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되고 있는 인기 드라마들을 보니(사극을 제외하고), 결혼 얘기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애정 만만세, 일천 번의 입맞춤 등). 예전에도 한결같이 등장했던 소재이지만, 요즘에는 좀 다른 것이, 이혼녀-초혼남 커플의 결혼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혼 건수가 해마다 늘어가니, 드라마도 사회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혼을 할 때에는 결혼을 하니, 마니로 난리 버거지를 피우고, 결혼을 해서는 또 무슨 갈등이 그리 많은지 맨 날 싸웁니다. 시청자들은 이걸 재밌다고 봅니다. 결혼은 우리 각자의 ‘현실’ 문제라서 감정이입이 잘 잘 되나 봅니다.

이제 제 주위에도 결혼을 안 한 싱글보다 결혼을 한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결혼 3년차 이내의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 얘기밖에 안합니다. 결혼 7년차 이상 분들은 애들 키우기가 힘들다는 푸념과 함께 결혼 안한 싱글들에게 될 수 있으면 결혼 하지 말라고들 충고합니다. (특히 남자 분들이~^^;;)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 한 모임에서 지인의 결혼관이 귀를 맴돕니다.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결혼을 왜 안하냐고. 그랬더니 그 분 왈, “그런 미친 짓을 왜합니까?”라는 화끈한 발언~ 이후 상황은 썰렁해지는 분위기~

‘아, 결혼은 미친 짓인가?’ 이 물음이 계속 귓전을 때립니다. 그리고 생각의 나래를 펴봅니다. 예전에도 이만교 작가의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나왔을 때 한 번 거들떠나 보자는 심정으로 구입을 했는데, 지금까지 들춰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외 결혼 관련 책도 몇 권 있는데, 역시나 박스에 담겨져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귀에서 맴도는 발언의 실체를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서요. (진짜 미친 짓일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헌데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문장이 명제가 되려면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하기에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명제일까.

음, 일단 경험칙 상 각 개인은 이 문장의 진위를 분명히 말할 수 있기에 명제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막 우겨봅니다..ㅎ)

이제, 결혼의 사전적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봅니다.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이라 돼 있습니다. 같은 말인 혼인도 찾아보니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로 풀이돼 있습니다.

좀더 전문적 의미를 찾아보니 “남녀 두 사람이 사회적으로 인정된 성적 및 경제적으로 결합하는 행위”라고 나옵니다. ‘성+경제=결혼’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군요.^^;;

그런 다음 ‘미친 짓’의 의미도 명확히 해 봅니다. 먼저 위 명제의 뉘앙스를 좌우하는 ‘미치다’라는 형용사를 찾습니다. 역시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 돼 있습니다.

미치다 :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아하, ‘미쳤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며 보통 사람이 믿는 것과는 반대로 믿거나 말하는 사람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짓’은 몸을 놀려 움직이려는 동작을 말하는 순 우리말 입니다. 그런데 ‘미치다’와 ‘짓’이 결합된 ‘미친 짓’이라는 의미는 주로 좋지 않은 행위나 행동에 쓰인다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특히 ‘미친’이라는 관형어가 그렇더군요. 용례도 좀 부정적입니다. ‘미친개가 날 뛴다’, ‘미친 거 아냐’, ‘미친놈은 어디가 달라도 달라’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안 좋은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명제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명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명제의 진위 판명만 남은 것 같습니다. 위의 사전적 의미를 넣어서 이 명제를 다시 쓰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다.” 정도가 될 듯하군요.

흠...그러면, 제정신이 아닌 것은 보통 사람이 믿는 것과는 반대로 믿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기 때문에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것’은 ‘보통사람이 믿는 것과는 반대로 믿고 말하는 것’이 됩니다.

결혼을 하면, 미혼자들이 믿는 것을 반대로 믿거나, 미혼자들이 말하는 것을 반대로 말한다는 것인데, 주위의 기혼자들 중 이런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풍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건 완전히 헛소리에 불과하군요!

이런~! 지금까지 저는 완전 헛소리를 지껄였던 것입니까?! 그런 건가요? 흠,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에휴~ 더 미치기 전에, (요즘 나온 신간을 읽고) 얼른 결혼이나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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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11-0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와 30대, 혹은 40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화려한 싱글'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만......

제 주위에 가끔씩 실존하는 60대 노총각, 50대 노총각, 40대 중후반의 노총각과 노처녀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는' 느낌도 많이 듭니다.

한편, 올 가을엔 유독 저와 가까운 주위 사람들(고교 동창생,초등학교 동창생, 손위처남, 이종사촌 형님 등등)이 '사위'를 많이 보는 바람에 유달리 '결혼식'에 자주 가는 편인데, 20대 중후반에 일찌감치 '서둘러' 결혼하는 신랑신부가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보기에 좋더라구요.

yamoo 2011-11-09 22:52   좋아요 0 | URL
흠..결국 나이먹으면 안쓰러운 신세로 전락하는군요~

말씀하신 걸 보면 일찍 결혼하는 게 장땡인거 같습니다. 20대 중후반이면, 우와~ 엄청 어리네요.
갑자기, 뭘 모를 때 하는 게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ㅎㅎ

이진 2011-11-0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결혼 전 물어야 할 한가지라는 책이 정말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결혼 파이팅! 응원하겠습니다 ㅋㅋ

yamoo 2011-11-09 22:54   좋아요 0 | URL
저책이 정말 재밌나보죠? 서점에가서 구경좀 해보고 재밌으면 구매해야 겠는 걸요~ㅎ

결혼은, 파이팅 한다고 되는게 아닌 거 같아욤..ㅎㅎ

감은빛 2011-11-09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미친짓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권할만한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 사회처럼 여성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한 관념이 통용되는 곳에서는 바른 생각을 가진 남성도, 여성도 피곤하고 힘듭니다!

yamoo 2011-11-09 22:57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남성과 여성 모두 공히 피곤하게하고 힘든게 결혼이군요~! 하하,

아이와 관계된 모든 것이 비싸다는군요~
특히나 여성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하다니 하기도 뭐하고 안하기도 뭐하고, 참~ 답이 없네요..

2011-11-09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9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11-11-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가꿔서 스타일 나게 살 수도 있겠지만, 점점 이게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결혼은 마음은 편할 거 같고, 곁에 누가 있다면 든든할 것 같지만, 또 '생활인'이 되기 쉽다는 난점이...

yamoo 2011-11-10 11:08   좋아요 0 | URL
흠, 결론은 나이 먹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타일 나게 살 수만 있으면 되겠군요~ 결혼 안하고 이렇게 살기가 힘든가 봅니다. 이렇게 살수만 있다면 저도 결혼을 안하고 싶습니다만^^