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전개 상황을 지켜보니 너무 답답하더군요. 뉴스와 신문 그리고 TV토론에서 접하는 FTA 독소조항 해석은 정말 어질어질 할 정도입니다. 대립되는 시각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드디어 편두통이 도졌습니다.
전에도 한 번 이 페이퍼에 썼다시피, 저는 편두통이 있습니다. 일년에 많으면 한 10번, 적으면 너댓 번 정도 발작 증상을 일으킵니다.
그냥 두통하고 다른 것이, 편두통은 머리가 아프기 전에 반드시 전조 증상이라는 것이 나타납니다. 눈에 번쩍거리는 띠같은 무늬가 번쩍이면서 시야를 가리죠. 짧게는 10여분에서 많게는 30여분 정도 지속됩니다.(아래 그림의 쇠기 모양 띠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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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울렁이는 증상이 있습니다. 시야가 잘 안보이니, 엄청 답답하죠. 사물은 보이는데, 글자가 잘 안보입니다. 그러다가 전조 증상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머리가 깨지게 아프기 시작합니다.
아픈 부위도 다양한데, 한 쪽만 아픈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통증이 가시지 않아 하루 종일 갑니다.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의사나 약국에 가서 문의하면, 전조 증상이 나타날 때 얼른 약을 먹으랍니다. 고칠 수 없냐니까,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군요.
전, 대학교 신입생 개강 파티 때 이 증상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이때는 뭣도 모르고 사발에 술을 부어 물처럼 마시는 게 전통(?)이었지요.(뭐, 지금은 안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냉면 그릇으로 원샷을 한 다음 약 10분 쯤 있다가 전,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평생 그렇게 머리가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도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틀을 꼬박 응급실에 누워서 이 고통을 가시게 해 달라고 의사한테 사정사정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의사는 팔짱을 끼고 시간이 가면 낫는다고,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더라구요. 아픔을 그냥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방이 장땡인데, 어떻게 예방할지도 좀 난감하고, 의사도 원인이나 증상을 모르는지 얼버무리기만 합니다.
그래서 편두통을 일으키는 바나나우유(이게 치명적이라는 군요!), 알콜, 초콜릿 등의 음식만 피하고 있습니다. 저도 왜 편두통이 갑자기 나타나는지 그 원인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딴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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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저녁 강남 반디문고에 갔다가 눈이 번쩍 뜨일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편두통>이라는 제목을 단 두꺼운 책! 저자를 보니, 그 유명한 올리버 색스입니다.
아, 이 사람은 몇 년 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아주 멋진 책을 쓴 뇌 과학 전문가죠. 저도 몇 년 전 이 책을 만나봤습니다. 아주 매력적인 책이더군요. 뇌 과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무척 쉽게 잘 설명해 주는 몇 안 돼는 석학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분의 책을 사 모으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봤습니다. 발표하는 책들마다 칭찬일색이니, 저두 언제나 예의 주시하게 되더군요.
저는 아직 색스의 책을 한 권도 소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서점에서 <편두통>이라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 눈에 띠인 겁니다. 색스의 첫 번째 저작물 인데, 지금에서야 출간됐더군요. 개정판인 것 같습니다.
목차를 보고 훑어보니, 저 같은 사람이 반드시 봐두어야 할 책 같습니다. 그래서 구입하려고 가격을 보니, 우와~! 3만원을 훌쩍 넘어서 포기했습니다. 이달에는 안 되고, 다음 달에나 알라딘에서 구매해야겠습니다.
저와 같이 편두통으로 시달리는 많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책소개의 내용 중 한 부분을 옮깁니다.
저자는 '편두통'이라는 주제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색스 박사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편두통'에 시달렸고 '편두통 발작'을 겪으며 이에 동반되는 시각적인 환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편두통 때문에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그가 정신과 의사가 되어 처음으로 쓴 <편두통>은 자신과 그리고 자신처럼 편두통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위 이미지 사진은 <편두통>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