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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5
조은 지음, 장경혜 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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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과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어쩌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곳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집이 아닌 밖에서 전화통화하는 것도 모자라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영상통화는 기본이요, 이제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정말 굉장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다보면, 어느 날 문득 잊혀져 간 오랜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할 때가 있다.

이제는 아날로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 행복 등이 아련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편리함을 즐기는 사이에 참 많은 것을 잃은 듯 하다. 뚜렷했던 사계절의 변화도,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도, 가족간의 대화와 이웃간의 정도 사라지고 말았다. 문명의 편리함이 준 이기는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편리함을 아주 조금도 놓치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사라진 모든 것들은 문명의 이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옛날처럼 살아봤어요>>는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이기심으로 잊혀져 간 것들을 되찾아보려는 지열매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열매네 가족은 초등학교 선생님인 엄마와 일류 대학을 나왔지만 집에서 놀 때가 더 많은 아빠 그리고 작가가 꿈인 열매 세 식구다. 열매는 아빠와 텔레비전 앞에서 채널 싸움을 하곤 하는데, 아빠는 텔레비전 홈쇼핑 열성 팬이고, 열매는 쉬지 않고 채널을 돌리며 보곤 한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반면, 열매는 텔레비전을 안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열매는 온갖 이야기가 넘치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되면서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우연히 미미네 집에서 몇 번 재방송을 보게 된 드라마를 안 보고는 견딜 수 없었던 탓에 밤에 몰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열매는 아예 자신의 방으로 텔레비전을 옮겨 놓고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보게 되고, 결국 엄마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이 놈의 지긋지긋한 텔레비전 소리!"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옛날처럼 살아야겠다." (본문 49,51p)

 

 

결국 엄마는 두꺼비집을 내려 버렸고, 시원하게 돌아가던 에어컨도, 냉장고 소리까지 멎게 되면서 암흑과 고요 속에 잠기게 된 것이다. 이제 열매네는 반장님 댁에서 물을 길어다가 먹어야 했으며, 빨래는 각자 가지고 가서 그 집 마당에서 해야 했고, 휴대 전화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빠와 열매의 반란이 있었지만 엄마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아빠와 열매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아가게 된다.

 

물도 길어다 먹어야 했고, 반장 아주머니 집까지 가서 볼일도 봐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시간이 모자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고 인터넷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정말 넘쳐 났어요. 그래서 나는 집에 있는 책을 몽땅 읽어 치웠답니다. 포기하려고 했던 방학 숙제도 며칠 만에 다 해 버렸어요. 물론 일기만은 되도록 그날그날 썼어요. (본문 130,131p)

 

 

폭염이 계속 되던 올 여름에 우리 집에는 방마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연신 냉장고 속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보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며 문명의 발달에 비롯된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온을 문명의 발달로 이겨내려고 했다. 전기와 수도가 없다면 분명 힘들고 괴로운 날이 될 것이며,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 힘들 것이다. 열매네 가족처럼 옛날처럼 살아가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가끔은 문명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월 31일은 지구촌 불끄기 운동의 날이다. 각 가정과 기업이 지구를 위한 한 시간동안 전등을 끄는 운동인데, 이 시간동안 지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발달이 주는 편리함을 통해서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될 거 같다. 인터넷, 휴대전화, 텔레비전을 잠시 꺼두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좀더 가까워지질 수 있으며,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 기분은 방학 내내 텔레비전을 보며 지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뿌듯한 성취감이라는 사실을요! (본문 160p)

 

<<옛날처럼 살아봤어요>>를 읽으면서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참 많은 것을 잃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아본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잃지 않아도 될 많은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게임 중독, 텔레비전에 빠진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잔소리는 부모 역시 같이 뭔가를 해 볼 생각을 못했다는 뜻과도 같다. 비록 열매네 가족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불편함에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끔 캔들나이트를 즐기면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추억마저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진출처: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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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황인철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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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는 각기 다른 추억들이 담겨져 있다. 친구, 가족, 여행, 슬프거나 기뻤던 일들이 음식과 함께 기억되곤 한다. 그렇게 음식에는 나름대로의 향수가 잔뜩 배어져있다. 오늘 음식에 담뿍 담겨진 추억이야기를 기록한 조금은 색다른 요리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 황인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였지만, 그는 취미로 시작한 요리 포스팅으로 유명해지면서 '아기 받는 남자'로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지금은 여러 방송 및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로서가 아닌 요리로 더 유명한 그가 풀어낸 이야기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는 세상의 모든 주부들에게는 부러움을, 남편들에게는 시기와 질투를 받을 법한 제목이다.

이 책은 요리책으로 출간되긴 했지만,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요리에 관한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멋드러지고 먹음직스럽게 찍은 음식 사진과 요리 과정을 사진과 설명만으로 자세히 풀어놓은 여타의 음식책과 달리, 요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 일상 그리고 추억들이 알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상한 남편, 아빠, 아들로서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지만, 15년 동안 한 번도 잊지 않고 생일마다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편에게 다시한번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잘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남편 역시 요리를 하는 동안 저자처럼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는,

음식의 마지막 완성은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부모님을 음식으로 떠올리면서 기록한 Episodes 1 추억을 요리하는 남자,

음식을 논하는 멋진 친구가 되어준 아들을 위해 요리하는 이야기를 담은 Episodes 2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

아들을 위해 주말 한 끼를 책임지는 아빠로서, 아내와 함께 어머니의 생신상을 준비하는 아들로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을 위해 멋진 저녁을 준비하는 아빠로서의 모습을 기록한 Episodes 3 특별한 날 요리하는 남자,

무엇을 만들어도 다 맛있다고 반응하는 최고의 손님인 가족을 위해 캠핑장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Episodes 4 여행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일주일의 보험을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내가 샤워하는 30분동안 요리는 하는 저자의 이야기 Episodes 5 아내가 샤워할 때 요리하는 남자,

총 5장으로 나누어 90여가지의 요리를 이야기와 함께 선보인다.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요리를 대접했다는 만족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던 쇠고기 로스구이,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과 쉐프는 바로 어머니였음을 느끼게 해 준 매콤한 닭볶음탕, 더운 불 옆에 계속 있어야 하지만 노력한 만큼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멋진 반찬 꽈리고추조림 이야기.

갈비탕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에 갈비탕을 맛있게 먹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손수 끓여주게 된 아빠표 안심 갈비탕,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게 된 단감 피클, 40대 평범한 가장이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한 요리를 부탁하자 알려준 아내를 위한 쇠고기 미역국 등에 담겨진 이야기가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럽다.

"우리 아빠가 만든 거야. 진짜 맛있지?"라는 아들의 말에 행복해하고, 요리로 아내와 화해하고, 요리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아기 받는 남자 황인철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요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더덕을 손질하면서 까맣게 물든 나의 손가락은 맛있는 오늘 저녁을 위한 훈장이 되었다. (본문 194p)


5장의 에피소드와 함께 수록된 음식들은 추억, 맛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레시피들로, 여타의 요리책에 비해 요리과정이 간단하게 수록되어 있지만, 간단하면서도 쉽게 기록되어 있으며 tip까지 곁들여져 더 나은 요리법을 배울 수 있을 듯 싶다. 더불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기에 더욱 알찬 레시피라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주부인 나에게도 이 야무진 레시피에 감동을 받았는데, 그동안 주부로서 음식을 만드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오늘 저자를 만나면서 음식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저자가 음식을 통해서 부모님을 떠올리고, 아이들이 그 역사를 계속 쓸 수 있기를 바라듯이,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멋진 쉐프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과 쉐프는 바로 어머니였다." (본문 36p)

(이미지출처: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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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눈물 책꾸러기 13
다지마 신지 지음, 계일 옮김, 박미정 그림 / 계수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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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년 사이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재해, 자연의 변화를 여러 번 겪으면서, 비로소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각성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봄에 찾아온 때아닌 폭설, 열대성 기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국지성 폭우, 일본의 대지진 등을 직접 겪으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기후 변화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작년 가을에는 때아닌 개나리가 핀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많이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보호에 대한 잔소리(?)는 강조 또 강조한다 해도 부족하기만 하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류의 발전은 결국 인류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풍요롭고 편리한 삶 보다는 행복한 삶이 아닐까.

 

높은 빌딩 위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여우의 모습을 담은 삽화가 굉장히 인상적인다. 숲에서 살아야 하는 여유가 어찌하여 높은 빌딩으로 들어선 도시에 와 있는걸까? 먹이가 부족해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내려오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을에 내려오다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고,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 여우도 먹이를 찾아 나선걸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는데, 슬픔과 아픔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악행을 모두 담아낸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년 가을, 산이 반으로 잘리더니 골프장이 들어섰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여우 곤키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그들을 보고 있자니, 덤불과 수렁을 헤집고 다니며 토끼나 들쥐를 잡거나 마을에 내려가 닭을 훔치다 걸려 사람들에게 쫓기는 여우의 삶이 너무 힘겹고 하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기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근했다가 주말이 되면 한껏 멋을 부리고 골프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 여우는 안된다고 하지만, 곤키치는 다시는 여우로 돌아올 수 없는 '켄폰탄' 둔갑술을 이용해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먹을 것이 없어서 산을 헤매다 총을 든 사람과 맞딱뜨리면, 전 어떻게 되는 거지요? 사람이 쏜 총에 맞아서 삶을 끝낼 수는 없어요. 그뿐인가요? 사람들이 가죽을 벗기기도 한다잖아요. 난 도시로 가서 회사원이 될 거예요."

 

"우리가 살 수 있는 산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에요? 푸르고 아름답던 산은 전부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망가뜨렸어요.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어요. 엄마, 난 산을 떠날 거예요." (본문 16,17p)

 

 

 

사람이 된 곤키치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마운틴패션 주식회사'라는 모피회사에 취직하게 되었고, 경리과에서 열심히 일을 한 덕에 인정받는 직원이 되었다. 곤키치는 판매용 모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모피 창고에 들어갔다가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사슴, 토끼, 족제비, 곰, 표범, 너구리, 담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곤키치는 회사의 매출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다음날, 곤키치는 산에 가서 모피로 쓸 동물들을 잡아 오면 월급도 올려 주고, 부장으로 승진시켜 준다는 제안을 받게 되고 곤기치는 온몸의 털이 은빛으로 빛나는 아주 멋진 여우를 사냥하게 된다.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곤키치가 총으로 쏴 죽인 그 멋진 은빛 여우는 바로 곤키치의 엄마였습니다. (본문 55p)

 

여우였던 곤키치는 점점 잃어가는 삶의 터전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없었고, 사람들의 위협으로부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행복하지 않는 늘 불안한 삶을 살던 곤키치가 늘 행복해 보이는 인간이 되지만 인간이 된 곤키치는 엄마 여우를 죽이는 불행을 겪게 된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곤키치의 삶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악행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산을 깍아 골프를 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잡아들이는 모습은 여우였던 곤키치가 두려워했던 인간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국 동물이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인간이 빼앗고 있음을 곤키치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된 곤키치가 엄마 여우를 죽이게 되는 과정 또한 인간의 자연 훼손이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여우의 눈물>>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의 악행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슬프고도 아픈 동화다. 파스텔톤의 삽화가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슬픈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우리 스스로가 훼손하고 있음을 다시금 절감하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강조 또 강조해도 모자라는 환경 보호, 자연의 끊없는 외침에 다 같이 귀기울여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캐앵! 캥! 캐앵!" 희미하게, 아주 희망하게 곤키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사진출처: '여우의 눈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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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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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스타일>을 통해서였다. 저자가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점과 나와 동년배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고, 비록 스토리 자체는 약간 식상한 느낌이었지만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글이 좋았기에 저자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스타일>에서도 블링블링한 느낌이 잔뜩 배어져 있었는데, 신작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서도 왠지 블링블링한 느낌이 든다. 실연당한 사람이라면 왠지 부시시한 머리에 충혈된 눈, 얼굴 전체에 내려앉은 다크써클, 시체놀이라도 하듯 침대에서 떨어질지 모르는 나약함과 나태함 등이 떠오르는데, 이른 아침에 조찬 모임이라니...이거 너무 품격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다 이 블링블링한 책 표지는 또 무엇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실연의 또다른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서.

 

실연당했습니다.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해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것 같은 칼날 같은 햇빛.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아침 먹어주실래요? (본문 49p)

 

아침 일곱시부터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자는 것, 아침을 먹고 연달아 영화 네 편을 함께 보자는 아이디어는 정말 이상했지만,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하다는 문구는 실연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너무 공감할만한, 그러기에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을 것만 같기에 트위터에 올라온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으로 바로가기'를 클릭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그렇게해서 모인 21명의 남녀들 그리고 그 중에 너무도 사랑했기에 그 고통이 너무도 큰 세 남녀의 이야기가 여기서 펼쳐진다.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추상적인 감동들과 다르게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함으로써 누군가로부터의 거절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본문 31p) 더불어 사랑의 증거물로 남겨진 물건들은 추상적이지 않은 실연의 고통을 오랫동안 상기시키게 되기에 실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연애가 끝나 사랑이 죽고 나면 범죄 현장의 유류품처럼 많은 증거물이 남게 되고, 이에 이 조찬모임에서는 '실연의 기념품'을 처리할 공간을 마련해 물건을 서로 교환하기로 한다.

작가 프랑소와 사강을 좋아하는 아버지에 의해 사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윤사강은 여기서 지훈의 로모카메라를 집어든다. 필름을 현상하게 된 사강은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처리해버린 프랑소와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를 읽고 있는 지훈과 만나게 된다.

 

사실 누군가에게 실연의 고통을 치유받는다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남녀간의 사랑과 실연은 치유도, 용서도 결국 자신의 몫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여기 실연이라는 운명의 카테고리를 묶어낸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정미도라는 반전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이다. 사랑도 하나의 기획에서 시작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실연도 하나의 기획상품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짚어준 인물이다. 처음 등장할때의 발랄함과는 달리 중반부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한 정미도로 인해 실연은 또 하나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기획상품이라는 것이 조금은 씁쓸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헤어져야 다시 만나고 또 사랑을 이룬다는 미도의 생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결국 이 의도된 기획에서 사강과 지훈은 실연의 고통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서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를 되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연애에 실패하고 그런 거 아닌가? 긴 전쟁 중에도 서로 사랑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잖아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들은 헤어질 걸 알면서도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러니까." (본문 41p)

과거와 작별하고 커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사강, 한 번의 사랑만으로도 모든 사랑의 가능성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던 사강에게 실연과의 이별은 새로운 인생과의 시작이 되었다.

프랑소와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이렇게 이 작품과 맞물려져 있었다. 우리가 슬픔이여 안녕이라고 인사할 때,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실연의 고통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며, 실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잘 그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사랑 후에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해 본 우리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이루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실연의 고통이 포장되기보다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겪고 있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실연에 대한 고통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듯 싶다.

사랑했던 기억, 그리고 이별의 고통앞에 처연해지는 우리, 그러나 다시 사랑하고 다시 살아가야 하기에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실연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을 보듬어주는 일곱시 조찬 모임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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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 - 수양제 vs 을지문덕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8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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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는 역사 속 라이벌이 재판을 벌이며 각자의 견해를 주장하고 있어 서로의 상반된 입장을 모두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실만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추천사의 말씀처럼 역사적 진실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는데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덞 번째 이야기 <<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는 수나라 황제로서 고구려를 침략했던 것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평가받고 명예를 회복하고자하는 수양제가 을지문덕에게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 배상을 위한 소송에서 시작된다. 통치를 위해서는 전쟁도 필요하다는 원고 수양제, 장군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책무를 다했다는 피고 을지문덕의 공방을 통해서 영양왕의 명을 받들어 수나라 백만 대군과 맞서 싸웠던 유명한 살수대첩에 대해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들의 재판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재판 첫째 날은 수나라는 왜 고구려를 공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게 된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국들을 평정해야만 했기에 고구려는 골치덩어리였다. 지조가 없어서 힘으로 억누르면 순종했고, 재물을 안겨 주면 좋아했던 다루기 쉬웠던 북방의 유목민들과 달리 고구려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고구려는 맞서 싸우려 했기에 골칫거리였던 고구려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했다.

그렇다면 고구려는 왜 수나라와 맞서 싸우려고 했을까? 재판 둘째 날은 전쟁에서 열세였던 고구려가 끝까지 싸운 이유를 밝혀본다. 고구려가 먼저 공격을 했다는 수나라에 맞서 좋은 말로는 전쟁까지 벌일 생각은 없었다고 타이르면서 고구려 코앞까지 운하를 판 수나라가 실제로는 백만 대군을 움직이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여기서 고구려가 다른 민족들처럼 고분고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데, 고구려는 중국만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중화주의와 달리 '우리는 위대한 조상을 가진 존귀한 종족이다'라는 추모왕 설화에 영향을 받은 고구려인들이 가진 자부심으로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키려고 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재판 셋째 날은 살수대첩의 과정과 을지문덕의 승리가 고구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바라보면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략한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수양제와 고구려의 장수로서 주어진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에서 독자들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이번 재판에서 고구려가 수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에 대한 여러 논의가 오갔습니다만 나는 그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많은 죽음들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서 이념과 의지가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차가운 살수의 물속에서 죽어 간 수나라 병사들과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어 간 고구려 병사들은 모두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살수대첩이 벌어진 지 1천4백 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증오와 분노보다는 용서와 화해가 더 필요합니다. (본문 126,127p)

 

살수대첩에 대한 수양제와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을 통해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른 판결을 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접할 때 역사의 사실을 외우기에 급급하다보면 역사의 진실에 외면하게 된다. 현재 우리는 일본과 독도영토분쟁에 대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독도는 우리땅'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에 대한 진실까지도 알아야 이 말도 안되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는 늘 분개하지만, 그에 앞서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에 역사의 진실을 배우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는 우리의 역사를 오롯이 지킬 수 있는 강한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는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처럼 증오와 분노가 아닌 용서와 화해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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