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 - 수양제 vs 을지문덕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8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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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는 역사 속 라이벌이 재판을 벌이며 각자의 견해를 주장하고 있어 서로의 상반된 입장을 모두 접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실만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추천사의 말씀처럼 역사적 진실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는데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덞 번째 이야기 <<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는 수나라 황제로서 고구려를 침략했던 것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평가받고 명예를 회복하고자하는 수양제가 을지문덕에게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 배상을 위한 소송에서 시작된다. 통치를 위해서는 전쟁도 필요하다는 원고 수양제, 장군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책무를 다했다는 피고 을지문덕의 공방을 통해서 영양왕의 명을 받들어 수나라 백만 대군과 맞서 싸웠던 유명한 살수대첩에 대해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들의 재판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재판 첫째 날은 수나라는 왜 고구려를 공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게 된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국들을 평정해야만 했기에 고구려는 골치덩어리였다. 지조가 없어서 힘으로 억누르면 순종했고, 재물을 안겨 주면 좋아했던 다루기 쉬웠던 북방의 유목민들과 달리 고구려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고구려는 맞서 싸우려 했기에 골칫거리였던 고구려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했다.

그렇다면 고구려는 왜 수나라와 맞서 싸우려고 했을까? 재판 둘째 날은 전쟁에서 열세였던 고구려가 끝까지 싸운 이유를 밝혀본다. 고구려가 먼저 공격을 했다는 수나라에 맞서 좋은 말로는 전쟁까지 벌일 생각은 없었다고 타이르면서 고구려 코앞까지 운하를 판 수나라가 실제로는 백만 대군을 움직이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여기서 고구려가 다른 민족들처럼 고분고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데, 고구려는 중국만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중화주의와 달리 '우리는 위대한 조상을 가진 존귀한 종족이다'라는 추모왕 설화에 영향을 받은 고구려인들이 가진 자부심으로 자신의 땅과 가족을 지키려고 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재판 셋째 날은 살수대첩의 과정과 을지문덕의 승리가 고구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바라보면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략한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수양제와 고구려의 장수로서 주어진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에서 독자들은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이번 재판에서 고구려가 수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에 대한 여러 논의가 오갔습니다만 나는 그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많은 죽음들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서 이념과 의지가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차가운 살수의 물속에서 죽어 간 수나라 병사들과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어 간 고구려 병사들은 모두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살수대첩이 벌어진 지 1천4백 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증오와 분노보다는 용서와 화해가 더 필요합니다. (본문 126,127p)

 

살수대첩에 대한 수양제와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을 통해 독자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른 판결을 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접할 때 역사의 사실을 외우기에 급급하다보면 역사의 진실에 외면하게 된다. 현재 우리는 일본과 독도영토분쟁에 대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독도는 우리땅'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에 대한 진실까지도 알아야 이 말도 안되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는 늘 분개하지만, 그에 앞서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에 역사의 진실을 배우는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시리즈는 우리의 역사를 오롯이 지킬 수 있는 강한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는 을지문덕의 최후의 진술처럼 증오와 분노가 아닌 용서와 화해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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