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황인철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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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는 각기 다른 추억들이 담겨져 있다. 친구, 가족, 여행, 슬프거나 기뻤던 일들이 음식과 함께 기억되곤 한다. 그렇게 음식에는 나름대로의 향수가 잔뜩 배어져있다. 오늘 음식에 담뿍 담겨진 추억이야기를 기록한 조금은 색다른 요리책을 알게 되었다. 저자 황인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였지만, 그는 취미로 시작한 요리 포스팅으로 유명해지면서 '아기 받는 남자'로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지금은 여러 방송 및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로서가 아닌 요리로 더 유명한 그가 풀어낸 이야기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는 세상의 모든 주부들에게는 부러움을, 남편들에게는 시기와 질투를 받을 법한 제목이다.

이 책은 요리책으로 출간되긴 했지만,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요리에 관한 에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멋드러지고 먹음직스럽게 찍은 음식 사진과 요리 과정을 사진과 설명만으로 자세히 풀어놓은 여타의 음식책과 달리, 요리에 대한 저자의 생각, 일상 그리고 추억들이 알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상한 남편, 아빠, 아들로서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지만, 15년 동안 한 번도 잊지 않고 생일마다 미역국을 끓여주는 남편에게 다시한번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잘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남편 역시 요리를 하는 동안 저자처럼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는,

음식의 마지막 완성은 기억이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부모님을 음식으로 떠올리면서 기록한 Episodes 1 추억을 요리하는 남자,

음식을 논하는 멋진 친구가 되어준 아들을 위해 요리하는 이야기를 담은 Episodes 2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

아들을 위해 주말 한 끼를 책임지는 아빠로서, 아내와 함께 어머니의 생신상을 준비하는 아들로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을 위해 멋진 저녁을 준비하는 아빠로서의 모습을 기록한 Episodes 3 특별한 날 요리하는 남자,

무엇을 만들어도 다 맛있다고 반응하는 최고의 손님인 가족을 위해 캠핑장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Episodes 4 여행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일주일의 보험을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내가 샤워하는 30분동안 요리는 하는 저자의 이야기 Episodes 5 아내가 샤워할 때 요리하는 남자,

총 5장으로 나누어 90여가지의 요리를 이야기와 함께 선보인다.

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요리를 대접했다는 만족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던 쇠고기 로스구이,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과 쉐프는 바로 어머니였음을 느끼게 해 준 매콤한 닭볶음탕, 더운 불 옆에 계속 있어야 하지만 노력한 만큼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멋진 반찬 꽈리고추조림 이야기.

갈비탕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에 갈비탕을 맛있게 먹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손수 끓여주게 된 아빠표 안심 갈비탕,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게 된 단감 피클, 40대 평범한 가장이 생일을 맞은 아내를 위한 요리를 부탁하자 알려준 아내를 위한 쇠고기 미역국 등에 담겨진 이야기가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럽다.

"우리 아빠가 만든 거야. 진짜 맛있지?"라는 아들의 말에 행복해하고, 요리로 아내와 화해하고, 요리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아기 받는 남자 황인철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서 요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더덕을 손질하면서 까맣게 물든 나의 손가락은 맛있는 오늘 저녁을 위한 훈장이 되었다. (본문 194p)


5장의 에피소드와 함께 수록된 음식들은 추억, 맛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레시피들로, 여타의 요리책에 비해 요리과정이 간단하게 수록되어 있지만, 간단하면서도 쉽게 기록되어 있으며 tip까지 곁들여져 더 나은 요리법을 배울 수 있을 듯 싶다. 더불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기에 더욱 알찬 레시피라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주부인 나에게도 이 야무진 레시피에 감동을 받았는데, 그동안 주부로서 음식을 만드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오늘 저자를 만나면서 음식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저자가 음식을 통해서 부모님을 떠올리고, 아이들이 그 역사를 계속 쓸 수 있기를 바라듯이, 나 역시도 우리 아이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멋진 쉐프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과 쉐프는 바로 어머니였다." (본문 36p)

(이미지출처: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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