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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의 그림리 대소동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9
질리안 존슨 글.그림, 오경아.임수빈 옮김 / 파랑새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어공주> 이야기에는 인어와 왕자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슬픈 결말을 보여준다. 사람이 되었음에도 결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는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가끔은 인어공주와 왕자가 서로 사랑하여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인어는 바다에서, 왕자는 육지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려나, 두 사람이 결혼하면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등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토라의 그림리 대소동>>를 읽으면서 어린시절 <인어공주>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어쩌면 작가도 나와 같은 상상은 했을지도 모른다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새끼를 낳아 '라이거'를 탄생시켰듯이, 인어 할라와 사람 토가 서로 사랑을 하여 '토라'가 태어났다. 인어의 머리에는 공기구멍이 있는데, 토라는 엄마를 닮아 머리에 공기구멍이 있었고, 아빠를 닮아 두 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엄마처럼 다리에 비늘이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옷과 신발을 신어야했다.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 토라의 이야기는 유쾌함이 가득하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가족의 의미는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키가 큰 월터스 씨는 부둣가에서 '팝니다'라는 팻말이 세워진 낡은 배 '로키호'에서 아기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다가가게 되는데, 이 장면이 바로 토라와의 첫 만남이다. 그림리의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탓에 월터스 씨는 할 수 없이 올번트 영화관에 들어가 배고픈 아이에게 먹일 우유를 구해보게 된다. 다행이 영화관을 운영하는 세 자매 중 토티는 20년 전 아들이 썼던 낡은 병과 우유를 건네주게 되고, 우렁찬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있었다. 반면 인어인 할라는 내내 울기만 하는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법을 찾기 위해 바다 마녀을 찾아가게 되는데, 뜻밖에도 아기의 안타까운 운명을 듣게 된다.
"십 년은 바다에서, 십 년은 땅에서. 그 아기가 바다와 땅, 이 두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면 무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살아남지 못한다면, 너와 아이는 네 인간 남편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본문 35p)
인간과 인어의 사랑이 금지된 탓에 할라와 토라는 죗값을 치러야 했는데, 뜻밖에도 월터스 씨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할라는 토라의 울음을 잠재워 준 월터스 씨에게 토와의 만남, 갑자기 사라진 토, 그리고 토라의 탄생과 운명에 대해 털어놓게 되고, 월터스 씨는 토라의 보호자를 자처하기로 한다. 월터스 씨의 제안으로 할라는 뛰어난 수영 선수가 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달과 상금을 받게 되고, 토라는 그렇게 바다에서 10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아빠가 살았던 그림리에서 10년을 보내기 위해 그림리로 돌아오게 되고, 엄마는 바위섬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보호자가 되어 준 월터스 씨는 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토라를 혼자 두고 잠시 곁을 떠나게 되는데, 이제 이야기는 그림리에서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야 할 토라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혼자 지내게 된 토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만, 어른들의 편견으로부터도 이겨내야했다.
<<토라의 그림리 대소동>>에는 인간과 인어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아이 토라의 모험이 유쾌하게 담겨져 있다. <빨간머리 앤>의 앤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굉장히 유쾌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소설은 결코 아니었다. 토라를 둘러싼 그림리에는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어른 프루티, 가족보다는 도박에 빠진 무책임한 러클 씨, 가난과 고아 소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허니 그랩 부인 등이 등장하여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을 꼬집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토라의 유쾌한 모험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을 가진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다문화가족, 편부모가족,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만난 가족 등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그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선입견과 편견으로 따갑기만 하다. 토라, 할라, 월터스 씨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다. 인어 엄마, 후원자인 월터스 씨, 그리고 토라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또하나의 가족의 모습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러클 씨네 가족을 통해 토라네 가족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가를 되새겨보게 된다.
영국 교과서에 수록, 선데이 타임즈에 선정된,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상상에서 비롯된 <<토라의 그림리 대소동>>은 유쾌함 속에 가족애와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비판, 그리고 토라와 그 친구들의 특별한 우정을 담아내어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전달 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까지도 키워줄 듯 싶다.
(사진출처: '토라의 그림리 대소동'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