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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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살면서 행복함을 느낄 때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행복이라고 한다. 먹는 동안에는 슬프고, 아픈 일들을 잠시 놓아둘 수가 있기에 그 행복함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누군가를 기억할 때 우리는 그 기억과 함께했던 음식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난 친정엄마가 떠오를 때면 으레 엄마가 끓여주었던 만두국과 김칫국이 떠오른다.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그 손맛을 흉내낼 수가 없다. 반대로 만두국과 김칫국이 먹고 싶을 때는 자연스레 친정 엄마가 떠오른다. 누구나 이런 기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따뜻함을 드세요>>는 바로 음식에 얽힌 우리네 이야기 7편이 수록되어 있다. 읽는내내 따뜻해지는, 겨울에 따뜻한 어묵국물을 마실 때처럼 온 몸에 따뜻함이 전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빙수]는 나에게 참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치매인 할머니에게 캐러멜을 주려던 마유는 할머니의 '후'라는 소리에 몇 년 전에 가족 모두 빙수를 먹으러 갔던 일을 떠올렸다. 한참이나 줄을 서서 겨우 소문난 빙수를 먹었을 때, 후지 산 같다고 했던 할머니와의 기억을 말이다. 마유는 황급히 할머니를 위해 빙수를 사 오게 된다.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본문 26p)라는 마지막 글귀는 코끝이 찡한 느낌을 주었는데, 어제 치매로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뵙고 온 탓에 그 찡함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군것질을 절대 하지 않으시던 분이 어제는 情파이를 너무 맛나게 드시는게 아닌가. 얼마 전 친정 아버지의 치매가 식탐으로 온 거 같다는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한동안 情파이를 보면 친정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날 거 같다.

 

 

주카가이에서 제일 더러운 식당으로 애인을 따라 오게 된 여성은 애인이 마음대로 선택한 메뉴를 먹으면서 애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주 로맨틱한 프러포즈를 받는다.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함께 맛있는 식사를 먹을 수 있는 상대가 제일이라는 애인 아버지의 유언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행복을 느끼는 법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안녕, 송이버섯]은 일년 반 전 처음 함께했던 노도 여행지에서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된 남녀의 이별 여행을 보여준다. 큰 공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들의 이별은 나중에 이들에게 아름답게 기억 될 것 같다.

[코짱의 된장국]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함께 단둘이 살던 딸이 결혼식 전날 아빠를 위해 마지막 된장국을 끓이는 내용을 담아냈다.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된장국을 통해 여전히 이어져 있음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엄마는 코하루 속에 살아 있어.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된장국 속에도 엄마가 있는걸." (본문 86p)

 

[그리운 하트콜로릿]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준 작품이다. 거동이 불편해진 남편과 자주 다니던 레스토랑에 온 할머니의 이야기는 할머니가 남편에게 말하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남편에게 건네는 할머니의 말이 너무도 애달프게 들려온다.

[폴크의 만찬]은 프랑스 어로 돼지고리라는 뜻을 가진 폴크라는 애인과 파리로 자살 여행을 떠난 동성애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는 아빠의 49제에 딸을 초대해 남편이 마지막까지 가장 먹고 싶어하던 음식 기리탄포를 만들어 먹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남편을, 아빠를 잃은 딸이 기리탄포를 만들어 먹으면서 그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담백하게 그려져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저편에서 엄마가 미소 지었다. 이제야 조금 평소 엄마의 웃는 얼굴에 가까워졌다. 아빠는 이런 표정의 엄마 얼굴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때아닌 계절의 기리탄포는 의외로 씁쓸하고 맛이 없었다.

이 맛을 잊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본문 156p)

 

7편의 이야기에는 일곱 가지의 음식과 일곱 가지의 사연들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의 주인공이 느낀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이렇게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행복,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

 

(이미지출처: '따뜻함을 드세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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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탐험 백과 - 처음 만나는 자연 생생한 사진으로 보는 빅북 백과
서보현 글, 유로크레온 외 사진, 전석천 감수 / 키즈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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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김영사에서 출간된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백과 시리즈>는 생생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된 빅북입니다. 이 시리즈는 커다란 판형을 이용하여 사진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여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었지요. <동물 백과><식물 백과> 그리고 <<탐험 백과>>로 구성된 이 시리즈에 수록된 고퀼리티 사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켜 줍니다.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탐험 백과>>는 우리 어린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 몸, 공룡 그리고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죠. 어떻게 움직이는지, 먹는 음식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숨을 쉬는지...신비로운 우리 신체에 대한 비밀을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뼈와 근육을 살펴보고, 몸속 기관을 살펴봅니다. 몸속에 무엇이 있고, 왜 숨을 쉬는건지, 왜 심장이 쿵쿵거리고, 어떻게 똥이 나오는지, 어떻게 뇌는 우리 몸에 명령을 내리고, 왜 이가 빠지는지 등 어린이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샘솟게 하는 소재 중의 하나는 바로 공룡입니다. 유치단계가 되면 아이들이 공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지요. 공룡 탐험에서는 약 2억 4천5백만 년 전부터 약 6천5백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공룡에 대해 생생한 세밀화로 보여줍니다.트라이아스기를 시작으로 시대별 살았던 공룡의 모습이 아주 자세하고 생동감있게 수록되어 있지요. 공룡의 먹이, 방어 그리고 화석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우주입니다. 우주 탐험에서는 태양과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8개의 행성 등 '태양계'를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천왕성, 해왕성 순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신비롭고 아름다운 행성의 모습이 생생한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어 흡사 우주 여행을 한 듯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 같아요. 생김새와 크기가 각각 다른 행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우주 비행사를 꿈꿀 수도 있겠지요. 우주의 관찰, 우주 탐험, 우주 비행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해 줄 듯 합니다.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탐험 백과>>는 아이들의 궁금증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림과 사진 그리고 쉬운 설명은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여 줄 듯 싶네요.
취학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취학후 어린이들이 활용하기에도 손색없는 정보라 학습에도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 책에 대해 좀더 욕심을 낸다면 인체 탐험, 공룡 탐험, 우주 탐험을 분류하여 각 권의 책으로 구성하여도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네요.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백과 시리즈>는 생생한 사진이 무엇보다 압권이지요. 자연과 우리 주변에 대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켜줄 수 있을 거 같아 퍽 마음에 드는 작품이랍니다.

(사진출처: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탐험 백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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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체인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2
알렉스 쉬어러 지음, 정현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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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체인지>>는 명작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내게 주어진 환경보다는 타인의 삶을 더 부러워하는 심리를 갖고 있다. 주인공 빌이 자신과 닮은 꼴인 유명한 부자 부모의 아들이며 베니 스핑크스를 부러워하듯, 베니 스핑크스가 다른 친구들처럼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부러워하는 누군가의 자리에 설 수 있다면 만사 오케이가 되는 걸까?

 

빌은 그다지 인기있는 학생이 아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도 아니여서 엘비스라는 돼지같은 형과 나눠 써야한다. 축구 경기를 하는 날 팀을 정할 때 늘 맨 마지막까지 팀 선정에 호명되지 않는 빌은 그 날도 마지막 차례가 되어서 비로소 팀에 선정되는 비참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만, 헤어드라이기는 순식간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축구를 하고 샤워 후에 머리를 말리던 빌은 빨리 말리려고 손으로 머리를 막 턴 탓에 머리가 부스스 서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베니 스핑크스와 너무 닮은 빌을 보며 놀라워한다.

그럼 베니 스핑크스가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베니 스핑크스의 아버지는 역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 데리 스핑크스이며, 엄마는 밈시 토시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다.  그런 탓에 베니의 일상은 늘 화제가 되곤 했는데, 머리 모양 탓에 베니와 닮은 꼴이 된 빌 역시 친구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학교에서 가장 예쁜 비키는 물론 친구들은 모두 빌에게 '베니'라 부르며 호감을 가졌다.

비록 베니의 닮은 꼴인 빌이었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관심을 받게 된 빌은 베니의 닮은 꼴 놀이가 싫지만은 않았다.

하루는 엘비스 형이 지역 신문에서 연예인 닮은 꼴을 구하는 광고를 보여주었고, 빌은 베니의 닮은 꼴로 선정되어 광고에 출현하게 되었다. 물론 베니가 찍기 어려운 험한 장면을 찍는 것이지만. 이 일로 빌은 베니와 만나게 되고,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 이들은 놀라운 생각을 하게 된다. 빌은 베니로, 베니는 빌이 되어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다.

'왕자와 거지 대 작전'으로 세부 계획을 짠 이들은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베니의 넓은 방과 수영장, 호화스러운 집과 멋진 옷 등을 보며 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베니의 생활을 즐겼지만, 자신의 집과 전혀 다른 집안의 적막함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왠지....어딘가 실망스러웠다. 뭔가를 놓친 듯한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사치스럽고 호화롭다는 것 빼고는 내 본래 살모가 별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유명하고 대단한 베니의 생활이! (본문 190p)

정말 묘한 기분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방 좀 혼자 쓰게 엘비스 형이 증발해버리기만 그렇게 바랐는데, 소원대로 이 넓은 공간을 나 혼자 쓰게 되니까 웬걸, 오히려 더 슬펐다. (본문 191p)

 

그런데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하루를 보내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한 이들은 서로 다른 유괴범들에 의해 각각 유괴가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빌은 베니 스핑크스로 친구들의 관심을 받았던 일들이 모두 무의미함을 깨달았고, 그토록 부러워하던 베니의 삶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집에 가고 싶었다.

침에 밑에서 매트리스를 차대던 엘비스 형이 그리웠다. 아침마다 내 머리를 삶은 달걀 취급하며 숟가락으로 두드리던 뎁스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던 케빈 형과 (엘비스 형이 어질렀는데도) 방 좀 치우라고 항상 잔소리하던 엄마, 하루 일을 마친 뒤 '인터네티' 작업복을 입고 집에 돌아와 고된 생활을 투덜거리던 아빠.

더 이상 베니 스핑크스 행세는 하기 싫었다.

빌 해리스가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못난 빌 해리스가 그리워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본문 281p)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아낸 '자아찾기'라는 성장을 위한 소스는 타인이 아닌 '나'일때 가장 행복함을 일깨운다.

누군가는 예쁘고, 누군가는 노래를 잘하고, 누군가는 공부를 잘하고, 누군가는 부자인데, 도통 나는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할때가 많다. 왜 나는 그들과 다를까? 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은 빌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 이유는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누군가와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서서히 찾아가다보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나만의 모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했지만 적막함을 채워줄 가족이 옆에 있지 않았던 베니, 럭비를 못하는 베니를 보라. 반면 빌은 럭비를 잘했으며 베니가 하지 못하는 말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는 당당함이 있지 않았던가, 빌의 재치가 아니었다면 유괴범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을까? 뭐 부족한 게 있다고 베니한테 질투를 느끼겠는가? (본문 301p) 부러워마지 않는 친구들을 살펴보면, 그 친구보다 잘난 무언가를 나 역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두근두근 체인지>>는 유쾌함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빌의 요절복통 모험을 통해서 나이기에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한다.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을 때, 나를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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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
반도 마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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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추리소설의 대부분은 살인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었더 탓에, 귀신에 대해 다룬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사실 귀신을 잘 믿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무서운 귀신 이야기나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섬뜩함이 들면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가족의 죽음,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인해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여러 차례 가져보았다. 어린시절에는 제사를 지낼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저 드시고 나서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던 거 같다.

 

빨간 글씨, 앳된 느낌을 주는 표지 삽화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묘진 히나코가 아버지의 일 때문에 간토로 이사하기 전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야쿠무라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두꺼운 껍데기 안에 틀어박혀 있는 우둔한 거북이 같았던 히나코는 이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히나코는 부모님을 대신해 고향의 집 문제를 해결하고, 애인과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마음의 상처를 달랠 겸 이십 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히나코는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였던 사요리가 십팔 전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실을 접하게 된다. 이곳에서 선조들의 혼령이 집에 내려와 사흘간 머물다 간다고 믿는 일본의 명절인 오봉을 맞이한 그녀는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후 초등학생 시절 좋아했던 후미야를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애인 히데로 인한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이 작품에서는 히나코의 이야기 외에도 순례자인 나오로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스토리로 등장하게 되는데,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채 순례 중이었던 그는, 후반부에 히나코와 합류하게 되면서 사건의 클라이맥스를 함께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시코쿠는 사국. 이 세상에서 죽음의 나라와 가장 가까운 장소가 시코쿠라고. 왜냐하면 먼 옛날, 시코쿠와 사국은 하나였거든.

난 사국으로 가버린 사요리를 데려올 거야. 순례를 떠나 시코쿠를 왼쪽으로 돌면 돼. 왼쪽으로 도는 것은 사국 방향. 사국에서 사요리의 영혼을 데려올 거야." (본문 249,250p)

 

죽은 사요리를 불러오기 위해 88개의 절을 사요리의 나이만큼 거꾸로 순례하는 사요리의 엄마 데루코, <시코쿠의 고대 문화>라는 책을 남겼지만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인 사요리의 아버지 야스다카, 곳곳에서 느껴지는 사요리의 시선과 흔적 등 작품 곳곳에는 음산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잔뜩 배어져있다.

 

예기치 못한 결말은 섬뜩함과 동시에 당황스러움,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더 살고 싶었던 죽은 자들의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배어져나오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의 특권을 가벼이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거다. 산적한 문제를 짊어지고 가기. 그것이 거북이의 등껍데기. 히나코는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주먹을 꽉 쥐었다. 사람은 모두 의식하건 하지 않건 그 껍데기를 짋어지고 살아간다. 껍데기를 감싸안는 것 자체가 살아 있다는 표시, 산 자의 특권이다. (본문 382,383p)

 

요즘은 껍데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임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죽은 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우리는 너무 쉽게 놓아버리고 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들과 맞닥뜨리고, 상처입고, 이겨내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산 자의 특권임을 히나코는, 그리고 독자들은 죽은 자들에 의해 비로소 느끼게 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사국>>에서 그 경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통해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닐런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는가? 사자는 우리 옆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불러낼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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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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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독이 심한 나는 '인문,교양' 카테고리의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안 읽으려고 애쓴다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편독이 심한 내가 인문교양 카테고리의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는 것은 진짜 이 책이 재미있었다는 말이 된다. 전혀 인문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예쁜 노란색의 표지가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요즘 CNN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강남 스타일' 노래 탓에 <<최재천 스타일>>이라는 책 제목도 나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스타일은, 복식이나 머리 따위의 모양, 일정한 방식 그리고 문학 작품에서는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에 <<최재천 스타일>>은 저자 최재천 교수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책에 대한 그만의 관점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인문보다는 에세이 쪽에 좀더 가까운 작품일지도 모른다.

 

<<최재천 스타일>>은 스스로를 소개하듯 담겨진 Choe's Living 외에 책에 대한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Choe's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 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최재천 교수에 대해 아는 것은 그가 세계적 권위를 지닌 자연과학자라는 점 뿐이었는데, Living에서는 그의 생각, 삶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과학자 하면 흰 가운을 입고 복잡한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카키색 조끼를 입는다는 그와 에드먼즈 박사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과 기적을 갖게 된 것처럼 자신이 학생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그와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남이 가라는 길로 가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아라. 그러다가 자신만의 길이 보이면 달려가라.' (본문 23p) 말하는 그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카키색 조끼 때문일까? 아니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어마어마한 기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

 

Choe's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에서는 40여 권이 넘는 책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쓴 저자의 이야기, 책의 내용, 저자와의 인연 등 책에 관한 그만의 세상이 담겨져 있는데,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수록된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난다. 대부분 자연에 관한 이야기인데, 흥미롭게 적혀진 그만의 시점이 관심을 끌게 한다. 몇 해전 읽어보고 싶었던 책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이 책 속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 마저 들었다.

저자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전국을 누비벼 늘 가슴 한복판에 크게 써 붙이고 다니는 말이 있는데 바로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그는,

우리네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시기하고 헐뜯고 사는 것처럼 자연도 충분히 알지 못하면 해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더 많이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문 53p)

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책을 두루 소개하면서 자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저자가 우스게소리로 전달했던 '배달 민족이라 개미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그의 개미에 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처럼 저자는 개미는 인간과 가장 흡사하다는 침팬지도 하지 못하는 고도의 분업 제도, 가축을 기르거나 노예를 부르는 등의 일을 개미 사회에서는 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개미라고 말한다. 그렇게해서 보여준 개미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개미의 전쟁과 외교 정책에 관한 이야기는 실로 놀랍기만 했다. 마이클 폴란 <욕망의 식물학>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식물의 번식에 대해 그동안 접해왔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보여주는 이야기가 너무도 재미있었다.

 

주디스 콜 <떡갈나무 바라보기>에 대한 그의 상대적 생각에서 그는, 우리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착각 또는 오해들에서 벗어나 우리 인간의 삶 속에만 안주하는 어느 속 좁은 철학자가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체의 삶을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사상가가 되라고 한다. 더불어 인간 중심적 사고가 아닌 자연,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개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 인간 사회에 적용할 만한 수많은 현상이 보인다는 저자의 말처럼 자연을 통해 인간은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작가가 소개하는 이 책들에는 자연, 생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삶의 방식이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자연, 생물에 대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알면 사랑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최재천 스타일>>을 읽으면서 그동안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동물행동생태학이나 다양한 분야의 책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것이 곧 자연을 사랑하는 시작이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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