던 요스케는 아빠가 불륜으로 인해 고객에게서 받은 돈을 착복했다가 체포된 탓에 가족이 박살나고 결국 명문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후에 엄마의 언니, 이모가 운영하는 사포로 시의 아동보육시설인 호보사에 위탁되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엉망이 된 인생을 맞게 된다. 이모와 이십 년 넘게 연을 끊고 살아온 엄마로 인해 요스케가 이모를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호보사에서 생활하던 중 요스케가 알게 된 이모는 도회지에서 유복하게 살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아빠를 남편으로 선택했던 엄마와 달리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요스케는 갑자기 변화된 자신의 삶에 불안해하지만,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서는 이모와 제각기 사연을 가진 호보사의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경험하게 된 새로운 체험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해 나가게 된다.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서는 것과, 고난을 피하려 발버둥치다가 불행해진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본문 95p)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 노력했던 이모는 그동안 많은 실패와 불행을 겪게 된다. 반면 엄마는 '얼마나 안전하고 부유하게 살 것인가'를 인생 최고의 주제로 살았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결국엔 두 사람 모두 남편에게 배신당했고, 사십대가 된 지금은 죽어라 일을 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졌지만 그 불행을 만나고 맞서는 방법은 너무도 달랐다. 인생을 개척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불러온 불행에 맞선 이모, 고난을 피하려 발버둥치다가 불행해진 엄마, 그 상황에서 그들이 대처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은 너무도 달랐는데, 절망적인 상황에서 만나게 된 이모를 통해 요스케는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쿠야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모에게 감탄하고 있다. 그럼 엄마는? 감사하고 있지만, 감탄하고 있지는 않다. 희로애락이 분명한 이모와 다르게 엄마는 언제나 부드러웠다. 이모도 젊은 시절 꿈꾸었을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아빠가 벌여놓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허둥대고 있는 반면, 이모는 이 상황이 어렵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혼자서 열네 명의 중학생을 돌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고, 게다가 모두들 복잡한 사정을 품고 있다. 우리 엄마라면 절대 할 수 없을 일이다.

아빠가 횡령죄로 체포되지 않았다면 이모나 타쿠야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우리 엄마를 이렇게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본문 86, 87, 88p)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댈 곳이 전혀 없는 상태였던 요스케는 호보사에서 이모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주 약한 인연일지라도 그들이 자신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해 한다. 일이 잘못되어도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않고, 자기가 벌인 일의 책임은 스스로 지겠다는 이모의 결의를 보면서 성장해가는 요스케는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 이모>>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요스케의 이모처럼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실패와 불행 속에서도 힘껏 살아가기를, 그리고 자신의 꿈에 다시 도전하기를 응원한다. 젋은 시절 꿈꾸던 연극을 다시 시작하는 이모의 모습은 바로 우리에게 꿈을 꾸는 법을 일깨워준다.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감동과 용기 그리고 가족애가 있었다. 지금 불행과 마주하고 있다면, 절망을 느끼고 있다면, 혹은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면 이 책 <<우리 이모>>를 적극 권해본다. 이모를 통해 분명 희망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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