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이기론, 주기론은 참 어려운 분야였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이상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것이 나와 별개가 아니라, 우리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니, 철학이 더욱 재미있어졌다.
이 시리즈 중 <<이이가 들려주는 이통 기국 이야기>>가 있음을 발견하고, 예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분야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뜻 읽어보게 되었다.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게 쓰여진 책이니만큼 이해하기는 쉬웠으나, 사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 책을 한 번 읽고 모든 것을 이해하겠다는 욕심이 좀 과했던 모양인데, 다시 읽어본다면 좀더 이해하기가 수월해질 거 같다.
이 책은 <성학집요><격몽요결><동호문답> 등을 지은 이이의 '이통 기국 사상'과 '성인 사상'에 대해 수록한 작품으로, 이이가 '헐랭이 삼촌'으로 환생하여 이기론과 사단칠정론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엄마의 죽음으로 고아원에 가게 된 몽이와 정이 앞에 아이들 할아버지가 보내서 데리러 왔다는 이현룡이라는 삼촌이 나타났고, 아이들은 삼촌을 쫓아 할아버지가 있는 강릉으로 가게 된다. 어린 정이는 헐랭이삼촌이라 부르며 따랐고, 삼촌은 할아버지네 가기 전에 여행을 하자고 권유한다. 몽이는 헐랭이 삼촌이 정말 삼촌이 맞는지 의아했지만, 동생 정이와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삼촌이 결코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덕수 이씨인 몽이는 삼촌이 십만양병설을 주장하고, 효성이 대단한 이율곡을 깍아내리는게 기분이 나빴지만, 삼촌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이율곡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졌고, 여행을 하면서 삼촌에게 유학과 성리학의 차이를 배우고, 이기론에 대해 알게 된다.
"옛날 중국의 철학자들은 이 세상이 창조되기 전에 '리'와 '기'라는 것이 존재했다고 생각했어. '리'는 이 세상이 창조된 원리라고 할 수도 있고,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도 있어. 그리고 우주가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우주의 질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 그리고 '기'는 하나의 진리로만 존재하는 '리'가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에너지이자 기운이야. 또 사물을 이루는 물질이기도 하지." (본문 77p)
좀 어렵게 느껴지는 설명이지만, 삼촌은 몽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아이가 넘어져서 울고 있다' 등의 일상의 진리와 현상을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한편, 몽이와 정이가 살던 마을에 할아버지가 고아가 된 아이들을 데리러 오게 되는데,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삼촌을 따라 나서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사립탐정과 경찰은 유괴범을 쫓아 경복궁, 국회의사당으로 아이들을 찾으러 다닌다. 이 사실을 모르는 정이는 삼촌에게 '리'와 '기'의 관계에 대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두 사람인 퇴계 이황 선생과 율곡에 대해 듣게 되는데, 인간성을 긍정하고 인간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퇴계학의 위대한 점과 '리'와 '기'는 각각 존재하는 두 가지가 결코 둘로 나눌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는 '이기지묘'의 율곡의 차이점을 잘 설명한다.
몽이는 삼촌이 좋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경찰과 사립탐정은 유괴범을 쫓는 과정에서 율곡 이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된다. 몽이는 오죽헌에서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삼촌과 이별하게 된다. 철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몸가짐을 익히고, 우리 자신의 참된 마음을 들여다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이 세상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깨달아가는 학문(본문 56p)이기에 눈에 보이는 현상 그 이상의 것을 찾으려고 하기에 까다롭게 여기질 수 있으나, 이 작품에서는 범인을 쫓아가는 추리소설과 같은 동화를 통해 흥미로움을 갖게하여 율곡 이이를 통한 한국 철학과 성리학을 배워나간다.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지만, 헐랭이 삼촌은 구체적인 시례를 통해서 성리학을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다.
또한 유학이 왜 여러 가지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와 이기론과 사단칠정론의 개념과 이황과 이이, 고봉 기대승이 가진 입장 차이, 그리고 <성학집요><격몽요결>에 대한 내용을 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 속에 절묘하게 수록하여 율곡 이이의 사상을 잘 풀어내고 있다.
재미있는 구성,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실례를 통한 설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기론, 사단칠정론, 성리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내용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이이가 들려주는 이통 기국 이야기>>는 아이들의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데 일조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