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이 오펭길의 공부 습관 자기주도 학습동화 3
양태석 지음, 유설화 그림, 이지은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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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 <자기주도 학습동화>시리즈 세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시리즈는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화형식을 빌어 그 비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첫번째 이야기 질문왕, 두번째 이야기 메모왕에 이어 이번에는 까불이 오펭길을 통해서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는데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기에 노력은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가장 필요한 항목은 아닐까 싶다.

 

 

 

<<까불이 오펭길의 공부 습관>>의 주인공은 1학년 3반의 특급 스타 오펭길이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없고, 자신감도 넘칠 뿐만 아니라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외모 역시 연예인 못지않게 멋있어 같은 반 여자아이들은 모두 펭길이를 좋아한다.

인기 짱 펭길이의 꿈은 "위대한 인물, 큰 인물"이 되는 것인데, 반 친구들은 펭길이가 뭐든지 잘하기 때문에 정말 위대한 인물,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펭길이는 숙제도 안하고, 예습, 복습도 안한 탓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처음보는 시험에서 반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 국어 34점, 수학 30점을 맞았다.

첫 시험이 끝난 후, 아이들은 비웃듯이 공부 빼고 다 잘하는 펭길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이런 펭길이가 걱정된 아빠 엄마는, 펭귄 마술대학의 교수님인 할아버지에게 펭길이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펭길이에게 주문을 외운다.

 

"부족하면 줄어들 것이니 채우고 채워야 바로 설 것이다~ 수리수리마하수리 리틀스몰 얍!"

 

 

 

펭길이는 예습, 복습, 숙제를 안 할때마다 키가 점점 작아지게 되었고, 이제 친구들도 펭길이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무시하게 되었다. 걱정이 된 펭길이는 할아버지로부터 키가 커지는 방법을 전해듣고 숙제도 하고, 예습, 복습도 하게 되면서 예전의 오펭길로 돌아오게 되는데, 날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하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우등생이 된다.

 

 

 

물론 세상에는 공부를 안 한다고해서 키가 작아지는 마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마법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공부를 안 하게 된다면 키가 작아진 펭길이처럼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반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꿈을 이루지도 못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일이든 노력한 만큼의 결실은 얻을 수 있다.

펭길이의 변화되는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이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이며,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자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바른 습관을 잡아주는 <자기주도 학습동화>시리즈가 다음에는 어떤 비법을 알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까불이 오펭길의 공부 습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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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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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난해하게 다가온 것처럼 스토리 역시 내게는 조금 난해였던 작품은 아니었나 싶다. 투우(corrida de toros)에 열광하던 20세기 전반에 걸친 예술,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목과 팔이 없는 조각 작품을 뜻하는 토르소(torso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TOROS & TORSOS>>는 엽기적인 살인극을 다룬 작품이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책 제목은 알고보면 스토리를 가장 잘 함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지적 엔터테이먼트 소설이지만, 사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 만 레이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 미술을 모티브로 한 살인'이라는 설정과 헤밍웨이, 오손 웰스, 존 도스 파소스 등 20세기의 예술가들이 주인공 헥터의 친구들과 등장한다는 점이 이 작품만이 보여주는 색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으리라.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휩쓸고 있을 무렵 나는 이 책을 읽고 있었다. 1막에서 주인공이자 범죄 스릴러 작가인 헥터 라시터가 스물서너 살의 레이첼을 꼬시기 위해 작전을 수행할 때도 책의 배경이 되는 키웨스트 섬은 폭풍 전야의 어수선할 때였다. 이는 1930년대 실제 많은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허리케인이 불던 상황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헥터가 레이첼을 유혹하는데 성공할 무렵, 여자의 배 속을 몽땅 비우고 그 안에 기어, 자전거 체인, 보트에 다는 작은 프로펠러 등으로 채워놓는 초현실주의를 쫓는 기이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헥터는 레이첼과의 깊은 관계를 맺게 되지만, 키웨스트 섬에 불어닥친 폭풍과 살인 사건은 많은 사람 뿐만 아니라 레이첼 마저 잃고 만다.

2막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스페인으로 이주한 헥터는 스파이로 오해를 받는 위험한 상황에서 레이첼을 닮은 동생 알바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레이첼의 복수를 하지만, 또 다시 사랑하는 여인 알바를 잃게 되는 헥터는 그 후 10년 후를 배경으로 한 3막에서 레이첼의 아버지를 만나 새로운 진실과 대면하게 되는 한편, 예술가 집단과의 대립 등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토로스&토르소>>는 사실 스릴러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인 '반전'에서는 조금은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를 즐겨읽는 독자라면 반전 요소를 아마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반전의 요소를 숨겨 놓거나, 독자로 하여금 혼선을 두게 하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세상이 무서워질수록, 예술은 추상적이다. -파울 클레

본문에 앞서 적혀져 있던 이 글귀는 책 띠지에 쓰여진 '누군가가 죽어야 예술이 된다'는 말의 의미와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현실주의 미술을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에 걸맞는 글귀였는데,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범죄를 저지르는 예술가들의 광기어린 모습은 스릴러에 잘 어울리는 주제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는 책 전반에 걸친 비중있는 인 물 헥터의 친구 헤밍웨이의 등장이다. 작가로서의 모습이 아닌 인간 헤밍웨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인데, 나에게는 신념있는 남자다운 모습과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주인공 헥터 라시터의 캐릭터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실제 삶이 버무려진 작품 <<토로스 & 토르소>>는 초현실주의 미술을 모티브로 한 살인사건을 쫓는 범죄 소설가 헥터 라시터를 통해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20세기의 예술과 신념, 욕망과 광기를 맛보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토로스 & 토르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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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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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나 3개월 동안 함께 여행하고 방을 나누어 섰던 핀란드인 친구가, 헤어지던 날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조금 잘라 속이 비어 있는 목걸이에 넣어 제 목에 걸어준 적이 있습니다.

"너랑 보낸 세 달 동안의 추억이 이 속에 들어 있어.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딜 가든 함께할 거야."

그녀의 말이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작가후기 中)

 

나에게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머리카락이 있다. 두 아이를 낳고 첫 배냇머리를 잘라주면서 미용사에게 한움큼 얻어온 것들이다.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도 미용사가 건네 준 머리카락을 받았을 때, 굉장한 소중함과 간직해야겠다는 절실함이 들었다. 굉장히 낯선 느낌이었지만 짧고 가는 그 머리카락이 내게는 커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머리카락은 모든 것을 말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외면하고 있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 모두를." (본문 29,30p)

머리카락에서 얻은 모티프때문이었을까, 가늘고 약하게만 느껴지는 머리카락 속에 인간의 아픔을 담아낼 수 있는 그녀의 상상력에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마치 두 아이의 배냇머리를 받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을 읽다보면 내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느낌이 굉장히 몽환적이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은 언어유희적인 느낌이 배어나,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다소 힘들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저자는 여행하며 마음과 영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로, 지친 현대인들의 가슴에 고용한 치유를 선사하며 이 새대를 대표하는 '힐링 라이터'로 사랑받고 있다한다. 이 작품은 <곽세라 힐링노블>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되었는데, 표제작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천사의 가루> 두 편의 중편은 그렇게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복잡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힐링'은 우리 곁에 너무도 빨리, 가까이 다가왔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뭘까?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머리카락을 비유해보자. 스트레스로 어쩔 줄 모를 때 미용실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라간다.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내보냈던 짓눌렸던 모든 것들을 싹둑 잘라버린 느낌이다. 이 두편의 중편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런 류의 치유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인생의 여러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것. 거창함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소박함이 가장 좋은 치유법인 것은 아닐까.

열일곱 살의 지극히 평범했던 류가 극단 '츠키'에 들어갔다가 '뮤토'가 되었다가 낯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치유의 단계를 보여주는 듯 했으며,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별 이야기를 담은 <천사의 가루>는 사랑과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상실을 통한 상처와 치유를 보여주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삶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변덕스럽고, 난폭하고, 불친절한 이 세상의 순간들이 좋아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가슴을 찢으며 자꾸만 자꾸만 그 장면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은 아닐까, 추억보다 깊은 강, 사랑보다 뜨거운 노래를 느끼고 싶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본문 243p)

 

삶은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살아내는 것, 이겨내는 것. 그러기에 치유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가보다. 집중하기 어려웠던 몽환적인 느낌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글귀는 저자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든다. 저자와의 첫 대면은 다소 낯설었지만, 이후의 작품에서는 좀더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녀가 보여주는 치유가 세계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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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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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 제목 때문에 책을 선물받고 한동안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요즘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책 제목과 맞물려지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소설책이다. 그것도 19금 소설이다.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을 위한 관능소설에 주어지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미쿠마리'외 네편이 연작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그 수위가 생각외로 높다.

아줌마의 호기심인가, 취향이 아님에도 열심히 읽어내려간다. 대상을 수상한 '미쿠마리'는 열여섯 살 소년 타쿠미와 스물여덞 살의 주부 안즈의 온전치 않은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데, '미쿠마리'를 기점으로 한 4편의 작품에서는 이들의 온전치 않은 관계가 거미줄처럼 뒤덮인 인간관계에  불러온 파장을 엿보게 된다.

 

조산원을 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타쿠미가 또래의 전형적인 성생활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친구에게 억지로 끌려간 코믹마켓에서 우연히 유부녀였던 안즈를 만나 그녀에게 꼬임을 당한 후였다. 그 이후 타쿠미는 자연스레 안즈의 아파트에서 섹스를 즐겼지만, 더 이상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긴 그는 안즈와 헤어지고, 자신을 좋아하는 나나를 만나지만 다시 안즈를 찾게 된다. 그러나 불임이었던 안즈는 아기를 낳기 위해 미국을 떠나게 되고 타쿠미는 방금 태어난 아기가 우는 것처럼 자신도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타쿠미의 이야기가 끝난 후 이어지는 '세계를 뒤덮는 거미줄'에서는 안즈가 이야기를 엿보게 된다. 왕따였던 그녀의 학창시절, 결혼생활 그리고 타쿠미를 만난 이야기가 수록된다. 원치않았지만 불임치료를 받아야하는 결혼생활, 공허함 그리고 자신의 외도로 인한 미국행 등이 타쿠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미안해, 타쿠미 군. 나와 만난 것이 불시에 얼굴에 달라붙는 거미줄같이 네 인생에 달라붙어 다니게 될지도 몰라. 멍청하고 못생기고 뚱뚱하고 불임에 변태 주부인 나를 지금까지 만나줘서 정말 고마워. (본문 87p)

 

'2035년의 오르가슴'에서는 타쿠미를 좋아하는 나나가 타쿠미의 성생활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이 묘사되어 있으며, '세이타카의 하늘'에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살고 있는 가난한 타쿠미의 친구 료타 이야기가, '꽃가루와 꿀벌'에서는 조산원을 운영하는 타쿠미 어머니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에서는 수많은 나와 수많은 이웃들을 보게 된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입은 이들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삶에서 한번 쯤은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 힘겨움에 아기처럼 울고 싶은 타쿠미의 심정을 느껴본 적도 있으리라. 저자는 상처입은 우리네 모습을 불온한 성생활을 하게 된 타쿠미를 시작으로 그들과 연결된 주변인물 속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그저 '19금 소설'이라는 결말 외에는 더 이상의 감동이나 공감은 부족했다. 상처입은 이들을 다독여 줄 희망을 좀더 강하게 어필해주었다면 좀 나았을려나,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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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 마음이 자라는 나무 30
테레사 토튼 지음, 김충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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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 전 일어난 사건 하나에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성적 압박에 의해 엄마를 살해한 한 소년에 관한 사건이었다. 공부를 강요하며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밤새도록 골프채로 때린 어머니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소년은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을 훌쩍 넘긴 얼마 전에야 처음으로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뉴스를 접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작품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을 읽게 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 그리고 존속살해를 하게 된 그 소년은 모두 부모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경우다. 어른들은 곧잘 요즘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문제 삼곤 하지만, 사실 요즘 청소년들을 극단적으로 몰아세운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가 흔히 문제아라고 판단하는 아이들이나 마음에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들의 상당수는 부모의 잘못된 훈육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보다 잘난 아이들이 되기위해 배려보다는 경쟁을 먼저 배워야 하는 우리 아이들....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안 돼요!" "이제 그만해요! 네? 아빠, 아빠, 제발....." (본문 15p)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일어난 대니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게 낫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대니는 문득 자신이 있는 곳이 낯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곳이 청소년 전문 병원인 '리버우드 클리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엄마에 의해 병원에 실려 온 열네 살 대니는 모든 기억의 퍼즐이 산산조각 나 있다. 혼란스러운 대니는 담당 의사 터버와의 상담을 통해서 조금씩 기억들을 찾아가게 되는데, 대니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가 겪었던 힘겨웠던 과거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대니의 기억을 마주하는 것은 대니 뿐만 아니라 독자인 나에게도 잔인하고 끔찍했다. 유능한 변호사인 아빠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대니에게 가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고작 다섯 살이었던 대니가 바지에 오줌을 싸자 아빠는 너무도 자상한 모습으로 대니를 화장실로 데려가 볼일을 보게 하고, 그 변기에 대니의 머리를 쑤셔 넣었다. 처음 대니의 비밀의 베일이 벗겨지자마자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대니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사건으로 남았을까? 그런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까?

대니는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동생 켈리를 보호하려고 애썼으며,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켈리와 함께 악으로부터 여신을 구한다는 역할 놀이를 하곤 했는데, 대니의 이 놀이는 이 책의 또 하나의 스토리처럼 등장한다.

대니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자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보호받지 못할 켈리에 대한 걱정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도 터버 선생님도 켈리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대니를 둘러싸고 있는 등장 인물에는 대니의 룸메이트인 스크래치 그리고 그의 친구 케빈이 있다. 본명이 앨리슨인 스크래치는 새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엄마에게 보호받지 못 했으며 그 고통을 자해로 인한 고통으로 잊으려고 했기에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스크래치는 병원에서 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보호받을 집이 없다는 사실에 더 힘들어보였다.

케빈은 동성애라는 사실때문에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그 역시 퇴원을 한다고 해도 자신을 받아 줄 곳이 없었기에 스크래치처럼 또 하나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잊으려 했었던 기억이 되짚으면서 대니와 엄마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지만, 이는 그동안 서로에게 묵인했던 것들에 대한 표출이었으며 소통의 시작이 되었다.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과 대니를 지켜줄 수 없었던, 아니 대니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엄마의 고통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새로운 출발은 시작되었다. 스크래치와 케빈 역시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소설이기에 다행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요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맞물려있어 결코 묵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인정해야만 했다. 인정받고 싶었던 대니의 몸부림이 너무 고통스러워보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들춰지면서 대니가 받았을 상처가 내 짐작보다 더 컸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통스러웠던 현실,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이들이 '리버우드 클리닉'에서 자신을 되찾기 위한 성장통이 아프지만, 희망적으로 보여졌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리버우드 클리닉 아이들>>을 읽으면서 어른이기에 너무 미안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마웠다.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청소년을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각종 단체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니만큼 이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른들에게는 현실을 이해하고 반성함으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안타깝고, 너무 슬퍼서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분명한 것은 외면하고 싶은 너무도 참담한 현실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다. 희망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상처받은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기에 그 희망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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