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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30
테레사 토튼 지음, 김충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 전 일어난 사건 하나에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성적 압박에 의해 엄마를 살해한 한 소년에 관한 사건이었다. 공부를 강요하며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밤새도록 골프채로 때린 어머니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소년은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을 훌쩍 넘긴 얼마 전에야 처음으로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뉴스를 접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작품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을 읽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 그리고 존속살해를 하게 된 그 소년은 모두 부모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경우다. 어른들은 곧잘 요즘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문제 삼곤 하지만, 사실 요즘 청소년들을 극단적으로 몰아세운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가 흔히 문제아라고 판단하는 아이들이나 마음에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의 상당수는 부모의 잘못된 훈육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보다 잘난 아이들이 되기위해 배려보다는 경쟁을 먼저 배워야 하는 우리 아이들....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안 돼요!" "이제 그만해요! 네? 아빠, 아빠, 제발....." (본문 15p)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일어난 대니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게 낫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대니는 문득 자신이 있는 곳이 낯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곳이 청소년 전문 병원인 '리버우드 클리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엄마에 의해 병원에 실려 온 열네 살 대니는 모든 기억의 퍼즐이 산산조각 나 있다. 혼란스러운 대니는 담당 의사 터버와의 상담을 통해서 조금씩 기억들을 찾아가게 되는데, 대니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가 겪었던 힘겨웠던 과거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대니의 기억을 마주하는 것은 대니 뿐만 아니라 독자인 나에게도 잔인하고 끔찍했다. 유능한 변호사인 아빠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대니에게 가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고작 다섯 살이었던 대니가 바지에 오줌을 싸자 아빠는 너무도 자상한 모습으로 대니를 화장실로 데려가 볼일을 보게 하고, 그 변기에 대니의 머리를 쑤셔 넣었다. 처음 대니의 비밀의 베일이 벗겨지자마자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니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사건으로 남았을까? 그런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까?
대니는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동생 켈리를 보호하려고 애썼으며,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켈리와 함께 악으로부터 여신을 구한다는 역할 놀이를 하곤 했는데, 대니의 이 놀이는 이 책의 또 하나의 스토리처럼 등장한다.
대니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자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보호받지 못할 켈리에 대한 걱정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도 터버 선생님도 켈리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대니를 둘러싸고 있는 등장 인물에는 대니의 룸메이트인 스크래치 그리고 그의 친구 케빈이 있다. 본명이 앨리슨인 스크래치는 새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엄마에게 보호받지 못 했으며 그 고통을 자해로 인한 고통으로 잊으려고 했기에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스크래치는 병원에서 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보호받을 집이 없다는 사실에 더 힘들어보였다.
케빈은 동성애라는 사실때문에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그 역시 퇴원을 한다고 해도 자신을 받아 줄 곳이 없었기에 스크래치처럼 또 하나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잊으려 했었던 기억이 되짚으면서 대니와 엄마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지만, 이는 그동안 서로에게 묵인했던 것들에 대한 표출이었으며 소통의 시작이 되었다.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과 대니를 지켜줄 수 없었던, 아니 대니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엄마의 고통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새로운 출발은 시작되었다. 스크래치와 케빈 역시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소설이기에 다행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요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맞물려있어 결코 묵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인정받고 싶었던 대니의 몸부림이 너무 고통스러워보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들춰지면서 대니가 받았을 상처가 내 짐작보다 더 컸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통스러웠던 현실,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이들이 '리버우드 클리닉'에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성장통이 아프지만, 희망적으로 보여졌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을 읽으면서 어른이기에 너무 미안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마웠다.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각종 단체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니만큼 이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른들에게는 현실을 이해하고 반성함으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안타깝고, 너무 슬퍼서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분명한 것은 외면하고 싶은 너무도 참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희망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처받은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기에 그 희망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