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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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나 3개월 동안 함께 여행하고 방을 나누어 섰던 핀란드인 친구가, 헤어지던 날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조금 잘라 속이 비어 있는 목걸이에 넣어 제 목에 걸어준 적이 있습니다.

"너랑 보낸 세 달 동안의 추억이 이 속에 들어 있어.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딜 가든 함께할 거야."

그녀의 말이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작가후기 中)

 

나에게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머리카락이 있다. 두 아이를 낳고 첫 배냇머리를 잘라주면서 미용사에게 한움큼 얻어온 것들이다.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도 미용사가 건네 준 머리카락을 받았을 때, 굉장한 소중함과 간직해야겠다는 절실함이 들었다. 굉장히 낯선 느낌이었지만 짧고 가는 그 머리카락이 내게는 커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머리카락은 모든 것을 말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외면하고 있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 모두를." (본문 29,30p)

머리카락에서 얻은 모티프때문이었을까, 가늘고 약하게만 느껴지는 머리카락 속에 인간의 아픔을 담아낼 수 있는 그녀의 상상력에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마치 두 아이의 배냇머리를 받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을 읽다보면 내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느낌이 굉장히 몽환적이었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은 언어유희적인 느낌이 배어나,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다소 힘들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저자는 여행하며 마음과 영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로, 지친 현대인들의 가슴에 고용한 치유를 선사하며 이 새대를 대표하는 '힐링 라이터'로 사랑받고 있다한다. 이 작품은 <곽세라 힐링노블>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되었는데, 표제작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천사의 가루> 두 편의 중편은 그렇게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복잡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힐링'은 우리 곁에 너무도 빨리, 가까이 다가왔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뭘까?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머리카락을 비유해보자. 스트레스로 어쩔 줄 모를 때 미용실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단박에 날라간다.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내보냈던 짓눌렸던 모든 것들을 싹둑 잘라버린 느낌이다. 이 두편의 중편에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런 류의 치유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인생의 여러 모습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것. 거창함보다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소박함이 가장 좋은 치유법인 것은 아닐까.

열일곱 살의 지극히 평범했던 류가 극단 '츠키'에 들어갔다가 '뮤토'가 되었다가 낯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치유의 단계를 보여주는 듯 했으며,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별 이야기를 담은 <천사의 가루>는 사랑과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상실을 통한 상처와 치유를 보여주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삶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변덕스럽고, 난폭하고, 불친절한 이 세상의 순간들이 좋아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가슴을 찢으며 자꾸만 자꾸만 그 장면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은 아닐까, 추억보다 깊은 강, 사랑보다 뜨거운 노래를 느끼고 싶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본문 243p)

 

삶은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살아내는 것, 이겨내는 것. 그러기에 치유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는가보다. 집중하기 어려웠던 몽환적인 느낌의 이야기들이었지만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글귀는 저자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든다. 저자와의 첫 대면은 다소 낯설었지만, 이후의 작품에서는 좀더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녀가 보여주는 치유가 세계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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